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방학동 연산군 묘역 앞 은행나무. 840년이 넘는 수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푸른 모습이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지는 가지들 아래 지지대를 받쳐 놓았다. 오른쪽 아래의 빌라 두 채는 철거 예정이다. 박종근 기자
서울 도봉구 방학동 연산군 묘역 부근에는 서울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나무가 있다. 서울시 보호수 1호로 840살이다. 높이 25m, 둘레 10.7m인 이 수은행나무는 1.2m에 달하는 하지(下枝.가지가 아래로 향한 것)가 있어 예부터 아들을 낳게 해주는 나무로 사랑을 받아 왔다.이 나무를 살리려고 도봉구가 40억원을 투입한다.

인근 주민들은 이 나무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어 매년 초 나무 앞에서 마을의 행운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 왔다. 한동안 맥이 끊겼던 이 풍습은 약 10년 전 동네주민들이 제사를 다시 지내면서 부활됐다. 최근에는 연산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 '왕의 남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하루 300여 명의 시민이 둘러보는 명소가 됐다.

800년 넘게 푸름을 자랑해 오던 은행나무에 이상이 생긴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부근에 빌라와 아파트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나무의 건강도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95년에는 가지가 마르고 잎이 시드는 병이 생겨 구청에 "나무를 살려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기도 했다.

도봉구는 긴급히 네 차례에 걸쳐 썩은 가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건물을 철거하는 등 응급조치를 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최근 속리산 정이품송 등이 고령으로 가지를 잃는 일이 생기면서 주민을 중심으로 나무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 같은 주민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계속 쇠약해지기만 했다. 올 초 실시된 건강진단 결과 정상적인 뿌리의 생장을 위해선 나무 인근의 빌라 두 동을 철거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무를 되살리도록 결정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기껏 나무 때문에 빌라에 살고 있는 주민을 쫓아내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구청 측은 "단순히 나무만 살리자는 게 아니라 보호수인 만큼 문화재를 살린다고 생각하자. 매입한 빌라 터는 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주민의 이해를 구했다. 그러자 주민들도 구청의 설득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도봉구는 빌라 철거에 대한 보상비와 공원 조성 비용 등을 포함해 모두 40억원의 예산을 들일 예정이다. 구청의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던 서울시도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는 이에 따라 올봄 나무 인근 빌라 두 동(棟) 12가구를 매입했다. 빌라 철거가 끝나면 현재 260평 규모인 은행나무 마당을 올 연말까지 430여 평의 정자마당으로 꾸며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예정이다.

도봉구는 시민을 위해 새로 조성되는 정자마당과 지난해부터 일반에 공개된 연산군 묘역 등을 합쳐 3000평에 달하는 근린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68년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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