두주 만에 찾아간 다락골에도 비가 내립니다.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주말오후 개시를 알리는 장맛비가 싫지만은 않습니다.
마실나온 두꺼비가 아는채를 해댑니다.
초록물결 싱그러운 밭뙈기 가득
말랐던 목을 축이려 생기가 넘쳐납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는 광경이 놀램과 환희의 연속입니다.
당장 밭뙈기에 뛰어 들어가 어루만져야할 일이 지천인데
애꿎은 장맛비만 탓하며 밭두렁만 맴돕니다.

 


감자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옮겨 심을 검은콩(귀족서리태)을 포트에 파종하고
옆지기와 둘이서 하나씩 함지박을 챙겨들고 장독대 옆에 있는
보리수 열매를 땁니다.
선홍색의 보리수열매가 그 동안  가뭄 영향인 듯
단맛이 진하게 배였습니다.
둘을 따면 하나는 입안을 채우고 하나는 함지박에 담깁니다.
짹! 짹! 짹! 짹!
두 마리의 산새가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자기들의 성찬을 앗아가는 낯선 침략자에게 앙칼지게  지저귀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입니다.
장맛비는 수그러들지 않고
가져간 함지박이 가득 차
반 쯤 밖에 따지 못한 열매들은 새들의 먹이로 남겨둡니다.

 

 

 

 


이른 새벽
원두막에 쪼그리고 앉아 새벽의 적막함을 즐기며
마셨던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오늘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굵은 빗줄기는 그쳤지만 이슬비는 이른 아침까지 이여지고 있습니다.
시작된 장마철을 대비하기위해 밭뙈기 주변 배수로를 정비합니다.
작은 손길 하나가 깊은 사랑을 만듭니다.
옆지기가 두 주사이의 변화에 어리둥절합니다.
입이 귀에  걸려 싱글싱글합니다.
고추밭에 풋고추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나방을 퇴치하기위해 고추말뚝에 매달았던 페트병의 효험을 톡톡히 보는 것 같습니다.
이웃 밭엔 풋고추에 구멍이 뚫린 담배나방애벌레의 피해가 심하게 발생했다는데
나방애벌레의 피해를 당한 풋고추는 하나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매달아 놓은 페트병에 막걸리를 보충하며 들여다보니 불과 2-3일전에 빠져죽은
나방들의 사체가 너부러져있습니다.
장마철에 발생하기 쉬운 칼슘부족과 탄저병을 예방하기위해
해당약제에 질산칼슘을 섞어 엽면시비 합니다.

 

  

 

  


찰옥수수 밭엔 개꼬리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키도 2m가 훌쩍 넘게 자랐습니다.
본격적으로 옥수수통을 키우기 위해 요소비료에 황산가리를 섞어
마지막 웃거름을 시비합니다.
노란 꽃들로 만개한 땅콩 밭엔 줄기에서 어미의 탯줄 역할을 하는 자방병이
아직 생기지 않아 비닐을 걷어내는 일은 다음으로 미뤄야할 것 같습니다.
두 주 사이에 수도 없이 발생한 토마토, 가지, 오이의 곁가지를 잘라냅니다.
곁가지를 잘라낼 때면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곁가지의 입장에선 무지에서 오는 폭력으로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쩐지 미안해지고 안쓰럽기도 해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하루가 다르게 쳐들어오는 잡초와의 전쟁과 감자수확은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서둘러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점심 무렵
감자 몇 골을 캐내 트렁크를 채웠습니다.
아버님 기일을 맞아 시골집을 찾는 날입니다.
인천에 정착한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홀로 계신 노모생각에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찾아뵙자는 결심이
이 핑계 저 핑계로 공염불에 그쳤습니다.
마음이 축축하고 쓸쓸합니다.
비 온 뒤끝이라 그렇다 애써 분위기를 바꿔보려 애써보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잘 모셔야 되는데
  잘 모셔야 되는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