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재배용 포도 품종


우리나라의 포도 시설재배에 사용되는 품종은 토지재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델라웨어와 거봉계 대립 품종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의 시설재배는 노지 포도가 나오기 전 일찍 수확한다는 개념이 주를 이루어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에 익숙한 품종들 위주로 재배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노지재배 시 생육환경이 맞지 않아 재배하기 힘든 품종도 시설 내에서 인위적으로 환경조절이 가능하기에 노지보다 쉽게 부가가치가 높은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품질은 좋으나 여름철 강우에 의한 병 발생이 많은 유럽종이나 무핵종 등 다양한 품종의 재배가 가능하다. 이 장에서는 시설재배시 기존에 사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판단되는 품종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1. 시설 재배용 포도 품종의 선택 요령

가. 기호성이 높아야 한다.

시설재배는 노지재배에 비하여 투자액이 높기에 부가가치가 높은 품종을 재배하여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 기호에 부합되는 품종이 당연히 부가가치가 높다. 소비자의 기호는 품질, 즉 맛, 색택, 크기, 모양 등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소비자 기호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여기에 따라 품질의 기준 역시 변화하고 있다. 당도, 산도, 육질, 향기 등에 의해 결정되는 맛의 기준은 고당도, 저산미, 다과즙에서 감산조화, 경육질, 고향기로 변화하고 있고, 색택은 검은색에서 청색 또는 붉은색으로, 과립 크기는 대립에서 적당한 크기의 중대립으로, 모양은 원형에서 장타원형 또는 곡옥형 등으로 변하고 있다. 무핵 포도에 대한 선호도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특성의 품종들을 선택하여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나. 시설환경에 적합하여야 한다.

시설재배는 노지재배에 비하여 생육환경을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나, 의외로 노지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생육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 무가온시설재배 시는 수확기가 여름철로 시설 내 주야간 온도가 너무 높아 포도의 성숙을 시키기 어렵다. 이 경우 고온에서 착색이 잘되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검은색보다는 붉은색이나 청색계열의 품종이 고온기에 성숙시키기 유리하다. 고온 장해 역시 적게 발생하는 품종이 좋다. 또한 시설 내에서는 광도가 노지보다 낮으므로 저광에서 광합성 효율이 높은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조기가온재배의 경우 생육이 저온에서 빨리 시작되는 품종이 유리하므로 순수 유럽 종보다는 눈의 발아가 빠르고 성숙일수가 짧은 구미잡종이나 미국 종을 재배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연속 가온재배시에는 가온에 의해 수세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품종이 좋다.


다. 재배자의 기술수준과 영농규모에 맞아야 한다.

포도는 재배관리 기술에 민감한 과수이다. 기호성과 희귀성만 고려하고 재배자의 기술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품종을 선택하면 농원 경영에 어려움이 많이 따르게 된다. 또한 영농규모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대규모 시설재배 시는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좀 더 생력재배가 가능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라. 판매 방식에 알맞아야 한다.

수확한 포도는 도매시장 상장, 전문 판매점 납품,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택배 판매 및 직판 등의 방식으로 판매된다. 이런 판매 방식별로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여야 한다. 상장이나 판매점 납품 등일 경우는 저장성과 외관이 우수하여야 하며, 관광농원 등에서 직판할 경우는 저장성이나 외관보다는 품질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택배시는 수송성이 좋은 품종이 유리하다.


2. 거봉계 4배체 품종

대립이지만 열과가 심하여 재배가 곤란한 캠벨얼리 품종의 자연 4배체 아조변이 계통인 석원조생(石原早生) 품종에, 유럽종 품종인 로자키(Rosaki)의 4배체 아조변이 품종인 센테니얼(Centennial) 품종을 교배하여 거봉(巨峰) 품종이 육성되었다. 따라서 거봉은 캠벨얼리보다 유럽종 특성을 많이 나타내는 구미잡종으로 유럽 종에 비하여 내병성이나 내한성이 높고 미국 종에 비하여 과립이 대립이고 품질이 좋은 반면, 4배체로 꽃떨이 현상이 심하고, 세력이 강하며, 도장하기 쉽다. 연속 가온재배시도 수세가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는다. 시설재배 시는 개화기의 온도와 습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꽃떨이와 열과 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극조기가온재배시는 성숙기 저온의 유지가 가능하여 착색 역시 노지 보다 잘 되나, 산미가 늦게까지 남으므로 수확기 판정을 착색도 보다는 산미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가온시설재배시는 한여름에 수확기가 도래하므로 착색을 잘 시키기 어렵다. 만개 시와 만개 후 10일에 GA 처리로 무핵재배가 가능하나 무핵재배 보다는 유핵재배에 적합한 품종이다.

무핵재배용 4배체 품종으로는 거봉에 캐논홀머스캇(Cannon Holl Muscat) 품종을 교배하여 육성한 피오네(Pione) 품종이 적당하다. 이 품종은 육성 초기 거봉보다 품질이 우수하여 기대를 모았으나 도장하기 쉽고 급작스럽게 수세가 약해져 꽃떨이 현상이 심한 품종으로 판정되어 도태되었다. 그러나 GA처리에 의한 무핵 단초재배법이 개발되면서 한일 양국에서 4배체 무핵 시설재배 주품종이 되었다. 과립이 거봉 보다 1∼2g 대립이며 육질이 단단하여 품질이 우수하나, 과피의 분리는 더 어렵다. 노지에서의 숙기는 거봉 보다 빠르다. 거봉에 비하여 유럽종 특성이 더 많아 보로도액이나 고온장해에 대한 저항성이 거봉 보다 강하다. 잎 뒷면에 털이 없고 5편엽으로 열각이 깊어 거봉과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성숙일수는 85~90일 정도이다. 유핵재배는 어렵다.

거봉에 거경(巨鯨) 품종을 교배하여 육성한 품종 중에는 올림피아(Olympia)와 블랙올림피아(Black Olympia)가 있다. 올림피아 품종은 선홍색으로 거봉보다 고급 품종이지만 꽃떨이 현상이 심하고 착색이 어려워 재배하기는 한층 까다롭다. 현재는 거의 재배되지 않고 있다. 블랙올림피아 품종은 거봉보다 숙기가 노지에서 7일정도 빠르며 착색이 쉽고 꽃떨이와 열과 현상이 다소 적게 발생된다. 거봉 보다 과육은 무른 편이며, 과립 크기와 수세는 비슷하고, 내한성은 약한 편이다.

골드머스캇(Golden Muscat) 4배체 아조변이 계통에, 피오네와 동일한 교배조합에서 육성된 흑조(黑潮) 품종을 교배하여 홍이두(紅伊豆), 홍서보(紅瑞寶), 홍부사(紅富士) 품종이 육성되었다. 홍이두 품종은 거봉 보다 조숙되며, 호취향이 좀 더 강한 편이다. 3품종 중에서 가장 대립이며 풍산성이고, 과즙이 많은 품종이다. 그러나 착색이 어렵고 당도가 낮다. 홍서보 품종은 과립이 거봉보다 약간 작으나 착색이 쉽게 되며 당도가 높고 산미가 낮아 품질이 좋다.

홍부사 품종은 홍이두와 홍서보 품종의 중간 정도 과립 크기이며 당산미가 적당하여 품질이 우수하나 과다 착립이나 질소 과다시 성숙에 지장이 있다.

거봉의 조숙변이 품종으로 고묵(古墨)과 자옥(紫玉) 품종이 선발되었다. 고묵은 거봉에 비해 7일 정도 조숙되며, 풍산성이고, 과방이 약간 짧고, 과경이 가는 편이다. 탈립성이 적고, 송이 만들기가 용이하다. 거봉 보다 곁가지가 많이 발생되는 특성이 있으며, 수세는 강한 편이나 거봉 보다 빨리 안정된다. 그 외의 특성은 거봉과 비슷하다. 자옥은 고묵의 조생변이로 조생고묵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고묵 보다 7일정도, 거봉 보다는 14일 정도 조숙된다. 과방이 거봉 보다 짧은 편이며, 착색이 용이하다. 조숙 특성이 이 품종 최대의 장점이나, 착과량이 많으면 조생의 특성이 발현되기 어렵고 착과량을 너무 줄이면 수세가 강해져 다음해 꽃떨이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적정량 착과와 더불어 시비와 수분 관리에 의한 적정 수세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후지미노리(등임, 藤稔) 품종도 거봉계 4배체로 시설재배에 적합하다. 이 품종은 정천(井川)-682호에 피오네를 교배하여 육성한 품종으로 적립을 많이 하면 과립중이 18g내외 정도로 커진다. 4배체 품종치고는 결실성이 매우 우수하며 당도가 높고 산미가 낮다. 그러나 육신이 너무 물러 종합적인 품질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거봉 품종의 실생중에서 선발된 안예퀸(安藝퀸, Aki Queen) 품종도 최근 시설재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적색계로 GA 반응이 좋아 유핵 보다는 무핵으로 주로 재배된다. 고온에서 착색도 잘되는 편이다. 거봉에 비하여 수세가 강하고 수관 확대도 빠르다. 꽃떨이현상은 거봉 보다 심하다.


3. 유럽계 고급 품종

품질은 우수하나 노지에서는 재배가 어려운 유럽종(Vitis vinifera) 품종을 재배하는 것도 시설재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유럽종 품종은 약 6,000년 전부터 서남아시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포도 품종의 대부분이 이 종에 속한다. 그 만큼 품질이 높고, 품종 또한 많이 육성되었다. 그러나 강우에 의한 병해(노균병, 흰가루병, 새눈무늬병 등)에 약하고, 겨울철 추위에 약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많이 재배되지 못하고 있다.

머스캇오브알렉산드리아(Muscat of Alexandria) 품종은 대표적인 유럽종 생식용 품종으로 약 3,000년 전부터 재배되어 왔다. 청색의 포도로 과피 분리가 어렵고, 과립은 토란형으로 8-16g 정도 된다. 성숙되면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으며 머스캇향이 강하다. 품질은 극상에 속하나 과숙 시 과피색이 좋지 않게 변하는 것이 단점이다. 수세는 강하나 단초전정으로도 착립이 양호하다. 성숙일수가 긴 만생종으로 조기출하는 어렵다.

가이지(갑비로, 甲斐路) 품종은 일본에서 플레임토케이(Flame Tokey)에 네오머스캇(N대 Muscat) 품종을 교배하여 육성된 유럽종 품종이다. 꽃떨이 현상이 적고 무핵소과립도 잘 생기지 않는다. 과립은 약간 선첨형의 장타원형 모양이며 10g 정도 크기이다. 직사광선 하에서 착색이 아주 진한 붉은색으로 되나, 과다 착립시는 착색이 좋지 않다. 이 품종의 1~2주일 정도 조숙 아조변이 품종인 적령(赤領)은 가이지에 비하여 열과성도 적고, 착색도도 좋으며, 수확기가 빠르므로 우리나라의 시설재배에 더 적합한 것으로 판정된다.

머스캇오브알렉산드리아 대체 품종으로 개발되어 유럽의 생식용 주품종이된 이탈리아(Italia) 품종도 시설재배에 적합하다. 이 품종은 비케인(Bicane)에 머스캇함부르그(Muscat Hamburg)를 교배하여 육성된 품종으로 품질이 좋고 풍산성이며 착립성이 좋은 대립, 대방의 청색 품종이다. 유럽종 치고는 성숙일수가 짧으며, 열과가 적고, 병해에도 강한 편이다. 완숙되면 머스캇향이 나나 머스캇오브알렉산드리아보다는 향이 약한 편이다. 이 품종의 과피색 변이 품종인 루비오꾸야마(Ruby Okuyama) 품종이 브라질에서 선발되었다. 과립과 과방향은 모 품종인 이탈리아 품종과 비슷하나 과립의 크기가 약간 작다. 적색 품종으로 직광 하에서 착색이 잘 되므로 가능한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하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 로자키(Rosaki)에 머스캇오브알렉산드리아 품종을 교배하여 육성한 모자리오비앙코(Rosario Bianco) 품종도 청색으로 이탈리아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이탈리아보다 착립성이 우수하며 과립도 약간 큰 편이다. 그러나 숙기가 이탈리아 품종보다 약간 늦다.

리자마트(Rizama) 품종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서 카타쿠르간(Katta Kourgan)에 파켄트(Parkent) 품종을 교배하여 육성된 품종으로 품질이 최상급에 속한다. 과립은 원통형으로13g 정도이며, 과방은 500g 이상이다. 육질이 아삭아삭하며 당도는 18°Bx 정도이다. 과피가 얇아 껍질째 먹기에는 좋으나 열과가 심한 편이다. 시설 내에서도 수분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노지에서 직사광선을 받으면 자흑색으로 착색되나 비닐 내에서는 선홍색으로 착색된다. 리자마트의 열과 단점을 개량하기 위하여 일본에서 리자마트 품종에 네오머스캇을 교배하여 마리오(Mario) 품종이 육성되었다. 풍산성이며 일과 현상이 리자마트보다는 확실이 적다. 그러나 과피가 두껍고, 육질이 리자마트보다는 물러 품질이 떨어진다. 과방형이나 과립형은 리자마트와 비슷하다.

이외에 미국에서 생식용으로 육성된 유럽종 품종들도 시설재배용으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루비씨들레스(Ruby Seedless)는 자흑색 무핵 품종으로 과방중이 400g, 과립중이 5g, 당도가 15°Bx 정도로 미국에서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품종이다. 센테니얼씨들레스(Centennial Seedless) 품종은 역시 무핵이지만 과립의 크기가 탐슨씨들레스(Thompson Seedless)보다 4배정도 큰(약 7g 정도) 청색 품종이다. 플레임씨들레스(Flame Seedless)는 자흑색 무핵 품종으로 고온에서 착색이 좋지 않으나 품질이 우수하고 재배하기 쉬워 역시 재배 면적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는 품종이다.


4. 우리 기호에 맞는 품종

우리나라에서는 캠벨얼리와 거봉 품종이 주포도 품종으로 재배되어 왔기에 머스캇향 보다는 호취향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다. 캠벨얼리(Campbell Early) 품종은 노지에서 홍수 출하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설 재배하여 조기 출하 시에는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확보되고 있다. 이 품종을 연속으로 조기가온 재배하면 수세가 급격히 저하되므로 2년 정도 가온 후에는 무가온 또는 노지재배로 전환하여 수세를 회복시켜야 한다. 착색 후에도 산미가 늦게까지 남으므로 산도를 기준으로 수확 일을 정해야 미숙과 생산을 피할 수 있다. 미국에서 육성된 델라웨어(Delaware) 품종은 성숙일수가 짧고, 연속 조기가온 시에도 수세가 저하되지 않으며, 품질이 우수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조기가온 재배에 많이 이용하고 있는 품종이다. 소립이고 씨가 크므로 GA 처리로 무핵과를 생산하여 상품성을 높여야 하나 정확한 GA처리 시기를 판정하기 어렵다. 일본에서 델라웨어 대립변이에 머스캇오브알렉산드리아 품종을 교배하여 킹델라(King Dela) 품종이 육성되었다. 이 품종은 외관은 델라웨어와 비슷하나 무핵 품종으로 만개 후 10일경 과립비대를 위한 1회의 GA처리만으로도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델라웨어보다 대립이며, 과방 역시 큰 편이다. 그러나 수확일이 델라웨어 품종보다 약 10일 정도 늦다. 완숙되면 마스캇향이 난다.

국내에서 육성된 신품종들도 점차 시설재배 면적이 늘고 있다. 무핵 청포도 품종인 청수(淸水), 적색 품종인 홍단(紅丹)과 홍이슬, 흑색 품종인 탐나라, 흑색 대립 품종인 흑구슬 품종의 시설 재배 적응성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그 결과 단편적이지만 시설재배 적품종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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