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보충해 주는 식품... 감자와 고구마
화기애애한 '가족대항전'이라고 여길 사람이 많겠지만 실상은 '한·일전'입니다 둘 다 노란색 식품(yellow food)인데다 고구마를 감저(甘藷), 감자를 북방감저라고도 부르니 '한 통속'이라는 오해를 살만도 하네요. 게다가 우연히도 조선 말기에 한반도에 들어왔고 구황식품으로 쓰였던 공통 전력이 있습니다. 한방에서 둘 다 허(虛)한 기를 보충하는 보기(補氣)식품으로 간주하지요.
그러나 감자는 가지과, 고구마는 메꽃과(모닝글로리) 식물로 근본부터 다릅니다. 감자가 줄기가 변해 생긴 덩이줄기라면 고구마는 뿌리가 변한 덩이뿌리지요. 외양도 고구마는 길쭉한 데 반해 감자는 둥글고 통통합니다. 또 감자는 강원도처럼 서늘한 곳 출신인데 고구마는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지요.
당뇨병엔 고구마가 좋아..
둘의 '체급'(열량)부터 달아볼까? 생것끼리만 비교하면 고구마는 '헤비급'(100g당 128kcal), 감자(66kcal)는 '플라이급'입니다. 이는 고구마가 더 달다는 것과 관련이 있겠지요. 그러나 감자를 기름에 튀겨 포테이토칩(532kcal)이나 프렌치프라이드(324kcal)로 만들어 먹는다면 사정은 180도 달라집니다.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으면 당지수(GI)나 당부하(GL)에 관심이 많을 겁니다. GI나 GL이 가급적 낮은 식품을 골라 먹는 것이 혈장 조절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런 측면에서 당뇨병 환자에겐 감자보다는 고구마가 좋습니다. 구운 감자의 GI는 85, GL은 26인데 고구마의 GI, GL은 그 절반 수준인 각각 44와 11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고혈압엔 감자가 탁월한 효과
고구마는 단맛, 감자는 아린 맛(감자의 눈에 든 솔라닌에 기인)인데 훨씬 단 고구마의 GI가 감자보다 낮은 이유가 궁금하시죠?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이미숙 교수는 '고구마의 섬유소 함량이 감자보다 더 높기 때문'이며, '당뇨병 환자가 고탄수화물 음식을 먹을 때 섬유소를 함께 섭취하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라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감자의 전분(탄수화물)은 몸에서 잘 흡수되고 혈당을 올리는 포도당으로 금세 전환됩니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C함량 면에선 감자의 근소한 '우세승'(감자는 100g당 36mg, 고구마는 25mg)입니다. 혈압조절을 돕는 칼륨함량을 따져도 감자의 '판정승'(감자 100g당 485mg, 고구마는 429mg)입니다. 그러나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식품을 통해 혈압을 낮추고자 한다면 둘 중 어떤 것을 먹어도 상관없어요. 이들의 칼륨 함량은 칼륨이 많이 들어 있기로 소문난 바나나보다 더 높습니다.
고구마를 먹을 때 김치를 함께 섭취하라고 권하는 것은 김치의 소금(나트륨)을 고구마의 칼륨이 배설시켜 혈압을 낮춰 줄 것으로 기대해서죠.
끝나지 않는 감자와 고구마의 대결
감자와 고구마를 직접 조리에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감자 쪽의 손을 들어줍니다. 감자 맛이 강하지 않아 다양한 음식에 두루 어울린다는 이유지요. 먹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감자가 덜 질리고 소화도 더 잘 됩니다. 고구마를 껍질째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소화를 위해서죠.
가스(방귀)를 생산하는 데는 고구마의 능력이 월등합니다. 이는 고구마의 섬유소 함량이 감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서죠. 또 고구마를 많이 먹으면 장내에서 이상발효가 일어납니다. 이를 줄이려면 무즙과 함께 먹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린매거진 22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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