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괜찮습니다."
자대에 배속된 후  전화통화에서 아들 녀석은 묻는 말에 이 한 마디만 연발했습니다.
싫든 좋든 내색하지 않고 꾹꾹 참는 성격인지라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는 것은 아닌가싶어 애비마음은 짠했지요.
원래부터 말수가 적은 녀석이어서
그러느니 했다가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가장해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당했던
군 생활을 경험했던 처지다보니 군대 트라우마에 갇혀 내심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군대가 좋아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이니까요.
지난 주말
1박2일 동안 4주전에 75사단에 배속된 아들 면박을 다녀왔습니다.
면박은 부대에 배치된 후 신병적응기간이 끝나는 2주후부터 가능하다고 하네요.

 


면박 일정이 잡히자,
선임 아버님과 어머님들이 인터넷카페에 남겨주신 면박 후기를 바탕으로
남양주 진접 주변 베어스타운콘도와 오남계곡에 위치한 펜션을 검색하던 중  "미래산장"이라는 오남계곡 안쪽에 위치한 펜션을 예약했습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
여유롭게 인천을 출발했습니다.
훈련소 수료식 이후
아들을 본다는 설렘과 들뜬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에 힘이 가해져 진접으로 오는 길 내내 제한속도를 넘나들다 네비양에게 혼났습니다.
그래도 네비양의 자상한 안내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대왕가든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도중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였습니다만
“무슨 일이기에 이른 아침부터 전화일까?
혹시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면박이 취소되지 않았을까? “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 이런저런 불안감이 순식간에 밀려들었습니다.

 

 

오전 8시

위병소 문이 열리고 근무자들의 친절한 안내로 차량을 부대 안으로 이동 주차한 뒤
교회 옆에 마련된 면회신청실에서 신분증을 내보이고 면회를 신청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선임과 함께 표정 변화 없이 경직된 모습으로 아들 녀석이 뚜벅뚜벅 걸어오네요.
군기가 든 모습이 이병다웠습니다.
훨씬 더 군인다워진 아들 모습은 씩씩하고 듬직했습니다.
요령도 피울 줄 모르고  원칙만 고수하는 우직한 성격이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선임들의 따듯한 보살핌과 가르침 덕분에 부대생활에 제법 적응한 느낌입니다.

부대 분위기는 좋아보였습니다.
아들녀석이 입버릇처럼 말했던"괜찮습니다."는 빈말이 아닌듯싶습니다.
외출을 나서기위해 위병소 앞에 줄지어선 병사들의 표정엔 활기가 넘쳤습니다.

 

 

번쩍번쩍 광이 나는 군화,
구김살이 없는 군복.
첫 면박을 나서는 후임을 챙기는 선임들의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밝은 아들 표정만 봐도 부대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대충 감이 옵니다.
시내로 빠져나오는 차안에서
선임들이 잘 보살펴주고 챙겨줘 적응하기 편하다는 말에 그동안 가졌던 근심, 걱정이 일순간 달아났습니다.

 

 

때깔이 달라 보였습니다.
군 입대 후 2달 사이에 몸무게가 7kg나 줄어다네요.
훈련소 수료식 때만해도 마르고 수척해보여 맘이 울적했는데
자대에 배속된 후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이 좋아졌다고 자랑입니다.
세살버릇 여든 간다는데
집에 있을 땐 푸성귀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편식이 심했던 아이가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고 하니,
그 새 철이 들었다는 걸 세삼 깨달았습니다.

 

 

 

 

 

해 보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평소에 좋아했던 것을 먹이고 대화를 나누며 힐링할 수 있게 거추장스런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좀처럼 부모에게조차 자기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는 녀석입니다만 두 살 터울의 누나만큼은 예외입니다.
지갑 여는 것 말고는 둘이서 하는 대로 그냥 냅두었습니다.

부대로 수시로 보고를 했습니다.
허위로 보고하고 부대가 정한 위수지역을 벗어나는 속칭 점프를 하다 발각되면 군법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잤습니다.
식구가 누운 채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습니다.
애들이 성인이 된 후 식구가 함께 잔 것은 몇 번이나 될까?
과연 앞으로 몇 번을 함께 잘 수 있을까?
가족이란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하룻밤을 묵었던 '미래산장'펜션입니다.
계곡 안쪽에 위치해 번거롭지 않아 쉬어가기엔 안성맞춤이네요.
특히, 안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곱던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무를 것 같습니다.

 

 

 

 

 


광릉을 관람하고
면회 중 이용한다는 철마회관를 구경했습니다.
군용품을 판매하는 철마사에도 들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네요,
아들과 보낸 시간 내내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통신보안, 단결! 이병 김유호입니다.
면박일정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겠습니다."
18시가 가까워질 무렵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부대로 향하는 차 안에는 적막감만 흐름이다.
아들 손을 꼭 잡은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총총걸음으로 복귀하는 아들을 지켜보다,
아들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잘 적응하고 있어 보였지만 헤어짐은 늘 아쉽고 힘겹네요.
국방의무의 신성함을 되새깁니다.
비록 헤어짐은 아쉽지만
씩씩한 아들 모습을 보고나니 이제부터는 걱정은 내려놓고 힘껏 응원을 해주려합니다.
아들 녀석도 이번 면박이 힐링의 계기가 되어 건강하고 활기찬 군 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아들을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보살펴주시고 이끌어주신 여러 간부님과 선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찮은 글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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