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 한 점 스치고 지나가면 온 동네가 송화향기로 뒤덮인다.
네가 그렇게 훌쩍 떠났던 4월의 거리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워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주더니만
계절의 여왕 5월.
날리는 꽃가루로 세상이 희뿌옇다.

 

 

 

 

 

 

일요일에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어
석가탄신일에 엄마와 함께 다락골에 다녀왔다.
외갓집 행사로  한 주를 건너뛰었더니만 잡초들이 훌쩍 컸구나.
농사란 될 성 싶은 작물을 골라 알뜰살뜰 가꾸는 일이란다.
네가 각계전투훈련을 받고 사격술을 연마해서 조국영토를 수호하는 것처럼
이 일을 방해하는 훼방꾼들로부터 밭뙈기를 지키기 위해 김매기도 하고 필요한 약제도 살포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잡초가 들어차 마치 자기가 주인인 량 주인행세를 하고
요상하게 생긴 벌레들이 사정없이 갈아먹는다.
그중 가장 힘든 일이 잡초와 영역다툼이다.
어찌나 집요하게 괴롭히는지.
질긴 생명력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매실나무 밭에 잡초가 그득하다.
뙤약볕 아래서 엄마도 거들고 나서지만
끝내 다 해치우지 못하고  마무리는 다음 주로 미뤘다.

 

 

 

전화 받고 엄마가 행복해한다.
컬렉트콜을 처음 받아봐서 엄마가 많이 떨렸다는구나.
혹시 실수해서 아들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
놀란 가슴을 쓰러 내렸다한다.
인천으로 올라오던 길에 시골 할머니께 전화 드렸더니
너와 통화했다고 무척 좋아하시더라.
목소리가 건강해보였다고 하시며....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가 컬렉트콜 받는 요령을 모르실 줄 알고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진념과 민호에게서 전화 왔을 때 익혀두었던 요령을 잊지 않으셨나보다.
엄마보다 더 났다.ㅋㅋㅋ
고맙다.

 

 

아들!
육군훈련소로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다.      
육군훈련소 홈페이지를 즐겨찾기하고 하루하루 훈련받는 아들을 그리며    
편지를 썼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많이 행복하다. 
아들아     
고생했다.         
대견하다.          
처음 논산 땅에 너를 떼어놓고 돌아설 때만 해도 
막막하기만하고 울적했었다.
국방부 시계가 고장 나 시간이 더디게만 흘렀가는줄알았는데,  
그 시간이 이렇게 지나 정말 지난 이야기가 되었구나.      
힘든 훈련을 잘 마무리해 너무도 기특하고 자랑스럽고 든든하다.    
정말! 장하다.         
대한민국의 당당한 군인으로 성장한 내 아들 김유호가 자랑스럽다.    
어디에서도         
어떤 환경에서도 당당하게 맞서 헤쳐나 갈수 있을 거라 믿는다.

 

 

5월 22일
보고싶고 기다리던 날.
너를 만나러 간다.
너무 좋아서
잠도 잘 안 오겠다.

 

2013.5.19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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