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용 종자의 채종방법 및 보관요령


글·사진 / 탁우식(임업연구원 종자연구실)

종자는 산림자원을 조성하는 원천으로 유전적 우수성과 건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종자 채취시기와 방법, 탈종, 정선, 보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엊그저께 꽃피고 새싹이 돋아나는가 했더니 벌써 뜰 아래 귀뚜라미가 울어대는 가을의 문턱인 9월이다. 이제 곧 결실의 계절이다. 결실의 계절인 9~10월은 산림용 종자의 80% 이상이 성숙하여 결실을 맺는 시기다. 이때 우리는 형질이 좋은 우량한 종자를 많이 확보하여야 좋은 묘목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떤 나무에서 종자를 따야 좋으며, 채종한 종자는 어떻게 탈종, 정선하며, 어느 곳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수종에 따라서 종자 성숙시기, 채종방법, 탈종, 정선요령 및 보관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종자의 품질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그 취급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채종모수가 갖추어야 할 조건

종자를 채취할 채종모수는 줄기가 통직하고, 건전하며 왕성한 생장을 하는 나무여야 한다. 나이는 장령기에 접어들수록 좋으며, 어린나무나 노쇠목은 피해야 한다. 가급적 우량한 형질을 지닌 나무로 주위에 불량한 형질의 나무가 인접되지 않거나, 먼 거리를 유지하는 모수가 좋다.


종자 공급원

종자는 산림자원을 조성하는 원천으로 유전적 우수성과 건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산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량한 종자로 양묘되어야 한다. 종자 공급원은 생산되는 종자의 우수성에 따라 채종원, 채종림, 일반임분으로 구분한다.
왼쪽 사진의 소나무 임분과 같이 우량임분은 수고가 높고 수간이 통직하여 형질은 우수하나 종자채취가 어렵다. 반면에 불량임분은 수간이 굽고 가지가 많아 형질이 불량하나 종자채취는 쉽다. 그러나 종자채취가 용이하더라도 불량임분에서는 절대로 종자를 채취하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산림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실주기

종자의 결실량은 연도, 장소, 그리고 나무상태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한해에 다량으로 결실이 되면 수체 내 양료의 소비가 심하여 몇 년간 결실량이 줄어든다. 소위 격년 결실현상이 나타나며 주요 수종들의 결실주기는 다음과 같다.
○ 해마다 결실이 잘되는 수종 : 버드나무, 포플러류, 오리나무, 느릅나무류
○ 격년으로 풍작이 오는 수종 : 소나무류, 오동나무, 자작나무류, 아까시나무
○ 2~3년을 주기로 오는 수종 : 참나무, 삼나무, 편백, 단풍나무, 잣나무
○ 3~4년을 주기로 오는 수종 : 전나무, 녹나무, 가문비나무
○ 5년 이상을 주기로 오는 수종 : 잎갈나무, 낙엽송, 너도밤나무, 녹나무


채취시기

종자의 성숙여부는 종자의 발아력과 저장력에 영향을 미치므로 적기에 채취하여야 한다. 채취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은 ① 일반적으로 구과의 단단함이 약간 풀리고, ② 함수율이 감소되고, ③ 구과의 색깔이 다소 퇴색되었을 때가 채취 적기이다. 즉, 구과가 성숙되면 소나무는 녹색을 띠고 측백나무는 황록색을 띠며 가문비나무는 흑색을 띠게 된다. 그러나 수종에 따라서는 약간 미숙한 것을 채취하여 파종하는 것이 발아력을 높힐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피나무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종자채취 시기는 수종에 따라 다르며 일부 종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9월에서 10월경이 적기이다.
○ 5~6월에 채종되는 수종 : 버드나무, 느릅나무, 비술나무, 난티나무, 사시나무류
○ 6~7월에 채종되는 수종 : 뽕나무, 벚나무, 회양목, 후박나무, 소귀나무, 닥나무
○ 8월에 채종되는 수종 : 스트로브잣나무, 낙엽송, 계수나무, 자귀나무, 칠엽수
○ 9월에 채종되는 수종 : 은행나무, 주목, 전나무, 분비나무, 호도나무, 거제수 박달나무, 서어나무, 생강나무, 다릅나무, 산초, 참죽나무
○ 9~10월에 채종되는 수종 : 소나무, 해송, 잎갈나무, 편백, 회화나무, 비자나무, 주목, 상수리, 팽나무, 야광나무, 복자기, 회화나무, 황벽나무
○ 11~12월에 채종되는 수종 : 백합나무, 대왕참나무, 이나무, 생달나무, 사스레피


채취방법

종자를 채취할 때에는 가능한 한 나무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특히 가지째로 끊어서 채취하는 방법은 나무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미래의 결실지를 제거하게 되므로 삼가야 한다. 흔히 이용되는 종자 채취방법은 다음과 같다.
■ 벌도법
종자 성숙기에 벌채 예정목 또는 이용가치가 적은 나무를 벌채하여 채종하는 방법이다.
■ 절지법
결실지를 기부 또는 중간 부위부터 자르는 것으로 심산에서 흔히 사용되나 미래의 결실지가 제거되므로 보속생산이 불가능하다.
■ 주워 모으기
밤나무, 참나무류, 느티나무 등의 수종에서 지면에 떨어진 종자를 주워모으는 방법이다.
■ 따모으기
대립종자 또는 구과를 하나씩 따모으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낙엽송과 활엽수 종자를 수집할 때에는 수관 아래에 망사를 깔면 손쉽게 종자를 수집할 수 있다.


종자탈종

채취한 열매나 종자는 함수율이 높아 부패할 우려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건조한다. 침엽수의 구과는 후숙이 필요하므로 당분간 창고 안에 얇게 펴서 보관한다. 벚나무, 호도나무 등 과육이 있는 열매는 습한 모래에 섞어서 썩게 한 후 과육을 제거하고 침엽수는 구과를 건조한 후 종자를 탈종한다.
■ 양광건조법
평탄한 곳에 방수포 같은 것을 펴고 그 위에 구과를 얇게 편다. 하루에 2~3회 구과를 뒤집어준다. 밤에는 방수포로 덮거나 창고 안으로 옮겨 보관한다. 양광건조법의 건조 정도는 구과의 인편이 벌어져서 그 안의 종자가 60~70% 탈종될 때까지 계속하며 그 후는 옥내로 옮겨 건조한다.
■ 반음건조법
오리나무류, 포플러류, 화백 등 햇볕에 약한 종자를 통풍이 잘되는 옥내에 얇게 펴서 건조하는 방법이다.
■ 인공건조법
구과건조기를 이용하여 건조하는 방법으로 함수량이 많은 생구과를 높은 온도로 급히 건조하면 종자의 활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처음에는 저온에서 천천히 건조를 시작해야 한다. 보통 25℃에서 시작해서 40℃까지 올리도록 하고 50℃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건조봉타법
막대기로 가볍게 두드려서 씨를 빼는 방법으로 아까시나무, 박태기나무, 오리나무 등에 이용된다.
■ 부숙마찰법
일단 부숙한 후에 과실과 모래를 섞어서 마찰하여 과피를 분리하며 향나무, 주목, 노간주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가래나무 등에 적용된다.
■ 도정법
종피를 정미기에 넣어 깎아내 납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발아촉진을 겸하며 옻나무에 이용된다.
■ 구도법
열매를 절구에 넣어 고의로 약하게 찧는 방법으로 옻나무와 아까시나무에 적용된다.


종자정선

■ 풍선법
날개, 가벼운 종피 및 비립종자를 분리할 목적으로 선풍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며 소나무류, 가문비나무류, 낙엽송, 백합나무 등에 효과가 높으나 잣나무, 전나무, 삼나무에는 효과가 낮다.
■ 사선법
종자보다 크거나 작은 체를 이용하여 종자를 정선하는 방법으로 팽나무, 계수나무, 싸리나무류 등 대부분 수종의 1차 선별방법으로 이용된다.
■ 액체선별법
액체선별법에는 물, 식염수, 비눗물, 알코올 등 여러 가지 비중액이 사용된다.
○ 수선법 : 깨끗한 물에 침수시켜 가라앉은 것을 취하는 방법으로 소나무류, 잣나무, 쥐똥나무, 향나무, 주목, 참나무류 등에 적용되며, 낙엽송 종자는 24시간 동안 침수해서 가라앉는 것이 충실종자이다.
○ 식염수선법 : 옻나무처럼 비중이 큰 종자의 선별에 이용되는데, 물 1ℓ에 소금 280g을 넣어 비중 1.18의 액을 만든 후 가라앉는 종자를 선별한다.
○ 입선법 : 손으로 알맹이를 선별하는 방법으로 밤나무, 호도나무, 상수리나무, 칠엽수, 목련 등의 대립종자에 적용된다.


종자저장

휴면종자라 할지라도 소량의 호흡작용이 진행되므로 종자 내에서는 화학적 변화와 영양물질의 소모가 계속되어 결국에는 발아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종자저장의 원리는 오래도록 종자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급적 호흡작용을 억제하는 데 있다. 종자저장시 대부분의 침엽수와 아까시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등 일부 활엽수종의 단백질 종자(Orthodox seed)로 함수율 5~10%의 조건하에서 온도를 영하 10℃ 이하로 유지하더라도 수십년간 발아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밤나무, 참나무류 등 전분질 종자(Recalcitrant seed)는 함수율이 30~40% 이하가 되거나 온도를 영하로 내리면 발아력을 상실하므로 장기저장이 곤란하다.
■ 건조저장법
종자를 건조한 상태로 저장해야 할 수종은 소나무, 해송, 리기테다소나무, 삼나무, 편백, 낙엽송 등 소립종자의 침엽수종들로 저장방법은 다음과 같다.
○ 상온저장법 : 종자를 용기 안에 넣어 창고 등 실내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보통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저장한다. 그러나 1년 정도 저장해야 할 경우는 건조제와 함께 용기에 넣어 밀봉 저장하는 것이 좋다.
○ 저온저장법 : 보통 2~5℃의 저온저장고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밀봉용기에 실리카겔 등의 건조제와 함께 넣어 저장한다. 종자의 활력억제제로 황화칼륨이 흔히 쓰이는데 밀봉 저온저장시 황화칼륨과 실리카겔을 함께 이용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리카겔과 황화칼륨은 각각 종자 중량의 10% 정도를 사용한다.
■ 보습저장법
건조하면 생활력을 쉽게 상실하는 참나무류, 가시나무류, 가래나무, 목련 등은 습도를 높게 유지시켜 저장해야 한다. 보습저장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 노천매장법 : 이 방법은 종자의 저장과 종자의 후숙을 도와 발아를 촉진시키는 것이 목적으로 들메나무, 목련류의 종자처럼 봄에 파종하면 이듬해 봄에 발아하는 2년 종자에 효과적이다. 이 방법은 양지 바르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50~100cm 깊이로 구덩이를 파고(때로는 콘크리트틀을 짜서 영구적으로 사용) 바닥에 모래나 포대를 깔고 그 위에 종자와 깨끗한 모래를 교대로 넣어 쌓아올리며 땅 표면 가까이에 가서는 흙을 15~20cm 두께로 덮어둔다. 쥐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는 철망으로 덮고 그 위를 흙으로 덮는다. 겨울 동안 눈이나 빗물이 그대로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
① 종자 정선 후 즉시 노천 매장하는 수종 : 메나무, 단풍나무, 벚나무류, 잣나무, 섬잣나무, 백송, 호도나무, 느티나무, 백합나무, 은행나무, 목련
② 11월 말까지 노천 매장하는 수종 : 벽오동나무, 팽나무, 물푸레나무, 신나무, 피나무, 층층나무, 옻나무
③ 파종 1개월 전에 노천 매장하는 수종 : 소나무, 삼나무, 낙엽송, 가문비나무, 전나무, 측백나무, 리기다소나무, 삼나무, 방크스소나무, 해송, 편백, 무궁화
○ 보호저장법 : 건사저장법이라고도 하는데 밤, 도토리 등 함수량이 많은 전분질 종자를 추운 겨울 동안 동결하지 않고 부패하지 않도록 저장하는 방법이다. 용기 안에 종자를 깨끗한 모래와 혼합해서 넣어 창고 안에 저장하는데 모래가 너무 습해서도 안되며 함수율이 건중량의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 냉습적법 : 이 방법은 발아촉진을 위한 후숙에 중점을 둔 저장방법으로 용기 안에 보습재료인 이끼, 토탄 또는 모래와 종자를 섞어서 넣고 3~5℃의 냉장고 또는 냉실에 저장하는 방법이다. 들메나무, 단풍나무, 벚나무류, 잣나무, 섬잣나무, 백송, 호도나무, 느티나무, 백합나무, 은행나무, 목련 등이 적합하다.
지금까지 산림용 종자를 채취함에 있어서 모수의 선정 조건부터 종자의 저장 과정까지를 알아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묘의 품질이 곧 산림생산력과 산림소득에 직결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종자생산자는 채종이 힘들고 인건비가 다소 많이 들더라도 형질이 좋은 우량종자를 적기에 채취하여 잘 저장하였다가 묘목생산자에게 공급하고, 묘목생산자는 우량종자를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품질이 좋은 묘목을 공급하는 등 산림용 종묘의 유통체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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