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튼튼한 ‘뽀빠이’ 돼보시렵니까?
빈혈 예방효과 탁월한 엽산 풍부
재배기술과 저장법이 발전하다 보니 농산물마다 ‘제철’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시금치는 일년 내내 재배되지만 특히 서늘한 기후에 더 잘 자라고 겨울철에도 파란색을 유지하는 ‘겨울 채소’의 대표 주자다. 시금치 중에서도 한겨울 추위 속에서 바닷바람과 눈서리를 견디며 땅바닥에 붙어 자라는 ‘섬초’는 더욱 몸값이 높다. 하지만 영양을 생각한다면 시금치는 출신지와 계절을 떠나 식탁 위의 푸른 신호등, 또는 건강채소의 대표 주자로 손색이 없다.
만화영화 〈뽀빠이〉를 보며 자란 세대라면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가 금세 힘을 내 악당 브루터스를 물리치는 통쾌한 장면을 보고 시금치를 먹으면 당연히 힘이 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을 게다. 뽀빠이는 시금치통조림 회사가 홍보용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 시금치에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970년대 당시 미국에서는 시금치 소비량이 3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시금치는 식이섬유·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한데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것 가운데 하나는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 채소류 가운데 시금치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엽산은 빈혈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임산부에 좋은 음식으로 꼽히며, 최근엔 암예방 효과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폐암이 될 확률이 높은 전암 단계에서 엽산을 투여하면 전암 단계의 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또 미국 텍사스대에서도 시금치를 즐겨 먹는 흡연자는 폐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니, 애연가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정보다. 400여년 전에 발간된 의학서적인 〈본초강목〉에는 시금치가 ‘피를 잘 돌게 하고, 호흡을 편안하게 한다’고 적혀 있는데, 오늘날 전문가들은 시금치에 많이 들어 있는 엽산이 혈액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금치에 특히 풍부한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 역시 노화 방지 등에 효과가 큰 항산화물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노화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스티븐 프랫 박사는 불가리아·그리스·일본 등 장수국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품 14가지를 ‘슈퍼푸드’로 선정했는데, 시금치를 그중 하나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노화방지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권용욱 박사는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을 통해 “시금치에 풍부한 비타민류는 노화를 예방할 뿐 아니라 마그네슘·철분·엽산 성분은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돼 성과 연령을 가릴 것 없이 좋은 식품인데 특히 여성에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시금치는 숙취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도 예방해준다. 또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눈의 질환을 예방해주고, 칼슘이 풍부해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한 식품이다.
먹을거리가 풍부할 때일수록 좋은 음식을 가려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저녁 남녀노소 모두에게 추천 1순위인 시금치를 이용한 건강 식단을 꾸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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