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쌀 들큰한 맛에 씹을수록 향기로운 더덕. 한방에서는 사삼(沙蔘)이라 불리며 식용과 약재로 사용해 왔다. 초롱과에 들어가는 더덕은 우리나라에서만 먹어 온 나물이다.
단군때부터 고려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적은 <해동역사>에는 고려시대에 더덕을 나물로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래 전부터 먹어 내려오던 고려의 대표적인 나물이었다는 뜻인 것 같다.
더덕은 도라지와 비슷하지만 도라지보다 향기롭고 살이 연해 도라지보다 훨씬 귀한 대접을 받아온 나물이다. 뿌리는 모양에 따라 수컷과 암컷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매끈하게 쭉 빠진 더덕을 수컷, 통통하니 수염이 많이 달린 더덕을 암컷이라고 한다. 요리에 쓰는 더덕은 수컷이 더 낫다고들 한다.
더덕은 대개 뿌리를 먹는데 뿌리뿐 아니라 어린잎도 산나물감으로 훌륭하다.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생채로 잘게 썰어 비빔밥이나 채소무침, 볶음밥, 부침개에 조금씩 가미하면 좋다.
성숙한 잎은 건조시켜 차대용으로 삼거나, 말려두었다가 목욕물에 넣으면 독특한 더덕향과 함께 피로 회복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
뿌리에는 섬유질이 많고 칼슘, 인, 철분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사포닌과 이눌린이 있어 핏속의 콜레스테롤과 지질의 함량을 줄이며 혈압을 낮춘다. 허약해진 위를 튼튼하게 하고 남자의 정력을 다시 길러주며 여성의 월경불순을 다스리는데도 좋다.
잘랐을 때 하얗게 나오는 진액은 인삼의 약성분인 사포닌으로 쓴맛이 나게 할 뿐만 아니라 폐 기운을 돋운다. 옛날부터 기관지염이나 해소병의 약재로 널리 쓰여 왔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더덕은 껍질이 억세고 주름이 많은데 잔뿌리가 적고 몸체가 쭉 뻗은 것, 색은 희고 향이 좋으며 속에는 심이 없는 것이 좋다. 좋은 더덕은 껍질을 벗기면 섬유결이 보풀보풀하다.
음식을 만들려면 껍질을 옆으로 돌려가며 말끔히 벗겨 내고 소금물에 잠시 담가 쓴맛을 우려내야 한다. 특히 3~4월에 늦게 캔 것은 여러 날 우려야 쓴맛이 빠진다. 껍질은 벗길 때 물에 불리거나 끓는 물에 잠시 넣었다가 벗기면 잘 벗겨진다. 굵은 더덕에는 한 가운데 노란색의 단단한 심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떼어내 버려야 한다.
구이를 하려면 반으로 갈라 펴서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들겨서 넓게 편다. 너무 세게 두드리면 섬유가 끊어져서 조각조각 흩어져 버리니 주의해야 한다. 생채를 하려면 두들긴 더덕을 다시 손으로 채처럼 살살 뜯는다.
더덕에 양념고추장을 발라 구운 더덕구이는 맛깔스럽고, 새콤달콤하게 무친 더덕생채는 입맛을 살려준다.
양념고추장에 무친 더덕겉절이와 미나리나 오이를 넣어 양념장에 무친 더덕무침은 향이 살아 있어 입맛을 당기게 하는 반찬들이다.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흰색과 붉은 색으로 무쳐 한 그릇에 담으면 만들기는 번거롭지만 두 가지 맛을 즐길수 있다.
잔치나 명절에는 두들겨서 누름적을 만들고, 찹쌀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튀겨낸 섭산삼과 정과도 향미 있는 후식이 된다. 절인 더덕으로 김치 속을 채워 넣고 찹쌀풀과 젓국을 넣어 익힌 더덕물김치, 얇은 베보자기에 싸서 고추장에 박은 더덕장아찌는 밑반찬으로 일미이다. 소금에 절여 끈적끈적한 기운을 뺀 후 오이와 얼음을 타서 먹는 더덕냉국은 개운하고 향긋하여 입맛을 돋우어준다.
말린 더덕가루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는 더덕차는 건위·강장 효과가 있다. 더덕에 소주를 부어 석 달쯤 둔 더덕술은 향이 좋은 강장제이자 거담제이다.
특유의 향미를 살려 그대로 마셔도 좋고 새큼한 맛이 있는 매실주나 석류술과 칵테일해서 마시면 더욱 좋다. 그러나 몸이 냉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