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꽃잎도 떨구지 못한 채 마른 장미꽃 위에도 된서리가 내렸습니다.
박제된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거적을 엮어 외양간 바람구멍을 막고,
김장김치도 담고,
이웃들이 겨울채비도 막바지입니다.
올가을도 종착역에 다다랐네요.

 

 

 


다락골로 오는 길에 시골방앗간에 잠깐 들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수없이  두들겨도 방앗간 문이 열리지 않네요.
등겨와 쌀겨를 구입해 마늘밭에 덮어주고 싶었는데…….
아쉬움에 한참동안 방앗간을 서성대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마늘 싹이 제법 올라왔습니다.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네요.

 

 

 

올해는 가을비가 잦아 추수를 끝낸 논배미마다 물이 고였습니다.
겨울채비를 위해 마늘밭에 덮어줄 지푸라기를 긁어모아 지게로 져 나르는 일이 수월치가않네요.
작두로 소여물 썰어 놓은 듯,
벼 수확할 때 콤바인으로 잘게 잘린 지푸라기를 가져다 두둑 위에 수북이 올려줍니다.
그 위로 투명보온비닐을 씌우고, 거세게 휘몰아칠 북풍에 벗겨지지 않게 단단히 채비합니다.

 

 

 

보온비닐에도 서리꽃이 피었습니다.
비닐 속 세상은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간판가게를 하는 아랫집 총각에게 부탁해 모은 폐현수막으로 마늘밭을 빙 둘렀습니다.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찬 공기를 얼마만큼 막아낼 수 있을지?
역할이 기대됩니다.

 

 

양파 밭도 단단히 싸맵니다.

 

 

"우덜은 지푸라기만 덮어주고 마는 디, 이 집 마늘은 호강하네유!"
"저렇게 해놓으면 고라니는 얼씬도 못하겠네."
아랫집에 김장 품앗이 온 마을 할머니들이 구경거리 보듯 관심을 가집니다.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거란 예보입니다.
가을비가 자주 내리는 것으로 보아 눈도 많이 내릴 것 같고요.
잘 지켜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자연을 예리합니다.
그리고 공평합니다.
사정을 봐주질 않습니다.
틈이 보이면 어김없이 파고듭니다.
작은 틈새를 방치했다 어처구니없게 당한 숫한 경험을 바탕으로 골 먹는 골키퍼가 되지 않기 위해 꼼꼼하고 세밀하게 겨울채비를 합니다.
일이 많이 더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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