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벌레의 일반적인 특징 및 방제


Ⅰ. 형태

  ‘깍지벌레’는 매미아목(Sternorrhyncha), 깍지벌레상과(Coccoidea)에 속하는 곤충으로, 이 상과에는 20여개의 과가 있다. 이들 깍지벌레는 아직까지 과와 속을 나누는데 있어서 연구자마다 의견이 다르며, 어떤 학자들은 깍지벌레를 아목으로 승격시키기도 한다. 깍지벌레는 기주식물에 고착하여 가해하기 때문에 몸이 매우 단순화되어 있으므로 형태적으로 종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또한 기주식물의 종류나 가해 부위에 따라 종내 변이가 커서 정확하게 종을 동정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깍지벌레의 형태적 특징을 보면, 몸은 대부분 왁스물질에 덮여 있지만 외관적으로 왁스 분비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종도 있다. 분비물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모든 종은 몸 표면에 분비구멍과 분비관을 가지고 있다. 이들 특유의 분비구멍과 분비관의 구조와 배열은 분류하는데 중요하게 이용된다.

  깍지벌레의 입틀은 배면의 앞다리 밑마디 사이에 있고, 구침은 가는 관으로 되어 있으므로 식물 조직을 찔러서 먹는데 적합하게 되어 있다. 다리는 대부분 잘 발달되어 있지 않고, 특히 발마디는 1마디이나, 드물게는 2마디인 것도 있으며, 발톱은 1개로 되어 있는 것이 다른 곤충과 다른 큰 특징이다. 모든 종은 가슴에 2쌍의 숨구멍을 가지고 있으며, 이세리아깍지벌레과(Margarodidae)와 도롱이깍지벌레과(Ortheziidae)는 가슴 숨구멍뿐만 아니라, 복부에도 작은 숨구멍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깍지벌레가 다른 곤충들과 다른 가장 뚜렷한 특징은 성충에서 보이는 자웅이형 현상이다. 모든 암컷 성충은 날개가 없고, 그 흔적조차 없다. 또한 머리, 가슴, 배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다리는 있거나 없으며, 있더라도 수컷보다는 덜 발달되었고, 더듬이도 수컷보다 덜 발달되어 있다. 홑눈은 없고, 음문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대부분의 수컷 성충은 날개의 시맥이 퇴화되어 있으며, 보통 앞날개만 있고, 뒷날개는 평균곤이 있거나 없어서 파리목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어떤 종들은 앞날개와 뒷날개가 모두 퇴화되어 있다. 3쌍의 다리와 더듬이 그리고 홑눈은 잘 발달되어 있고, 복부 끝에는 뾰족한 삽입기가 있다.

   이세리아깍지벌레과(Margarodidae)의 암컷 성충은 모양이 다양하지만, 보통 몸이 크고 몸마디가 분명하며, 산란기에는 백색 왁스를 분비하여 몸과 알을 덮는다. 겹눈은 매우 크고, 더듬이는 6~11마디이다. 다리는 잘 발달되었지만, 완전히 퇴화되어 없는 것도 있다. 앞가슴에 2쌍의 숨구멍이 있고, 배에도 2쌍 이상의 작은 숨구멍이 있다. 항문고리에는 센털이 없다.

  도롱이깍지벌레과(Ortheziidae)는 몸마디가 분명하며, 딱딱한 백색의 왁스에 덮여 있고, 성숙하면 몸 끝에 알주머니를 만든다. 더듬이는 3~8마디이고, 다리는 잘 발달되었지만 도래마디와 넓적마디가 붙어 있어 행동이 느리다. 가슴의 숨구멍 외에 배에도 작은 숨구멍이 있다. 항문고리에는 6개의 센털이 있다.

  주머니깍지벌레과(Eriococcidae)는 긴 타원형으로 성숙하면 솜털 같은 분비물이 몸을 완전히 덮는다. 더듬이는 3~7마디이다. 몸의 등면에는 원추형의 가시털과 분비관이 있으며, 배면에는 5눈샘구멍이 많이 있다. 배 끝은 항문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돌출 되어 있어 밑조각을 형성한다.

  가루깍지벌레과(Pseudococcidae)는 긴 타원형으로 몸이 연약하고 백색 왁스로 덮여 있다. 왁스를 분비하는 기관으로는 여러 종류의 분비구멍과 분비관이 있다. 몸 가장자리에는 2~18쌍의 가시털융기부가 있고, 가슴과 배에 각각 1쌍씩의 겹구멍이 있으며, 배면에는 배가운데구멍이 있다. 항문고리에는 6~8개의 센털이 있다.

  밀깍지벌레과(Coccidae)는 원형, 타원형, 반구형, 구형 등 모양이 다양하고, 표면도 매끈하거나 끈끈한 왁스로 덮여 있기도 하여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몸의 마디는 뚜렷하지 않으며, 가슴의 숨구멍 가장자리에는 2쌍의 숨구멍쐐기가 있다. 몸의 끝부분은 안쪽으로 깊이 함입되어 밑쐐기를 형성하고, 1쌍의 3모판이라고 하는 항문판이 있다. 여러 종류의 왁스를 분비하는 분비관이 있고, 몸 가장자리는 다양한 모양의 센털이 있다.

  깍지벌레과(Diaspididae)는 깍지벌레 중에서 가장 많은 종을 가지고 있으며, 종류도 다양하고, 가장 특수하게 진화한 그룹이다. 몸은 매우 작으며, 둥글거나 긴 깍지에 덮여 있다. 대부분의 깍지는 암수 비슷한 모양으로 암컷의 깍지가 조금 크지만, 깍지벌레족(Diaspidini)의 암컷은 딱딱한 깍지에 몸이 덮여 있고, 수컷은 백색의 긴 왁스에 몸이 덮여 있어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암컷 성충의 더듬이는 퇴화되어 1마디이며, 1개 이상의 센털이 있다. 다리와 항문고리는 없다. 몸의 등면과 배면에는 왁스를 분비하는 분비관이 있다. 배마디에는 경화된 밑판이 있으며, 밑판에는 주걱판, 샘가시, 가지판 등이 있다(그림 3). 이런 밑판에 있는 부속 돌기로 아과와 족을 나누지만, 학자들간에 의견이 다양하다.

 

Ⅱ. 생활


  온대에 사는 대부분의 깍지벌레는 1년에 1~2세대 발생하지만, 열대와 아열대 및 온실에 사는 종들은 1년에 여러 세대가 발생한다. 추운 지방에 사는 몇몇 종은 2~3년에 1세대 발생하는 종들도 있다.

  깍지벌레는 대부분 양성 생식을 하지만, 드물게는 수컷 없이 단성생식을 하는 종들도 있다. 산란 방법은 난생과 난태생을 하는 2가지가 있는데, 난생을 하는 경우에는 알덩어리를 낳아서 몸으로 알을 보호하기 때문에 몸이 많이 수축하게 된다. 난태생을 하는 경우에는 몸안에서 알이 부화하게 되므로 1령 약충을 낳는다. 부화한 약충은 다리와 더듬이가 잘 발달되어 있고, 몸의 끝에는 1쌍의 뚜렷한 가시털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부화하자마자 기어서 수 시간 내에 기주식물을 찾아서 정착한다. 이 기간에는 암수간에 형태적 차이는 없다.

  2령 약충 이후에는 암수간에 형태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수컷은 암컷에 비해 가늘고 길다. 수컷은 완전 변태를 하므로 번데기 전기간과 번데기 기간을 거치고, 대부분 날개가 있는 성충이 된다. 암컷은 번데기 기간을 거치지 않고, 종령 약충이 탈피하면 유형성숙하는 날개가 없는 성충이 된다. 따라서, 암컷에 있어서는 탈피 횟수가 수컷에 비해 적다. 탈피 횟수는 종에 따라 일정하지만, 주머니깍지벌레과(Eriococcidae)와 깍지벌레과(Diaspididae) 등의 암컷은 2회, 가루깍지벌레과(Pseudococcidae) 등에서는 3회 탈피하고 성충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영기의 구별은 일반적으로 몸의 크기나 분비된 왁스가 형성된 상황을 보고 외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기도 하지만, 간단한 방법으로 정확하게 구별하기가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

  종에 따라 탈피 횟수나 변태 방법이 다르다. 이세리아깍지벌레과(Margarodidae), 가루깍지벌레과(Pseudococcidae), 주머니깍지벌레과(Eriococcidae), 밀깍지벌레과(Coccidae) 등의 대부분 암컷은 일생 동안 다리를 가지고 있고, 성충과 약충의 기본적인 형태에도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깍지벌레과(Diaspididae)에서는 2령 약충 이후 다리가 없어져 이동을 못하고, 형태적으로도 1령 약충과 차이가 있다. 이세리아깍지벌레과(Margarodidae) 등은 2,3령 약충기에 일시적으로 다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성충이 되면 암컷도 다시 발달된 다리가 생기는 복잡한 변태를 하기도 한다.

  정착 방식도 종에 따라 달라서 그들의 기주식물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한다. 깍지벌레가 분비하는 왁스 분비물의 역활은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과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고, 건조한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게 하며, 몸이 물에 젖지 않게 한다. 또한 살충제나 다른 자연 사망 원인에 대한 방어 역할도 한다.

  사람들이 흔히 ‘깍지벌레’라고 하는 것은 기주식물을 가해하고 있는 약충이나 암컷 성충이다. 수컷 성충은 매우 작고 날개가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수컷 성충은 입틀이 퇴화되어 있고, 전혀 먹이를 먹지 않고도 수시간~수일을 살고 죽는다. 암컷 성충은 죽은 후에도 기주식물에 부착되어 있는 것이 많아서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채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Ⅲ. 피해

  깍지벌레는 기주식물의 즙액을 흡즙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식물체의 수세를 약화시키며, 심할 경우는 가지를 마르게 하거나 나무 전체를 죽이기도 한다. 또한 감로를 배출하여 광합성을 저해하고 미관을 해치기도 하고, 바이러스를 매개하여 더 큰 피해를 초래하기도 하며, 결국에는 상품 가치를 떨어뜨려 농가의 피해를 증가를 시킨다.

  자연 상태에서는 대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며, 인공적으로 관리하는 과수원이나 도시의 가로수 및 정원의 중요한 해충이다. 깍지벌레는 잠재적 해충의 성질을 지닌 종이 많아서 현재는 발생이 심하지 않은 종도 적합한 조건이 주어지면 대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농가에서 다양한 계통의 농약을 많이 사용하여 깍지벌레의 종수도 많이 줄어들었고, 피해도 많이 줄었지만,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나 농약을 줄이려고 하는 농가에서는 가끔 깍지벌레가 대발생하여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봉지 씌운 배에는 농약이 직접 접촉되지 않아 과실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도 하며, 화원의 관엽식물에도 농약을 살포하기 어려워 큰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도시의 가로수나 정원수에는 1년에 1~2회 정기적인 농약 살포로 천적이 감소하게 되어 깍지벌레가 대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시민들의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그 예로는 은행나무에 가루깍지벌레(Pseudococcus comstocki (Kuwana))와 감나무에 감나무주머니깍지벌레(Asiacornococcus kaki (Kuwana), 그리고 배롱나무에 주머니깍지벌레(Eriococcus lagerstroemiae Kuwana)를 들 수 있다.

  깍지벌레는 묘목의 뿌리나 줄기 또는 열매에 부착되어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 멀리는 나라와 대륙을 이동하기도 하므로 식물 검역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해충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해충은 국내에 천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발생하게 되어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감귤나무의 이세리아깍지벌레(Icerya purchasi Maskell)와 화살깍지벌레(Usaspis yanonensis (Kuwana))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Ⅳ. 방제

  깍지벌레를 농약으로 방제하기 어려운 점은 그들의 몸이 밖으로 배출된 왁스에 덮여 있거나, 암컷 성충이 알이나 약충을 몸으로 덮고 있어서 약액이 몸에 직접 접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종에서 생태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방제 시기를 알 수 없고, 같은 농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해충에 비해 등록된 농약이 적은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깍지벌레의 방제 적기는 몸 밖으로 배출된 왁스가 완성되지 않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노지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깍지벌레들은 4월 하순경부터 6월에 이동을 시작하여 산란하므로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방제를 하는 것이 좋다. 1년에 2세대 이상 발생하는 종들은 그들의 생태를 잘 알고 방제를 하여야 한다. 온실에 발생하는 종들은 월동을 하지 않고, 1년에 여러 세대 발생하므로, 농약사용지침서를 참고하여 적당한 간격으로 3회 정도 방제하는 것이 좋다. 깍지벌레과(Diaspididae)의 대부분의 종은 깍지 밑에 알을 낳으므로, 알에서 부화한 약충이 이동하는 시기에 방제하는 것이 좋으며, 가루깍지벌레과(Pseudococcidae)도 약충이 알에서 부화하는 시기에 약제를 살포하여 방제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환경친화형 농업이 대두대면서 농약을 줄이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므로 깍지벌레가 대발생하기 전에 조기에 관찰하여 밀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으로는 각 종의 생활사를 정확히 밝혀서 방제 적기를 설정하여 적당한 시기에 농약을 살포하되, 천적에 영향이 적은 선택성 농약을 사용하여 천적의 밀도가 자연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