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배추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채소 가운데 하나다. 우리 민족이 삼국 시대부터 식용해 온 것으로 알려진 무는 고려 시대에는 이규보가 쓴 ‘가포육영’이란 시에 ‘무는 소금에 절여 겨울 동안 저장해 두고 먹는다’는 글귀가 등장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십자화과 식물의 대표적인 뿌리채소인 무는 제갈량이 원정갈 때 군량으로 삼았다고 해서 ‘제갈채諸葛菜’로 불리며,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부녀자들이 두 갈래진 무를 숨겼다가 몰래 먹었다고 해서 ‘다산채多産菜’로도 불렸다. 6000여 년 전 이집트에선 노예들이 무를 먹고 힘을 내 피라미드를 건설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되지만, 특히 전북 고창은 겨울 무 산지로 유명하다. 고구마, 고추, 마늘 등의 그루갈이로 9월 초순 파종해 12월 초순부터 거둬들이는 고창 무는 육질이 단단하고 달아 김칫소로 쓰면 시원하고 맛있다. 특히 고창의 황토는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이곳에서 자란 황토 무는 단단하게 여물어 쉬 무르지 않기 때문에 김장 무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에 보낼 무를 수확하던 정이수 씨(66)는 “올해는 늦여름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 예년보다 알이 작지만 기름진 황토밭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김장용으로 제격”이라며 고창 황토 무 자랑에 열을 올렸다.

말랭이·시래기는 겨울철 영양식으로 그만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알려진 무를 우리만큼 많이 먹는 민족도 드물다. 바지춤에 쓱쓱 닦아 날로 먹거나 젓갈, 고춧가루와 함께 버무려 김칫소를 만들었다. 동치미며 깍두기를 담가 먹고, 갈치나 고등어 졸일 때 굵직굵직하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기에 볕 좋은 날을 골라 햇볕에 말린 무청은 된장과 참기름을 넣어 시래기 나물로 무쳐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이렇듯 무는 요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골 재료지만, 다양한 약효를 지니고 있어 몸에도 이로운 채소로 꼽힌다.‘무 거둬들일 때 한 달간은 한의원이 일손을 놓는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우선 무에는 소화 효소가 많아서 천연 소화제로서 손색이 없다. 전분 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를 비롯해 몸속의 해로운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카탈라아제 등의 효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따라서 떡을 먹다가 목이 멜 때나 체한 듯 소화가 안 될 때 시원한 나박김치 국물 만큼 좋은 천연 소화제는 없다. 또 국수나 보리밥을 먹고 체했을 때 생 무를 먹던 우리 선조들의 오랜 식습관이 얼마나 과학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메밀국수를 무를 갈아 넣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도 같은 이치다. 또 요즘도 식당에 가보면 칼국수, 수제비 등 밀가루 음식에 깍두기나 무채 등이 곁들여 나오는데 이것도 무와 밀가루 음식의 궁합을 고려한 식단인 셈이다. 따라서 과식했을 때 생 무를 강판에 갈아 즙을 내 마시면 좋다. 속이 계속 더부룩할 경우 쌀죽을 끓일 때 채 썬 무를 넣어 무죽을 먹어도 된다. 시원한 맛의 무국도 체한 듯한 속을 말끔히 풀어준다.
이 밖에도 무에는 지방이나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어 튀김 등 기름기 많은 음식에 곁들여 먹으면 좋다.
특히 무는 기침이 심할 때 먹으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수분과 비타민 C 덕분이다. 무씨에는 이런 약효가 많아 한약재로도 널리 쓰인다. 기침을 멎게 하기 위해 무를 먹을 때는 즙을 내어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즙을 낸 뒤 물과 즙을 1대 2의 비율로 섞어 마시면 된다. 무즙은 소화를 촉진시키며 해독, 거담 작용이 뛰어나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변비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도 무를 권할 만하다.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는 무는 정장 작용을 해 균의 이상 발효를 막고 유익한 균을 번식시키기 때문이다.
평소 목이 간질거리고 잦은 기침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무를 깍두기처럼 썬 뒤 병에 담아 꿀이나 조청을 부어 2~3일 지나 괸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또한 무는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도 한몫 한다. 또 무는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화상이나 타박상으로 환부가 심하게 부어올랐을 때 생 즙을 붙이면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청도 뿌리 못지않게 영양가가 우수하다. 무청에는 비타민 A를 비롯해 비타민 C, 비타민 B₁등이 많고 칼슘 함유량도 높다. 식이섬유도 많아 변비를 해소시키는 데도 그만이다.
이와 관련‘본초강목’등의 기록을 보면, 무 생즙은 소화를 촉진시키고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으며 무즙은 담을 제거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는가 하면, 각혈을 다스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빈혈을 보한다고 했다. 생즙을 마시면 설사를 다스린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조 영조 25년(1749년) 조정준의 소아전문 의서‘급유방’식치발명 편을 보면 “무는 맵고 달며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소화를 촉진하고 담을 없애고 소갈을 그치게 하며 기침을 멎게 한다. 오랫동안 너무 많이 먹으면 수염과 머리카락이 일찍 희어질 수 있고 영양의 균형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적고 있다.
무를 한약재로 사용할 때는‘나복’ 또는‘내복’이라고 부르며 씨는‘나복자’, 근경은 ‘나복근’이라고 한다. 한약 처방에는 주로 나복자를 사용한다. 무씨는 천식에 효과적이다. 무씨를 가루로 만들어 한번에 10∼20g씩 하루 두세 번 설탕물 또는 꿀물에 먹는다. 숨차고 기침하는 데 두루 쓰인다.
무에는 또 섬유질이 풍부하다. 섬유질은 크게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눠지는데, 불용성은 흔히 배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섬유질이다. 수용성 섬유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액을 맑게 해준다. 무 껍질에 들어 있는 섬유질은 생 무의 10여 배에 달해 대장암, 심장병 같은 질병 예방에 뛰어나다.
무말랭이에는 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다. 무를 햇볕에 말리면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가 증가해 흡수율이 아주 좋다. 아울러 비타민 B1, 비타민 B2, 니아신, 철, 칼륨 등이 풍부하다. 비타민 C의 경우 생 무보다 오히려 많이 들어 있다.
무는 민간요법에서도 요긴하게 쓰였다. 무즙을 탈지면에 묻혀 콧구멍에 넣으면 비염에 효과가 있다. 관절에 염증이 있어 붓고 아플 때도 무즙으로 찜질하면 좋고, 여드름에도 세면 후에 무즙을 바르면 염증이 가라앉는다. 또한 말린 잎은 자루에 넣어 입욕제로 이용하면 몸을 따뜻하게 하여 냉한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매끈하고 윤기나는 무 골라야
무는 매끈하고 윤기가 나며 흙이 적당히 붙어 있는 것이 좋다. 무청이 싱싱하며 두드렸을 때 무겁고 가득 찬 느낌이 나면 바람이 들지 않았다는 증거다. 몸매가 매끈하고 상처가 없는 것으로 고르되 색은 너무 진한 것보다 무 길이의 절반 정도만 연녹색인 것을 선택한다. 김칫소로 쓸 무는 단단하고 수분이 많은 조선무를, 동치미는 무청이 싱싱하고 윗부분이 파랗지 않은 진흙 밭에서 재배한 무가 연하고 맛있다. 총각무 재료는 무가 작고 단단하며 무청이 파릇파릇한 것을 고른다. 그 밖에 무를 고를 때는 무청에 묻은 흙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모래가 묻은 것보다는 진흙이 묻은 무가 훨씬 당도가 높다. 또한 자른 단면에 구멍이 있거나 변색된 것은 피한다. 잎이 달린 무를 구입했을 경우, 잎은 구입한 당일 모두 조리하는 것이 좋다. 쓰고 남은 무는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무는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무는 생으로 먹기도 하고, 총각김치, 동치미, 무절임, 무말랭이, 단무지 등에 쓰인다. 무는 부위에 따라 맛에 차이가 있어 잎에 가까운 부분은 매운맛이 약하고 단단하므로 무즙이나 샐러드에, 중간 부분은 단맛이 강하므로 조림에 이용하면 좋다. 뿌리 부분은 매운맛이 강하고 섬유질이 많으므로 국물 요리의 건더기나 조림에 이용하기도 한다. 무청은 누런 잎은 떼고 한 묶음씩 건조시켜, 나물이나 된장국 등에 이용한다. 또한 무국을 끓일 때는 무를 볶아주어야 향기 성분인 황화알릴류가 휘발되어 떫은맛이 없어진다.
무 손질, 이렇게
무는 껍질에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으므로 벗겨내지 말고 깨끗하게 씻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를 채 썰 때는 무의 섬유질 반대 방향으로 채를 썰어야 무가 쉽게 무르지 않고 썬 모양이 가지런하고 예쁘다.
좋은 무는 생김새가 좋고 무청이 싱싱하며 색이 흰 것일수록 좋다. 여름에 나는 무는 연하고 가을 무는 수분이 많고 단맛이 난다. 특히 매운 무는 요리의 맛을 좋게 한다. 작고 동글동글한 무는 동치미를 담기에 좋고, 아래가 둥글게 퍼진 조선무는 깍두기를 담는 데 적당하다.
무는 조리법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썰어서 넣을 수 있는데, 김치나 생채일 경우에는 깍뚝 썰기나 채를 썰고, 무국이나 무가 들어가는 탕에 넣을 때에는 납작하게 슬라이스 하는 것이 무의 단맛을 많이 우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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