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과 가위벌의 이용 기술1

 현재 시설내의 화분매개충으로서 꿀벌이 이용되고 있는데, 새로운 화분매개충으로서 벨기에에서 개량한 호박벌과 일본에서 이용하는 가위벌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곤충들은 꿀벌과 약간 다르지만 화분매개라는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꿀벌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한다. 호박벌은 원래 자연산이었는데 실험실에서 개량한 벌이다.
  그러나 한번 사용한 후 계속 증식하여 이용하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가격도 벨기에에서 일본으로 수출하여 일본 농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300평당(호박벌 1통이면 충분하다) 비용이 6만엔(약 2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가위벌은 앞으로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하겠다.
  덧붙여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농업분야에 이용되고 있는 이러한 곤충들은 우리 나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발굴 및 개량은 물론이고 시설이나 과수에서 사용한 경험과 기술이 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러한 기술은 농가에서도 개발할 수 있어, 관찰력 있는 농민들은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호박벌과 가위벌에 대한 정보센터 수집 자료를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호박벌은 영문으로 범블비(bumblebee)라고 하며, 가위벌은 일본어로 마메고바치(マメゴバチ)라고 부르고 있다.

 Ⅰ. 호박벌을 이용한 토마토의 수분과 그 효과

  1. 서  론

  토마토는 풍매화로서 화밀(花蜜)이 없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화분매개충을 이용하지 않고 주로 호르몬 처리를 해 왔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1987년 토마토를 중심으로 화분을 채집하여 유충의 먹이로 하는 호박벌(학명은 Bombus terrestris) 이용이 실증되어 그 후 급속히 보급되었다. 호박벌의 공급회사인 바이오베스트(Biobest)사의 조사에 의하면 1991년에는 1,500ha의 채소와 과수 재배 포장에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실정에서는 토마토나 미니토마토를 시설에서 재배할 경우 착과시키기 위해서 꽃에 인공호르몬인 토마토톤이나 지베렐린을 이용하고 있다. 이 호르몬제의 살포 작업은 노동시간의 약 10%를 점하며 특히 미니토마토에서는 1화방에 3회 살포하고 있어 상당한 중노동으로 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화분매개충을 이용하여 수분 과정을 생력화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이 호박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우선 가까운 일본에서 이 호박벌에 대한 시험 연구예가 있어서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일본 시즈오까(靜岡) 현내에서 토마토에 대해 시험한 결과를 소개하기로 한다.

  2. 호박벌의 생태 특성

  호박벌 종류의 벌은 일본에는 14종, 네덜란드와 벨기에에는 약 20종이 있다고 한다. 벌은 검은 색이며 복부의 선단부는 흰색이다. 흉부와 복부의 전면에는 황갈색의 노란 띠가 있다.
  여왕벌의 체장(體長)은 20∼23mm이며 날개를 펼치면 38∼43mm이다. 또 수펄의 체장은 14∼16mm, 날개 펼친 길이는 30∼33mm이고 여왕벌이나 일벌과는 달리 침은 가지고 있지 않다.
  자연계에서의 호박벌 생태를 살펴보자. 봄이 되면 여왕벌은 월동 장소를 버리고 흙 속에 집을 만들 장소를 찾는다. 여왕벌은 집 안에 꿀 저장소를 만들고 화분을 채집해 와서 그 위에 여왕벌 최초의 알을 약 10개 낳는다. 이 알이 부화하면 여왕벌은 이 유충을 길러 번데기가 되고 일벌이 될 때까지 보온을 한다. 최초의 일벌이 우화(羽化)하면 여왕벌은 서서히 산란에 집중하고 일벌이 유충을 기르거나 먹이를 채집하게 된다. 봉군(蜂群)은 점점 벌수가 많아지고 새로 우화한 벌은 점차 체형이 커진다. 봉군(蜂群)의 최후에는 새로운 여왕벌과 수펄이 우화하며, 그 무렵이 되면 보통 오래된 여왕벌은 죽어버린다. 어린 여왕벌과 수펄은 교미하고 적당한 월동장소를 찾아간다.
  소상(巢箱) 안에다 수정한 여왕벌을 넣은 경우도 앞의 경우와 같은 생활사를 따른다고 한다. 이 경우 여왕벌의 수명은 최초의 산란 시기에서부터 12∼24주간으로 평균 18주간이다. 일벌은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의 기간이 약 3∼4주간이며, 성충이 되어 밖에서 활동하는 일벌의 평균 수명은 약 3주간이다. 따라서 일벌의 전체 수명은 약 7주간이다. 또 일생동안 소상 안에서 사는 일벌도 있는데 이러한 일벌의 수명은 12주간이다.

  3. 이용 방법

  (1) 호박벌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

  호박벌의 활동 적온은 17∼28℃, 최고온도는 30℃ 부근이다. 0℃가 되어도 일벌은 식물체의 잎 뒤에서 살아가며 죽지 않는다고 한다. 40℃ 이상이 되면 일벌은 꽃에 붙어 정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화분 채집을 중단한다. 이러한 온도 환경에서는 일벌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봉군(蜂群)의 발달도 정지한다. 지금까지 방사한 결과를 보면 시즈오까현에서 이용이 가능한 기간은 하우스안의 최고온도를 약 30℃ 이하로 관리할 수 있는 9월 하순부터 6월 중순경이다.
  조도가 낮아도 활동은 하는데 구름끼고 흐려 습도가 높은 날은 화분이 거의 발아하지 않으므로 날아오는 호박벌의 수는 적다.
  이 호박벌은 유시계(有視界) 비행으로 꿀벌과 같이 자외선을 감지하여 위치 확인을 하고 있는데 유리온실에서의 사용에는 지장이 없지만 100% 자외선이 차단되는 필름 내에서는 거의 화분 채집을 하지 않는다.

  (2) 소상의 도입시기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보면 호박벌을 이용한 교배가능 기간은 약 30∼45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6단 수확하는 억제재배에서 호박벌 1통으로 끝내고 싶은 경우에는 2∼3단 화방이 개화할 때 도입하면 된다.
  또 토마토 다단 수확이나 미니토마토 장기 재배를 하는 경우에는 화분 부족 등에 의해 1통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착과율 80%를 기준하여 새로운 호박벌통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착과율은 호박벌이 꽃의 약에 남기는 갈색 상처(바이트 마크)의 상황을 조사하면 알 수 있다.

  (3) 소상의 설치 방법

  소상은 입구를 남쪽으로 향하게 하고 하우스 안의 서늘한 장소에 지표면에서 약 50∼80cm 높이로 설치한다. 이 때 개미가 설탕물을 찾아 소상내로 침입하지 않도록 물 트랩이 붙은 대 또는 지지봉을 사용한다.
  구입하면 먼저 소상의 급이기에 설탕물(백설탕이나 그래뉼당과 물을 중량비 1.2대 1로 한다)을 넣는다. 그 다음 하우스 안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약 1∼2시간 정도 입구를 뚜껑으로 막아둔 상태로 방치해 둔다. 다음으로 저녁때 호박벌의 비행이 가능한 시간대에 약 2시간의 정찰 비행을 시킨다. 이 때는 주로 하우스 안에서 위쪽으로만 비행하므로 천창도 닫아 둔다.

  4. 착과상황과 품질에 미치는 영향

  호박벌 교배에 의한 착과상황을 1992년 2월 토마토가 재배되고 있는 800m2의 플라스틱 하우스 안에서 조사하였다. 조사구는 호박벌 교배구, 토마토톤 100배액을 살포한 호르몬구, 호박벌 교배 + 호르몬 처리구의 3구로 하였다.
  2월 21일에 개화한 꽃에서 바이트 마크 확인까지의 일수는 표 1과 같이 약 2일이었다. 호박벌은 개화당일(이 단계에서는 약의 색은 황색이다)보다 화분이 나오기 쉬운 단계(약의 색이 갈색)에서 화분을 채집하는 것 같다.

표 1. 개화후 바이트 마크 확인 일수

개화일

개화후 바이트 마크를 확인하기까지의 일수

2 월 21일

1.9 ± 0.74일 1

  호박벌 교배에 의한 착과상황을 하우스 안의 3개소에서 조사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어느 조사지점에서나 80% 이상으로 실용성은 높다고 생각되며 10a의 하우스에서는 1통으로 충분히 교배가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최대 이용가능 규모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토를 요한다.

표 2. 하우스내의 호박벌 교배에 의한 착과율

조사장소

화방당 착과율(%)

A
B
C

82 ± 16
96 ± 11
84 ± 16

  또 공동과의 발생이 극단적으로 적어졌다(표 3). 이것은 종자가 만들어지므로써 자실조직이 발달하고 공동부분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표 3. 토마토에서 호박벌 교배가 착과율 및 공동과 발생에 미치는 영향

처리구

화방당 착화수(개)

화방당 착과수(개)

착과율(%)

공동과 발생율(%)

호박벌 처리구

5.2

4.8

93

0

호르몬 처리구

5.0

4.0

80

32

  같은 하우스 안에서 공동과를 제거한 과실의 품질을 조사한 결과, 비중에 있어서는 각 처리간에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당도는 호박벌 교배구에서 약간 높고, 산도는 호박벌 교배구 > 호박벌 + 호르몬 처리구 > 호르몬 처리구의 순으로 많았다(표 4). 이것을 보면 호박벌 교배에 의해 맛이 좋은 과실이 생산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표 4. 토마토에서 호박벌 교배가 품질에 미치는 영향

처리구

비중

Brix(%)

적정 산도(%)

호박벌 교배구

1.06 ± 0.03

6.3 ± 0.36

0.59 ± 0.11

호르몬 처리구

1.07 ± 0.07

5.9 ± 0.59

0.35 ± 0.11

호박벌교배+호르몬처리구

1.09 ± 0.06

5.9 ± 0.57

0.43 ± 0.16

  이상의 결과 외에도 호박벌 교배에 의해 과실의 연화가 늦어지고 신선도가 향상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5. 이용상의 문제점

  (1) 농약의 영향

  토마토에는 여러 종류의 해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약제 살포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는 사용되고 있는 농약의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사용 농약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꿀벌의 기준을 참고로 하면서, 호박벌 도입 전에 방제를 철저히 하고 도입 후에는 살포 회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2) 호박벌의 연명을 꾀한다

  온도나 농약의 영향 외에도 화분(花粉) 양이 적으면 소상 내에서 호박벌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봉군(蜂群)의 수명이 짧아진다. 그 대책으로서 토마토 재배 포장의 일부에 미니토마토를 재배하거나 사용시기에 따라서는 동백꽃이나 화분이 많은 꽃을 하우스 안으로 들여오는 사례도 있으며 나름대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토마토에 대한 호박벌 이용은 더 확대 보급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점도 많으므로 더 시험조사를 하여 효과적인 이용방법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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