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톡!
소금 튀는 모습이 요란하다.
화물차 바퀴에서 뽑은 알루미늄휠을 이용하여 만든 화덕 위에 석쇠를 걸치고
굵은 소금을 흩뿌리며 구워내는 삼겹살의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방금 따낸 싱싱한 야채, 나물무침으로 혀가 호사한다.
향긋하면서도 쌉싸한 맛의 야콘 잎이 최상의 메뉴다.
눈코 뜰 새 없이 한 주를 보낸 주말저녁
적막하기만 한 다락골이 사람 사는 냄새로 왁자하다.
항상 가까이 있어 마치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그 절실함과 고마움을 잊고 살아왔던
지우들이 일을 돕겠다며 따라 나섰다.
장작불을 지피고 둘러앉아 자기가 만난 세상과 소통하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이여진다.
애환이 짙게 벤 살아가는 이야기가 실타래 풀리듯 끝이 없다.
서로를 격려하고 아끼는 마음들이 불꽃처럼 뜨겁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따스하다.
다음날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음주를 절제하는 모습들이 애처롭다.
좋은사람들과 있으니 좋다.

 

 

 

 

 

 

 

 

 

 

 

출발총성만 울리길 기다리는 마라톤선수들처럼 어둠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쉼터 안은
각자 몸 풀기로 분주하다.
은은하게 번져오는 아침햇살의 기세가 다락골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약 한 번 거름 한 번 치지 않고 순전히 땅의 힘으로만 버텨온 야콘들을 드디어 오늘 수확한다.
4월의 마지막 날  밭에 모종을 함께 심었던 지우들과 수확의 기쁨을 나눈다.
차디찬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름 봄날 택배상자에 담아 인천에서 당진까지
어린 모종들을 시집보낸 후 농사꾼이라고 자청하는 자가 해준 일이란 고작 초여름
밭고랑에서 풀 몇 포기 뽑아준 것밖엔 없다.
처음 재배하는 작물이라 혹시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과 우려 속에서 조급함을 떨쳐내려 지난시간동안 애써 외면했다.
털끝하나 건들이지 않고 지금껏 혼자 커가는 모습만 지켜봤다.
성장하는 동안 내내 결실의 크고 작음에 집착하여 비료와 약제사용의 유혹에 빠져들진
않을까! 스스로를 억제하며 참고 참았던 땅속세상모습이 몹시 궁금하다.
사람들 불러놓고 혹시 밑이라도 재대로 들지 않았으면 이게 무슨 망신…….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지난밤새 몰래 한 번 뽑아보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수확하기도 전부터 이사람저사람 붙들고 나눔해주기로 혼자 기분 좋게 선심을 쓴 옆지기
모습 또한 긴장한 표정이다.
왕성한 기운이 넘쳐나던 야콘 잎이 계속 내린 무서리 탓에 많이 수척하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송이의 야콘 꽃이 함초롬히 피였다.
야콘 잎차의 용도로 쓸 줄기 맨 끝 생장점 부근의 잎과 줄기를 먼저 잘라낸 후 땅위에서
대충 20cm높이에서 부터 줄기를 2-3개의 토막으로 줄기들을 제거한다.
잘라낸 줄기들은 밭뙈기 한쪽에 마련된 퇴비장으로 옮겨 완전 발효시킨 후 다음농사에
사용할 예정이다.
남정네들이 힘든 줄기제거 작업을 맡고 야콘을 땅속에서 뽑아내는 수확의 기쁨은 아낙네
들에게 양보했다.
두 편으로 나눠 밭뙈기 양쪽 가장자리에서부터 줄기를 제거하기 시작한다.
키가 2m이상 자랐고 줄기끼리 서로 엉켜있어 낫으로 줄기를 베어내기가 힘에 부친다.

"우와! 엄청 크다.
고구마보다 훨씬 더 달렸다!"

밭두렁에 환호성이 넘실댄다.
아낙네들의 힘으로 뿌리를 들춰낸다는 건 예초부터 잘못된 설정이었다.
남정네도 흙속에 파 묻힌 야콘들을 뽑아내면서 힘들어한다.
별다른 연장도 필요 없이 줄기가 제거된 밑동을 잡고 힘껏 당기니 야콘들이 우수수 뽑혀
나온다.
미쳐 덜 따라 나온 야콘들도 손으로 흙을 헤집고 뽑아내니 쉽게 땅속에서 빠져나온다.
토실토실 살이 올랐고 그것도 모자라 몸뚱이가 쭉쭉 갈라진 것도 수두룩하다.
신바람이 따로 없다.
따사로운 햇볕아래 함박웃음을 머금고  활기가 넘친다.
그 동안 흘린 땀과 열정이 흡족한 결과로 다가왔다.
남모르게 혼자 실실 웃음을 흘렸다.
바구니에 가득 담아 이웃집들에 나눔 하니 좋아라들 하며 입이 귀까지 걸린다.
가져간 바구니마다 고구마며 김치 등을 채워 담아준다.
따뜻하고 넉넉한 가을모습이다.
나눔하고 남은 야콘들이 쉼터 사랑방 안에 가득하다.
이것들 또한 숙성과정을 걸쳐 쓰임새 별로 구분하여 주변사람들과 나눔할 요량이다.
야콘을 따낸 등걸에 달린 줄기들을 마저 제거한 후 다음해 농사에 쓸 뇌두(종자)만 따로
모아 쉼터 원두막 안에 펼쳐 놓는 것으로 올해의 야콘 농사를 마무리 했다.

 

 

 

 

 


잎사귀가 땅에 내려않은 귀족서리태(검은콩)를 뿌리째 뽑아 흙을 털어낸 후 단으로 지여
쉼터 원두막 안으로 옮기는 작업을 마친 일행들이 은행나무아래 쪼그리고 앉았다.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안주인은 점심상 내어 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지친 마음과 한숨이 저절로 묻어난다.
은행나무 밑에 쌓인 열매들을 빈 비료포대에 주워 담는 일이 지루하게 이여진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떨어진 농사일을 싫은 내색 한 번 보이질 않고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어 살아가는 재미에 가슴 벅차다.
서로서로 소통하며 나눔하려는 정이 살아있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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