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농산물은 소비자의 얼굴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우고기는 마블링(근육지방)이 촘촘히 박힌 붉은 색조의 신선육을 소비자들이 원한다.
때문에 한우농가는 거세우(去勢牛)를 만들고 곡물사료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생산한다.
배는 큰 것을 선호한다.
작은 배는 아무리 육질이 좋고 당도가 높아도 인기가 없다.
때문에 생장촉진제 투여 같은 써서는 안 될 농법을 쓰기도 한다.

숯불고기 한 점을 상추에 싸 먹는 즐거움을 어디다 비할 수 있을까.
이때 먹는 상추는 신선하고 연하며 특히 고도의 안전성이 우선이다.
껍질을 깎아 먹는 과일과 달리 그 자체를 한 번 씻어 생으로 먹기 때문이다.
얼마 전 쌈 채소에 중국에서 들여온 농약이 무분별하게 뿌려진다는 내용이 전해진
적이 있었다.
국내서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파클로부트라졸'이라는 미등록 농약이
뿌려졌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이 농약을 뿌린 이유는 단순했다.
농약을 쳐서 채소를 예쁘게 만들면 한 상자에 2만원 받는데, 그렇지 않으면 볼품이 없어 2000원도 못 받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 '예쁜 채소'를 마다할 바보 농민이 있겠는가?
화장을 한 '미인 채소'는 벌레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미인 채소'를 좋아한다.
화장을 짙게 했으니 미인 채소는 곱고 윤기가 나며 어딜 보아도 흠집 한 점 없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갖가지 '화장품(농약)'을 준비한다.
고발된 '파클로부트라졸'은 생장을 억제하는 호르몬 제재의 일종으로 저독성 농약이다.
이 농약을 뿌리면 조직이 치밀해져 색깔이 좋고 통통한 '미인 채소'가 된다.
비록 벌레가 갉아먹어 구멍이 송송 나고 볼품없는 농산물이 국민건강에는 최고다.
소비자들이 화장기 없는 '쌩얼'농산물을 사랑해야 한다.
소비자 취향이 먼저 바뀌어야 농민들도 '농약범벅' 농산물을 만들지 않는다.

신동헌·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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