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만에 찾은 다락골은 한 해 농사준비를 위해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펴고있다.트랙타로 밭갈이하는 이,비닐멀칭을 하는 이,논 짚푸라기를 테우는 이......
 4월의 햇살은 따스함을 더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푸르름으로 차차 도색되어 간다. 참취,두릅순, 엄나무 순이 제법 자라 "날 가져 가세요" 유혹의 손길을 내 보이는가 싶더니 주변의 매발톱꽃은 꽃 봉우리를 살며시 내 보이고 엄나무 밑에 자리잡은 수선화는 만개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중간고사 준비에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딸,아들 두 놈은 집에 남기고 옆지기와 새벽바람을 마시며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라탓다.
 당진읍 종묘상에 들려 상치,오이묘목을 구입하려 했으나 시절이 빠르다 하여 
상치씨앗과 열무씨앗만 구입하고 다락골로 이동했다.
 잡초들이 영역확장에 열심인 그곳에는 더덕과 도라지가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한다.동산엔 자목련,수선화,진달래가 허들해지게 만발해 있고 둥굴레,매발톱,꽃잔디가내일이라도 꽃봉우리를 터뜨릴 양 봉우리 봉우리마다 마치 복쟁이 부풀어 오른 뱃돼지처럼 한껏 부풀어 있다.

 겨울내내 흘러내린 토사며 막힌 배수로 정비작업부터 일을 시작하여 마늘밭
웃거름을 시비한다.
 질소비료에 황산카리를 섞어 뿌려주고 옆지기와 마주보며 호미로 흙을 북북 긁어주며잡초 제거겸 북돋아 주기를 한다.
 살아가는 이야기며, 자식들 걱정,주변사 이야기를 하다보니 일이 끝이 보인다.
 이웃어르신이 건너오셔서 마늘이 잘 되었다 하시며 점심식사를 같이하자 하신다. 부담됨에 한사코 사양했으나 막무가내다.따라가니 두릅이며 취나물로 차린 상을 내어 오신다.
 쌉싸한 두릅향이 입안 가득하고 막걸리 한 잔 곁드리니 세상에 이보다 더 한게 있으랴!
 점심 마치니 집에 가서 먹으라 하시며 귀한 두릅을 한 움큼 싸 주신다.
 가슴 뭉클하다.
 여러가지 집안 문제로 힘들 것인데 내색 안 하시고 7대가 살아 온 고향을 떠날 수 없다 하시며 묵묵히 오늘도 다락골 한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순박하고 곱디 고운 할머니,할아버지...... 주변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내시길 기원해 본다.

 


 커피 한 잔을 입에 쓸어 담고 오후 일과를 시작한다.
 작년 늦 가을에 파종하고 볏짚으로 덮어 놓았던 더덕,도라지밭에 볏짚을 들추어 내니 어린모들이 씩씩하게 올라와 있다. 생명의 경이로움이 느켜진다. 들추어 낸 볏짚은 가지런히 정리하여 잘 묶어 비가 맞지 않게 원두막 한 켠에 차곡히 정리해 둔다.
 5월에 고추심고 헛골에 깔아주기 위해서다. 3주전에 퇴비 펼쳐 놓았던 곳에
석회비료를 뿌린다.  300평에 20키로그램들이 석회비료 10포대를 밭 골고루 뿌렸던니하얀 석회가루가 바람에 날려 온몸을 하얗게 화장하여 준다.
 밭 한켠에 꽃밭도 일군다. 곧은터에서 나누어 준 꽃씨며 수세미,여주,맨드라미,금잔화,초롱이꽃 등을 정성스럽게 심는다.  옆지기는 오늘도 자기가 큰 일했다 자랑이이만 저만이 아니다. 논두렁에서 미나릴 케어 오고,뒷 산에 가 머위잎,참취,두릅순도 따 왔다.지천에 깔린 봄쑥도 제법 뜯어 왔다. 시금치,쪽파도 한 소쿠리 장만했다.
 월요일엔 두릅무침,화요일엔 취나물,수요일엔........  벌써 일주일 식단이 짜여 진다.
 팔불출이면 어떻랴.  못난 지아비 만나 평범함을 맛 볼 줄 아는 당신이 나는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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