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한우는 이렇게 탄생한다

 

무공해 사료는 기본, 음악 감상까지…
명절 선물 베스트셀러! 韓牛

 

명절 선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육세트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명절 선물 중 정육세트는 전체 명절 선물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상품이다. 명절선물의 '베스트셀러' 정육세트가 어떻게 만들어져 식탁 위에 오르는지 직접 찾아가 살펴봤다.

 

담배도 피울 수 없는 한우 농장 르포

강원도 화악산 중턱에 자리잡은 대성목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신발부터 소독을 해야 했다. 외부에서 유입될 수 있는 세균을 막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담배도 피울 수 없었다. 소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선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해발 700m에 위치한 목장은 공기부터 달랐다. 주변에 오염환경이 전혀 없는, 165만2900㎡(50만평) 규모의 목장에는 1000여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특유의 소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목장 측은 빛이 들어오는 정도, 바람의 방향까지 고려해 과학적으로 우사를 지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시 ㈜웰섬의 가공공장에서 위생 옷과 장갑,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고급 한우 고기를 다듬어 포장 용기에 담고 있다. 

 

"저 소는 덩치는 작지만 성격이 참 강해요. 그래서 다른 큰 소들과 같이 둬도 먹이를 먹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5년째 이곳에서 목장장을 하고 있는 이강열씨는 1000여 마리 소의 특성에 대해서 일일이 꿰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라는 소는 모두 여기서 태어났고, 이씨가 대부분 새끼 낳는 것을 도왔다. 외부에서 소를 사오는 방식이 아니라 목장 내부에서 자가번식을 해 철저히 혈통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성목장에 있는 이들 소는 양쪽 귀에 자신의 신분증을 달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태어난 날짜가 적혀 있었고, 왼쪽에는 자신의 혈통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정보는 정육세트가 만들어질 때까지 따라다닌다.

소의 먹이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목장 주변의 넓은 밭에는 농약을 치지 않은 무공해 옥수수와 귀리를 재배한다. 소들은 이 옥수수와 귀리를 사료와 함께 먹고 자란다.

목장에서 잘 자란 소들은 출시되기 전에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원하는 만큼 육질이 제대로 됐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쾌적한 환경과 수십년째 내려오고 있는 사육 비법의 노하우 덕분에 이 목장에서 나오는 한우의 품질은 1++이상이 15~20%를 차지, 일반 목장의 5~10% 수준을 훨씬 넘는다.

이렇게 키워진 소는 도축장을 거쳐 용인에 있는 가공공장으로 옮겨진다. 이 가공공장 역시 환경 관리에 철저했다. 가공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생옷, 신발과 장갑을 착용해야 했고, 그런 다음 고압의 공기로 혹시나 남아 있을지 모를 먼지까지 모두 털어냈다.

대성목장과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웰섬의 조세환 사장은 "미국산 소와도 경쟁해야 하는 요즘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고급화 전략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 일본의 화우를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1년에 한번씩 일본, 독일, 미국 등지의 목장을 견학하고 있다.

백화점의 명품 한우세트

이런 과정을 거친 1++품질의 최고급 한우는
신세계백화점에서 '5스타' 브랜드를 달고 판매된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5스타는 매년 1000세트 넘게 준비하지만, 모두 다 팔린다"며 "공급을 더 늘리고 싶지만, 품질 관리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1++등급의 등심, 살치살, 채끝 등이 들어간 '프리미엄 특선 암소 한우세트'를 이번 설에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특화상품으로 끓여 만든 재래식 여물을 6개월간 먹여 키운 '서산농장 화식한우'와 제주도 특산품인 '제주 흑한우' 세트를 내놓았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한약재와 발효 막걸리를 먹이고 음악을 듣고 자란 고급한우, 강진맥우를 판매하고 있다.
 

화천·용인=글·사진 신은진 기자 momof@chosun.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