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자욱한데 가긴 어델가."

"가야 돼,할 일도 많고 지난주엔 비때문에 가질 못 했잖아,궁금하지도 안해?"

"이 먼지 속에서 무얼 할려구? 어제 비가 와서 밭에도 목 들어 갈 껄 뮈."

"가서 당귀도 심고 퇴비도 펼쳐야지......"

"에이씨, 피곤한데,난 따라만 가니까 일은 안 한다."

"알았어, 일 안시킬께,동무만 해 쥐."

 

인천에서 당진으로 가는 서해안 고속도로는 평소와는 다르게 한가했다.

봄 나들이 차들이 많을 법도한데 지독한 황사먼지때문에 나들이를 자제한 듯 싶다.

인천 집에서 당진 다락골까진 거리상으론 약 100카로미터정도 안 막히면 한시간 남짓 걸린다.

도착하니 2주전에 비닐멀칭필름을 벗겨놓은 마늘이 우릴 반긴다.

너무 늦게 비닐을 벗겨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법 마늘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서둘러 보일러를 점검하고 밭에 발을 내 딛으니 땅이 제법 말라있다.

옆집에 들려 인사드리고 리어커며 포오크를 빌려왔다.

미리 준비해 놓았던 퇴비를 밭에 펼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문득 철없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중.고등학교 다닐때 나는 이맘때쯤의 일요일이 싫었다.정말 그랬다.

마땅한 농로도 없었던 그 시절 일손이 부족했던 부모님들은 몇주에 걸쳐 일요일이면 거름을 냈다.

집에서 산 비탈 밭까지 머리에 이고 지게에 지고 하루종일 내내........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아버님,어머님 그 분들이 더 그립다.

 

힘이 든다. 지쳐 간다.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차츰 짜증도 난다.

옆지기는 신이 나 있다.

어느센가 쪽파, 시금치, 냉이며 쑥을 한 움끔 케어 신나게 다듬고 있다.

자긴 일 안시키기로 했으니 약속을 지키라 엄포다.야속타.

늦은 점심시간 옆지기는 준비한 봄나물로 맛깔스럽게 한 상 차려낸다.

모처럼 대하는 고향의 정겨움, 힘든 피로가 단숨에 가신다.꿀맛이다.

오후에도 노동의 강도는 도를 더 한다.

안쓰러워 보였는지 옆지기도 거들고 나선다.

한번도 해 보지 않은 농사 쇠똥냄새며 이러저러한 역겨운 냄새에 잠시 역정을 냈다 이내 적응해 낸다.

한결 일이 수월해진다.

해가 서쪽 산 마루에 걸칠 무렵 퇴비를 밭에 다 펼치고 규산질 비료 10포대도 서둘러 뿌렸다.

곧은터에서 마련한 당귀를 심을 차례

작년 늦가을에 파종한 더덕밭옆에 이랑을 만들고 당귀를 심었다.

100주를 구입했는데 20주이상을 더 주신 것 같다. 고맙다.

잘 키워 고마운 분들께 손수 당귀차 한 잔 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돌아오는 고속도로 어둠은 내리고 아직도 황사먼지는 자욱하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쑤시고.....

그러나 그 뒤에 �아오는 알수없는 뿌듯함.

나는 이 맛에 다락골에 간다.

불빛에 �아드는 불나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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