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은 이 나무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어 매년 초 나무 앞에서 마을의 행운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 왔다. 한동안 맥이 끊겼던 이 풍습은 약 10년 전 동네주민들이 제사를 다시 지내면서 부활됐다. 최근에는 연산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 '왕의 남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하루 300여 명의 시민이 둘러보는 명소가 됐다. 800년 넘게 푸름을 자랑해 오던 은행나무에 이상이 생긴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부근에 빌라와 아파트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나무의 건강도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95년에는 가지가 마르고 잎이 시드는 병이 생겨 구청에 "나무를 살려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기도 했다. 나무를 되살리도록 결정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기껏 나무 때문에 빌라에 살고 있는 주민을 쫓아내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구청 측은 "단순히 나무만 살리자는 게 아니라 보호수인 만큼 문화재를 살린다고 생각하자. 매입한 빌라 터는 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주민의 이해를 구했다. 그러자 주민들도 구청의 설득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도봉구는 빌라 철거에 대한 보상비와 공원 조성 비용 등을 포함해 모두 40억원의 예산을 들일 예정이다. 구청의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던 서울시도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는 이에 따라 올봄 나무 인근 빌라 두 동(棟) 12가구를 매입했다. 빌라 철거가 끝나면 현재 260평 규모인 은행나무 마당을 올 연말까지 430여 평의 정자마당으로 꾸며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예정이다. 도봉구는 시민을 위해 새로 조성되는 정자마당과 지난해부터 일반에 공개된 연산군 묘역 등을 합쳐 3000평에 달하는 근린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68년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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