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즐겼습니다.
일 년 중 다락골에서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모처럼 맞는 망중한입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휴가를 즐깁니다.

 

 

손바닥만 한 밭뙈기 하나 일구는데도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휴가를 핑계로 열흘 남짓 집을 비운 탓에 손을 써야할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습니다.
주말에만 잠깐 열릴 뿐 항상 닫혀져있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환기를 시키며 이불, 요 옷가지를 끄집어내 볕에 말립니다.

 


해거름이 시작될 무렵
연장들을 챙겨 옥수수를 수확했던 곳을 새롭게 꾸밉니다.
등걸에 붙은 흙을 털어낸 후 바지게에 담고 이랑을 멀칭했던 비닐을 걷어냅니다.
퇴비와 붕사비료를 뿌리고 쇠스랑으로 땅을  파 뒤집으며 이랑 두개를 하나로 붙여 새로 두둑을 만듭니다.
고무래로 흙을 곱게 다듬이다.
가래로 편편하게 땅을 고르고 그 위에 검정비닐을 다시 씌워 김장채소를 심을 곳을 미리 준비합니다.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부터 옆지기는 빨갛게 익을 첫물고추 수확을 합니다.
불순한 이상기온으로 부침이 심한 와중에서도 농약 한 번 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지금껏 잘 견뎌주었습니다.
첫물 고추라 흡족한 양은 아니지만 자연이 내린 선물을 감사하게 받아드립니다.
농사는 하늘이 일곱 몫, 사람은 세 몫이라는 말을 세삼 실감합니다.

 


초보농군시절
참깨는 그렇게 심는 것이 아니라는 둥, 고구마순은 뒤집어주어야 된다는 둥,동네사람들은  근처를 지나가다 하는 일을 보고  참견을 해댔습니다.
그런 충고는 지금처럼 농사를 일구게 된 커다란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무슨 작물을 심었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늘 관심을 갖고 묻기도 하고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서리태의 순을 무자비하게 쳐내 때  농사 망쳤다고 빈정댔던 이웃들이 솔선해서 순지르기를 하고 나섭니다.
가지분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가위로 시원하게 서리태의 줄기를 잘라냅니다.
잘려나간 잎사귀가 강한 햇볕에 쉬 마릅니다.

 


긴팔샤쓰까지 차려입고 두 손엔 장갑, 두 발엔 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눌러 써 살갗이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치장했습니다.
땀이 비 오듯 합니다.
땀 냄새를 맡고 온갖 벌레들이 몰려들어 윙윙거립니다.
물리고 쏘여 몸은 가렵고 따갑습니다.

 


매일 밭에 나가 산 다해도 농작물만 자라는 밭으로 꾸민다는 것은 욕심일지 모릅니다.
아무리 열심히 잡초를 뽑아대도 돌아서면 풀이 무성합니다.
주말마다 계속해서 내린 비 때문에 작물들을 재대로 보살피지 못했습니다.
허둥지둥하는 사이 들풀들은 거침없이 자랐고 이들 속에 작물들이 파묻힐까 안달했습니다.
호미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낮으로 조심스레 잡초들만 잘라냅니다.

 


요란하게 준비하는 것이 아직도 낯설어 작업복만 챙겨들고 내려오느라
생일을 맞은 옆지기에게 아무것도 준비 못했습니다.
풋고추엔 된장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여름은 더워야하고 땀을 흘려야 제 맛인데 날이 갈수록 여름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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