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입한 과수원에 등기부상에는 나와 있지 않은, 30년 이상 오래된 묘지가 두개 있습니다. 하나는 잘 관리되고 있고, 다른 하나는 벌초도 안 하는 등 관리가 허술한 상태입니다. 농사를 짓는 데 불편하고, 장기적으로 토지의 재산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모두 이장을 요구하고 싶은데 오히려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묘지의 후손들이 묘지에 해당되는 땅의 정식 등기를 요구합니다. 토지의 소유자인 제가 법적으로 묘지의 이장을 요구할 수는 없는지요?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에서 분묘라는 특수한 공작물을 설치한 사람이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분묘의 기지 부분인 토지(분묘 및 분묘를 수호하고 봉사하는 데 필요한 범위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관습법상 물권으로서 조선고등법원 판례에서 이를 인정한 이래 대법원도 그 법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판례는 다음 세가지 경우에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①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때(대법원 1962. 4. 26. 선고 4294민상451) ②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때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하는 경우(대법원 1969. 1. 28. 선고 68다1927) ③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이장한다는 특약이 없이 그 토지를 매매 등에 의해 처분한 때(대법원 1967. 10. 12. 선고 67다1920) 분묘기지권 성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과수원에 있는 묘지들은 30년 이상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위 ②번에 해당하는 분묘기지권이 이미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묘지 소유자들은 분묘 및 분묘를 수호하고 봉사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의 토지에 분묘기지권을 가지므로 귀하께서 비록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정당하게 이장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묘기지권은 등기를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토지에 관해 묘지 소유자들에게 등기까지 해줄 의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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