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두렵게 느껴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들 모습에 서둘러 다락골을 벗어나 귀갓길에 올랐다.
세차게 퍼 붓는 빗줄기에도 후텁지근한 공기의 흐름이 계속돼 태풍"갈매기"가
지근거리에 와 있는 느낌이 감지된다.
빗길을 조심스레 달려온 차들이 서해대교를 앞에 두고 길게 늘어선다.
바가지로 끼었듯 빗줄기가 거칠다.
"시속80km 감속운행"
서해대교 초입 전광판엔 빗길감속운행을 당부하는 노란불이 선명하다.
"천천히, 천천히"
속도계는 채 30km을 넘어서질 못한다.
스스로 깊은 최면에 빠져들듯 몸의 기능을 한 점에 집중한다.
핸들을 붙잡은 양손엔 힘이 실리고 고개를 들이밀며 두 눈을 크게 부릅뜬다.
초고속으로 빗물을 훔쳐내던 와이퍼가 제 기능을 상실했다.
사방이 비의 장막으로 둘러지고 바람까지 심상치 않다.
차가 들썩이는 느낌에 방향도 제멋대로 움직인다.
상태가 조금나아보이는 룸미러를 통해 잠깐잠깐 후방을 살펴 차의 방향을 유지
시킨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앞차의 비상등불빛이 마치 구원의 등불인양 그 불만 쫓아
움직인다.
악천후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순간 묘한 긴장감과 공포감이 엄습한다.
다리상판을 떠받치고 있는 커다란 서해대교의 기둥을 언제 지났는지 기억조차 없다.
평상시 다리위에서 주변을 조망하는 재미에 순식간 내달렸던 서해대교 건너기가 그리 많이 지체된 시간도 아닌데 무척 지루하게 느껴진다.
다리를 다 건넜다 싶어 경직된 몸을 풀어주기 위해 상체를 몇 번 흔들어 대자 톨게이트
무렵부터 잠이 든 옆자리에 동승한 옆지기가 주변을 살펴본다.
"나, 많이 잤지?"
너스레를 떠는 순진한 모습에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긴장감이 일순간 이탈한다.

  

토요일 습관적으로 올려본 하늘에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유독 주말에만 계속되는 애꿎은 비만 탓하며 무작정 내버려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
장대비를 뚫고 2주 동안 비워둔 다락골로 향했다.
짙은 황토물이 배수로를 타고 넘쳐 길을 쉽게 분간 할 수 없어 조심스레 차를 몰아야만
했다.
빗물을 촉촉이 머금고 있는 밭뙈기엔 예상치 못한 물난리로 토양유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일 년에 한두 번 큰 비가 내릴 때만 가끔 발생하는 쉼터 뒤편 돌 틈 사이에서 새어나온 물이 무너져 내린 밭두렁사이로 흘러들어 밭 한쪽을 완전히 침수시켰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미쳐 신경을 쓰지 않았던 탓에 허둥지둥 비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물길을 만드는 법석을 떨어야만했다.
태풍전야.
비싼 기름을 때며 찾아온 사람에 대한 하늘의 배려일까?
농사일에 치여 그 동안 밀린 쉼터정리를 하던 중에 비가 그쳤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시커먼 구름들의 움직임만 활발했다.
밭에 들어가 일할 형편이 못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모습에 손 놓고 구경만 할 처지도
못됐다.
옆지기에게 들깨모종을 부탁했다.
사이짓기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골을 크게 만들었던 울금밭 헛골의 물 빠짐이 좋아 방금 전까지 비가 내렸는데도 들어가 작업하기엔 별다른 어려움의 없어 보였다.
옆지기가 모상에서 모종들을 떠 바구니에 담아왔다.
키가 고만고만한 것들끼리3-4개를 추려내 잎을 중심으로 키를 맞춰 30cm정도 간격으로 이식하라 일렀다.
또 모종의 키가 너무 큰 것들은 너무 깊게 심으려 들지 말고  줄기가 부러지지 않게 "ㄴ"자 모양으로 심어 줄 것을  당부했다.
산 모기들의 극성스런 공격에 투덜대는 횟수는 늘어 갔지만 하나라도 더 심고 싶은 욕심으로 손길은 분주했다.
2주전 1차 순지르기를 마친 검은콩 밭은 새로 발생한 분지들로 무성했다.
훌쩍 성장한 모습에 기쁨보다 심란한 마음이 앞섰다.
바람이라도 불면 콩들이 쓰러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너무 일찍 심어 괜한 헛고생만하고 있다는 옆지기의 비아냥거림 속에 2차 순지르기를 실시했다. 비가 내려 축축해진 땅에 태풍까지 예보되어 있어 언제 발생할지 모를 쓰러짐을 방지하기위해 잎과 줄기를 잘라냈다.
한 구멍에 두 그루가 심어진 곳엔 늘어난 분지로 자체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벌써 넘어진 것도 몇 개 발생했다. 그곳은 어김없이 한 그루씩만 남기고 줄기째 과감히 정리했다.

 

 

 

 

 


밤새 비가 계속되었을까?
양철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새벽부터 요란했다.
심한 비에 혹시 산사태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에 쉼터안위가 걱정돼 비옷으로 무장하고 삽과 낫을 챙겨 들었다.
바람은 잠잠했지만 후텁지근한 기운 때문에 새벽공기가 전혀 상쾌하지 않았다.
배수로의 흙들을 걷어내고 밭두렁주변잡초들을 말끔히 정리했다.
누구는 더하고 누구는 뺄 거라며 옆지기는 수확물에 대해 나눔할 상대를 결정하는 시시 컬컬한 일에 골몰하고 있다.
푹푹 빠져대는 고추 골에 들어가 벌써 아삭이 고추를 두 바구니 따낸 후 노각오이가 된 토종조선오이 수확에 흥이 나있다.
올해는 마른장마라 그런지 노각오이가 크게 달리지 않았다며 밭가에 심어진 옥수수도 자기가 직접 수확하고 싶다며 접근을 허락하질 않는다.
고추지지대와 유인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시커먼 구름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비가 오다 말다 궂은 날씨가 계속된다.
기분 나쁜 후텁지근한 공기가 계속 유입된다.
골과 이랑의 경계를 허물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야콘에게 아무 피해가 발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런 살갗이 군데군데 벗겨나간 한 되들이 양은 주전자엔 세무서단속원들의 눈을 피해 몰래

빚어 고운체로 걸러낸 막걸리가 담기고 뚜껑이 닫힐 자리엔 안줏감으로 쓸 무 깍두기 서너 조각과 마른멸치 댓 마리가 담긴 작은 접시를 포갠 사기주발이 오르고 그 위에 뚜껑이 닫혔다.

주전자주둥이에 꼽힌 스텐 젓가락이 발을 옮길 때마다 딸그락거렸다.

하루 내내 말 못하는 짐승과 의사소통을 하랴 목이 컬컬할 아버지께 오후 새참이 담긴

양은 주전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

저녁때 쇠죽 끊일 때 사용할 꼴을 채취하려 가는 새끼로 얼기설기 엮은 꼴 망을

어께에 맸다.

동구 밖부터 산 끝자락을 일구며 내다버려 기다란 돌무덤을 이룬 밭두렁 옆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조심조심 발을 옮겼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는 들녘엔 보리수확을 마치고 콩과 수수, 조를 심으려는 동네사람들의

밭갈이 모습으로 분주했다.

돌무덤이 높게 싸인 으슥한 곳을 지나면서 혹시나 남의 눈에 뛸까하는 의구심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잽싸게 주전자주둥이에 꼽힌 젓가락을 뽑아내고 그곳에 입을

갖다 대고 쪽쪽 몇 모금 빨아 마신 후 혹시 남아있을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손등으로 입가를 쓱쓱 문질러 닦아냈다.

달착지근한 뒷맛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저라, 저라, 저라"

"아따 저놈의 잡것이 오늘따라 왜 이리 꾀를 부린다니?"

걸걸한 목소리로 꾸짖다 달래도 보고 어느 땐 상스러운 육두문자가 난무했다.

하루 내내 쟁기를 끈 소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풀을 못 먹게 가려진 입가엔 세어 나온 침으로 흥건했다.

쟁기가 지나간 자리엔 골과 두둑이 교대로 길게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쟁기로 막 갈린 흙이 촉촉하고 고슬고슬했다.

그늘진 밭두렁 돌담 밑에 자리를 펼치니 밭가에 있는 나뭇가지에 고삐를 매고 준비해 간

삼태기에 든 여물을 소에게 내밀었다.

주전자뚜껑자리에 포개진 사기주발을 내려놓고 주전자를 흔들어 가라앉은 막걸리를

잘 섞이게 한 다음 주발에 반 사발쯤 따른 후 사방에 조금씩 쏟으며 "고시레, 고시레

올 농사 풍년 되게 해주소소"

풍년을 기원하는 소박한 의식을 끝내고 대접에 넘치도록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깍두기 한 개를 집어 들고 따른 두 번째 잔이 반쯤밖에 차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한 듯싶다.

평소엔 두 잔이 철철 넘쳤던 잔이 오늘은 왠지 많이 부족하다 여겨지는 모양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아버지, 제가 쟁기질 한번 해보겠습니다."

어색해진 분위기에서 벗어나려 나뭇가지에 매인 고삐를 풀어헤치며 시키지도 않는 일을

자청하고 나섰다. 

 

틈틈이 아버지가 쟁기질할 때마다 곁눈질로 잠깐잠깐 익힌 요령으로 소의 목에 ㅅ 모양으로 생긴 멍에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조심조심 멍에에 딸린 부속장비들을 등위에 잘 차려 입힌 후 쟁기와 연결했다.

쟁기를 끌어 밭 가장자리에 위치한 후 쟁기 뒤에 서서 왼손으로 쟁기손잡이를 붙잡고 오른 손으론 보조손잡이와 고삐를 같이 잡은 후 "이랴"하고 고삐로 배를 후려치자

소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렸다.

땅은 갈리지 않고 쟁기는 질질 끌려갔다.

쟁기를 붙잡고 쟁기의 중심을 잡아보려 가진 애를 다 써보았지만

순식간에 발생한 일 때문에 우왕좌왕하다 쟁기손잡이를 놓치고 소의 억센 힘에 그만

고삐마저 놓쳐버렸다.

"우와! 우와!"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는 쟁기를 매단 체 반대쪽 밭두렁 풀이 있는 곳으로 줄달음쳤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시고 황급히 소가 있는 쪽으로 뛰어가더니 소의 코뚜레를 움켜잡고 고삐의 끝으로 호되게 매질을 해댔다.

아픔에 고개를 내졌던 소가 눈가에 눈물을 내 보이며 이내 수그러들었다.

괜히 하지도 못한 일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애꿎은 소만 혼나게 해 측은한 마음뿐이다.

소는 든든한 살림 밑천으로 헛간 한쪽에 꾸며진 외양간에서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당당한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 다른 집에 일을 나갈 때면 당당히 성인 한사람의 몫으로 취급받았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쟁기의 밑바닥에 박혀 땅을 파고 갈아엎는 도구인 쇳물을 부어 만든 쟁기

보습이 부러지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급하게 출발하면 소도 놀래고 쟁기보습이 땅에 깊이 박혀 그 만큼 부러질 위험성이

크다 시며 소를 다루는 요령부터 쟁기질하는 방법까지 소상히 일러주었다. 

  

소는 사람말귀를 다 알아듣는 영물이다.

평소에도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잘 보살펴야

하며 꾸짖을 땐 엄히 꾸짖어 주인에게 절대 복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간혹 뿔에 받힐 가능성과 뒷발질에 차일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될 수 있는 한 소는

앞에서 끌려고 하지 말고 소의 서너 발짝 뒤쪽에서 소를 몰아야한다.

소는 "이라", "저라","우와"등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고삐를 적절히 사용하여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한다.

소를 앞으로 몰려면 "이라"라는 구령을 사용하고 물푸레나무나 노간주나무등 질기고 단단한

나무를 둥글게 만들어서 소의 양쪽 콧구멍을 관통시켜 소가 성장할 수로 강해지는 힘을 제어하기위해 사용된 코뚜레에서 굴레 밑으로 연결된 기다랗고 질긴 끈인 고삐를 살살 흔들거나 고삐로 배를 살짝 친다.

소를 옆으로 진행방향을 바꾸려면 "저라"라는 구령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바꾸고자하는

방향 쪽으로 고삐를 잡아당긴다.

소가 일순간 방향을 이탈하면 "우와","우와"라고 구령을 외치며 고삐를 살짝 잡아당겨 소를 멈추게 한 후 "물라","물라"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고삐를 세차게 끌어당겨 소를 뒷걸음질시켜 뒤로 물린 후 잘못된 곳에 쟁기를 위치시키고 바르게 골을 낸다.

쟁기보습이 땅에 깊이 박혀 소가 힘들어한다.

쟁기손잡이를 살짝 뒤로 젖히고 쟁기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흙이 쟁기에서 잘 빠져나가게 한다.

쟁기보습이 땅에 얇게 박혀 땅이 잘 갈리지 않으면 쟁기손잡이를 살짝 앞으로 밀어(위에서 당기는 느낌) 땅이 항상 일정한 깊이로 갈리게 하는 것이 쟁기질의 요령이다.

쟁기가 넘어질 것만 같아 자꾸 손잡이를 붙잡는 손에 힘이 실린다.

땅이 깊이 갈린다싶어 쟁기손잡이를 뒤로 젖히면 땅은 갈리지 않고…….

그렇다고 손잡이에 너무 힘을 주면 쟁기는 자꾸 땅에 쳐 박히고…….

울퉁불퉁, 들쑥날쑥 쟁기에 정신을 팔리다보면 소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소에 신경 쓰면 밭갈이가 엉망이다.

"우와"."우와", "우와", "물라","물라"

감정 섞인 목소리에 괜한 소만 고생이다.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 더 많다.

돌부리에 걸려 쟁기보습이라도 부러뜨리면 어떠나 안절부절못하던 아버지가 소의 고삐를 넘겨받아 대신 소를 몰아주자 일이 한결 수월하다.

밭두렁 양쪽을 경계삼아 어림잡아 눈짐작으로 이랑 폭을 결정하고 쟁기를 살짝 눌러 출발할 땐 땅을 파서 뒤집고 돌아올 땐 일정한 높이와 크기로 골과 두둑을 만든다. 

  

대지을 식히는 비가 촉촉이 적신다.

비를 핑계로 다락골에 가지 않고 지난 추억을 반추했다.

삶은 감자와 함께 곁들인 도가 막걸리가 밀주로 빚어먹던 막걸리맛과는

견줄 수가 없다.

새참을 즐길 때 하던 쟁기질경험이 즐겁다.

편리한 기계에 밀려 그 흔적조차 쉽게 찾을 수 없지만 그 때 느꼈던 정과 사람들이 그립다.

"애간장 녹인다."
이 말의 의미가 새롭다.
주말에만 찾아오는 비 소식에 아침부터 하늘부터 올려봤다.
얇게 깔린 안개에 시야마저 좋지 않다.
증기탕 속 같은 덥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신경들이 날카롭게 대립한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비둘기처럼 딴대 있는데 직원하나가 회사를
그만둬 일처리마저 계속 지연된다.
정오 무렵부터 소나기가 퍼부어 땅을 식혔다.
여우비쯤 여겼던 비가 두-세 시간 오다가다를 반복했다.
2주를 비운 터가 눈에 밟혀 물불 생각할 겨눌 없이 고속도로를 올라탔다.
길가에 핀 샛노란 모감주 꽃의 싱그러움에 빠져 즐긴 여유도 잠시 크고 작은
빗길사고로 차가 가는 시간보다 멈춰선 시간이 많아 보인다.
다락골로 가는 여정이 순탄지만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잔뜩 흐린 날씨
만큼 마음도 뒤숭숭했다.

 

  

쉼터의 자물쇠를 열어 젖혔다.
케케한 곰팡이냄새가 코를 찌른다.
눅눅하고 습한 기운에 온몸에서 기가 빠져나가 이러다간 밭에 발도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주저앉나 싶다.
습기를 제거하기위해 보일러부터 점검했다.
밭두렁, 밭고랑 하물며 쉼터 앞마당까지 파죽지세로 영역확장을 끝낸 풀 천지를 바라보니
어디에 먼저 손길을 내밀어야 될지 쉽게 우선순위가 떠오르지 않는다.
다행히 비는 당진에 들어설 무렵에 멈췄다.
풀잎마다 촉촉이 물기를 머금고 있지만 물이 잘 빠지는 토질이라 풀 뽑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본 잎이 8-10장으로 훌쩍 커 버린 검은콩 1차 순지르기 작업을 최우선 순위로 결정하고
가위를 챙겨들자 자칭 "큰 일꾼"이라고 으스대는 옆지기가 호미를 집어 들고 야콘밭으로
들어선다.
2주전 관찰결과 본 잎이 4-5장이였다.
분지발생을 촉진시키고 장마철 웃자람을 억제하기 위해 인산가리를 엽면시비 했던 1차 교대기처리의 영향인 듯 몰라보게 분지발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마디와 마디사이가 예상했던 것보다 길게 신장됐다.
장마철 쓰러짐을 예방하기위해 1구멍에 1-2그루씩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그루터기를
잘라 솎아내고 본 잎 5-6장 사이를 가위질해 시원스레 생장점을 제거했다.
2주전까지 피해를 입혔던 고라니의 피해는 발생되지 않는다.
이웃 밭에 줄도 치고 울타리도 만들고 하는 것을 보니 고라니가 그쪽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듯싶다.

 

쉼터와 인접한 텃밭이라 일하기가 수월하다.
잠깐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필요한 도구와 자재가 바로 바로 조달된다.
때로는 저녁 늦게까지 아니면 이른 새벽부터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기승을 부릴 더위와 마주하기 싫어 눈 뜨자 호미를 챙겨들었다.
그동안 다른 일을 핑계로 방치해버린 도라지와 더덕 밭 잡초제거에 나섰다.
산처럼 우거진 잡초들 사이에 활짝 핀 도라지꽃 보기가 왠지 민망했다.
새벽부터 꽃을 찾아 날아든 꿀벌들이 도라지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옥수수수꽃 주변에서만
윙윙거렸다.
1주일단위의 터울로 계속 심은 대학찰옥수수 중 맨 처음 심은 것에 달린 옥수수통이 여물기 시작했다.
시장에 내다 팔 물건도 아니고 해서 한그루에 2개씩만 남기고 3번째 이삭부턴 제거하고
3번째로 파종하여 개꼬리모양의 수염이 자라기 시작한 곳에 이삭거름(n-k비료)을마저 시비했다.
50그루를 심은 아삭이고추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렸다.
주변이웃들과 나눔 하려 노각이 된 조선오이 수확을 마친 옆지기가 고추수확에 신나있다.
“풋고추장사로 나설볼까“ 농도 걸어왔다.
장마철 영향인 듯 일반고추에서 가끔 하나씩 무릅병 증세를 가진 고추와 배꼽썩음병 증세가
보이는 토마토가 발견됐다.
정식이전에 충분히 석회질 비료를 시비했었는데 아마 장마철 본격적인 성장철을 맞아 둘 다
칼슘부족에서 오는 영양장해가 그 원인 듯싶다.
고추에는 3차유인줄을 조금 느슨하게 설치했다.
3차 유인주을 너무 타이트하게 설치하면 키만 위로 커져 가지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5번 화방까지 노란 꽃이 핀 토마토의 생장점을 제거하니 벌써 아침에 내린 이슬이 말라버렸다.
이슬이 마르기전에 엽면시비를 마쳤어야했는데 다른 일에 정신을 팔리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질산칼슘에 장마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미량원소와 목초액을 혼합해서 엽면시비를 마쳤다.
해가 정상에 다다르지 않았는데 이웃들이 덥다고 집안으로 자리를 피해버려 들판에 남은 것들은 우리부부 둘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해야 할 일인데 그만 지쳐버렸다.
한 번 지친 몸의 회복이 싶지 않다.
과일과 음료수로 빼앗긴 수분을 틈틈이 보충하며 은행나무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다말고
밭두렁에 배어낼 풀 생각에 낫을 들고 나서보지만 싶게 몸이 따라오질 않는다.
낫질하는 시간보다 그늘에 앉아 쉬는 시간이 태반이다.
쉬는 날 한 번 재대로 쉬지 못하고
비싼 기름 값 쳐들어가며 이게 무슨 생고생이란 말인가…….
좋아하는 산행길마다 하고 이 골짜기에 파 묻혀 지금 하고 있는  이 짓이 정녕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인지…….
"그 정성에 그 노력 돈 버는데 사용했으면 때 부자 되고도 남았을 텐데 지금하고 있는 이 짓거리가 무슨 짓거린가"
몸이 지치니 마음도 지쳤나보다.
지친 옆지기의 내뱉는 한마디가 오늘따라 심금을 울린다.
매도 한꺼번에 몰아 맞는 게 낫다지만 오늘도 그 매를 다 맞지 못하고 남겨야 될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애당초 기대도 안했으니 실망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손때 묻어 반들반들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확연히 구분된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쑤셔오는 고통뿐이겠지만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음주말에도 어김없이 다락골로 가는 고속도로에 차를 올릴 것이다.

 

 

나들이를 자제시키려는 하늘의 꾸지람일까?
 주말오후 예보되었던 장맛비가 흩뿌려대며 애간장을 태운다.
 호우주의보까지 발호될 것이라는 허풍(?)에 풀 뽑으려 다락골에 가기로 했던 나들이계획을
다음 주로 미뤘지만 예보만 믿고  눌러 앉은 게 한편으론 후회가 된다.
 끈적끈적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모처럼 당구장에 들렸다가 시원한 맥주 한잔 생각에
근처 술집으로 자릴 옮겼다.
 침침한 분위기의 그곳에선 70년대를 풍미했던 유행가 가락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검정교복에 모자를 눌러쓴 심부름하는 이들까지 하나같이 정겨운 모습들이다.
 "추억의 과자"라며 건네준 작은 쟁반엔 뽀빠이, 라면땅, 자야, 비가, 아메사탕 등 70년대
에 유행했던 과자들이 한 봉지씩 담겨있다.
 하나씩 챙겨들고 저마다 가물가물한 그 때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한바탕 왁자지껄했다.
 팍팍하기만 했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며 “뽀빠이“에 대한 남다른 추억에 잠겨 빈 바지주머니만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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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에서 읍내 중학교까진 왕복30리길이었다.
조붓한 산길에 이어진 흙먼지 폴폴 나는 신작로를 따라 날마다 세 시간 이상씩을 걸어 다녔다. 지각이라도 하면  큰일날것만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걸어가다 뛰다를  반복하던 등굣길에 비해 하굣길은 여유가 넘쳤다.
오후 늦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팍팍하고 헛헛했다.
달리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때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산비탈길옆에 심어진 무, 미영(목화의 어린열매), 고구마 등 날로 먹을 수 있던 것들을 서리하려 남의 밭두렁을 타고 넘어가는 일은 예사였고 어린칡넝쿨, 찔레나무순, 아카시 꽃, 오디, 산딸기는 물론 뱀딸기에 머루, 생밤까지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를 찾아 산속을 싸다니다가 고린내 풀풀 나는 발도 씻지 않은 채 책장 한 장 넘겨보지 않고 저녁밥을 먹자마자 쓰러져 잠자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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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답 대여섯 마직이 부치는 빠듯한 시골살림에 용돈을 받아쓴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새해 설날에 받은 세뱃돈도 학용품 살 때 보태야 된다며 고스란히 차압당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보리밥이라도 굶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는 게 감지덕지할 판이었다.
그 당시에도 쌀밥 먹는 집과 보리밥 먹는 집과의 구별은 뚜렷했었다.
과자를 처먹는 엘리트 교복을 입은 잘사는 집 아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 입안에서 샘솟는 침만 꿀꺽 삼키며 혹시 과자부스러기 하나 얻어먹을 수 있을까 넋 놓고 쳐다만 봤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 중간 중간엔 두개의 마을이 있었는데 마을마다 담배와 간단한 생활용품을 파는 점방이 길옆에 위치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진열대의 가장 좋은 자리는 라면면발을 기름에 튀겨낸 과자 "라면땅"과"뽀빠이"의 차지였다.
인기절정의 만화주인공"아톰"모습을 포장지에 그려 넣은 "라면땅"은 면발이 가늘고 기름에 바싹 튀겨내 상대적으로 고소한 맛이 강했고 큰 코에 우람한 근육질몸매를 가진 해군아저씨복장을 포장지에 새긴 "뽀빠이"는 상대적으로 면발이 두꺼워 씹히는 맛이 좋았다.
둘 다 다보탑이 새겨진 동전 한 닢이면 한 봉지씩을 사 먹을 수 있었다.
"미술시간 준비물을 사야한다".
"참고서를 사야한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거짓말로 고쟁이 속주머니에 꼭꼭 숨긴 땀 냄새 배인 지폐들을 우려내서 단골집 드나들듯 점방 문턱을 넘나들었다.
다른 과자는 거들떠보지 않고 오직“ 뽀빠이”만 손이 갔다.
뽀빠이"만을 고집했던 이유는 "라면땅"에 비해 오래 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십 원짜리 "뽀빠이"두 봉지면 하굣길 15리길이 지루한 새가 없었다.
봉지 채 잘게 으깬 과자부스러기들을 교복바지 한쪽 주머니에 털어 담고 한 조각씩 꺼내 입안으로 던져 넣은 후 잘근잘근 씹어가며 멀고도 힘든 산길을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 나갔다.
어느 땐 과자부스러기 한개에 열 걸음, 어느 땐 스무 걸음 스스로 목표를 정해 걸음을 재촉했다.
중학교 3년 동안 나에게 "뽀빠이"는 팍팍한 15리길을 함께한 든든한 길동무이자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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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골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두 그루가 있다.
밭뙈기를 중심으로 위, 아래에 한 그루씩 터를 잡고 있는데
그중에서 아래쪽 논두렁과 경계를 이룬 곳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마치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어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바라만 봐도 온갖 근심과 걱정을 일순간 정화시키는 마력을 지녔다.
오래전부터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나무 위를 통과했다.
강산이 3번 반이나 바뀐 세월동안 훌쩍 커버린 키 때문에 지금은 전선이
나무의 허리춤사이에 끼여 있다.
지난해 초여름 쉼터와 같은 전선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는
앞집에서 바람만 조금 심하게 불어도 나뭇가지와 전선이 마찰하여 불꽃이
튄다며 혹시 발생할지 모를 감전위험과 정전위험에 늘 불안하다며 원인을 제공하는 위험요소인 은행나무를 베어내던지 전봇대를 옮겨 줄 것을 요구해왔다.
쳐다만 봐도 이끌리는 매력 때문에 나뭇가지 하나 손대기가 아까웠다.
비용이 들더라도 전봇대를 옮기는 쪽으로 문제를 수습키로 했다.
관공소가 휴무중인 주말에만 올 수 있는 사정 때문에 앞집 어른께 일체의 비용부담을 조건으로 관련된 모든 일을 맡아 처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전신주하나 옮기는데 300000원정도가 소요되고 경작지의 작물들의 수확이 모두 끝나는
가을이나 겨울에야 작업이 가능하다던 앞집어른의 갑작스런 사고로 차일피일 미루다 해가
바꿨다.

 

 
5월말 문제의 은행나무 밑에 위치한 마늘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데 이웃집어른이 건너오셨다.
며칠 전 비바람에도 불꽃을 목격했다며 누전 위험성이 많으니 한전에 신고부터 접수하란다.
월요일 아침 123번에 전화해서 사건을 접수하니 얼마 안 있어 한전 당진지점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자기가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조치결과를 설명해주시겠단다.

 

"안녕하세요.
한전당진지점인데요. 저기 조립식건물 아래 있는 이 은행나무가 맞죠?"

 

친절한 말씨가 몸에 뵌 아저씨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온다.
다시 한 번 정확한 소재지를 파악하고 은행나무를 잘라내면 안되는지를 물어온다.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은행나무엔 최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하자 껄껄껄 웃으시며 자기가 봐도 나무가 너무 아깝다하시며 상부에 보고해
한전의 비용으로 전봇대를 옮겨주겠다 한다.
오래전에 가설한 전봇대라 높이가 낮아 야기되는 민원이라며 결제과정에서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 참고 기다려달라는 말도 덧붙인다.
돌아온 주말 다락골에 들려 이웃집에 건너가 그간 사정을 설명하니 장마가 코앞이라서 걱정이라며 독촉전화를 한 번 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한다.
혹시 결제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나하는 우려 반 기대 반 심정으로 한전에 전화를 걸었더니 결제과정은 이미 끝나고 설계과정을 걸쳐 공사업체에 공사를 의뢰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달라시며 그 동안의 진행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지난 주말 밤꽃향기에 취해 찾아간 그곳엔 소망했던 일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땅을 파내기 위한 노란색공사차량이 길가에 대기 중이고 굴삭기 삽에 매달린 전봇대가 하늘을 향해 우뚝 섰다.
은행나무 주변에 있는 전봇대 하나만을 옮기는 간단한 공사인줄로만 알았는데 새롭게 길을
만들며 4개의 전봇대가 줄을 맞춰 일렬로 세워졌다.
올해도 은행이 많이 달렸다.
벌써부터 가지가 축축 늘어진다.
주변의 고마움을 아는지 푸르름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한 그루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애써주신 한전 관계자와 진행과정을 자상하게 설명해주신
한전 당진지점 아저씨,
고 맙 습 니 다.

 

 

 

후텁지근했다.
 다락골에 마음을 빼앗겨 토요일 오후 회사일 종료와 동시에 한 치의 주저함 없이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장맛비가 예보된 탓인지 고속도로는 평소와 비교해 넉넉했다.
 늘 승용차 옆자리를 채워주던 옆지기를 대신해 작업복이 담긴 쇼핑백이 길동무다.
 톨게이트에서 통행권을 뽑아들 무렵부터 가는 이슬비까지 흩뿌려대 허전한 마음을 부추긴다.
 옥수수며 고추가 많이 넘어졌다는 서글픈 소식을 전해들은 후 오는 내내 상상속의 풍경이 여러 갈래로 인화되며 머릿속에서 아른거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일요일오전까지 장맛비가 예보되어 있어 행여 밭에도 들어서지 못할까하는 두려움에 짓눌린다. 승용차 앞 유리를 부지런히 왕복하던 와이퍼가 서해대교 인근에서 멈춰 선다.
답답했던 마음이 한 꺼풀 벗겨 나간다.

 

 

 

 진한 밤꽃 향기에 취해 도착한 쉼터주변에선 본격적인 장마철이전에 수확을 마치려는 이웃들의 하지감자 캐기가 한참이다. 하얀 꽃이 시들고 누렇게 변색된 감자줄기를 뽑아드니 애기 손만 한 고만고만한 햇감자들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골마다 막 캐어낸 감자들로 수북하다. 
 올 해는 예전에 비해 밑도 실하게 들고 내다 파는 가격도 괜찮다며 검게 그을리고 깊게 패인 동네 할머니얼굴에 모처럼 화색이 돈다.
 한 상자를 담아 달라 청하자 상품20kg 한 상자에 15000원 늙은이 고생한 거라 돈은 깎아줄 수 없다 농을 던진다. 덤이라며 건네준 비닐포대에 가득 담긴 감자무게가 상자에 담긴 감자의 무게보다 더 무겁다.

 

 

 

 별 탈 없겠지!
 안이하게 생각하고 무심결에 뒤로 흘려버린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장마시작을 기념해 불어 닥친 돌풍에 넘어지고 꺾인 어린 생명들이 심한 생채기를 겪고 있다. 손 쓸 수 없는 낯선 위험에 노출되어 폐허처럼 어지럽게 널브러졌다.
 아삭이, 일반고추에 비해 웃자람이 심했던 청양고추의 피해가 심했다.
 몇 그루는 허리가 부러졌고 나머지도 죄다 넘어졌다. 지난번 방문 때 2차유인줄만 설치했더라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피해였는데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렀다.
 하나하나 일으켜 세우며 부끄럽고 애석한 마음에 몸서리쳤다.
 군데군데 넘어진 대학찰옥수수밭에는 수꽃들이 피어나고 개꼬리처럼 수염이 조금씩 달린 막 달리기 시작한 옥수수가 주인의 쓰라린 마음을 다독인다.

 

 

 

 


  밤새 뒤척이다 잠에서 깼다.
  머릿속이 상쾌하지 않다.
  홀로 떨어진 산 끝자락 외딴집에서 혼자 지내기가 무척 낯설었다.
  산짐승의 울음소리와 벌레소리가 신경을 거슬렀다.
  어릴 적 들었던 귀신에 대한 이야기의 추억이 행동을 움츠려 들게 했다.
  TV의 볼륨을 높이고 잠을 청해보았지만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정신만 또렷했다.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즈음 호미를 챙겨들고 콩밭에 쭈그리고 앉았다.
 2주전 옆지기가 자청하고 풀매기를 마쳤던 곳엔 그새 온갖 잡초들이 진을 치고 있다. 특히 쇠비름과 바랭이의 세력 확장이 실로 눈부셨다.
 예보되었던 비는 다행히 내리지 않아 밭매기엔 안성맞춤이다.
 비둘기의 약탈을 피해 주변의 다른 농가보다 3주정도 빠른 시기에 노지 파종한 귀족서리태는 본 잎이 3~4장씩 성장했고 더러는 분지발생이 관찰된다. 이슬이 마르기전에 분지 발생을 촉진시키기 위한 1차 교배기 처리를 하기 위해 풀을 뽑는 손놀림이 빨라진다. 장마철웃자람을 억제하고 분지발생을 촉진시키기 위해 인산가리에 목초액을 혼합하여 1차 교배기 처리를 하고 고추밭에도 탄저예방약과 역병예방약을 추가하여 꽃이 많이 피게 교배기 처리를 마쳤다.
 비둘기를 피했다 싶었더니 고라니의 약탈이 발생했다.
 산 끝자락이라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였지만 아직 한 번도 당해보지 않는 피해라 신경이 곤두섰다.
 계획된 일 때문에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미련이 남는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대책도 달라져야 했다.
 이웃집에 자문을 구하니 효과는 반반이지만 비닐테이프로 울타리를 쳐 보란다.

 

  

 

 

 4월말 야콘과 같이 이식한 울금 싹이 2/3이 올라왔다.
 성장이 빠른 것은 본 잎이 3개도 보인다.
 호기심에 아직도 잠자고 있는 구멍들을 들춰보니 모두들 싹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지난해 종근으로 이용했던 것들이다.
 올해 처음 울금을 심으면서 종근을 지난해 종근으로 이용했던 것과 햇종근을 반반씩 사용했었는데 햇종근에서는 싹이 빠르게 올라오는 반면 지난해 사용한 종근에서는 싹이 더디게 올라오고 있다. 노파심에 진도에 있는 재배경험자에게 사정을 성명하니 싹은 늦게 올라와도 수확량의 차이는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지금껏 생육과정을 살펴본 결과 다음해부턴 노지 이식 전에 충분한 싹 틔우기 과정을 걸쳐야 할 것 같다. 또한 지온 상승을 유도하기위한 멀칭비닐 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될 것 같다.
 울금 밭에 이여 야콘밭 김매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언제 건너오셨는지 이웃집 어르신이 건너오셨다.
 홀아비 혼자 풀 뽑는 꼴이 우습다며  자기 집으로 가 점심먹이를 청한다.
 벌써 해결했다 손사래부터 쳤다.
 후덕한 인정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한 바탕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잡초와의 전쟁을 다음으로 미루고 은행나무 밑에 심어놓은 마늘 수확에 매달린다.
 3년째 시도 중인 마늘농사의 결과가 올해도 썩 좋지 못하다.
 흙에 은행잎을 섞어 마늘을 심으면 병충해 방제에 효과가 좋다는 인터넷검색결과만 믿고 지난해 가을 두둑에 은행잎을 수북이 올려놓고 쇠스랑으로 흙과 은행잎을 잘 섞은 후 마늘씨를 파종했다. 비닐을 걷어 낼 3월초 순까지만 해도 보기 좋게 올라왔던 마늘잎과 줄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더니 비가 뿌린 후에는 줄기째 까맣게 썩어 들어갔다. 골 쪽보다는 두둑 가운데에 심은 것들에게서 피해가 더 심하게 발생했다. 추측컨대 은행잎의 부숙 과정에서 오는 가스장해가 그 원인 인 듯싶다. 다행히 잎 끝이 하얗게 말라가는 증상은 질산칼슘의 엽면시비로 그 원인을 해결했다.
 성에 차지는 않지만 1년 치 사용한 양념으론 충분할 것 같다.
 마늘을 수확한 자리에 대파를 심으라며 이웃집 어르신이 모종을 건네준다.
캐낸 마늘을 살펴보며 생각보다 마늘 알이 실하게 찼다며 자기네 종자할 것과 바꿔 쓰잔다.

 

  

 
 거짓말처럼 변덕을 부리던 하늘이 푸른 하늘이다.
 땀 냄새로 찌듯 옷가지를 벗어 던지자 쉼터 장독대 옆에 농익은 보리수채취가 마지막여정으로 남아있다.
 선홍색으로 잘 익은 보리수가 미각을 자극한다.
 자기의 먹걸이를 축내는 인간이 얄미운지 한 쌍의 텃새부부가 멀리 달아나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며 눈싸움을 걸어온다.
 쉴 새 없는 오리걸음으로 녹초가 되었다.
 묵묵히 땅을 파고 돌도 줍고 풀을 뽑으며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워 열매를 맺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 기쁨이 내가 여기에 와 있기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비록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처지기에 오래 머물지는 못해도 이곳을 찾아온 보람은 분명히 맛 볼 수 있다.
여기서 느끼는 이 순간에 감사한다.

 

 

 

 

알람시계에 겨우 의존해 새벽 2시40분에 기상하여 지우들과 어울려 우럭선상 낚시를 떠났다.
3시에 연안부두에 도착하니 먼저 온 사람들로 벌써 주차장에는 차댈 곳이 없다.
뱃삯을 계산하고 45인승 통통배에 몸을 실으니 빈속이나 채우라며 끓인 라면을 내 놓는다.
4시가 조금 넘어서자 부두에 정박해 있던 낚싯배들이 승선인원을 확인하고 하나 둘 부두를
빠져나간다.
어림잡아 40여명의 꾼들이 동행했다.
남녀비율이 2:1정도다.
함께 참여한 일가족도 보인다.
아직도 새벽바람에서 찬 기운이 느껴진다.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인 인천대교건설현장을 지나 팔미도 근처에 다다르니 동쪽하늘에선
해돋이가 시작된다.
연안부두에서 2시간 걸려 도착한 승봉도 부근에서 첫 번째 낚시가 이루어진다.
주변에는 먼저 도착한  배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장이  포인트를 정해 배를 세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뱃전에서
바다에 낚싯줄을 내리려 분주하다.
 무거운 납덩어리를 매달아 사용해보지만 물살 빠르기가 심해 옆에서 낚시하는 이와 낚싯줄이 뒤엉키기 십상이다.
미끼는 주로 미꾸라지와 갯지렁이 사용했는데 위 바늘에는 미꾸라지를 아래 바늘에는 갯지렁이를 매달아 사용했다.
고기들의 씨가 말랐는지 선장이 자신 있게 배를 새운 포인트에선 입질 구경조차 힘들다.
선창은 수시로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며 고기입질을 받아내려는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저기서 손맛 한번 입질한번 받지 못했다 불만이 쏟아진다.
고기들을 유인하기 위해 낚싯대를 살짝 들었다 놓았다 반복한다.
포인트를 옮길 때마다 낚싯배 주변에서 가끔씩 환호성이 터진다.
우럭도 올라오고 광어, 볼락, 노래미가 잃어버릴만하면 한 마리씩 올라온다.
배 중앙에 위치한 식당에서는 갓 잡아온 물고기로 즉석에서 회를 떠주는 친절을 베풀어준다.
두껍게 썰어진 회 한 점에 소주한잔 이 맛 때문에 주말 밤에는 낚시하려가는 사람들로 인천의 연안부두는 불야성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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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결 싱그운 계절!
태양의 정기를 듬뿍 받고 풋풋하게 익은 청매실이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인 망종의 돌다리에서 막 발을 땐 지금 다락골에도 매실 수확이 한참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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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풍경이 평화롭다.
아직도 선명한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맞춰 보기 위해 주인에게 허락을 얻어
푸른빛이 남아있는 설익은 보리 한 포기를 뽑아 들었다.
" 야! 너 또 오늘 보리 그스름하고 왔지?
주둥아리가 시커먼 것을 보니 틀림없다니까?"
집집마다 품앗이로 빨간 헝겊조각이 촘촘히 박힌 못줄을 앞에 놓고 하얀 수건으로 머리를
두른 아낙들이 기다랗게 일렬로 늘어서 모심기하러 온 동네가 텅텅 비던 시절 밭에선 보리들이 누렇게 익어갔다.
오전수업을 마친 주말오후엔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 밤새 소에게 먹일 꼴 망을 어깨에 메고 소를 몰아 야트막한 산자락으로 소먹이로 가는 일이 하루의 일과였다.
소떼들을 무리지여 야산에 풀어놓고 공기놀이, 딱지치기, 구슬치기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퍼질러 놀다 땅거미가 뉘엿뉘엿 밀려들면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계집아이들은 마른
나뭇가지들을 긁어 모아와 불을 지피고 사내 몇 녀석들은 가까운 밭두렁을 타고 넘어가
감자며 완두콩, 보리이삭들을 서리해왔다.
혹시 밭주인에게 발각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에 연기가 피어올라가는 것을 최대한 조심하며
지펴진 모닥불위에 보리이삭을 펼쳐놓는다.
"스 스 스 스" 보리 수염부터 불에 타 들어가며 보리 타는 냄새가 주변에 진동한다.
나중에 검게 그을린 보리이삭만 남겨지면 기다란 나뭇가지로 재빨리 타다 남은 재를 헤치고 보리이삭들을 꺼내서 하나씩 손바닥에 올려놓고 양손으로 세차게 비벼댔다.
입김을 호호 불며 낱알에 섞여있던 티끌들을 날려 보내고 푸른빛이 감도는 탱글탱글한 보리알만 골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때 입안 가득했던 달착지근하고 구수한 불에 훈제된 풋보리 맛이 아직도 미각의 한구석을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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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을 무대삼아 밤새 깊은 잠에 빠져있던 새때들의 청아한 외침이 시작됐다.
얇은 새벽안개가 작은 시골마을을 휘어 감고 있다.
2주 만에 찾은 다락골은 한없이 고요하다.
원두막에서 내려다보는 시골풍경이 정겹기 그지없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갑갑함과 옷갓 짜증들이 산자락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새벽공기에 한꺼번에 날아간다.
손때와 애착이 깊게 배어 있는 작물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을 연출하며 주인 앞에서 멋진 자태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바구니를 챙겨들고 새벽단잠에 빠져있는 옆지기에게 뽕나무열매를 따러가자 권하니 별반 토를 달지 않고 따라나선다.
인동초꽃이 군데군데 피어오른 좁다란 산길을 따라 도착한 뽕나무엔 시커먼 오이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우와! 우와!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주체할 수 없다.
"한개는 내 것! 한개는 너의 것!"
달콤한 맛에 취해 바구니로 향하는 손길보다 입으로 향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바구니에 하나, 둘 오디들로 채워질수록 자꾸자꾸 입 주변과 손바닥은 진한 청색물감으로 번져간다.
뜻대로 되지 않은 자식농사를 염려하느라 주절대는 대화가 끝이 없다.
신록의 좁은 틈을 뚫고 가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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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착과 동시에 눈 돌릴 사이도 없이 작업에 임했다 밀려드는 어둠에 미처 끝내지 못했던 고추밭과 대학찰옥수수밭에 웃거름을 시비한다.
지금도 찬 기운이 느껴지는 산 끝자락 밭뙈기에 시집보낸 지 40일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시집 올 때 뿌려준 영양분을 흡수하며 튼실하게 성장했다.
요소와 황산가리를 2:1비율로 혼합해서 포기와 포기 사이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 속에 한 스푼씩 시비한다.
밑 부분을 쇠톱으로 절단하여 만든 1회용철재 페인트 스프레이 통이 기대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한 골에 70여대씩 2주일씩 터울로 4번을 연속해서 심은 대학찰옥수수는 생육의 차이가 확연히 구별된다.
일에 정신을 팔리다보니 밥 굶기가 다반사다.
이웃집 할머니가 챙겨주신 쑥개떡에 커피한잔으로 끼니를 대신한다.
2주일사이 수북이 자란 콩밭 잡초제거에 옆지기가 자청하고 나선다.
종자용으로 사용할 쪽파종구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검정비닐을 덮고 그 동안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운 스테비아모종을 이식했다.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2000배가 넘은 당도를 가진 천연 감미료로 요즘은 작물의 단맛을 향상시키는 스테비아농법의 자제로 각광받고 있다.
퇴비장부근 자투리땅에 수세미터널을 설치했다.
고추 지지대를 2개씩 연결해 사방에 기둥을 세우고 헌 낚싯대를 이용하여 뼈대를 완성하고
그 위에 오이그물을 씌우니 영락없는 닭장이다.
"거기에 무얼 키우려고 그려?"
이웃 밭에서 콩을 심던 이웃할머니가 대게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수세미요, 수세미!"
오이망 사이에 지푸라기를 끼워 넣어 수세미덩굴손이 뻗치도록 유인하고 장마철을 대비해 흘러내린 토사를 긁어 올리며 밭고랑정비에 헉헉댄다.
벌써 해는 뒷산 마루에서 헤어짐의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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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에 한 고랑도 매지 못했다고  하루 종일 콩밭매기를 계속하고 있는 옆지기의 낯빛이 별로 좋지 못하다.
지친마음에 한숨이 저절로 묻어난다.
초록도 동색이라고 보기가 딱해 보였는지 이웃집 할머니가 제초제를 사용하라 거들고 나선다.
풀 죽이는 약을 쓰면 될 것을 괜한 사람 생고생시킨다! 들어 내놓고 아우성이다.
작년만 해도 호미에 걸려나오는 지렁이를 보고 자지러지게 소리 지르며 줄행랑 놓기 일쑤였는데 그새 지렁이들과 많이 친해진 듯 보이다.
콩밭매기를 마친 옆지기가 힘겹다며 호미를 밭두렁에 집어 던지며 한마디 쏘아붙인다.
"난 더 이상 못해, 고추밭과 야콘밭엔 제초제를 치든지 당신이 매던지 알아서 하세요!"
콩밭매기가 끝나면 마저  북주기까지 시켜볼 요량 이였지만 분위기에 압도당해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밭뙈기에 제초제는 무슨......."
하루 내내 잡초제거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옆지기를 달래 쉼터로 들여보내고 북주기하는 도구를 챙겨들고 콩밭에 들어섰다.
지난해 사방4m간격으로 20주를 이식한 매실나무사이를 그냥 내버려두기 아까워 파종한 검은콩(서리태)이 90%이상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파종적기는 망종 무렵인데 시험 삼아 비둘기 때들의 산란철을 이용해 3주전에 파종했었다.
장마철의 쓰러짐이 우려되지만 적절한 시기에 순지르기를 실시해 그 위험을 모면해 보려한다.
밭고랑에서 흙을 퍼 담아 콩 주변에 수북이 올려준다
어느 틈엔가 스며든 어둠의 그림자로  산골마을은 깊은 적막감에 빠져든다.
노래방기계에만 의존하다 유행가가사를 다 까먹었고 자기 집 전화번호조차 재대로 기억 못하고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의존하고픈 편리성에 취해 자꾸 제초제의 유혹에 현혹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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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가 시끄러워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5시10분
주중에는 생각지도 못해보는 기상시간입니다.
쉼터 아래 뽕나무밭으로 뽕나무열매인 오디 따러가자니 옆지기가 더 좋아합니다.
나무에서 2개를 따면 하나는 주둥이로 들어가고 하나는 함지박에 담깁니다.
손바닥이며 입가에는 짙은 청색잉크를 칠한 것 같습니다.
채취한 오디로 옆지기를 술을 담그자, 효소를 담근다 한참을 옥신각신했습니다.

 

오디가 탐스럽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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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기지와 두 시간정도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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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5kg.설탕5kg 설탕과 오디를 잘 버물려 준비해둔 병에 꼭꼭 채워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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