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가을 냄새가 그윽합니다.
내남없이 발그레 달아오르는가 싶었더니 금세 낙엽지네요.

 

 


먹고사는 일에다 고속도로까지 막혀
다락골에 도착하기도전에 벌써 어스름이 짙게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가을비가 내려 질퍽한 땅에 마늘을 심었는데…….
밭을 꾸며 양파모종을 아주심기 해야 하는데, 또 가을비가 내릴 거란 예보네요.
농사꾼에게 짓궂은 가을비입니다.
비가 내리기전에 양파 심을 밭을 꾸며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밤새 뒤척이다 새벽닭이 울기 무섭게 연장을 챙겨들었습니다.
거름을 뿌리고,
쇠스랑으로 땅을 파서 뒤집고,
마음은 급한데 몸은 따라오지 않고,
뒤죽박죽
낑낑대며 애써 만든 두둑 위에 비닐을 씌우고 나니 환하게 가을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새 가을빛이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네요.

 

 

 

 

모종 값이 많이 올라서인지
양파 모종에 눈독을 드리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내한성이 강해 중부이북지방에서 재배가 가능한 강원1호탠신황이란 품종의 양파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모종을 얻으러온 이웃 아주머니들이 일을 거드네요.
낯간지럽지만 양파모종 심는 일이 수월합니다.

 

 

 


지난 초가을엔 비가 잦았습니다.
땅이 습했던  까닭에 생강수확은 초라하고 토란수확은 푸짐합니다.

 

 

 

 

 

불과 엊그제만 같은데,
요즘 농촌에서 낫으로 벼를 베는 모습을 구경조차하기 힘듭니다.
마당에 널따란 멍석을 깔고 나락을 말리는 모습도 그렇고요.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
집집마다 밭에 심어 놓았던 무를 뽑아와 시렁에 매달아 말리던 그런 풍경도 자취를 감췄네요.
소싯적 갈바람에 무를 말려 만든 다꽝은 달착지근하고 쫀득쫀득해 반찬으로 으뜸이었습니다.
그 식감을 잊지 못해 올해는 단무지용무를 따로 심었습니다.
늘씬하고 미끈하게 생긴 외모부터 눈길을 붙잡네요.
말리는 도중에 바람이 드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생장점을 제거하고 4개씩 묶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 말립니다.
문득 떠오르면 슬며시 웃음이 번지는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이네요.

 

 

다락골에서 제일 큰 밭뙈기입니다.
외지사람이 빌려 5천 평이나 되는 밭에 배추 만 삼천포기를 심었습니다.
한동안 배추 값이 비싸다고 좋아하더니만
빨리 온 추위 때문에 배추 속이 차질 않는다며 울상을 짓네요.

 


돌아오는 주말에 김장을 하기로 계획했는데 배추가 속이 덜 차 걱정입니다.

 

 

늦은 가을밤.
고속도로에는 남녘으로 단풍놀이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불빛이 길게 이어집니다.
울긋불긋
단풍놀이가 따로 없습니다.

내일,

살아갈 힘을 비축하기위해 잠시 미뤄두었던 단풍놀이를 이렇게 즐깁니다.

생각을 바꾸니 여유가 넘침니다.
화려함이 쓰러지고 그 곳엔 조락의 스산함이 드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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