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의 올바른 가지치기(1)

 

가지치기(전정, 剪定, pruning)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식물체의 일부, 주로 가지와 줄기를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조경수의 경우 가지치기는 나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가꾸고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조경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에 속한다.
올바른 가지치기 작업은 조경수의 안전, 건강, 미관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증진하지만, 가지치기를 잘못하게 되면 나무의 안전, 건강,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나무에게 한평생 고통과 피해를 주고 나무의 생명까지 단축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조경수의 건강과 미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죽은 가지, 병든 가지, 물리적 손상을 받은 가지, 미관을 저해하는 가지 등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몇 년씩이나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죽거나 병든 가지를 남겨 두면 부패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썩은 가지가 부러져

인명과 재산에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가지치기는 필요할 때 즉시 해야 한다. 

가지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지터기(잔지, 殘枝, branch stub)를 길게 남기지 않는 것과 또 줄기에 너무 바짝 붙여서 자르지 않는 것이다.
가지터기를 길게 남기면 절단 부위가 아물지 않아 이곳을 통해 부후균(腐朽菌)이 침입해서 수간의 부패를 유도한다.
또한, 가지를 줄기에 너무 바짝 붙여서 자르면 화학적 보호대(保護帶)가 들어 있는 지륭(枝隆, 가지밑살, branch collar)이 잘려나가

부후균이 쉽게 침입해서 줄기가 썩으면서 공동(空洞)으로 진행된다.
종래의 가지치기 방법은 밀착절단(flush cut) 또는 평절(平切)이라고 해서 가지를 자를 때,

가지의 절단면이 줄기에 평행하도록 줄기에 바짝 붙여서 절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밀착절단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가지치기의 표준방법처럼 사용되어 왔다.
오랫동안 수목의 부후에 관한 연구를 해 온 미국의 샤이고(A. L.- Shigo) 박사는 이러한 밀착절단 가지치기 방법이 줄기를 썩게 해서 공동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1979년에 자연표적(自然標的) 가지치기(Natural Target Pruning, NTP)라는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 방법의 타당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자연표적 가지치기’는 오늘날 가지치기의 표준방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과학적인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아직도 많은 조경수 관리 현장에서 종래의 잘못된 가지치기 방법을 답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조경수를 비롯해 수백 년 넘게 자라온 천연기념물 수목, 보호수, 노거수(老巨樹) 등 귀중한 나무들이 크게 훼손되고 있어,

올바른 가지치기 방법의 보급이 절실하다.


가지치기의 목적

가지치기를 하는 목적은 대상 작물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과수의 경우는 가지치기의 주목적이 과실 생산을 증진하는 데 있고, 임목의 경우는 우량한 목재를 생산하는 데 있다.

하지만 과실이나 우량목재 생산이 목적이 아닌 조경수의 경우,

가지치기는 첫째,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둘째, 나무의 건강을 유지하고, 셋째, 나무의 미관을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1. 인명과 재산의 안전도모
노거수와 같이 크고 오래된 나무에는 굵은 가지들이 말라 죽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지들은 자체의 무게 때문에 언제라도 부러져 떨어지면서 인명과 재산(건물 등)에 예기치 못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가로등, 교통신호 등을 가려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는 가지들,

보행자의 보행에 지장을 주는 가로수의 지하고(枝下高) 2.4∼2.7m 이내의 밑가지들,

전선에 접촉되어 감전 위험이 있는 가지들, 전화줄 등 통신시설에 장애(障碍)가 되는 가지 등도 그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다.
이처럼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가지들을 가장 먼저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가지치기를 안전을 위한 가지치기(safety pruning)라고 부른다.
종래의 조경수 가지치기 작업은 나무의 건강과 미관 증진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실행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무와 접하는 기회가 많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가지치기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2. 나무의 건강 유지
죽은 가지, 심하게 병든 가지, 상처를 크게 받았거나 부러진 가지, 서로 부딪쳐서 상처를 내는 가지,

자르다 남은 긴 가지터기(殘枝, branch stub) 등은 나무의 건강에 해로우므로 일찍 제거해야 한다. 죽은 가지, 가지터기, 병든 가지 등을 일찍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재질부후균(材質腐朽菌)의 침해를 받아 가지가 썩고 부후(腐朽)가 줄기로 진전되어 줄기까지 썩게 된다.
가지와 잎이 지나치게 무성해서 수관(樹冠) 내부로 공기유통이 잘 안 되고,

햇빛이 잘 닿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병의 발생을 조장하므로 가지를 적절히 솎아내야 한다.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가지들을 1차적으로 먼저 제거한 다음 2차적으로 나무의 건강에 해로운 가지들을 제거한다.

3. 나무의 미관 유지
조경수는 무엇보다도 미관이 중요하므로 균형 있는 수형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웃자란 가지(도장지, 徒長枝), 겹친 가지(교차지, 交叉枝), 너무 과밀하게 자란 가지들, 나무의 안쪽으로 뻗은 가지, 밑으로 처진 가지, 역지(力枝) 이하의 가지들,

원줄기에 발생한 잔가지들, 쇠약한 가지들, 자르다 남은 긴 가지터기 등은 나무의 미관을 저해하므로 제거한다.
어린나무 때부터 균형 있고 아름답게 나무의 모양을 가다듬어야 성목이 되어서도 그 모양을 유지하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므로

유목(幼木) 시절에 적절한 골격 전정을 해서 수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수의 미관을 유지하기 위해 나무의 모양을 가다듬고, 원하는 수형으로 만드는 가지치기 작업은 수종에 따라 다르며, 풍부한 경험과 예술적인 안목을 요한다.
나무의 미관을 증진하기 위한 가지치기는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가지와 나무의 건강에 해로운 가지들을 먼저 제거한 다음,

마지막에 실행하도록 한다. 또한, 가지치기는 작업의 안전과 편의 그리고 능률을 위해 나무의 위쪽부터 시작해서 아래쪽으로 해 내려온다.


가지치는 시기

가지치기의 적기는 수종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는 수목이 휴면 상태에 있는 늦겨울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경우 나무의 생육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중순부터 하순까지가 가지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가지치기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형성층의 세포분열은 봄에 개엽과 더불어 시작되기 때문에

이보다 조금 일찍 즉 늦겨울에 가지치기해서 봄 일찍부터 상처가 아물도록 하는 것이 좋다.
휴면기에 가지치기를 하게 되면, 활엽수의 경우 잎이 없고 가지만 남아 있기 때문에 나무의 골격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제거해야 할 가지들을 결정하는데 매우 편리하다.

또한, 겨울에는 병원균의 활동이 적으므로 가지치기로 생긴 상처를 통해 병원균이 침입하는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린나무와 이식목의 골격 전정, 성숙목의 수관 솎아베기(crown thinning), 수관 높이기(crown raising), 수관 축소(crown reduction)와 같은

수형조절을 위한 가지치기 작업은 나무의 휴면기에 실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죽은 가지, 부러진 가지, 병든 가지,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가지 등의 제거와 가벼운 가지치기는 연중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활엽수는 가을에 낙엽이 진 후부터 봄에 생장을 개시하기 전까지의 휴면기간 중에는 아무 때나 가지치기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추운 지방에서는 가을이나 초겨울에 하면 가지가 겨울 동안에 동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늦겨울에 실행하는 것이 좋다.
침엽수의 경우는 연중 아무 때나 가지치기를 해도 큰 무리는 없지만, 될 수 있으면 가지치기 할 때 수액과 송진이 적게 흘러나오는

겨울철이나 이른 봄 새 가지가 나오기 전에 실행하는 것이 좋다.
수종에 따라서는 단풍나무나 자작나무처럼 이른 봄에 가지를 치면 수액이 흘러나와서 상처 치유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수종들은 수액이 많이 흘러나오는 시기를 피해 늦가을이나 겨울, 아니면 잎이 완전히 나온 후에 가지치기를 한다.


올바른 가지치기

 

올바른 가지치기는 샤이고 박사가 개발한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인 ‘자연표적 가지치기 방법(Natural Target Pruning, NTP, 이하 NTP로 약칭)’에 준하여

가지를 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NTP에서 말하는

자연표적인 지피융기선(枝皮隆起線, Branch Bark Ridge, BBR)과 지륭(枝隆, 가지밑살, Branch Collar, BC)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피융기선이란 줄기와 가지의 분기점(分岐點)에 있는 주름살 모양의 융기된 부분을 말하는데, 지피융기선을 경계로 줄기조직과 가지조직이 갈라진다.
다시 말해 지피융기선은 줄기조직과 가지조직을 갈라 놓는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륭이란 가지밑살이라고도 부르며 가지를 지탱하기 위해 줄기조직으로부터 자라나온 가지의 하단부에 있는 약간 부어오른 듯한 불룩한 조직을 말한다. 

나무는 대부분 지륭 안에 가지보호대(保護帶, Branch protection zone)라고 부르는 독특한 화학적 방어층을 형성한다.
이 보호대는 가지를 잘랐을 때 외부에서 부후균이 줄기 내로 침입, 확산하는 것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활엽수의 경우 페놀(phenol)을 주체로 한 물질로, 침엽수의 경우 테르펜(terpene)을 주체로 한 물질로 조성되어 있다.   

자연표적 가지치기란 줄기와 가지의 결합 부위에 있는 자연표적인 지피융기선과 지륭을 표적으로 해서 가지나 줄기를 절단하는

즉, 자연의 이치에 따른 가지치기를 말하며, 지피융기선과 지륭은 모든 가지치기에서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자연표적 가지치기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지피융기선과 지륭이 잘려나가지 않도록 지피융기선의 상단부 바로 바깥쪽에서 시작해서 지륭이 끝나는 지점을 향해

가지를 절단하는 것인데, 이렇게 자르면 줄기조직이 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지의 보호대가 들어 있는 지륭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므로

병원균이 줄기조직으로 침입하는 것을 억제하여 줄기가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종래의 밀착절단(바투자르기, flush cut) 방법으로 가지를 자르게 되면

지피융기선 안쪽에 있는 줄기조직 및 가지보호대가 들어 있는 지륭이 모두 잘려나가기 때문에 상처가 잘 아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방비 상태가 된 줄기조직에 병원균이 침입해서 줄기조직이 썩고 공동으로 진행되기 쉽다.
우리 주변의 노거수, 공원수, 가로수, 마을 어귀의 정자나무, 학교와 직장의 녹음수 등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공동들로 줄기가 심하게 훼손된 나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밀착절단에 그 원인이 있다.

한편, 가지터기(殘枝)를 남겨 두고 자르면 상구(傷口)가 아물지 못하고 가지터기가 말라 죽으면서 부후균의 침해를 받아 줄기까지 썩게 되므로

절대로 가지터기를 남겨서는 안 된다.
출처:산림 
글,그림:나용준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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