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안전한 농산물을 고를 수 있는가. 불행히도 왕도는 없다.

농산물은 외관만으론 안전한지 알 수가 없다. 건강을 해치는 미생물이나

농약.중금속에 오염된 농산물도 겉은 오히려 더 깨끗하게 보일 수도 있다.

채소나 과일은 육류나 가공식품보다 더 청결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

껍질을 벗기지 않거나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렇다고 늘 청정 채소.과일만 사먹을 수는 없다. 값도 비싸거니와 진짜인지 미덥지도 않다.

조금만 신경쓰면 식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 씻는 게 최고
흐르는 물에서 세 번 이상 씻거나 물을 받아 세척해야 한다.

이화여대 연구팀이 생으로 먹는 상추.쑥갓.깻잎 등 엽채류를 수돗물.소금물.중성세제.

녹차액으로 씻어 잔류 농약의 양을 측정한 결과 흐르는 수돗물에 한번(3분) 씻었을 때

잔류 농약의 40%가 제거됐다. 두번 씻으면 농약 제거율이 60%, 세번째는 70%로 높아졌다.

잔류 농약이 겁난다고 영양 많은 사과의 껍질을 벗겨 먹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경북 영주시 풍기농협에선 껍질째 먹는

안심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주방용 중성세제나 과일.채소 세척용 전용 세제를 사용하면

농약 제거율(3분 1회, 53%)이 더 높았다. 녹차액이나 소금물(2%)을

사용해도 수돗물과 비슷한 농약 제거율을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진한 농도(4%)의

소금물에선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전혜경 과장은 흐르는 물에 씻는 것보다 물을 받아 씻는 것이 낫다며

농약 제거율의 차이가 없으면서 물 소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 씻을 때 이런 건 주의하자
시금치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물에 5분쯤 담가놓으면 잔류 농약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딸기 등 물러지기 쉬운 과일.채소는 일단 물에 닿으면

 금방 곰팡이가 생기고 쉽게 상한다. 또 비타민C 등 수용성 영양소가

녹아 나오므로 빨리 헹궈내야 한다. 농약 제거를 위해 딸기를

소금물로 씻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소금물이나 식초를 사용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오히려 농약이 과일.채소에 스며들 수 있다.

 

◆ 미생물 없애려면
익혀 먹는 것 외엔 뾰족한 비법이 없다.

세척.소독해도 유해 미생물은 잘 제거되지 않는다. 과일.채소의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식초나 활성탄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식품안전 컨설턴트인 강영재 박사는 유기 농산물엔 미생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씻어도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잘 씻어 미생물의 90%가 제거돼도 여전히 많은 수의 미생물이 남는다는 것이다.

실제 농촌진흥청 연구원들이 직접 들깻잎을 물과 중성세제로 30초~3분 씻어본 결과

 1g당 대장균 수가 줄었다. 30초 이상 씻어도 대장균 수는 더이상 줄지 않았으며

 3분간 세척하면 오히려 약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박사는

 채소.과일의 미생물 수를 줄이려면 야채 전용세제를 극소량(100ppm)

풀어놓은 물에 과일.채소를 담가 소독할 것을 권했다.

 

제대로 알자 식품관련 마크
◆ 친환경 농산물이란

저농약 농산물 - 농약과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절반 이하로 사용
무농약 농산물 - 농약 안 쓰고,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이내 사용
전환기 유기 농산물 - 1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
유기 농산물 - 2~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

◆ HACCP 마크
흔히 해썹 마크라고 한다. 원래 1960년대 미국에서 아폴로 우주선에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요즘은 세계 각국에서 가장 과학적인 식품안전성 관리 기법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선 농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HACCP 마크를 부여한다. 살균.세척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고, 오염원 발견시 즉시 작업 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어야 HACCP 적용 업소로 지정받을 수 있다.

◆ 우수 관리 농산물(GAP) 마크
위생 관리 시스템을 생산 단계부터 적용한 농산물에 부여한다. 농작물을 키우는 토양.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황사가 불 때 농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등을 종합 평가한다. 배.사과 등 일부 과일과 파프리카.약초 등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아직 시중에서 쉽게 접하긴 힘들다.

◆ 방사선 조사 마크
식품의 보관 기간을 연장시키거나 발아 억제를 위해 방사선(감마선)을 쬔 식품에 붙이는 표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kGy(킬로 그레이.조사선량)까지는 영양.위생 면에서 안전하다고

간주해 허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조사 처리한 식품엔 직경 5㎝의

방사선 조사식품 마크를 표기하도록 의무화했다.

◆ 유전자 재조합(변형) 작물.식품 표시
유전자가 재조합된 씨앗으로 재배한 작물(콩.콩나물.옥수수.감자)이거나

이 작물을 써서 만든 식품(된장.두부.팝콘 등)에 붙이는 표시다. 유전자 재조합

작물.식품인 경우 유전자 재조합 식품 또는 유전자 재조합 OO 포함 식품이라고 표시하게 돼 있다.

유전자 재조합 작물.식품이 영양.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국내에선 2001년 7월부터 이 표시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런점 늘 잊지마세요
◆ 살 때
유통기한, 포장 상태를 점검한다. 육류.해산물은 비닐 봉지에 넣어

이들에서 분비되는 즙이 다른 과일.채소에 묻지 않게 한다. 수분이 적은

식품을 먼저 사고, 변질되기 쉬운 식품은 맨 나중에 구입한다.

구입 후 귀가시간이 길어지면 보냉제를 사용한다.

◆ 보관할 때
냉장고는 한달에 한번쯤 청소한다. 냉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냉장고 공간의 70%까지만 채운다. 냉장고를 과신하지 않는다. 보관 용기

사이는 간격을 두고, 따뜻한 식품은 식혀서 냉장고에 넣는다.

 

◆조리 전
육류.해산물.달걀 등을 만지기 전후엔 비누로 손을 씻는다.

손을 씻을 때는 반지.시계를 푼 뒤 비누로 거품을 충분히 내 20초 이상 문질러 씻는다.

도마.칼 등 조리 도구는 끓는 물이나 햇볕에 소독한다. 행주는

여러 장 준비해 항상 청결한 것을 쓴다. 스펀지.수세미는 세제로

오물을 제거한 뒤 표백제로 표백 살균하고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군 다음 잘 건조시킨다.

 

◆ 조리할 때
조리기구는 사용할 때마다 간단하게라도 씻는다. 가열시엔 식품 중심부의

온도가 75도 이상 되도록 충분히 가열한다. 조리 도중에도 필요할 때에는

식품을 냉장고에 보관한다. 날로 먹는 샐러드나 조리된 음식에 육류나

해산물의 즙이 튀지 않도록 한다.

 

◆ 식사할 때
식사 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다. 요리는 알맞은 온도에서 먹는다.

(찬 요리는 10도 이하, 따뜻한 요리는 65도 이상) 식품을 실온에 오래 두지 않는다.

◆ 남은 음식 보관
남은 음식을 처리하기 전에도 손을 씻는다. 청결한 보존용 용기에 넣은 뒤

뚜껑을 닿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오래된 음식은 주저없이 버린다.

재가열시 중심부의 온도가 75도로 오른 상태에서 1분 이상 가열한다.

 

식품 영양.함량 표시…숨은 뜻, 주의할 점
무설탕이라고 표시돼 있어도 설탕 이외의 감미료(과당.올리고당 등)

를 써서 열량이 높을 수 있다. 무염분이라고 표시돼 있어도 간장을

사용해 짜게 한 경우가 있다. 소금 함량 대신 나트륨 함량이 적혀 있을 경우

나트륨 함량에 2.54를 곱하면 소금 함량이 된다. 식품에 표기된 영양 성분은

어떤 양(100g당.100㎖당.1인 분량당.1회 분량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인지 살핀다.

식품위생법에 고시돼 있지 않으나 업체 자체가 적어 놓은 안내 표시

(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사용하지 마세요 등)를 잘 따른다.

도시락.김밥을 살 때는 제조시간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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