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의 핵심은 흙을 살리는데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건강한 흙에서 건강한 작물이 자라게 되고 작물이 건강하면 병해충에 견디는 힘도 강해서 굳이 농약을 사용할 필요도 없게되니까요. 고추농사를 짓다보면 똑같은 토양에서 자라나는 고추인데도 어떤 고추나무(열대에서는 몇 년씩 자라는 다년생이라고 하니 나무라고 표현해보죠)에는 진딧물이 달려들고 어떤 것에는 전혀 달려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튼튼하게 자라나는 작물에는 진딧물이 달려들지 못하는 것을 알게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건강한 작물에 영양도 많으니 진딧물이 많이 달라 붙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을 보면 튼튼한 작물의 껍질층은 워낙에 단단해서 진딧물이 달려들어도 영양분을 빼먹을 수 없기에 진딧물이 아예 달려들지를 않는 것이죠. 건강한 사람이 병에 잘 걸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유기농에 있어서 가장 골치아픈 문제 중 하나가 병해충 방제인데 건강한 작물은 병해충에 강하기 때문에 건강한 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은 그만큼 유기농업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는 것처럼 '건강한 토양에서 건강한 작물이 나온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떤 토양을 좋은 토양, 건강한 토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람에게 있어서도 쾌식, 쾌면, 쾌변하면 일단 건강하다고 봐줍니다. 토양에 있어서는 보수성과 보비성, 즉 수분과 양분의 보유능력이 우수하고 통기성과 투수성, 공기순환과 물빠짐이 좋으면 일단 좋은 토양이라고 합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서 아래 그림을 참조해보도록 하죠.

홑알구조는 한자어로 단립(單粒)구조라고 하고 떼알구조는 입단(粒團)구조라고 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홑알구조는 흙알갱이가 흩어져 있는 관계로 바람이 불면 날라가기도 쉽고 비어있는 공간 사이로 물이나 양분이 금방 빠져나가게 되겠죠. 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미세점토가 들어가게 되어 결국은 꽉 막히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공극이 없게되어 물이 들어갈 틈도, 공기가 들어갈 틈도 없어지게 됩니다. 반면에 떼알구조는 작은 알갱이들이 뭉쳐서 큰 알갱이를 형성하게 되어 작은 알갱이들 사이에는 작은 공극이, 큰 알갱이 사이에는 큰 공극이 형성이 됩니다. 작은 알갱이 사이에 들어온 물과 양분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나중에 작물이 필요로 할 때 수분과 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저장고 역할을 하게되며 큰 알갱이 사이에 있는 공극들은 필요 이상의 수분을 외부로 배출하는 배수로 역할을 하게됩니다. 

즉 떼알구조의 토양은 양분저장창고와 물탱크, 그리고 배수로 등이 완벽하게 갖춰진 훌륭한 집이라면 홑알구조는 물과 양분을 보관할 수도 없고 배수로도 제대로 안갖춰진 모래만 펄펄 날리는 황무지 벌판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디에서 사시고 싶겠습니까...^^  작물들도 똑같습니다.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 자라고 싶어하고 또 그런 곳에서 자라나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사람들이 원하는 열매를 많이 맺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토양을 떼알구조로 만들수 있을까요? 정답은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먹고 진득진득한 균사를 내놓는데 이것이 흙을 입단화하는 본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생물이 많이 살게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을 많이 주어야 되겠죠? 화학비료만 주게되면 작물의 먹이가 되는 질소, 인산, 칼륨 등의 영양분은 공급이 되지만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없기 때문에 토양을 입단화할 수 없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농약이 안좋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왜 화학비료가 안좋은지 이해가 안간다. 유기물도 땅속에 들어가면 결국 무기양분이 되어서 식물에게 흡수되는 것이고 화학비료도 따지고 보면 무기양분 덩어리일뿐인데 왜 안좋다는 것이냐?"라고 의아해하십니다. 한마디로 답한다면 "화학비료에는 미생물의 먹이가 없고 유기질 비료는 미생물의 먹이로 가득하다"라는 것입니다. 토양 1g 속에는 약 1억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화학비료를 주로 사용하는 국내의 토양에는 수천마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거의 전멸하다시피한셈이죠. 미생물은 토양을 입단화하는 역할외에도 공중에 있는 질소를 끌어내려서 식물에게 주기도하고 식물 뿌리끼리 연결해서 서로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교환시켜주는 역할도 합니다. 또 살아서 작물에게 그렇게 유익한 일들을 많이 해놓고 죽으면 그 몸 자체가 작물의 영양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진짜 농사는 미생물들이 지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생물이 충분한 토양에는 나중에 거름을 거의 따로 안 줘도 될 정도가 됩니다. 사람은 그저 미생물들이 마음놓고 잘 살 수 있는 토양만 만들어주면 아주 손쉽게 농사지을 수 있게되는 것이죠.

 

위 그림은 근류균에 의해서 질소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균근균에 의해서 각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들이 교환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반대로 미생물이 없는 토양에서는 작물들이 튼튼하게 자랄 수가 없게되니까 오히려 병해충들이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서 농부들은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사용하게 되겠죠. 결국 겨우겨우 살아남은 미생물들마져 발을 붙일 수 없는 땅이 되게되어 결국에는 영양가치 하나도 없는 황무지가 되고 맙니다. 소위 '사막화'현상이라는 것이 일어나게 됩니다.

한농마을의 농토에서는 누구든지 유기농사를 쉽게 지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생태계가 회복이 되었기 때문이죠. 작년부터 고추농사를 좀 지어봤는데 고추 몇 그루에 진딧물이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바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될지도 몰라서 하루이틀 지내다 가보니 예쁘게 생긴 무당벌레들이 나타나더군요. 나중에 알아보니 무당벌레 한 마리가 평생 잡아먹는 진딧물 숫자는 약 7,000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고추나무 한그루에 무당벌레 3~4마리만 있으면 진딧물 걱정이 필요없다는 거죠. 그래서 무당벌레를 가르켜 일명 '움직이는 농약'이라고도 하더군요.

 

진딧물을 막아주는 고마운 친구들이죠...^^ 진딧물을 잡겠다고 농약을 치게되면 이 고마운 친구들도 잃고 맙니다. 더 큰 문제는 진딧물은 농약에 대한 내성을 가진 새로운 독종들이 되어서 나타나게 되는데 이 친구들은 그만 영원히 잃어 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서 짓는 농사, 즉 생명을 살리기 위한 농사인데 어찌보면 지금까지는 죽이는 농사가 되지 않았나합니다. 땅속 미생물도 죽이고, 땅도 죽이고, 해충도 죽이지만 익충도 죽이고, 결국 생태계도 죽이고 나아가 사람까지도 위태하게 되는 현실에 이르게 된 셈이죠. 조금 시간이 걸리고 좀 먼길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이제는 미생물도 살리고, 땅도 살리고, 곤충들도 살리고 그래서 결국 생태계가 살아나고 사람들도 마음놓고 살아갈 수 있는 '살리는 농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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