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꿀벌의 유전변이
  서양종(Apis mellifera L.) 꿀벌은 그들의 광대한 분포지역에서 형태적으로나 행동적으로 상당한 변이를 보인다. 이러한 다양한 변이들은 각기 지리적 환경조건의 차이에 의한 자연도태의 결과로 인한 것이다. 또한 같은 지역에 있는 꿀벌집단 내에서도 다른 지역에 분포하는 지리적 꿀벌계통간의 변이만큼 크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유전적 변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미 그 지역의 특별한 환경에 잘 적응된 꿀벌집단은 탁월한 품종을 선발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유전적 소재가 된다.
           
    가. 행동습성의 변이
      (1) 청소행동
  미국 부저병(American foul brood : AFB)에 대한 저항성은 일벌의 청소행동습성의 결과로 나타난다. 이 저항성 행동의 구체적 요소는 두 가지 습성으로 나타나는데, 죽은 유충이나 번데기의 봉개를 벗기는 행동(uncapping)과 소방에서 사체를 제거하는 행동(removing)이다. 봉군들 중에서 일부는 두 가지 행동을 모두 못하고, 일부는 한 종류의 행동, 일부는 두 행동 모두를 취한다. 두 가지 행동을 모두 원활히 수행하는 봉군이 부저병에 대해 탁월한 저항성을 보인다. 또한 각각의 행동습성은 소수의 유전자에 의해 단순 유전되며 서로 독립적으로 유전한다.
           
      (2) 방어행동
  일벌의 외적 방어행동도 유전적으로 결정되고 있음이 여러 연구로 확인된 바 있다. 공격력이 강한 계통은 사람의 호흡가스에 의해 쉽게 자극을 받고 일벌의 벌침에서 나오는 경보 페로몬(alarm pheromone)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경보 페로몬을 배출한다. 일련의 방어행동은 봉군자극에 반응하는 시간, 움직이는 물체를 쏘는 일벌의 수, 도망하는 물체를 추적하는 거리 등에서 다양한 차이로 나타난다. 이러한 행동습성은 계속적인 꿀벌의 계통선발을 통해 개량해 나갈 수 있고 실제 상업적으로 양성되는 계통들은 이 과정을 통해 온순한 습성을 갖도록 선발된 것들이다.
           
      (3) 화분수집
  화분을 수집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4세대까지 선발하였을때 화분 수집능력이 큰 봉군이 능력이 저조한 봉군보다 4배나 많은 화분을 수집하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한편 봉군의 수집능력이 아닌, 같은 일령의 일벌을 동일한 벌통내 환경조건에서 비교한 결과로 일벌 개체당 수집능력이 뛰어난 계통이 저조한 계통에 비해 3.6~16배의 많은 화분을 수집하고 있음이 조사되었다. 이러한 개체당 수집능력의 차이로 나타나는 유전적 변이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봉종간에도 아주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양적인 수집능력의 차이뿐만 아니라 꿀벌은 유전적 차이에 의해 특정 꽃의 화분을 수집하는 선호성에도 차이를 보인다. 다른 계통이 수집한 전체 화분중에서 알팔파 화분이 8%임에 비해서 알팔파를 선호하는 계통이 수집한 화분 중에서 87%가 알팔파 화분임이 조사된 바 있다.
           
      (4) 화밀수집
  다량의 화분을 수집하는 계통을 선발하였을 때 이 계통이 상대적으로 화밀 수집량이 적고 반면에 화분을 적게 수집하는 계통이 많은 화분을 수집하고 있음이 조사된 바 있다. 따라서 화분수집능력이나 화밀 수집능력 중 한 방향으로 품종을 선발하였을 때 다른 형질은 열악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봉군의 내적 환경요인은 너무 복잡하여 야외봉군에서 화밀수집능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실내에서 이 능력을 간이검정할 수 있는 방법 즉 작은 상자에서 50마리의 일벌이 일정량(20㎖)의 당액을 벌집에 저장하는 속도로 평가하는 방법이 모색되어 왔고, 이 방법에 의해 당액을 민첩하게 수집하는 행동습성을 보이는 계통이 선발된 적이 있다. 이 형질이 야외에서의 실제 벌꿀생산량과 연관되는지는 다소의 논란이 있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상호 연관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5) 소가족간 분업구성
  꿀벌은 보통 일령이 진전됨에 따라 일벌이 맡아 수행하는 분업의 내용이 달라지는 이른바 일령에 의한 분업화(age polyethism)가 일어난다. 그러나 같은 봉군내에서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 소가족들은 일벌의 분업을 통한 역할분담에서 그 유전적 차이에 의해 특정한 일(문지기, 사체제거, 분봉군에서의 일벌춤, 화밀수집, 화분수집, 여왕벌 유충 양육 등)에 편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 병 저항성
  꿀벌의 품종간 질병에 대한 저항성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행동습성과 생리기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앞에서 설명한 청소행동에 의해 나타나는 저항성은 계속적인 병원체의 전염원이 되는 병사한 유충의 사체를 조기에 제거함으로써 나타난다. 이 행동습성은 부저병 이외에 백묵병(chalkbrood)에도 저항성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형질이다. 그러나 유충 자체가 갖고 있는 생리적 저항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유충의 먹이에 미국 부저병(Bacillus larvae) 포자를 섞어 공급하였을 때는 저항성 계통이 감수성 계통의 유충보다 생존율이 높다. 또한 저항성 계통의 일벌이 공급하는 유충먹이의 항생작용도 감수성 계통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다. 한편 꿀벌 기문응애(Acarapis woodi)에 대한 저항성 선발시험에 의해 양측 선발 2세대 후에 감수성 선발계통의 일벌이 저항성 계통의 일벌보다 체내에 2.4배나 많은 기문응애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아직 꿀벌기문응애에 대한 일벌의 구체적 저항성 기작은 밝혀져 있지 않다.
           
  2. 선발육종 방법
  꿀벌의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목표로 하는 형질이 우수한 양친(여왕벌)을 찾는 것과 두번째, 이 우수한 양친계통을 서로 교배시켜 나가는 교배양식의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이 형질이 유전가능한 것이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만약 이 형질이 유전력이 없는 것이면 이 선발시험은 실패하게 된다. 앞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수벌은 여왕벌의 무정란에서 직접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계획하려는 교배는 두 여왕벌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쉽고 또한 타당하다. 그러므로 교배되는 수벌은 자신을 낳은 여왕벌을 다른 봉군의 부친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매개수단 또는 자신을 낳은 여왕벌의 성숙한 생식세포에 불과할 뿐이다.
           
    가. 동계교배-잡종 육종
  동계교배-잡종(Inbred-Hybrid)은 두 동계교배 라인(inbred line)이 서로 교배되었을 때 나타나는 잡종강세의 장점을 얻을 수 있는 육종방법이다. 각 동계교배 라인 자신은 동계교배에 의해 생존력이 약화된 상태(inbreeding depression)에 있지만 다른 동계교배 라인과 서로 교배시켰을 때에는 경우에 따라 탁월한 우량형질을 보인다. 동계교배라인은 자신의 우수한 특성과 더불어 타 라인과 조합되는 능력을 근거로 하여 선발되어야한다. 특정한 라인과 잘 조합하는 한편 그 밖의 다른 라인과는 조합이 잘되지 않는 라인은 특이조합능력(specific combining ability)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라인과 잘 조합하는 라인은 일반조합능력(general combining ability)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계교배 라인은 형질이 뛰어난 계통에서 출발하여 계속적으로 라인내 선발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동계교배에 의해 생존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이 라인은 동계교배를 통한 계속적인 선발이 불가능하게 된다. 구체적인 동계교배 라인을 생산하기 위한 모자교배, 모녀교배, 자매교배 등의 교배양식은 그림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교배들을 행하기 위해서는 여왕벌 인공수정이나 완전 격리된 교미장소에서의 자연교미가 필수적이다.
     
   

모자교배            모녀교배            자매교배
그림 1. 동계교배 라인을 생산하기 위한 근친교배 양식
           
    나. 폐쇄집단 육종
  동계교배-잡종 육종과는 대조적으로 폐쇄집단(closed population)을 통한 육종은 높은 생존력과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육종을 대상으로 하는 봉군집단을 개량해 나가는 방법이다. 교배는 인공수정을 통하거나 선발대상이 아닌 봉군의 수벌이 없는 격리된 장소에서의 자연교미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다음에 설명하는 3가지 유형의 교배체계는 여러 연구자들이 추천하는 것으로 성결정 유전인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유전적 변이를 유지하는 폐쇄집단내 선발을 통한 육종방법이다.
      (1) 탁월한 형질을 가진 봉군을 골라서 제 1세대의 모봉군으로 설정한다. 모봉군으로부터 소수의 여왕벌을 폐쇄집단의 모든 봉군에서 수많은 수벌을 양성한다. 모봉군에서 나온 처녀 여왕벌들을 임의로 채집한 10마리 수벌의 정자로 인공수정시키거나 격리된 장소에서 자연교미시킨다. 이들 여왕벌을 새로운 봉군에 수용하여 형질을 평가한다. 이때 평가하는 수정된 여왕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발효과는 높아진다. 이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봉군규모가 모봉군과 각 세대에서 선발되는 봉군을 합쳐 35~50봉군이 되어야 하는데 이 봉군수가 유지되어야만 20세대동안 최소 85%의 생존력을 유지하는 한편 95%의 확률로 충분한 성결정 유전인자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2) 위의 방법과 기본체계는 같지만 이 방법의 차이점은 각 세대의 모봉군의 여왕벌을 각 봉군에서 나온 다음 세대의 우수한 여왕벌로 매번 교체하는 것이다. 위의 방법과 같은 효율을 얻기 위해서는 세대별로 25봉군이 유지되어야 한다. 적은 수의 봉군을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지만 선발효과는 떨어진다.
       
       
      (3) 각 모봉군에서 고르게 같은 수의 수벌들로부터 정자를 채취, 이를 완전혼합하여 모봉군에서 생산한 처녀 여왕벌에 인공수정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① 모든 여왕벌이 집단내의 모든 유전자를 보유하게 되고, ② 봉군마다 일벌유충의 생존력이 비교적 균일해지며, ③ 평가 후 선발된 여왕벌들은 일반조합능력이 개선된 효과를 나타내며, ④ 일벌유충의 생존력이 높은 여왕벌을 선발하게되면 보다 많은 성결정 유전인자를 유지하게 되는 장점들을 갖고 있다. 원봉군을 계속 유지하거나 매세대 여왕벌을 교체하는 선택은 위의 (1) 또는 (2)를 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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