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신이 내린 치료제
맵싸한 맛에 항암 성분
원산지는 인도로 추정되며, 인도의 오래된 의학서적 〈아유르베다〉에는 ‘신이 내린 치료제’, 곧 만병통치약으로 간주됐다. 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이것을 소화제로 사용했으며, 〈아라비안 나이트〉에는 정력제로 등장한다는 이것은 무엇일까? 답은 생강이다. 최근 들어 항암작용 등이 밝혀지는 가운데 생강을 그동안 하찮게 여겼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생강은 중국의 공자가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먹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왕의 하사품으로 쓰일 만큼 귀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한의서인 고려 때의 〈향약구급방〉에는 약용식물로, 그 전에 편찬된 〈고려사〉에도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돼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강은 현재 충남 서산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며, 서산과 전북 완주의 생산량이 국내생산량의 90%를 넘을 정도로 산지가 특화돼 있다.
생강의 주성분이자 맵싸한 맛을 내는 것은 진저롤과 쇼가올이라는 성분이다.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이들 성분의 항암·항산화 작용에 대한 보고가 잇따르면서 생강은 암을 이기는 음식의 하나로 재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미네소타대가 생강의 매운 성분인 진저롤이 대장암 세포를 현저하게 억제하는 효과에 대해 보고한 것을 비롯해 미시간대 종합암센터는 난소암 세포의 자연사를 유도하는 항암작용 및 유방암 예방 효과를 보고했다. 또 쇼가올이란 매운 성분도 신경계 종양세포의 성장 억제기능이 있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김치가 암을 이기는 대표 식품으로 꼽히는 데는 고추·마늘 등과 함께 생강의 이 같은 역할이 가미됐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감칠맛을 살리는 향신료로 김치를 비롯한 각종 음식에 빠지지 않는 생강은 우리의 입맛에 익숙한 양념채소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수천년 동안 감기 예방은 물론 소화불량·구토·설사에 효과가 있는 약재로 이용돼 왔다. 이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염증과 두통 등을 해소하고, 체내 수분조절 등의 기능으로 두루 쓰였다.
최근에는 생강의 항염증·진통 효과를 이용, 아로마테라피의 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기관지염이나 코 염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유칼립투스나 라벤더와 배합해 그 증기를 흡입하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덕상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교수는 “생강은 용도도 다양하고 한방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약재인데,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체질상 몸이 냉한 사람들에게 아주 좋다”고 강조했다. 단 고혈압 환자나 임신부, 치질과 피부병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고.

박종명 기자 jmpark@nongmin.com


● 생강고르기와 보관
<생강, 진한 황토색 띠고 겉이 울퉁불퉁한게 국산>

겉으로 보아 상처나 터진 곳 없이 싱싱해 보이는 게 좋은 것이다. 또 껍질이 잘 벗겨지는 게 좋은 생강이다.
산지에 따라 색깔이나 모양에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국산은 진한 황토색을 띠면서 대부분 겉이 울퉁불퉁하다.
또 표면에 흙이 묻어 있으며 알이 잘고 한덩어리에 여러 갈래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국산은 연한 갈색으로 알이 굵고 굴곡이 심하지 않아 매끈한 편이다.
또 수입 농산물의 경우 병해충이 들어올 수 있어 세척이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중국산 생강은 흙이 묻어 있지 않아 겉이 깨끗하고 한덩어리에 큰 알이 적게 붙어 있다.
중국산과 국산은 맛에서도 약간 차이가 있다. 국산은 매운맛이 강하면서도 약간 단맛이 있지만 중국산은 아린맛이 강하고 쓴맛이 나기도 한다.
가정에서 생강을 보관할 때는 신문지로 싼 다음 냉장고에 넣는다. 껍질을 벗겨 먹기 편하게 썰거나 믹서에 갈아 유리병에 담아 냉동보관하면 오랫동안 두어도 변하지 않고 활용하기 간편해 좋다.
양이 많으면 얼지 않도록 흙 속에 묻어두면 신선함이 오래 간다.
◇도움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인아 기자


●생강, 다양하게 활용해 보세요
◆고기·생선 냄새 제거 … 감기 예방에 좋은 차로
고기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가장 확실한 양념은? 짐작했겠지만 생강이다. 생강을 얇게 썰거나 즙을 내 고기요리나 생선조림에 넣으면 특유의 냄새를 없앨 수 있다. 특히 돼지고기·닭고기 요리는 물론 스테이크·산적 등을 만들 때 넣으면 생강의 향이 더해져 고기맛이 한층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생강은 가을과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은 차로서 널리 쓰이는 것은 물론 배숙에도 빠지지 않는다.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효과적인 전통차는 생강차다. 생강차에 계핏가루를 생강의 10~20% 넣으면 향과 맛이 더 난다. 꿀이나 무즙을 섞어도 좋다. 자기 전에 생강탕을 한잔 마시면 가벼운 감기는 쉽게 쫓아낼 수 있다.
생강은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는 작용도 한다. 몸이 으스스 춥고 코가 막히고 열과 두통이 있을 때 생강차를 마셔 땀을 내면 상태가 좋아진다. 생강을 불에 구워 먹어도 겨울철 심한 기침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저혈압으로 의욕이 약하고 어지럼증을 보이는 저혈압 환자들은 생강차를 오래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혈압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도넛 반죽에 다져 넣으면 은은한 향 배어
도넛을 만들 때도 생강을 잘게 다져 반죽에 넣으면 매운맛은 사라지고 생강 향이 은은하게 배어 아이들 간식으로 그만이다. 한과나 술·엿에도 생강이 들어가면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
생선회나 생선초밥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생강초절임도 가정에서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생강초절임을 만들려면 먼저 생강의 껍질을 벗겨 얇게 썬 다음(이때 칼보다는 감자 등을 벗길 때에 사용하는 슬라이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물에 헹궈 물기를 빼둔다.
소금에 절인 생강을 유리병에 담고 식초·설탕·소금을 넣은 물을 부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생선요리에 곁들이면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주는 것은 물론 살균효과까지 더해져 좋다. 좀더 모양을 내고 싶다면 식초물에 분홍 식용 색소를 조금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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