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봄이지만
봄은 언제나 새롭고 설렙니다.
봄은 시작이고 기대를 갖게 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겠지요.
봄기운에 놀라 겨울이 꼬리를 감출 즈음 다락골을 찾았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여서 더 불안했습니다.
이른 아침,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오던 내내
기대와 설렘으로 들떠있던 여느 해와는 다르게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다시 봄이 찾아왔지만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를 맞아도 몰아서 맞자.
한번쯤 내려와 둘러볼 수도 있었건만,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둘러대며 별 탈 없이 잘 견뎌내기만을 소망했습니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질 않았습니다.
무사하기를 바랐는데.......
씁쓸하네요.
기름보일러 전원스위치를 켜자,
윙하고 돌아가는가 싶더니,  멈추고 보일러 안에서 물이 세어 나옵니다.

옆지기가 몸이 무겁다 고해서
어제 오후에 내려올 것을 아침에 내려왔는데
하며트면 보일러가 고장 나 온기가 끊긴 시골 움막에서 하룻밤을 덜덜 떨며 보낼 뻔했습니다.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져있다
또 다른 후회는 만들지 말아야겠지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난 가을  겨울채비를 천천히 복기해보았습니다.
자연 앞에 당당히 맞서 야무지게 겨울채비를 했다고 자랑했는데, 또 빈틈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봄심(春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매섭습니다.
살갗을 후벼 파는 칼바람이 볼기를 때리네요.
일찍 시작된 겨울 때문에 땅이 얼어 미처 거두지 못했던 초석잠을 수확합니다.
강바닥에서 금을 채취하듯,
한 겹 한 겹 흙을 헤치고 그 속에서 골뱅이처럼 생긴 초삼잠을 추려내는 일은 손과 정성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몸살이 나서
자기 한 몸도 간수하기 힘겨울 텐데,
따라와 일을 거드는 옆지기가 안쓰럽습니다.
병이 도지진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됩니다.
동토에 겨울을 이겨내고 초석잠이 싹을 틔웁니다.
봄의 태동을 느낄 수 있네요.

 

 

지난 가을 담아둔 동치미와 단무지를 처음 맛봅니다.
영락없이 예전에 어머님이 담가주셨던 그 맛입니다.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노란 색감은 덜하지만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은 일품입니다.
잃어버렸던 식감을 되찾은 것 같아 흐뭇하네요.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바라는 일들이 이뤄지길 소망하며 두 손을 모음이다.
천지신명이시여!
비옵건대,
다락골과 인연을 맺은 모든 영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해주시고,
더도 덜도 말고  햇볕과 비, 바람을 적절하게 하사하시여 항상 키우는 즐거움과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 기쁨에 충만 되게 하옵소서.
고하노니,
하찮은 생명이라도 소홀히 다루지 않게 해 주시고
발길이 닿는 길과 들판에서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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