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도 다락골에 갔습니다.“정성 다해 최선을 다한다!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한걸음에 갈 수 있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열대야다 폭염특보다 다 들 힘들어 했지만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은 나에겐 커다란 ‘감사함’그 자체였습니다. 지난번 광복절 노동으로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지만 미처 행하지 못한 일들이 눈에 밟혀 주저앉고 싶은 심신을 추스르며, 오랜만에 하사하신 햇볕선물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그 기쁨에 충만되어 있을 다락골로 달려왔습니다.

 이번에도 옆지기가 옆자릴 채워줍니다. 광복절 날 중노동으로 힘든 하루를 보낸 후부턴 다신 그 곳에 가지 않겠다며 ‘힘들게 일하지 말고 나무나 심자'며분노가 들끓었던 그 사람이였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막상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반찬을 챙기다, 얼굴타지 않은 크림 챙긴다. 자기가 먼저 설쳐 됩니다.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자기는 늘 찬밥신세라며 고3딸아이가 툴툴 거립니다.

 도착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까 경주하듯 달려갔습니다. 지난 광복절날 엉성하게 만들어 놓았던 고추건조장은 고마운 햇볕덕분에 제법 고추가 기대이상으로 말라있었습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물고추 때와 전혀 다른 촉감이 느껴졌습니다. 마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옆지기도 흐뭇해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번에 못다 딴 고추를 수확하겠다고 소쿠리를 챙겨들고 부산을 떱니다.

 밭주변에 빙둘레 심었던 대학찰옥수수가 풍성한 수확물을 남긴 체 다른 작물과의 임무교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너편 외양간 소먹이 감으로 주기위해 낮으로 배어내어 가지런히 밭둑 한편에 모아두었습니다.


 더위를 피하고 픈 소망에서 퇴비며 규산질 비료를 손수래에 가득 실고 삽과 괭이 쇠스랑 등 연장을 챙겨들고 들판에 나갔습니다. 지난번 깨를 수확한 곳과 계절의 별미를 잃어버린 오이 밭을 정리하여 김장채소를 심기위한 채전일구기 작업을 하기 위함입니다. 

 살랑되는 바람에서 시원함이 더합니다. 

 가을이 턱밑이라서 그런지 상쾌함이 더해옵니다. 

 여름철 내내 수확의 기쁨을 안겨 주었던 오이 밭은 미쳐 수확시기를 놓쳐버린 못생긴 늙은 오이들이 즐비합니다. 줄기를 제거하며 모아놓은 노각들이 한바구니 가득 됩니다.언제 나왔는지 옆지기가 어제 미쳐 다 따지 못한 고추수확에 여념이 없습니다. 주변 들녘에도 이웃들이 서둘러 나와 들 거지에 열심들입니다. 

 퇴비, 규산질비료(석회비료 대용),복합비료, 붕사를 흩어 뿌리고 쇠스랑으로 땅을 파고 이랑을 만들려니 꼭두새벽인데도 금세 땀으로 흥건합니다. 

 옆지기가 삶아 놓은 찰옥수수로 아침을 대신합니다. 바로 따 먹는 옥수수맛은 그 맛을 더합니다.  주변이웃들과 나누어 먹을 김장용배추를 300포기심기로 예정하고 밭을 정비합니다. 배추모종은 9월 첫째 주에 종묘상에서 구입하여 이식하기로 계획하였고 무 씨앗은 다음 주에 파종할까합니다. 다행히 이웃집건조장이 여유가 있어 이번 고추건조는 그 집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정오까지 옆지기 혼자 따낸 고추가 작은 산을 만들었습니다. 대충보아도 80kg은 넘겨 보입니다.

 정오를 넘어선 시각에 들어선 하우스건조장은 찜질방이 따로 없었습니다. 숨이 훅훅 막히고 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고추를 다 펼쳐 널고 쉼터로 건너와 기진맥진하여 방바닥에 들어 눕고 말았습니다. 두 시간 가량 휴식을 맛보았습니다.

  근로후의 휴식은 진정 단맛 이였습니다.

 옆지기가 자긴 일 끝냈다고 길 막히기 전에 상경하자 성화입니다. 

 지난번 돌풍에 쓰러진 검은콩 밭이 이내 마음이 걸립니다. 태양이 잠시 구름에 모습을 감춘 사이 콩밭에 들어갔습니다. 보라색 꽃들이 한참 피어나고 있고 노린재 녀석들이 몇 마리 모습을 보입니다. 돌풍에 쓰러져 서로 얽히고 설키고하여 어느 것은 통풍이 되지 않아 썩고 있었습니다. 검은콩은 쓰러져 줄기가 땅에 누워버리면 꼬투리가 썩어 버려 꼬투리가 달리지 않는다 하기에 쓰러진 포기하나하나 세워주고 말뚝을 박아 지지대를 세워주었습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하나 없다”하더니 쓸어져 빛바랜 녀석들에게 애증의 정을 더 해 줍니다.



  S형!

  지난 서산모임에서 형을 처음 뵈었습니다.

  채 한 시간도 안 된 시간, 몇 마디 나누지 못한 대화였지만 곧은터을 공유하고 흙을 사랑하는 마음이 동하여 우린 시나브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마치 백년지기처럼 정도 나누었습니다.

  물 한 방울 아켜하신 몸에 밴 검소함과 근면함을 애써 따라 실천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무의식이 몸에 밴 형을 따라 하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오는 9월에 또 다른 모임이 있다 합니다. 형의 해 맑은 살인미소가 영사기의 영상처럼 푸른 하늘이 온통 스크린 되어 내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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