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 환해 눈을 떳다.
시계바늘은 새벽 5시20분을 가르키고 있다.
주섬주섬 옷을 챙기니 옆지기도 이내 동행한다.
어제 회사일 마치자 마자 마약에 홀린양 다락골로 향하는 고속도로 무리속에 합류했다.
작년 늦가을 파종하여 개망초, 바랭이등 온갖 잡초로 뒤범벅이된 더덕,도라지밭에서 못된 잡초녀석들을 제거하다 시간에 쫓겨 주변의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이 그냥 다락골 쉼터에서 잠을 청했었다.
맑은 공기에 몸과 마음이 신선하다.
이른시각 한적한 시골은 적막감마저 감돈다.
저 만치서 벌써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웃분도 몇 분 계신다.


봄가뭄이 제법 깊어 양수기로 물을 끌어 올려 모내기 준비등을 하려 바쁜 나날이다.
모내기가 끝난곳도 더러 있고 나머지 논에서도 이것 저것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완두콩이 도톰하게 꼬투리를 만들며 여물어 가고 있고 상치며 쑥갓,아욱,열무들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추어 간다.
농장을 한 번 둘러보고 호미를 꺼내 들고 잡초제거부터 작업을 개시한다.한 손으론 호미로 북북 긋고 또 한손으론 잡초를 잡아 뽑고.....
이름도 생소한 잡초들과 전쟁이 계속된다.
마늘, 양파가 제법 비대해져 있다.
습기가 어느정도 유지된 토양에서 성장한 대부분의 마늘과 양파는 생육정도가 양호했으나 밭 한쪽 매마른 곳의 마늘은 지난번 관찰했을 때 보다 성장이 둔화되어 있다.토질상의 문제일까?관수가 덜 되어서 그러는 것일까?마늘잎이 타들어가고 도통 상태가 좋지않다.
옆집 밭에서는 스프링쿨러가 연신 돌아가며 물을 뿜어대는데 그 집 마늘은 보기에도 튼실해 보인다.
어린적 시골에선 텃논에 마늘을 심곤하셨다.마늘은 밭에 심는 것이 아니냐 물으면 봄 가뭄에 마늘이 타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시면서 말이다.
이제사 조금 이해가 되려한다.
서둘러 관수작업도 병행했으나 과연 이 곳에서 제대로 된 마늘을 수확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생각되로 되지 않은 농사일이기에 실망감이 더해진다.
실망감에 기분은 엉망이고 이내 일도 하기 싫어진다.
밥달라 보채니 옆지기가 준비한 여러 야채로 한 상 차려 준다.막걸리 곁드리이며 성찬을 즐긴다.

 

5월 20일쯤 이곳 다락골에선 참깨를 노지파종한다.
처음 농사를 시작한 작년엔 참깨를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노지파종하여 종자가 발아가 되지 않아 들풀들의 향연만 바라보고만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직파후 비닐멀칭작업을 하기로 계획했다. 복합비료를 밑거름으로 시비하고 쇠스랑으로 쓱쓱 �으며 폭이 60cm-70cm되게 이랑을 만들었다.
한 이랑에 두 줄씩 파종할 요량으로 고추 심을 땐 구멍냈던 기구의 간격을 20cm에 고정하고 그 기구를 이용하여 나는 앞에서 살짝 구멍을 뚫고 가면 옆지기가 그 안에 참깨씨앗을 3-4개씩 파종하고 그 위를 흙으로 살짝 덮고 흰색 비닐로 멀칭하기로 했다.
작업이 몇 구멍 진행 되었을 때 건너밭에서 일을 하시던 이웃 할머니 두 분께서 건너 오시며 하시는 말씀 "참깨를 그렇게 심으면 다 타 죽지"
우리가 참깨를 심는다 하니 걱정되어 지켜 보시다가"우리 일도 바빠 죽겠는데"하시며 건너 오신 것이다.
"무슨일 하셨어요"라고 물으니 참깨,녹두,조생종 매주콩을 심고 있는 중이시라 한다.
할머니 말씀은 우리가 진행했던 방식으로 씨앗을 파종하면 발아되어 새싹이 올라오면서 비닐과 바로 접촉하게되어 비닐안의 고온으로 인하여 싹이 금새 녹아 버린다는 것이다.
한 할머니가 내가 만들어 놓은 이랑위에 약 20cm간격으로 깊이10cm정도로 두개의 골을 만들고 나가면 다른 할머니가 그 위에 씨앗을 4-5개씩 15-20cm간격으로 파종한다.그렇면서 우리더러 골이 훼손되지 않게 살짝 흙을 덮어주고 (깊이 씨앗이 묻히면 발아가 안 됨)물을 충분히 뿌려주라 하신다.
그런 다음 비닐로 멀칭을 하되 씨앗을 파종한 골이 훼손 되지 않게 조심해서 작업을 하시라 하신다.이렇게 하면 씨앗의 발아가 잘 될 뿐만아니라 어느정도 성장하여도 만들어진 골의 여유공간때문에 고온에 타죽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발아가 되고 어느정도 성장하면 면도칼로 비닐을 쭉쭉 찢어 주고 적당한 간격(15-20cm)을 유지하며 솎아주기을 하면서 병행해서 그 골에 흙으로 북주기를 해 주면 강한 비바람에도 쓰러지는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 하신다.찰라 어린적 부모가 세찬 비바람에 쓰러진 참깨를 바라보며 속상해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해진다.
그 분들의 당부 말씀은 계속된다.참깨 파종후 바로 헛골에 제초제 살포는 금하라는 것이다.
북주기시 헛골의 흙을 이용하기 함으로 약해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에 제초제를 살포할 계획이면 북주기가 끝난 후에 실시해야만 작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신다.
어찌 이 고마움 답할 수 있으랴.
살아감에 맘속에 담고 되새기며 살아 갈 것이다.
오늘도 많이 공부했다.조금만 응용하면 다른 작물재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분의 할머님들이 기르쳐 준 방법으로 여동생이 보내준 검정깨(흑임자)4이랑과 참깨4이랑을 파종하고나니 해가 머리 바로 위에서 씩씩거리고 있다.


오후 작업은 쪽파종구를 채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장이며 그 동안 온갖양념 및 밑반찬 재료로 즐겨 먹었던 쪽파가 알이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지고 잎사귀는 노랗게 퇴색되어 식용으로서의 가치가 상실되어 가을 파종을 위해 종구를 채취하여 서늘한 그늘에 건조시켰다. 다음주에는 이것을 굴비엮듯 엮어 서늘한 곳에 보관할 것이다.
비대해진 쪽파의 종구채취가 늦어지면 그곳에서 구데기가 발생하여 썩어 버린다 한다.
2주전에 노지정식한 고추는 본 밭에 활착이 잘 되어 있다.
고추는 초기 생육이 중요하다던데 키가 제법 많이 자랐고 줄기들도 많이 발생되어 있다.
나무마다 하얀 예쁜 고추꽃도 피여있고 더러는 풋고추도 몇개씩 모습을 보인다.
아직은 병충해나 영양겹핍으로 인한 문제는 관찰되지 않는다.
고추와 같은날 이식한 옥수수도 작황은 좋아 보인다.
포트육모한 100그루와 직파로 100그루정도를 파종했었는데 직파한 씨앗은 발아가 100%로 되어 본잎이 3-4개씩 나와 있고 포트에서 이식한 100여그루는 본잎이 7-9개씩 성장해 있고 더러는 곁순도 하나 둘씩 발견된다.곁순을 제거하고 포트이식한 100여주에 대해서는 그루와 그루사이에 구멍을 내고 그곳에
요소비료를 한 스푼씩 1차 웃거름을 시비한다.
곧은터에서 어느분께서 그랬다.
매주마다 50여그루씩 옥수수를 파종하면 수확시기가 조정되어 매주 농장에 올 때마다 싱싱한 옥수수를 맞 볼 수 있다고....
이번에도 포트 육모한 50여 그루와 직파로 100여그루의 옥수수를 밭에 심었다.
이렇게 심다보면 올 여름과 가을엔 맞있는 찰옥수수로 열심히 피리를 불 수 있을 듯 싶다.

 


 

 

 

 

 

 

 

 

 

 

 

'다락골사랑 > 다락골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일기  (0) 2007.06.06
농사가 저절로 되는 줄 알아!  (0) 2007.06.04
"고추는 그렇게 심는 것이 아녀!'  (0) 2007.05.07
3주만에 찾은 다락골  (0) 2007.04.23
대학찰옥수수포트파종  (0) 2007.04.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