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건강을 해치는 나무 옮기는 관행 9가지

이식 후유증으로 죽은 메타세쿼이아다.
이식할 때 잘못된 여러 가지 관행을 타파하지 못하면 이런 피해가 자주 나타난다.
 
봄 가뭄은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을 굶주리게 만들었던 단골손님이다.
지난 4월 중순부터 6월 말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두 달 반 동안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어 서울의 경우 100년 만의 가뭄이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많은 나무들이 말라 죽었다.
산에서 자라면서 뿌리를 깊게 내린 야생 나무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옮겨 심은 조경수들이 죽었다.
옮겨 심은 나무들은 뿌리를 깊게 뻗지 못했으니 가뭄을 견딜 수 없다.
산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던 낙락장송이 도시로 내려와서 말라 죽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제대로 옮겨서 관리하면 살릴 수도 있는 나무들이 죽어가는 것은 순전히 인간의 무지와 나쁜 관행 때문이다.
요즘 조경업자들이 과연 나무를 제대로 옮기면서 관리하고 있는지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너무 큰 나무를 옮기고 있다.
서양과 미국에서는 3m보다 키가 더 큰 나무를 옮기는 것은 특수 이식에 해당하여 부득이한 경우에만 실시한다.
독일에서의 기념식수는 우리 가슴 높이보다 더 큰 나무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 큰 나무를 옮기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지만 뿌리를 많이 잘라서 나무의 모양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처럼 작은 나무를 분(盆)을 크게 떠서 옮겨 쉽게 활착시키고, 서서히 모양을 잡아주면서 건강하게 기른다. 우리처럼 조급하게 나무를 심지 않는다.
큰 나무를 옮기면 뿌리의 80% 이상이 손실되기 때문에 지상부도 이에 맞추어 훼손되게 마련이다.
경북 안동시 용계의 은행나무는 키가 37m, 가슴높이둘레 14.5m로서 천연기념물이다.
임하댐 건설로 이 나무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0년 제자리에서 15m 들어올려서 살렸지만,

결국 나무 모양이 많이 훼손되어 당시 23억 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은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나무는 단연코 거목 이식의 세계 기록을 깨버린 사건이었지만, 아직 기네스북에 등재되지는 않았다.

 

안동시 용계 은행나무는 키 37m, 가슴높이둘레 14.5m인 거목인데 수몰을 막기위해 제자리에서 15m 들어 올렸다.

아무리 많은 예산(1990년 당시 23억 원)을 써도 큰 나무를 옮기면 후유증으로 수형이 훼손되기 마련이다.

 

둘째, 이식 시기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공사의 준공기간에 맞추어 나무를 연중 아무 때나 옮겨 심는다.
나무를 이식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는 이른 봄이다.
온대지방 나무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적기에 해당한다.
잎이 나온 다음에 옮기는 것은 그만큼 위험 요소가 커진다.
가을 이식은 서양에서는 권장하지만 한국에서 그리고 특히 요즘과 같이 지구온난화 현상이 일어나는 때에는 삼가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가을과 겨울에도 비가 가끔 오기 때문에 가을 이식이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가을은 매우 건조하며,

특히 겨울철 이상난동(異常暖冬)이 겨울 가뭄과 함께 수반될 때 상록수를 옮기면 겨울 내내 증산작용을 하다가 봄에 별안간 말라 죽는다.

 

셋째, 사전 뿌리돌림을 게을리한다.
큰 나무를 옮길 때에는 최소 2년 혹은 3년 전부터 뿌리돌림을 미리해서 적응 기간을 가지면 이식 후 활착이 쉬워진다.
미리 뿌리돌림을 해서 그 기간 동안 가는 뿌리를 많이 발생시킨 후 분을 제작해야 한다.

 

나무를 옮기기 2~3년 전에 뿌리돌림을 미리 실시하여 세근의 발달을 촉진시키면 이식 후 활착이 쉽다.

 

넷째, 잘못된 분(盆)의 크기와 모양이다.
미국 국립표준협회에 의하면 분의 크기는 지상 30cm 높이에서 잰 직경을 기준으로 하여 직경 15cm 미만은 직경의 10배, 직경 30cm 이상은 직경의 6~8배로 되어 있다.
국내보다 훨씬 더 크게 분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의 모양이 국내에서는 우리 전통식 팽이 모양을 닮고 있다.
밑으로 필요 없이 깊게 파낸다는 뜻이다.
서양에서는 접시 모양을 강조한다.
분의 직경이 300cm일 때 분의 깊이는 100cm로 충분하다는 표준협회의 기준이다.
아무리 분이 더 커지더라도 분의 깊이를 2m 이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용계 은행나무의 경우 가슴높이둘레가 4.6m였는데, 분의 직경이 13.0m, 깊이가 4m로 직경은 너무 작으면서 필요 없이 분을 깊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굵은 뿌리는 밑으로 깊게 2m까지도 내려가지만, 가는 뿌리는 쉬지 않고 새로 만들어지면서 호흡을 많이 하기 때문에 산소가 많은 겉흙 가까이에 모여 있다.
가는 뿌리의 90% 이상이 겉흙 20cm 깊이에 모여 있기 때문에 가는 뿌리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분의 깊이보다는 직경을 될수록 크게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분의 모양이다.
아무리 분이 크더라도 분의 깊이는 2m를 초과할 필요가없으며, 대신 분의 직경을 더 크게 해야 한다.
용계 은행나무는 분의 깊이가 4m 였다. 


 

다섯째, 분의 운송 시 소홀함이다.
봄 늦게 혹은 여름에 잎이 상당히 나와 있는 나무에 덮개도 씌우지 않은 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트럭을 자주 볼 수 있다.
마구 달리는 트럭 위에서 분에 금이 가고 잎이 마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섯째, 나무를 너무 높게 심는 상식(上植)을 한다.
상식은 연중 비가 너무 자주 와서 과습(過濕)한 곳에서만 시행하는 변칙적인 식재 방법이다.
요즘 이 방법을 모든 나무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기후는 한 달간의 장마철을 제외하면 나무에게 항상 물이 부족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특수지역(예: 배수불량 지역)을 제외하면 절대 높게 심으면 안 된다.

 

너무 높게 심어 가뭄을 타고 있는 느티나무의 모습이다.
상식(上植)은 배수가 안 되는 곳에서만 사용하는 특수 식재 방법이며, 한국처럼 봄철 가뭄이 심한 곳에서는쓰면 안 된다.

 

일곱째, 분을 감싸기 위해 고무바를 사용한 후 제거하지 않는다.
고무바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독한 냄새가 나고 100년 이상 썩지 않아 환경오염을 시킨다는 일반적인 상식 이외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나무를 옮긴 직후 물을 주면서 ‘죽쑤기’를 실시할 만큼 분의 표면과 채워 넣은 주변 흙과의 밀착을 강조한다.
그만큼 분 주변에 다져지지 않은 엉성한 흙이 남아 있으면 뿌리가 마른다고 한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고무바가 모세관(毛細管) 형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나무가 증산작용을 하면 분 안의 물을 먼저 고갈시키며, 이어서 분의 주변으로부터 물이 분 안으로 이동해야 한다.
주변의 물이 분 안으로 이동하려면 분의 표면과 주변 흙 사이에 모세관이 연속적으로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무바는 분의 주변을 싸고 있어 연속적으로 모세관이 형성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고 있다.
즉 고무바가 뿌리의 수분 흡수를 방해하면서 뿌리가 제대로 밖으로 뻗을 수 없게 만든다.
고무바를 쓰는 조경업자는 세계에서 한국뿐이며, 고무바를 슬그머니 땅속에 남겨 두고 별일 없다고 억지 주장하는 업자도 한국밖에 없다.
고무바 이외에 뿌리를 녹화마대로 감싼 후 제거하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다.
요즘에는 천연적으로 썩는 마대를 쓴다고 하지만, 그래도 썩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며, 뿌리의 발달을 방해하기 때문에 땅속에 들어간 마대는 모두 제거해야 한다.
겉으로 노출된 마대는 심지 역할을 하면서 물을 땅 표면으로 끌어 올려 흙이 더 빨리 마르게 한다.

 

이식 후 고무바와 철사를 제거하지 않은 모습이다.
고무바는 분과 주변 흙과의 연속적인 모세관 형성을 차단하여 뿌리의 수분 흡수를 방해한다
.


여덟째, 이식 시 ‘물집(물웅덩이)’을 설치하지 않는다.
옮겨진 나무는 뿌리를 80% 이상 잃어버렸기 때문에 수분 부족이 온다.
평지뿐만 아니라 특히 경사진 곳에 심겨진 나무에 물집이 없으면 물을 제대로 줄 수 없다.

 

이식할 때 물집(물웅덩이)을 만들지 않아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 생긴 단풍나무의 건조 피해다.

 

아홉째, 이식 후 관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마철을 제외하면 비가 별로 오지 않는다.
봄에 옮겨 심은 나무가 장마가 찾아오는 7월 초까지 3개월 동안 물 한 번 주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가을에 옮겨 심은 나무는 겨울이 몹시 추우면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소나무 같은 상록수를 가을에 옮기고 난 후,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 소나무는 겨울에도 증산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분이 부족하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겨울철이 가물 경우에는 물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
소나무는 건조에 견디는 능력이 커서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조경업자들이 있다.
산에서 저절로 자라고 있는 야생 소나무는 내건성이 있겠지만, 뿌리를 80% 이상 제거시킨 옮겨 심은 소나무가 물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의 일이다.
나무는 뿌리가 깊이 내려가므로 초화류만큼 관수를 자주 할 필요가 없지만, 대신 관수할 때는 겉흙의 60cm 깊이까지 젖도록 한 번에 많은 물을 주어야 한다.

 

이식할 때 물집을 제대로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이식목은 물을 흠뻑 자주 줄 수 있어야 하며, 물집 설치는 필수적이다.

 

위에서 지적한 9가지 관행은 나무를 옮겨 심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거나 혹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항들이다.
선진국에서는 위의 사항을 철저히 배제하여 옮긴 나무들이 건강하게 활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 조경 역사는 40년밖에 안 된다.
짧은 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지만,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비양심적인 업자들에 의해서 아까운 나무들이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처럼 원칙에 충실하면서 제대로 나무를 옮겨야 한다.
위의 9가지 관행을 모두 극복한다면 나무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
작은 나무를 정성껏 옮겨 경제적이고 알찬 조경을 하자.
출처:산림
글·사진 : 이경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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