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을 해소시켜주는 칡이야기
글·사진 / 정구영 (약산대체의학연구소장, 수필가)
칡 꽃
칡 넝쿨과 열매
칡 넝쿨
1~2년생 정도의 칡 뿌리
즙을 뽑은 후의 찌꺼기

칡은 예부터 구황식량과 약으로 이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각 가정에서 칡뿌리를 채취하여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묵·죽(粥)·국수·다식(茶食)·엿 등에 다양하게 이용하였다.


산행을 하다보면 다른 물체를 친친 감고 올라가는 칡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칡은 콩과에 속하는 덩굴성 만경식물(蔓莖植物)로 학명은 ‘Pueraria tbunbergiana BENTH’이다. 칡은 초근목피에서 ‘근(根)’의 대표적인 식물로 산기슭 양지쪽에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칡은 8월에 홍자색으로 꽃이 피고, 9~10월에 콩 꼬투리 모양의 갈색의 털이 많은 협과(莢果)로 여물고, 10m가 넘게 자란다.
옛 문헌에서 칡을 갈(葛) 자로 쓰는 것으로 미루어 풀(草)로 본 듯하다. 다른 이름으로 넝굴, 갈마, 갈등, 곡불히, 달근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으며, 예부터 구황식량과 약으로 이용하였고, 조선시대에는 각 가정에서 칡뿌리를 채취하여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묵·죽(粥)·국수·다식(茶食)·엿 등에 다양하게 이용하였다.
칡뿌리는 70% 이상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이드제인, 다이드진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두통, 고혈압, 설사, 감기 등의 치료에 쓰이며, 그밖에 당분, 섬유질, 단백질, 철분, 인 등이 풍부하여 훌륭한 건강식품이다.
『동의보감』에는 “허(虛)해서 나는 갈증은 칡뿌리가 아니면 멎게 할 수 없다”고 했고,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갈근은 소갈(消渴:당뇨), 신열, 구토, 마비를 다스리고 독을 풀어 주며 소화를 돕고 음기를 일으킨다”고 했고, 『본초강목』에는 “갈근은 울화를 흩어 버리고 술독을 풀어 주며 갈꽃은 장풍(腸風)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임상보고에 의하면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급성 중이염, 편두통, 심장박동 조절, 혈소판 응집 억제, 근육이완과 경련 완화, 해열, 혈당 강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상동맥을 이완시킨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칡 속에 들어 있는 ‘후라본’ 성분은 관상동맥 확장 효과를 보였고, 급성 심근허혈성 반응에 길항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심혈관 질환자에게 좋다는 등식이다.
칡뿌리를 잘게 썰어 1회 20g씩 하루에 3번 4~12주 복용시킨 실험에서 환자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칡즙을 상복시킴으로써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칡잎에는 엽록소가 풍부하여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비타민 등이 함유되어 있고, 갈근에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당치를 내려주고 해열작용을 해주는 Flavonoids, Puerarine의 성분이 10~15% 함유되어 있고, 진경작용을 해주는 Daidzeine의 성분이 있어 약리 작용이 있다.
갈근은 피부의 모공을 이완시키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여 외감성으로 인한 발열, 두통, 목덜미가 뻣뻣한 것을 풀어 준다. 또한 생진(生進) 작용이 있어서 갈증을 해소시키고, 열병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한 것과 당뇨병 등에 좋다. 잦은 감기에 노출되는 사람은 갈근탕1)이나 생칡뿌리를 즙을 내어 수시로 마시면 좋으며, 오십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의 조직을 활성화시킨다

칡꽃에는 ‘푸에라린’이라는 성분이 있어 해독작용을 하며, 혈액순환이 좋아져 생체의 변조된 조직을 회복하여 준다.
칡은 몸 안의 독소를 해독하고, 위장병이 있는 사람이 상복하면 개선된다. 칡의 생뿌리는 숙취, 갈증, 토혈을 다스리는 데 이용하며 칡잎은 지혈에, 칡가루는 이뇨작용에 좋고 위가 답답하고 명치끝이 뻐근할 때 먹으면 개선된다.
민간에서는 해독이나 지혈을 할 때 칡잎을 비벼서 이용을 했고, 칡 어린 순으로 나물을 무쳐 먹었다. 칡꽃으로 술을 담가 먹었고, 위장(胃腸)이 좋지 않은 사람은 칡뿌리를 달여서 차(茶)로 상복하였으며, 비염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은 갈근탕에 천궁을 같은 양으로 넣고 달여 먹었다.
예전부터 칡은 다양하게 쓰였다. 구황 식물, 민간 약,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였고, 현대에 와서 사슴, 염소의 천연 먹이로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 칡의 껍질을 벗겨서 벽지를 만드는 섬유자원으로 쓰고 있는 등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주독(酒毒)을 해소하는 명약

칡뿌리는 알코올 중독에는 최고의 명약이다. 칡즙을 2~4주간 상복한 중국인 알코올중독자 80%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화제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음주 전에 칡을 먹으면 주량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게다가 칡은 숙취해소는 물론 흡연으로 인한 유독물질의 해독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평소에 칡즙을 마시면 손상된 장기가 회복된다.
칡뿌리는 겨울에 채취하는 것을 먹어야 약이 된다. 칡은 여름에는 약(藥) 효과가 떨어진다. 왜일까? 잎이 진 후에는 땅 속에 정기(精氣)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칡은 봄에 싹이 돋고 물이 오르기 전에 땅 속 30cm 이상에서 채취해야 약효가 좋다. 칡즙을 만들 때는 1~2년생 뿌리가 좋다.
칡술을 공복에 먹으면 몸의 독(毒)을 해소할 수 있는데 가능한 한 공복에 상복하면 좋다.
칡은 평소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위염으로 구토를 하거나, 변비가 있으면서 구토를 자주 하는 사람은 식용해서는 안 된다. 갈근을 오랫동안 상복하면 위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갈화(葛花) 즉 칡꽃은 폭음 후 술독을 해독하는 데 명약이다. 칡꽃과 밤꽃을 말려 분말로 빚은 술은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칡꽃은 주로 말려 두었다가 식욕 부진·구토·장출혈·주독(酒毒) 치료 등에 썼고, 칡잎은 고름을 멈추게 하고 빠른 회복을 돕는다. 가루로 만든 차(茶)는 갈증 해소와 헛구역질, 변비에 좋다.
칡줄기(넝쿨)는 목을 많이 쓰는 사람이나 인후염을 자주 앓는 사람이 태워서 가루로 만들어 상복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겨울에 죽지 않은 넝쿨을 잘게 잘라 건조시켜 차로 복용하면 위궤양, 만성 위장병 등에 좋다.
예부터 칡넝쿨의 껍데기를 벗겨서 섬유를 뽑은 것을 ‘청올치’라 하였으며 평민들이 갈포로 만들어 입은 옷의 재료였다. 제주도에서는 갈옷에 풋감으로 물을 들여서 전통옷을 만들고 있으며, 칡넝쿨 줄기는 새끼줄 대용으로 사용했고, 상(喪)을 당했을 쓸 때 쓰는 두건(頭巾) 테두리를 칡껍데기로 감아서 쓰곤 했다. 시신(屍身)의 부기를 없애고 병균의 번식을 막을 때 칡으로 묶기도 했다.
우리는 과연 옛날보다 행복한가? 지금 우리의 삶이 원시인이나 고대인보다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인으로서 오만이다. 물론 먹을 것이 없어서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던 과거보다는 살기가 나아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러한 발전 속에서도 하늘이 없이도 땅이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저마다 외치고 있고, 사람들 곁에는 늘 산과 나무가 있지만 자연과의 교감은 없고, 오염된 환경 속에서 몸에 좋지 않은 환경호르몬이 쌓이고 있으며 바쁜 삶 속에서 운동부족과 식품의 과잉섭취로 인하여 하나뿐인 몸을 훼손함으로써 이런 저런 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현실에 탄식만 나온다.
현대인은 누구나 오염된 공기와 환경호르몬이 쌓여서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도 각종 병에 걸리는 시대의 중심에 있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는 해마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었고, 산에서 칡뿌리를 캐어 먹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봄이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에는 땀도 많이 흘리고 기운을 소진하는 계절이고 가을철엔 보약을 먹는 계절이다. 여름에 소진한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 남자는 신장의 수기를 보하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을 먹었고, 여자는 피를 보충해 주는 사물탕(四物湯)을 먹듯이, 기나긴 겨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릴적에 자주 먹었던 칡을 구해서 먹을 수 있다면 보다 건강한 삶 속에서 행복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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