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골에도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소싯적엔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한기를 이용해서 관의 주도로 객토작업이 벌어지고 했습니다.
객토작업은 쓰던 흙에 다른 흙을 보태 토양성분을 개선시켜 땅심을 북돋우는 작업이지요.
관에서 덤프트럭으로 신작로 가에 수북하게 쌓아 둔
황토를 부모님은 머리에 이고, 지게에 지고,
마치 평균대 연기하듯 비좁은 논둑길을 가로질러 자기 땅뙈기로 퍼 날랐습니다.
뼛골 빠지게 힘든 일이였습니다.
"이 밭뙈기는 마늘만 빼고는 다 잘 되는 땅이여유."
옛 땅주인이 전해준 말처럼 여섯 해 농사를 짓는 동안 마늘농사만 성에 차지 않았을 뿐 다른 밭작물은 그런 대로 잘 꾸려왔습니다.
올해 마늘을 심을려고 예정해둔 곳도 모래가 섞여 마늘농사에 썩 좋지 못한 토질입니다.
궁리 끝에 뒷산에서 누렇고 찰진 황토를 퍼와 토질을 바꾸기로 작심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서른 수레를 담아오기로 계획하고 패기 있게 시작했지요.
다른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루 종일 스무 대여섯 수레를 옮기고 나서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비좁은 산길이라 기계나 장비의 도움을 빌릴 수 없어 외발수레에 황토를 삽으로 퍼 담아 옮기는 일은 고행이 따로 없었습니다.
퍼온 흙을 고르게 펼치고 붕사와 석회를 뿌렸습니다.
마늘은 크면서 엄청 거름을 많이 먹는 작물인지라 잘 썩은 닭똥거름을 듬뿍 넣고 관리기로 1차 로터리작업까지 마쳤습니다.
혼자 갔다 하마터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떨 거냐고 집에 돌아와서 옆지기에게 된통 혼났습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팔다리가 얼얼하네요,
그래도 배우고 실천하는 일은 늘 신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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