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찬바람이 매섭습니다.
열매가 떨어지고 서리가 내린 은행나무가지엔 마지막 남은 잎새 하나 없이 텅 비었습니다.
세상이 춥습니다.
수은주는 주저앉고 사람들 마음마저 얼어붙었습니다.
어깨가 움츠려들고 세상을 걱정하는 한숨소리가 길어집니다.

 

 

 

말 한마디가 허투루 들리지 않은 요즘
시절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희망까진 버릴 수 없습니다.
잎사귀를 떨쳐낸 매실나무에는 꽃눈이 벌써 부풀어 올랐습니다.
올봄에는 하나도 달리지 않았던 청매도 꽃눈이 제법 많이 달렸습니다.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뜨거웠던 여름 내내 해충들이 갈아먹어 상처가 난 가지들도 간혹 발견됩니다.
볼 쌍스러운 모습에 안쓰러워 부화가 끓어오릅니다.
군화발에 야무지게 차인 기분입니다.

 

 

 

 
상처부위를 도려내고 그 자리에 석회유황합제를 발라 상처를 치료합니다.
흰색수성페인트에 유황합제를 섞어 주간에 옷을 입힙니다.
붕사와 석회비료, 잘 썩은 퇴비를 듬뿍 뿌려 땅기운을 북돋아주는 일도 병행합니다.
뿌리를 땅속으로 깊게 뻗지 못하는 매실나무를 보호하기위해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볏짚을 들고 와 나무 밑에 푹신하게 깔아줍니다.

 

 

 

오래 머물지 못해도 다락골에 찾아온 보람을 채웁니다.

서릿발피해를 방지하기위해 마늘밭엔 한 꺼풀 더 투명비닐을 씌웁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겨울채비를 위해 손을 쓸 곳이 많습니다.
농장일이 끝나면 한겨울동안 다락골 쉼터를 비워야합니다.
지난겨울에는 월동준비를 나름대로 잘했다고 으스대고 자랑했다가 보일러가 터지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허전하고 시린 마음이 지금까지 남았습니다.
창틀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지 못하게 유리창엔 보온비닐을 시공하고, 수도꼭지와 보일러실배관은 동파방지용 열선을 칭칭 감아 맵니다.
곁에서 지켜볼 수 없어 팽배한 불안감 때문에 쉽게 손을 때지 못합니다.

 

 

세련되지 못한 서투른 솜씨였지만
묵묵히 가지를 다듬고 거름을 뿌리며  짚으로 감쌌습니다.
나무를 키우는 일은 가치 있고 소중한 일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일을 일궈가기 위해서는 행동이 따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거저 얻는 건 없습니다.
올겨울도 유난히 추울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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