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가을 보약’으로도 불리는 늙은 호박은
‘꼭지부터 씨까지 버릴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실속 있고 몸에 유익한 식품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호박은 맛이 달고, 위장을 편하게 하고, 산후 진통을 낫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고 한다.
또한 예부터 붓기를 빼는 데에는 늙은 호박만한 것이 없다고 알려져 왔으며,
‘동지에 호박을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도 전해져 오는 것으로 보아
우리 조상들도 호박을 건강식품으로 먹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호박이라는 명칭은
‘오랑캐로부터 전해진 박과 비슷하다’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늙은 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되어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아주 좋고,
식이섬유가 많아 같은 양의 밥에 비해 열량은 1/4이나 적은 반면 만복감을 느낄 수 있어
당뇨병과 비만 예방에 좋다.
호박의 칼륨은 체내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특히 산후 붓기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며,
또한 비타민 A, C, 그리고 B2의 함량이 높다.
늙은 호박의 노란색을 내게 하는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물질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등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활성산소는 세포와 DNA를 공격하여 노화와 암, 심장병, 뇌졸중 등 각종 만성질환, 두통,
만성피로, 무력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뉴저지에서 오랫동안 흡연을 해온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당근, 고구마와 함께 호박이 폐암 예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당근, 고구마, 호박을 가장 적게 먹는 그룹이 가장 많이 먹는 그룹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산화 예방기능도 있는데, 콜레스테롤의 산화는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된다.

 


천연식품 속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과잉 섭취에 의한 위험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 반 컵 정도만 먹어도 베타카로틴의 하루 섭취 권장량인 6㎎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베타카로틴 보충제의 섭취는
오히려 흡연자들의 폐암 유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호박에는 베타카로틴 외에도 루틴, 셀레늄, 비타민 E 등의 항산화물질도 들어 있는데,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각각의 항산화기능을 더 좋아지게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식용 외에도 다양하게 호박을 이용해 왔는데,
종기가 났을 때는 호박엿을 살짝 불에 녹여 종기 자리에 붙여 삭히기도 했고,
호박씨는 회충, 촌충을 없애는 구충제로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인디언들도 호박을 화상과 외상 치료에 사용했다고 하는데,
호박을 으깨어 차갑게 한 뒤 화상 부위에 바르기도 하고 껍질 깐 호박씨를 호박꽃과 같이 으깨어

외상 치료에 활용했다고 한다.
늙은 호박을 먹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가장 흔하고 대중적인 음식이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호박죽일 것인데,
범벅, 떡, 엿, 김치, 정과, 부침, 장아찌 등 전통음식뿐만 아니라
양갱, 케이크, 팬케이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늙은 호박은 가을에 수확한 뒤 보관만 잘 하면 겨우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이 된다.
특히 호박단지와 호박범벅은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 했던 시절 겨울철 아이들의
좋은 보양식이자 간식이었다.
늙은 호박은 냉장고에 넣으면 쉽게 상하기 때문에 상온에 보관해야 한다.
직사광선은 피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선선한 곳에 통째로 놓아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구입 시에는 무겁고 단단하며, 껍질에 윤기가 흐르고 진한 노란색을 띠며 하얀 분이 많이 묻어 있고, 표면의 골이 깊게 파이고 꼭지가 함몰된 것이 좋다.
호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
건강식과 다이어트식으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호박은
제사상에는 올릴 수가 없는 식품이다.
보통 측간(화장실) 지붕이나 땅에서 자라는 천한 식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사진 / 김양숙(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세계화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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