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이 1년 사이 40% 이상 뛰었다. 올 상반기 중에 또 한차례 오를 태세다. 하반기에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국제 곡물값 인상이 주범이다. 국제 곡물 수요가 그동안 식용과 사료용에서, 식용-사료용-에너지용으로 늘어난 데다 지구 온난화로 작황마저 부진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문제는 사료값이 뜀박질하면서 국내 축산농가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사료값이 올라 국내 축산업의 기반이 튼튼해지는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별반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축산업 자체가 초토화될 수 있는 징후를 보여 우려스럽다.

사료값이 40% 이상 오르는 동안 산지 한우(600㎏ 암소)값은 548만원에서 495만원으로 9.7% 떨어졌다. 돼지(100㎏ 비육돈)도 22만6,000원에서 19만4,000원으로 14.2%나 하락했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 대부분이 현금은 고사하고 담보능력마저 소진된 상태다. 소·돼지를 굶겨야 할 형편이다.

새 정부는 이 같은 축산농가의 위기 타개를 위해 19일 1조원을 풀었다. 농신보 특례보증을 통해 담보 부족 농가에 대한 배려도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은 축산농가가 이제 한숨을 돌릴 것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축산농가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다. 현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반응이다. 축산농가의 설명을 들으면 수긍이 간다. 현재 사료업체의 사료대금 결제는 보름 단위로 이뤄진다. 대금정산은 세가지 형태. 현금 선입금, 외상 구입해 보름 뒤 현금 정산, 약정기간을 정해 외상 구입 후 정산 방식이다. 이 중 가장 좋은 조건인 현금 선입금 농가가 3,000마리의 비육돈을 사육할 경우 한달간 사료값은 9,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외상구매 농가는 예전 고리채 수준의 높은 이자를 부담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결국 긴급 사료구매자금 지원은 한달 정도 도산을 미루고 빚으로 고스란히 남게 될 뿐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안에 돼지의 경우 경영이 가장 안정된 3,000~6,000마리 규모의 사육농가만 살아남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그것도 6~7월 돼지고기 소비 성수기를 맞아 돼지값이 크게 오를 경우를 염두에 둔 계산이다. 소·닭·오리 농가도 돼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현 축산업의 위기 상황을 축산농가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10여년 전 IMF 때도 지금과 같은 위기가 닥쳤으나 농업과 축산업, 여타 산업 가릴 것 없이 서로 의지하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엔 농업계에서도 축산농가만 위기라고 느낄 뿐 대부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여서 축산농가들은 ‘서럽다’는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산농가로선 첩첩산중에 고립무원(孤立無援)의 형국이다.

식량산업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축산업도 분명 식량산업 차원에서 위기 극복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 국민의 절대적인 주식이 쌀이지만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우유 등 축산물도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사료값 폭등으로 가축 사육을 너도나도 포기하면 축산업 기반은 한순간에 붕괴된다. 지난 수십년간 피땀흘려가며 쌓아온 축산업 기반을 유지하고 우수한 식량자원인 축산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부도 축산담당 부서를 넘어 식량·예산·안보 등을 다루는 범정부 차원에서 사료값 대책을 활발히 논의, 사지로 내몰린 축산업을 살려낼 수 있다.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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