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용품들을 활용해 농사일을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고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농장에서 할 일이 정해지면 그 일에 필요한 도구를 찾기 위해 일주일 내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주말농사에 중독된 후 생긴 이상한 버릇이지요.
꾀만 늘었습니다.
농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생뚱맞게 등산용 지팡이를 챙겼습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단풍놀이라도 갈 거냐며
영문을 모르는 옆지기는 설레발을 칩니다.

 

 

"어머니, 보내주신 마늘통이 많이 터졌네요.
 혹시 너무 얇게 심은 것은 아니세요?"
"캐낸 마늘들이 다 그 모양이구나. 누구 한 사람, 로타리로 때려주는 이가 없어서
 힘없는 늙은이가 호미로 어깨 빠지게 흙을 북북 긁어 아무리 잘 심는다 고해도  흙이 덮인 곳이 있고 덜 덮인 곳도 있고........"

지난 유월이던가?
시골어머님께서 직접 키운 마늘을 보내주셨습니다.
택배상자를 열자
몽땅 겉껍질이 터진 마늘입니다.
먹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볼품은 없었습니다.

 

 

된서리가 내렸습니다.
아피오스 잎사귀도 노랗게 물이 드네요!

 

 

북동쪽
산자락 끝에  위치한 밭뙈기다 보니 겨울엔 몹시 춥습니다.
등겨로 덮고 볏짚으로 싸매도 대부분의 양파는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얼어 죽습니다.
이런 연유로 양파농사는 포기하다시피 했지요.
그런데 지난 3년 전부터 추위에 강한 강원1호 텐신황이라는 양파 품종 덕분에 얼어 죽이지 않고 알이 꽉 찬 양파를 재배해오고 있습니다.
맛도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
농사를 지어 나눔해 드린 사람들로부터 양파 좋다는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종을 직접 키워 내다심었는데
올해는 육묘과정에서 모잘록병이 심하게 발병해 반반한 모종 하나 건지지 못하고  인터넷을 뒤져 어렵사리 모종을 구입했습니다.
운송과정에서 모종이 마르고 시들 것이 발생해 아쉬움이 남네요.

 

재배 중에는 약제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하지만 종자와 모종 소독만큼은 철저히 합니다.
적용약제(카스텔란수화제)에 5분쯤 담갔다가 꺼내 아주심기를 합니다.

 

 

 

 

 

한 주전에 전용 비닐을 씌워 미리 꾸며둔 곳에
등산용지팡이로 구멍을 내면 옆지기가 그 구멍 속에 모종을 하나씩 집어넣습니다.
그제야 지팡이의 쓰임새를 알아차린 옆지기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마네요.
끝이 뾰족한 등산용 스틱은 땅에 박히는 부분의 직경이 1cm,
길이가 4cm 쯤 되어 양파구멍 뚫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허리도 아프지 않고 일도 한결 수월하구요.

보통 양파모종은 3cm 깊이로 얇게 아주심기 하는 것이 좋은데 서릿발피해를 줄이기 위해 약간 더 깊게 심었습니다.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양파모종은 깊이 심으면 양파모양이 길쭉해져  생김새가 예쁜 동글동글한 양파로 키우려면 얇게 심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9월초에 심었던 코끼리마늘싹이 거의 올라왔습니다.
올라오는 모습이 고르지 않고 시간도 몹시 더디네요.
일반마늘과는 맛이 달라 재배를 망설이다가 흑마늘을 만들 요량으로 한접가량 심었습니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을 때면 마음이 항상 설렙니다.
내일에 대한 기대 때문이겠지요.
다락골에선 한지형마늘을 10월말에서 11월 초에 파종합니다.
따뜻할 때 심어야 뿌리내림이 좋아져 추위를  이겨낼수있다며 이웃들도 씨마늘 파종을 서두르는 모습이네요.
올해는 네쪽마늘(캐나다마늘)위주로 6접을 씨마늘로 준비했습니다.
소독약에 한 시간쯤 담갔다가 꺼내 그늘에서 물기를 말려 파종합니다.
옆지기와 마주보고 쪼그리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씨마늘을 심고 있는데
캔에 든 맥주 서너 개를 검은 비닐봉지 속에 담아 들고 이웃집 총각이 건너오네요.
힘든 일도 자기 일처럼 마다하지 않고 거들고 사는 절친입니다.

 

 

"형님, 세참 드시고 하셔야지유.
 아침부터 마늘 땜시  엄마하고 한바탕했구먼유!"
"아니, 왜?"
"글씨, 지난번에 마늘을 너무 깊게 심어 마늘통이 작았다고 엄마가 나무라지 않겠시유.
 형님이 시키는 대로 심었는데 말이예유"
"허허, 아주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셔?
 내가 보기엔  깊게 심는 것도 아니고, 그만하면 밑도 실하게 들었던데……?"
"그러게유.
 노인네들은 자기가 직접 하지 않고서는 젊은 것들이 하는 일은 모두 미덥지 못한가 봐유.  허. 허. “

 

 

지난해 마늘을 파종할 무렵,
이웃집 아주머니는 어깨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습니다.
농사일이 서투른 총각은 저에게 물어가며 마늘을 심었습니다.
서릿발이 심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라 조금 깊게 심으라고 조언했습니다.
올 봄.

이웃집 마늘은 서릿발 피해 없이 농사가 아주 잘 되었습니다.
울 마늘밭보다 됨새가 훨씬 좋았고요.
옆지기는 마늘이 실하게 잘 됐다며 도시 이웃들에게 여러접 팔아주기까지 했습니다만 정작 주인 눈에는 성이 덜찬 모양입니다.
너무 깊이 심게 해 마늘통이 자잘했다는 핀잔을 듣고나니 조금은 씁쓸하네요.
깊게 심으면 통이 작고, 얇게 심으면 통이 터져 볼품이 없고, 신경 쓸 것도 많고, 손도 많이 가고…….
지금껏 해본 농사 중에서 마늘농사가 가장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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