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버섯(사진)은 식용이 불가능한 독버섯이다. 파리버섯을 밥에 비벼 놓은 곳에 파리가 앉게 되면 그 파리는 밥그릇 안 혹은 밥그릇 주위에 떨어져 죽는다. 살충제가 나오기 전까지 농촌에서는 이 파리버섯을 짓이겨 파리를 제거하는 데 흔히 사용했다.

파리버섯은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적송·참나무·밤나무 주변 7~8부 능선 또는 그 위에 바람이 잘 불고 건조한 침엽수림 또는 활엽수림의 흙에 무리지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변산반도 국립공원·덕유산·가야산 등에서 많이 발생하고 일본·중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광대버섯과(Amanitaceae)에 속하며 갓 표면은 황갈색 또는 황토색, 가장자리는 연한 색이고 전면에 백색 또는 연한 황색 가루 모양의 사마귀가 산재한다. 주름살은 빽빽하게 많다. 대주머니에는 백색의 가루 같은 것이 있다.

스위스 의학자 파라셀수스는 ‘독성이 없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약은 곧 독이다’라고 설파했다. 몸에 좋은 약이라도 용량을 초과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독이 되고, 맹독물질이라도 양을 더하거나 줄임으로써 ‘약’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독’은 위험하고 해로우며 ‘약’은 안전하고 이롭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독과 약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독과 약의 차이는 물질이 가진 성질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독은 한국어로는 통틀어 ‘독’이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독을 나타내는 단어를 ‘포이즌(poison)’ ‘톡신(toxin)’ ‘베놈(venom)’ 등 세가지로 구분해 사용한다. 포이즌은 천연 독과 화학적으로 합성한 독 전부를 가리키며, 톡신은 병원균과 같은 생물에 의한 독소를 뜻한다. 그리고 베놈은 독사나 전갈·벌 등 독샘을 가진 동물이 분비한 독을 가리킨다.

야생 파리버섯으로부터 균사체를 분리, 대량 증식해 친환경살충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국내외를 통해 아직 연구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 버섯은 일찍부터 환각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원전 2,000년부터 이미 종교의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고대 로마에서도 파리버섯에 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정도다. 이 환각효과는 이보테닉산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