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무농약 재배 – 나무의 잠재능력을 극대화하라!!
무농약 재배 4년 동안 한번도 잎이 타지 않은 적이 없지만, 잎을 떨어뜨린 적도 없었다. 사과 천연(天然)의 오묘한 맛을 찾기 위해 봉지 씌우기도 하지 않는다. “나도 힘들게 살고 있으니 나무 너도 좀 힘들게 살아도 되지 않느냐” 정동준님과 사과 나무의 끊임없는 대화.
손병홍 기자
탱탱하게 물오른 가지와 사과꽃의 향연
ⓒ 2005-04-07 [ 조영상 ]

처음 저농약 재배를 시작할 때만해도 사람들이 죽어도 사과는 저농약 재배가 안 된다고 다들 말렸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 사과 농사 지을 적엔 일년에 농약을 15~16번 쳤으니 이런 말 들을 수 밖에요. 지금은 의성에 저농약 농가만 400~500농가 되지만 그 당시에는 딱 두 농가 있었습니다. 이젠 저농약 재배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농민들이 저농약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요.

내 무농약의 시작은 환자에 대한 양심의 가책에서

제가 저농약 재배할 때, 한의학을 하시는 한 지인이 환자들을 저한테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환자들은 농약 안 친 과일을 먹어야 하고, 특히 사과, 토마토를 꼭 드셔야 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이분들한테 제 사과를 주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서 2천여 평에 무농약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만약 무농약으로 실패를 해도 만 6천 평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한 2만 평 모두 무농약으로 재배할 것입니다. 이젠 오랜 경험과 기술이 축적이 됐으니 가능하리라 봅니다.
 
응애와 진딧물에 대한 사색
 
가만히 무농약 밭과 저농약 밭을 비교해 보면, 이상하게 저농약 밭에만 응애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농약 밭에는 당연히 응애가 있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응당 농약을 칩니다. 하지만, 무농약 밭에는 응애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니 당연히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무슨 뜻인고 허니, 응애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자꾸 고민하다 보면 결국 응애가 계속 늘어나더라 이 말입니다. 이런 경험으로 저는 무농약 밭에는 응애가 있다고 해도 없다고 배제를 해 버립니다. (웃음)


자연농업 시작하고 지금까지 잎이 깨끗한 적이 없었다.
 
타버린 잎과 잠재능력을 맘껏 발산한
무농약 사과
ⓒ 2005-04-07 [ 조영상 ]


자연농업 시작하고 지금까지 잎이 깨끗한 적이 없었습니다. 약할 때는 잎 가장자리만 타고, 심할 경우 잎의 반 이상이 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농도 장애지요.

 
스스로 희석배수를 잘 맞추어서 했는데, 막상 자재를 치는 순간 기후가 안 맞거나 나무의 건강상태가 안 좋을 때 잎이 탑니다. 반대로 저하고 나무하고 자재하고 조건이 잘 맞아 들어갈 때는 잎이 하나도 안타더군요. 저는 고정적인 희석배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와 나무의 건강상태에 따라 배수는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희석배수는 기준이 될지언정, 자기의 상태에 따라 오랜 경험과 연구를 하면서 적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미지근한 약을 백날 먹어도 낫지 않듯이, 나무도 적절한 양이 들어가야 병이 낫든 충이 죽든 하지 않겠습니까.
 
저에겐 철칙이 있습니다. 제가 나무가 아니기에 나무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니, 잎은 조금 태울지라도 절대로 잎을 떨구지는 말자. 잎이 타기 때문에 과일이나 나무에게 나쁘겠지만, 심각할 정도로 태우지는 않습니다. 저도 아이들 셋하고 집사람하고 힘들게 살고 있으니, 나무도 좀 힘들게 살아도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진정한 보르도액 고수는 단풍을 지게 한다.
 
저는 보르도액을 지금 4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첫 해는 고인이 되신 송재덕 회장님의 도움을 받았고, 둘째 해에는 김칠성 회장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보르도액을 애용하면서도 문제점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보르도액을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 재배를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살았습니다. 보르도액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연농업에서 추구하는 생육주기 균형을 맞추기 힘듭니다.
둘째, 단풍이 잘 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의 나무들은 과실의 성숙과 함께 자연스레 단풍이 듭니다. 그런데, 비료를 과하게 준 나무나 보르도액을 사용한 나무에서는 단풍이 잘 들지 않습니다.
 
집사람은 자연농업자재로만 무농약을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자연농업 자재로만 사과 농사를 짓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보르도액을 사용해도 단풍을 지게 할 수 있습니다. 저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보르도액에 성공한 우리 자연농업 농가들 모두 단풍을 지게 합니다. 이것은 그만큼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실력들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보르도액과 고착액의 사용으로 잎과 사과가 하얗게 덮혀있다.
ⓒ 2005-04-07 [ 조영상 ]

 

무농약 재배에서 1,2차 방제시기를 놓치면 포기해야 한다.
 
관행이나 저농약으로 사과농사 짓던 분들 중에 그 방제방법 그대로 무농약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완전히 버려야지요. 예를 들어 초봄에 문제가 되는 것이 과실 곰팡이인데, 농약 친 밭에는 있어도 안 친 밭에는 없습니다. 저농약과 무농약을 같이 하시려면 확실하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가야 합니다
 
무농약 3년 동안 균 때문에 농사를 망쳐본 적은 없습니다. 올해도 한 천 상자 수확했는데 균에 의해 피해본 것은 3상자에 불과했습니다. 균 문제는 쑥 소주 하나면 봄에 문제되는 병은 다 잡습니다. 석회 유황합제 한두 번 사용하고, 6월 초에 보르도액 사용하면 균은 문제 없습니다.
 

온 과수원을 돌아다니는 막내 아들의 발바닥 두께는 어른과 비슷하다
ⓒ 2005-04-07 [ 조영상 ]



하지만, 충과 나방은 문제가 달라집니다. 충은 약간만 방심해도 수확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올 때 우리 막내아들 얼굴보다 사과나무를 먼저 살필 정도입니다. 나방류는 반드시 1,2차 방제 때 잡아야 합니다. 무농약 재배에서 나방이 한두 마리 있을 때 놓쳐버리면 나중에 도저히 손 델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 기타 자재..

케놀라 오일(Canola Oil, sap value: 0.1324 (NaOH))과 제충국 성분이 들어 있는 자재를 사서 사용하였는데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오일이라 물에 잘 안 풀립니다. 그래서 커피를 넣어서 같이 사용합니다. 이외에도 충 방제를 위해서 민들레, 자리공 등 어느 방법이라도 죽을 만큼만 주면 죽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과수원이 노지여서 비가 오는 경우 문제가 됩니다. 비가 그치면 약제를 살포하는데 또 비가 옵니다. 그럼 다음날 가서 다시 치는 거예요. 이 약제들은 잔류성이 없기 때문에 비가 오면 다 씻겨 나갑니다. 하우스는 일주일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살포할 수 있지만, 노지의 경우에는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정동준님의 사과는 절정의 맛과 색깔을 지니고 있어 찾는 이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 2005-04-07 [ 조영상 ]



노력하는 사람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모두 노력가이다.
 
제 사과를 찾는 일정한 소비층이 형성되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사과를 생산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저의 목표는 6다이입니다. 15kg으로 66개 들어가는 것이 제 사과의 크기이자 목표입니다. 여기에 적절한 기능성이 있고 맛이 좋은 사과가 되게 하고 싶습니다.

 
무농약을 하길 원하시는 농민들이 문의를 많이 합니다. 어떤 자재를 어떻게 사용했냐고 말이죠. 앞서 말했듯이, 저는 8년 동안 잎을 안 태운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매년 여러 자재들을 나무와 기후 상태에 맞춰 스스로 배수를 조절해 가며 실험을 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누군가에게 배워서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노력가임을 알아야 합니다.
 
정리 손병홍/사진 조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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