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출산할 때 겪는 고통처럼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그 만큼의 고통을 필요로 한다지요?
한 해의 끝자락 12월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바쁜 시기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보다 묵은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훨씬 더 크게 와 닿네요.
나이 탓도 있겠지요!
웃고, 울고,
이제 지난 모든 일을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희망의 시간표를 짜 보려합니다.

 


겨울문턱을 넘어오길 기다렸다는 듯
강추위가 들이닥쳤습니다.
덩달아 폭설도 내렸고요.
겨울채비도 끝내지 못했는데.......
발이 묶여 두 주 동안 꼼짝 못하고 집구석에 처박혀있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까봐,
늘 마음만은 다락골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잠시 동장군이 물러난 사이,
주말을 맞아 다락골에 다녀왔습니다.

 


북향에 산골마을이라서 그런지 꽤 추웠습니다.
내려올 때 언뜻 보니
인천당진구간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은 풀린 날씨로 이번에 내린 눈이 모두 녹았었는데 다락골은 녹지 않고 쌓여있었습니다.
쉼터로 통하는 외딴길은 제설작업이 안 돼, 도중에 차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인적이 끊긴 길 위로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발자국만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까치밥으로 남겨놓았던
홍시 두개가 미쳐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그대로 꽁꽁 얼어있습니다.

 

 

해마다
은행 수확을 마치는 것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올해는 땅에 떨어진 은행을 미쳐 다 줍기도 전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은행나무 밑에는 아직까지 줍지 못한 은행들이 수두룩합니다.
더 이상 줍지 않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지난 몇 주 동안 틈틈이 주워 모아 비료포대에 담아둔 것이 꽤 많습니다.
먹고, 이웃들에게 나눔 하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린다고해도
150kg이 넘는 은행의 겉껍질을 벗겨내는 일은 힘겨운 일입니다.
모자라는 일손을 채우기 위해 취직공부에 매진중인 대학졸업반 딸아이 품도 빌렸습니다.
영하의 날씨속에
늦은 밤까지 일이 계속됩니다.
기계에서 껍질이 벗겨진 은행을 물에 헹궈 비닐하우스에 펼쳐 말립니다.
지하수가 따듯하게 느껴지네요.
“은행 몇 알 먹겠다고…….”
자기 욕심 때문에
귀한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하고, 애틋한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어 보람도 있습니다.

 

 

하루온종일 겨울안개가 자욱합니다.
마치 요즘 대선정국을 보는 것 같습니다.
누가되든 농삿꾼이 환하게 웃는 그런 세상을 그려봅니다.

 


자색무로 담근 동치미가 벌써 익었네요!
보는재미와 먹는재미를 동시에 즐깁니다.

 

 

 

 

 

 

한 달가량  처마 끝에 메달아  말렸던 무가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아침부터 옆지기는 딸아이와 함께 단무지를 담았습니다.
시골어머님이 가르쳐준 전통방식대로
소금, 다시마, 치자 우려낸 물을 쌀겨와 섞어
무 한 켜 쌀겨 한 켜
교대로 켜켜이 쌓고 꼭꼭 눌러 다진 후 그 위에 시래기를 수북이 올려줍니다.
두 달쯤 발효시켰다가 꺼내먹을 식감이 살아있는 쫀득쫀득한 단무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눈 덮인 매실나무 밭에서 가지치기와 겨울채비를 마칩니다.
눈 위에서 하는 작업이라 동동걸음을 쳐봐도 발이 몹시 시리네요.
물이 얼까봐,
나무밑동에 흰색페인트를 칠하는 대신 애완견기저귀(패드)로 단단히 싸매줍니다.
언제부터일까?
매실나무에 송골송골 매화꽃망울이 맺혔습니다.

 


쉼터로 통하는 상수도관밸브를 틀어막고 보일러배관에 동파방지열선을 두릅니다.
수도꼭지를 열어 담긴 물을 빼내고 양변기에 고인 물도 제거합니다.
창틀마다 보온비닐을 붙여 틈으로 새는 외풍을 차단하고 문을 걸어 잠급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춥겠다는데
주인이 비운 3개월 동안
잘 버텨줄지 걱정이 앞섭니다.
안녕!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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