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나누고,
가을 끝자락 남새밭엔 작고 볼품없어 남겨진 무만 남았습니다.
남에게 주기는 부끄럽고
내버리기엔 하나같이 눈에 밟히네요.
저 무인들  더 크고 잘 생기고 싶지 않았을까요?

햇볕도 가리고 양분도 덜주고......
모자라게 키운 주인 잘못입니다.
못 생기고 작은 것은 잘못 키운 주인의 몫입니다.
애면글면 애써 키운 것을 차마 주인마저 내팽개칠 수 없어서겠지요.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얼기 전에 모두 뽑아 동치미와 짠지를 담기로 했습니다.
찬 서리를 맞고 자라서인지 더 달고 아삭거립니다.
약이 따로 없습니다.

 

 

 

추워졌습니다.
눈도 내렸고요.
4주전에 아주심기 했던 텐신황 양파모종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습니다.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싹이 돋아납니다.
찬바람에 할퀴어 해쓱하고 까칠한 모습이네요.
심어만 놓고 보살피지 못한 주인 탓입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지난해엔 가을비가 흔했습니다.
논바닥엔 물이 흥건했지요.
마늘과 양파를 심고 얼어 죽지 않게 보온한답시고
추수가 끝난 논배미에서 가져온 물에 젖은 축축한 볏짚으로 두둑을 덮고 그 위에 보온비닐을 씌웠습니다.

자연은 틈을 놓치지 않고  아픈 곳을 들춰내 매섭게 후벼댔습니다.
한겨울.
땅이 얼고 보온비닐 속 축축한 볏짚도 얼고 덩달아 양파모종도 얼었습니다.
또한 얼어버린 볏짚은 지온이 상승하는 것을 방해해 이른 봄 양파의 자람 새까지 나쁘게했습니다.
바싹 마른 지푸라기로 덮어주었더라면 지켜줄 수 있었던 것을 생각 없이 농사를 쉽게 봤다가 된통 크게 혼났습니다.
땀 흘려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것만이 농사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일치감치
추수가 끝난 논에서 짚단을 가져왔습니다.
밭뙈기에 올 때마다 추리고 뒤집어 바싹 말렸습니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겨울맞이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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