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30년 전 현재의 밭 1,200평을 샀습니다. 그런데 밭 한가운데 그밭을 구입하기 훨씬 이전에 조성된 묘지 2기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놓여 있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웬만한 농사는 농기계를 사용하는데 묘지 때문에 농기계 사용이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묘지의 주인에게 이장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모두 낼 테니 이장해줄 수 없는지 물어봤지만 반대합니다. 대책이 없을까요?

〈답〉우리 민법은 관습법상의 물권으로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분묘의 기지 부분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분묘기지권은 ‘①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이를 시효 취득하는 경우 ③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이장한다는 특약 없이 그 토지를 매매 등에 의해 처분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없는 한, 분묘의 권리자는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는 동안 분묘기지권도 존속하고 나아가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하는 경우에는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귀하께서 문의하신 내용에 따라 판단해보면, 귀하의 묘지권리자에 대한 묘지의 철거 또는 굴이(이장) 청구에 대해 묘지권리자는 위 ②와 같이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0년에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분묘의 설치기간과 타인의 토지 위에 설치된 분묘의 처리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개정된 위 법률의 시행이후에 설치된 묘에 관하여 적용되고 이미 설치된 기존 개인 묘지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20년이 넘은 기존 분묘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으로 인해 토지 소유자가 임의로 처리할 수 없고, 또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도 받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묘의 소유자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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