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골로 가는 길은 늘 새롭다.
고속도로 옆으로 모내기를 끝낸 논들이 스쳐 지나간다.
위도로 섬 여행을 떠나겠다는 옆지기를 주저앉혀 옆자리를 매웠다.
때 이른 여름 날씨로 차안이 후텁지근했다.
어떤 모습들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설렘으로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엔 땀이 밴다.
다락골에도 모내기가 시작되었다.
산골짜기 다랑이 논 모습이라 저수지도 따로 없다.
지난 주말에 내린 단비로 논두렁까지 물들이 넘쳐난다.
늦은 점심을 먹던 이웃이 같이 먹기를 청해온다.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해 보지만 챙겨주는 마음씀씀이에 한량없이 기분이 좋다.
"당신 못밥 먹어봤어?"
어린 시절의 기억의 공간을 선명하게 차지하고 있는 논두렁에 쭈그리고 앉아 먹던 못밥의
미련이 아직 남아 있어서일까!
추억을 남겨 놓고 돌아서자니 마음이 미처 따라오지 못해 입맛만 다시며 옆지기에게
말을 건넸다.
한 해 기껏해야 열손가락에 꼽을 수 있던 쌀밥 먹던 날.
삶은 팥을 섞어 지어낸 불그스레한 빛깔로 유혹하며 사람을 환장하게 했던 밥.
조붓한 논길 한 복판을 밥상삼아 길가 양 옆으로 마주앉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던
그 밥. 모내기하던 일꾼들 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모든 이를 불러들여 함께 먹으며 풍년을
기원했었다.
"고수레! 고수레! 올 한해 농사 풍년들게 해주소서!"
모든 것이 맛있고 부족함이 없었다.

 


밭가에 심어 놓은 옥수수가 도열하듯 우릴 반긴다.
설렘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
훌쩍 커버린 분신들이 마지막 가는 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주 파종했던 검은콩(서리태)들이 기지개를 펴고 고개를 약간 숙인 다소곳한 모습으로
주인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심어진 구멍마다 어김없이 2-3개씩 태동하고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자기보다 몇 갑절 무거워 보이는 흙더미를 머리에 이고 씩씩하게 버티고 서 있는
모습에 감동과 경이가 교차된다.
자꾸만 매만지고파 손이 간 사이, 콩밭에 정신이 팔린 비둘기가 밭뙈기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자기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든다.
치장해놓은 반짝이 비닐테이프 덕분일까?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콩밭에 비둘기들의 가해흔적들은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비둘기들의 약탈에서 벗어난 것도 아닌 것 같다.
이쯤해서 집중되는 새때들의 무자비한 강탈을 잘 넘겨야 할 텐데.......
뚜렷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아 경험을 빌려보려 이웃 밭에서 매주 콩을 심고 계신다는 어른께 다가가 지혜를 구했다.
독한 살충제(다이***)에 파종하고 남은종자를 담갔다가 싹이 올라오는 구멍구멍에 뿌려 놓던지, 냄새가 심하게 나는 입제를 구해다가 구멍에 조금씩 집어 놓으면 효과가 있을 거란다. 약 먹고 죽은 비둘기나 까치들을 서너 마리만 장대에 매달아 밭에 걸어두면 새때들이 겁을 먹고 얼씬도 못할 거라 하신다.
그 동안 당한 피해 때문일까?
들려주는 방법마다 섬뜩하다.
한 구멍에 3알씩 넉넉히 파종했으니…….
애당초 그 중에서 한 알은 비둘기먹이로 생각했으니…….
냄새를 싫어한다는 목초 액을 물에 희석시켜 밭고랑에 뿌려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밤새 이슬이 많이 내렸다.
짝짓기를 하는 까치부부가 호들갑을 떤다.
2년째 재배경험을 쌓고 있는 마늘농사와 궁합이 별로 좋지 못하다.
지난가을 마늘씨 파종부터 4월 초순까지 재배교본에 충실하게 관리해왔으나(석회질비료는 시비 못함)4월 중순 무렵부터 마늘잎 끝이 하얗게 말라갔다.
봄 가뭄 탓일까 싶어 주말마다 흠뻑 물로 적셔주었지만 결과는 별 차도가 없었다.
"칼슘부족으로 인한 생리장해일 수 있다."
귀동냥으로 습득한 값진 지식을 칼슘(ca)을 칼륨(k)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해 웃거름으로
n-k비료만 처방했었다. 그 결과 개선되기는커녕 상태만 더 악화되어 어느 것은 줄기째 메말라 카메라에 담기도 창피할 정도로 농사가 엉망이 되었다.
오늘 "꿈꾸는 농부님"의 가르침대로 새로운 지식을 경험한다.
질산칼슘엽면시비와 교대기처리가 그것이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마늘밭과 가뭄에 발생하는 칼슘겹핍을 예방하기위해 야콘밭에 0.3%농도로 질산칼슘을 엽면시비 했다.
이후 생육과정을 면밀히 관찰하여 마늘농사의 답을 찾아보려한다.
고추, 토마토에는 꽃의 발생을 활성화시키는 교배기 처리를 했다.
꽃이 2-3개 필 무렵 인산칼슘과 영양제를 엽면시비해주는 것으로 화아분화를 촉진시켜 열매를 많이 달릴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건네주며 옆지기가 고추밭과 옥수수 밭 곁순제거를 거들고 나선다.
생육환경의 차이일까?
같은 날 같은 재배조건에서 이식했는데 일반고추와 청양고추와는 달리 풋고추용으로 심은
50그루의 아삭이 고추나무의 자람이 뒤쳐져 있어 관심의 대상이다.
고추나무마다 가지분화가 왕성하다.
방아다리가 뚜렷이 구분되고 한 나무에 4-5개씩 꽃들이 피었다.
방아다리 밑 곁가지를 말끔히 제거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일구는 노모는 아직도 방아다리 밑 곁가지를 제거하지 않고 고추농사를 짓는다.곁가지를 제거해버리면 초반에 고추 딸게 없다며 오래전부터 해오던 방식을 고집한다.
지난해에도 장마철이 끝나갈 무렵에 탄저병이 창궐하여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탄저병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흙탕물이 튀겨 병반이 옮겨진다며 방아다리 밑 곁순은 무조건 제거하라고 누누이 말씀드렸건만…….
영양분을 많이 소비하는 대학찰옥수수도 곁가지들을 제거하니 보기에도 시원하다.
오이덩굴을 중심으로 1m간격을 유지하며 양옆으로 철재지지대를 땅에 박고 쇠파이프를
가로질러 전선 묶는 끈으로 단단히 동여매니 오이덩굴을 유인할 그물을 설치할 수 있는 기다란 틀이 갖추어졌다.
그물망을 펼치며 윗부분은 지지대에 끈으로 묶어 고정시키고 그물망 밑 부분을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땅속에 촘촘히 고정시키고 나서 그 그물망에 오이덩굴을 올려주는 것으로 오이덩굴유인작업을 마쳤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밭고랑에서 야금야금 영역확장에 재미를 붙인 들풀들이 얄미워 본능적으로 호미를 찾아든다.
거저 얻는 것은 없다.
벌써 햇볕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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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 무렵 습관적으로 쳐다보는 하늘빛이 심상치 않다.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 부근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오후부터 차차 흐려져 중부지방부터 비가 시작될 것”이라는 일기예보만
믿고 길을 재촉한 게 무모한 행동 이였을까?
비가 와서 밭에도 들어가지 못할 거라며 괜한 헛걸음하지 말고
오던 길로 되돌아오라는 옆지기의 근심에 찬 하소연이 전화기를 타고 전해진다.
하늘의 보살핌일까?
서해대교를 넘어서자 조금씩 자자들기 시작한 비가 다락골에 들어서니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구름 빛이 조금 얇아졌다 싶더니 먼 서쪽하늘엔 짙은 먹구름으로 채워진다.
머리에선 일의 우선순위를 가려내려는 계산들로 복잡하다.
출발하기 전에 제일 우선순위로 삼았던 마늘밭 질산칼슘 엽면시비는 기상여건상
다음으로 미루어져야 할 것 같아 짐 부릴 틈도 없이 검은콩(서리태)파종부터 일을
시작했다.

 

 

지방마다 기후조건과 재배여건에 따라 각각의 선호하는 작물들이 따로 있다.
밭뙈기뿐만 아니라 논두렁까지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락골에선 검정콩과
들깨가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한다.
3주전에 지난해 고추를 심었던 곳에 석회비료만 뿌리고 검정비닐로 멀칭작업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개화기 무렵 계속되는 궂은 날씨로 습해가 발생하여 콩 농사에 무진
애를 먹었다.
2차 순지르기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던 8월 초순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으로
콩밭이 쑥대밭 되어 버렸다.
꺾이고, 부려지고, 넘어지고…….
심하게 생체기를 겪는 모습을 먼발치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올해부턴 비닐멀칭 후 외줄심기로 재배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두개의 이랑을 하나로 합쳐 만든 두둑에 3줄심기를 실시했으나 비바람에
쓰러져 서로 엉키고 뒤섞여 충분한 햇볕과 원활한 통풍이 공급되지 않아 꽃만 피고
결실이 재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품종은 맛도 좋고 다수확이 가능한 귀족서리태를 선택했다.
이랑과 이랑 간격을 60cm간격을 유지하고 30cm간격으로 구멍을 내서 한구멍에 3알씩을
파종했다.
발아상태와 생육작황을 따라 한 구멍에 2본을 기본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인적 드문 시골마을에 새소리만 요란하다.
산자락 끝에 위치한 밭뙈기라 까치며 비둘기 등 산새들의 낙원이다.
지난주까지도 보이지 않던 2마리 까치 녀석들 때문에 신경이 거슬린다.
지난해에는 이놈들의 약탈 짓으로 종자만 3번 파종했다.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에 집중되는 산새들의 산란철에 맞춰 조금이라도 새때들의
주둥이를 피해보고자 파종적기인 5월말보다 2주 앞 당겨 파종에 들어갔다.
조기파종으로 인한 웃자람은 적절한 순지르기로 해법을 찾아 볼 요량이다.
정오 무렵부터 다시 비가 시작된다.
기왕에 참아주던 김에 조금만 더 참아주길 하늘 우러러 소원하고 애원도해보지만 인내의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보다.
까치들의 지저귐이 가까워질수록 손에 들린 망치에 힘이 실린다.
이놈들을 사로잡아 머리통이라도 깨부수고 싶은 심정이다.
밭뙈기 양쪽에 쇠말뚝을 쑤셔 박고  질퍽하게 빠져대는 밭고랑을 왕래하며 말뚝 끝에
반짝이 비닐테이프를 단단하게 동여맸다.
"까치, 비둘기들의 출입을 일절 금합니다."
바램이 담긴 금줄이 밭 가운데서 바람에 펄럭인다.
"쇼(show)하고 있네!"
흥얼대는 독백에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딱히 할 일이 없다.
모처럼 느릿한 여유를 맛볼 수 있어 이것 또한 매력이다.
예쁜 그림엽서에서나 봄직한 풍광들이 지워졌다, 채워졌다를 반복한다.
비가 많이 내릴 것 같다.
멀리 떨어진 도로 위를 달리는 차 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린다.
한적한 시골마을이 무거운 정적 속에 빠져든다.
그늘막 처마 끝을 타고 낙숫물이 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주초에 내린 단비로 작물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인천에서 당진까지 운반과정에 심한 멀미로 고생하던 야콘들이 특유의 야생의 모습을
뽐내며 생기발랄하다.
3주내내 땅속에 모습을 숨겼던 울금싹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설치해 놓은 유인
막대엔 더덕덩굴들이 칭칭 감겨있다.

 

 

 

 

 

하늘하늘 신록이 가득한 봄날은 봄날인데
어느새 꽃색들이 다 바뀌었다.
울긋불긋하던 진달래, 복사꽃은 오간데 없고 주변은 온통 하얀 꽃 일색이다.
아카시 꽃인가 했더니 이팝나무 꽃이다.
한잎 두잎 따먹었던 찔레꽃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몸땡이는  쑤셔오지만 기분은 더 없이 맑고 상쾌하다.
비록 하고 푼 일은 다하지 못했지만 가뭄 속에 단비라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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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뭄이 심각했다.
생전 마를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을 앞 방천의 물줄기가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논에 물을 대던 양수기도 멈추어선지 오래되어 보인다.
만춘의 5월, 석가탄신일 하루전날이 장인생신이라 처갓집에 내려왔다 부지런을
떨어 인천으로 올라가는 길에 흙먼지 풀풀 날리며 봄꽃들의 향훈을 쫓아 다락골로
발길을 옮겼다.
산줄기를 타고 온 바람결이 머릿속까지 상쾌하게 씻어준다.
지난 3주전에 파종했던 더덕, 도라지에선 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2주전에 씨를 뿌린 상추밭은 드문드문 새싹들로 채워지고 있다.
보기에 참 앙증맞다.

 


계속되는 봄 가뭄 탓인지, 주인의 정성 부족인지 작물들의 생육작황이 신통치가
않아 보인다.
자기 맘대로 인화했던 상상속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노지에 이식한 참당귀가 시들하고 마늘의 성장도 기대이하다.
야콘, 울금 또한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울금은 파종2주가 지나간다.
아직도 흙속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야콘은 포트 모종 때의 그 싱싱하고 풋풋한 멋을 잊어버리고 잎사귀가 타들어가고
거치고 까칠해졌다.
색깔도 투박하게 변색되었다.
노지적응의 어려움이 한 눈에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보기가 안쓰럽고 애처롭다.
줄기 끝 새로운 생장점에서 새로운 잎이 피어오르고 곁가지 발생이 관찰된다.
물을 충분히 뿌려주는 일 밖에 별다른 격려를 할 수 없어 안타깝다.
생육과정의 한 단계일 것이라 추축해 보지만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240여주 이식했는데 그 중 3주가 말라 죽었다.
이것들을 처음 노지이식에 들어갔을 때 주변 이웃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울금, 야콘 이름부터가 생소한 작물을 재배한다하니 그 쓰임새를 비롯해 자라는
생육환경, 재배 방법 등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인터넷을 통해 공유한 정보들을 토대로 늦가을 수확해서 나눔해 드리겠다고 자랑만
엄청 늘어놓았는데 축적된 재배경험이나 지식들이 부족해 지금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지 가름조차하기 어렵다.

 

 

 
같은 날 이식을 마친 고추, 토마토, 옥수수 등은 흙냄새를 맡으며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서리로 인한 성장저하는 발생하지 않은 듯한데
유독 야콘과 오이모종들이 심한 멀미에 시달리고 있다.
"고추를 제때 아주 잘 심었어!"
"올해의 고추이식 적기는 자네가 심은 그날이야."
"벌써 고추가 흙냄새를 맡아 시커멓구먼."
지나가시던 이웃집어르신의 말 한마디에 괜히 기분이 좋다.
4월말까지 늦서리가 가끔 관찰되기 때문에 이곳 다락골에서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5월5일경에 노지이식을 실시한다.
4월의 마지막 주말 주인의 헛된 욕심으로 아직도 찬 기운이 느껴지는 밭뙈기에
홀로 시집보내 갓 시집보낸 친정부모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불안과 긴장으로
보내야만했었다.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그 지방의 최저기온부터 확인하려 들었다.
다행히 서리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4월말에 노지이식한 고추, 토마토, 옥수수 등은
별 탈 없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땅의 기운을 흡수해서인지 잎사귀마다 짙은 녹색을 띠며 나무마다 곁가지 발생이
활발하다.고추나무에선 하얀 고추 꽃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이식과 동시에 지지대와 1차 유인줄 설치를 마쳤기에 특별히 손이 가질 않는다.

 

 


비둘기들의 약탈로 군데군데 피해를 본 대학찰옥수수밭을 여분의 씨앗으로 보식하고
매실나무가 심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가을 대과매실10주와 수분수를 겸해 심은 남고매실10주가 신록으로 무성하다.
20주중 2주에서 동사피해가 발생했다.
접목했던 매실나무부위가 고사하고 대목인 복숭아나무잎사귀만 삐죽삐죽 올라와있어
뿌리째 뽑아내서 제거했다.
각각의 매실나무들도 미래의 주된 가지가 될 수 있는 3-4개의 순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제거했다.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듯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한시라도 빨리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면 좋으련만 구름 속에 비만 품은 채
하늘에서 우둑 커니 머물고만 있어 목마른 사람의 갈증만 증폭시킨다.
옆지기는 밭에 물주기를 계속하고 있다.

하늘만 쳐다보고 그냥 내버려두기엔 너무 야박하다
주차장이 되어있을 연휴 마지막 날 고속도로의 나쁜 기억들로 자꾸 마음이 급해지지만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뿌려주고픈 정성이 자꾸 발길을 붙잡는다.
시급하면 시급한대로 중요하면 중요한대로 현실과 부딪쳐 문제를 제때에 해결하고
가야한다.
찬 공기를 머금은 마파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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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다.
5월의 영광은 푸른빛세상이다.
일렁대는 보리밭광경은 넋 놓고 멍하니 바라볼수록 인상적이다.
맑은 공기는 박하사탕을 한입 깨물듯 상쾌하고 청량하다.
봄기운이 충만한 오월의 첫 주말 조디안님의 옆지기 고향으로 마실을 떠났다.
영광군 대마면 남산리.
당산나무아래서 직사각형모판에 흙을 고슬고슬한 흙을 담던 마을 어른 신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살갑게 맞아준다.
커다란 플라스틱 다라이 안에는 소독을 위해 물에 담가 놓은 볍씨들로 가득하고
하우스 속에는 풋풋한 모들로 꽉 들어차 있다.
동네 어귀까지 나와 길안내를 도와준 조디안님을 따라 집에 들어서니 언제 준비했는지
마당에 펼쳐진 평상위에 먹걸이들로 가득하다.
향긋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살아 있는 제철나물들과 꾸둑꾸둑 말려 갓 구워낸 생선들,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까지 상을 받는 순간부터 물릴 때까지 바로 이런 게 먹는 행복이구나!
자신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이 치켜세웠다.
벌어진 입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는다.
맛난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보고 가라는 어르신의 말씀에 가슴 끝이 뭉클하다.
마주하는 벗들과의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넘쳐난다.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샘솟는다.
틈을 내 둘러 본 텃밭에는 마늘, 양파, 상추, 고추 등 온갖 채소들이 빼곡하다.
여문 손끝에서 나온 살림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꾸밈없이 소박하다.
살림살이 하나하나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세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져있다.
고단하고 버거운 농사일을 혼자의 힘으로 일구고 사시는 모습에 무한히 존경스럽고
가슴 시리다.
길이 사람의 닫힌 마음을 열고 생각을 바꾼다 했던가!
좋은 경치보다는 함께 한 사람들에게서 여행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자리였다.
기다리던 봄비가 처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1. 한참 못자리준비로 바쁜 시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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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어머님의 정성을 먹고사는 텃밭의 채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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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디안님이 준비 중인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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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다슬기도 잡고 가재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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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법성포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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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때 만난 풍천장어…….조류 독감 때문에 장어 값이 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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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꿈에서 본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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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도 제대로 널 수 없다는 옆지기의 원성이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려든다.
 햇볕이 잘 드는 아파트 베란다를 점령해버린 육묘상자들 때문이다.
 3월 중순에 가식하여 키가 15cm가량 훌쩍 커버린 25구 야콘 육묘상자 16개와
본 잎이 3개씩 보기 좋게 올라온 파종3주째인 대학찰옥수수모종이 담긴 25구
 육묘상자 8개 그리고 한참 싹틔우기과정이 진행 중인 울금종근을 심은
스치로폼 상자 3개가 베란다를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시장과 종묘사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모종들을 구입해 밭에 심었다.
올해부턴 직접모종을 길러봄으로써 미처 터득하지 못했던 육묘과정에서의 재미들을
경험해보고자 육묘과정이 비교적 쉬운 옥수수 육묘와 야콘 육묘에 도전했다.
 비록 물주기 과정에서 배란다가 흙 천지가 되었지만 오물조물 싹 틔는 모습에서
환희의 찬가를 연발했다.
 밭에 옮겨 심을 날을 4월 마지막 주말로 정하고 1주일 전부터는 베란다 창문을 활짝
개방하고 노지와 같은 환경에 노출시켜 외부온도에 적응하는 과정을 진행해 오고 있다.
 생활하고 있는 인천에서 충남 당진의 다락골까지 옮겨 밭뙈기에 이식할 날이 턱밑까지
차왔는데도 이동수단이 승용차뿐이어서 애지중지 키워온 이것들이 작은 충격에도
부러질 것만 같고 혹시 상처라도 생기면 …….
 모종들이 커 가면 커 갈수록 그에 따른 고민도 늘어만 갔다.
 단박에 옮길 수 있는 묘책 찾기를 소원했다.
 "철재앵글로 틀을 짜라."
 "스치로폼 상자를 이용하라."
 "종이상자를 이용하라."
 실현가능한 소중한 지혜들을 나눔 받았다.
 육묘상자가 가로300mm*세로300mm 야콘 모종의 키가 대략 150mm정도 성장했으니 뿌리까지 높이는 200mm남짓 이 조건을 기준으로 승용차 트렁크에 최대한 많이 적재할 수 있도록 규격화된 종이상자를 이용하기로 숙고 끝에 결정하고 우체국에 들려 이 조건과 가장 근
사치인 300mm*360mm*24mm의 택배용 종이상자 20개를 구입했다.

 

 

 
 4월의 마지막 주말 아파트 주변 지인들이 다락골로 농사일을 체험하러 오기로 한 날이다.
 지난밤에 거친 돌풍이 불어대고 주말 아침까지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소싯적 소풍가기로 날 잡아 놓은 날에 비가 내리던 그런 쓸쓸한 기분이 아침부터
엄습해왔다.
 다행히 오전 일찍 비는 그치고 바람도 차츰 자자들었다.
 같이 동행하기로 한 처재내외의 오전근무가 끝나길 기다렸다 트렁크와 뒷좌석 빈자리까지
육묘상자들을 가득 싣고 선발대로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비 온 뒤끝이라서인지 고속도로는 다른 주말과는 다르게 한가했다.
 당진읍 종묘상에 들려 방울토마토, 꽈리고추, 청양고추, 오이고추 모종과 상치 씨앗을
구입한 후 다락골로 들어섰다.
 조심스레 육묘상자들을 원두막 한 편에 내려놓고 흙부터 매만졌다.
 간밤에 내린 비로 행여 작업에 차질이라도 생기진 않을까 했던 우려는 기우였을까?
 적당한 수분을 머금은 고슬고슬한 촉감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야콘, 울금이 주요 작물이라며 밭갈이 하시는 분께 두둑을 크게 만들어 달라
부탁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크게 두둑이 만들어져 있다.
 비닐 폭에 맞춰 흙을 덜어 낸다.
 간간이 불어대는 바람에 검정색비닐이 나부낀다.
 4인이 한조가 되어 행하는 두둑에 비닐 씌우는 초보농사꾼들이 모양새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서로를 격려하며 웃고 떠들은 사이 조용히 땅거미가 밀려든다.

 


 동참하기로 한 마지막 일행들이 당진ic를 빠져 나왔다며 위치를 확인하려는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전해온다.
 갑자기 쉼터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밭뙈기 앞에 위치한 미나리 깡에서 미나리를 채취해오고 도라지와 더덕들의 굵기를
확인하려 흙을 파 해치고 쪽파를 뽑아오고 부추도 자른다.
 뒷산자락에 올라 머위, 참취,  두릎순을 꺾어와 무치고 데치고 볶는다! 소란이다.
 아직도 남아 있는 찬 공기가 옷깃을 파고든다.
 원두막 한편에서는 군불지피는 메케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온갖 봄나물로 한상이 차려졌다.
 이글대는 숯불위에 걸쳐진 석쇠위에는 가리비, 소라 등 봄 조개들의 익어가는 모습에
눈이 즐겁다.
 굵은 소금을 흩뿌리며 구워낸 삼겹살을 참취잎에 싸 먹는 맛이 그만이다.
 진하고 고소한 살아있는 맛과 향이다.
 쌀쌀한 봄밤 하늘아래서 채워지는 정만큼이나 소주병은 늘어만 간다.

 

 

 혹시나 내리진 않았을까?
 내심 긴장했다.
 새벽녘에 일어나 주변을 꼼꼼히 살펴본다.
 다행히 서리가 내린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2주전에 노지에 이식한 이웃집의 여름배추밭은 서리피해 때문인지 발육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배춧잎 주변이 붉은 빛을 띠며 성장이 정체되어있다.
 다락골에서는 4월 말까지 무서리가 관찰된다했다.
 그래서 주변이웃들은 노지고추 이식 작업을 5월5일을 전후로 실시한다.
 따뜻해진 기후환경변화로 인해 작물들의 노지이식시기가 차츰 빨라지고 있다.
 5월 첫 주말에 이식하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다른 일정과 겹치는 사정으로 늦서리의
위험부담을 안고 정식시기를 1주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연장을 챙겨들고 밭 가운데로 들어서니 언제 기상했는지 모두들 따라 나선다.

 

 

 

 


 조그마한 밭뙈기가 사람들로 넘쳐난다.
 난생처음 호미를 잡아보는 이부터 어릴 적 추억에 잠겨드는 이들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업과는 농사일이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라 심어보는 즐거움과
씨를 뿌리는 숭고함을 직접 체험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뿌듯함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작업이 진행됐다.
서투르고 지루한 일이었겠지만 누구하나 싫다는 내색 없이 솔선해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나눔'과 '배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 하루였다.
 큰 울림과 긴 여운이 동시에 교차된다.
 인터넷 친구들은 소중한 지혜를 나눔해 주었고 아랫집 할머니는 오늘도 쌀 한 자루와
반찬들을 주시고 가셨다.
 힘든 일과 속에서도 지인들은 힘을 보탰다.
 원래부터 당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다락골엔 넘쳐나는 정들이 있어 꼭 어머니 품속 같다.
 4월 끝자락의 봄꽃들이 유난히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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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골에서 기별이 왔습니다.

이번 주말을 이용해서 야콘 울금.옥수수,고추등  각종 모종을 노지에 정식하기로

계획하고 있었습니다만 아직까지 밭이 갈리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다락골에는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버리고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 농삿일에 종사하기에

마을에 트랙터 한 대 변변한 농기계가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다락골은 이웃마을의 농사일이 마무리가 다 되어서야 그 마을에서 농기계가

들어와 일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밭을 갈지 못하고 마음 고생만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다락골 방문때 아랫집 어르신께 밭 좀 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왔는데 오늘 드디어

밭을 갈았다 연락이 왔습니다..

아파트 배란다에는 야콘모종 ,옥수수모종,울금싹틔운것까지 22개의 육묘상자가 이식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당진까지 이 육묘상자들을 아무 이상없이 옮겨야 하는데 운반도구가 좁디좁은 승용차뿐이니

이것또한 걱정입니다..

육묘상자를 안전하게 옮길수 있는 무슨 좋은 묘책은 없을까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락골이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흐르러지게 핀 복사꽃이 별천지를 연출하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대지가 알록달록한 꽃들과 초록빛 신록들로 채워지며
봄날의 정취가 무르익고 있다.

" 미쳤지, 미쳤어!"

"기름 값이 얼마데……. 밭도 안 갈린 곳에서 무얼 하겠다고......?"

" 다음 주에 식구들과 함께 가서 모종들이나 심고 옵시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픈 욕심에 꼼지락거리다 출근시간 몇 분전에 일어나
허둥대던 평일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부터 뒤척거렸다.
"가야하나."
"주저앉고 말아야만 하나."
주인의 손길만 기다리는 작물들과 파종해야 될 씨앗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도
당장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한 번 더 멈칫거리게 했다.
옷가지를 챙겨 입고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당귀종근과 홍화씨, 더덕씨, 상추씨 등을
챙겨드니 툴툴대던 옆지기가 밥 굶지 말라며 도시락꾸러미를 챙겨준다.
옆지기가 비운 옆자리만큼이나 서해안 고속도로는 허전했다.
옆지기의 중량이 떨어져 나간 승용차로 날아갈 듯 내달렸다.

 

 
지난해 이맘때 다락골에 당귀를 심었다.
이식할 때 퇴비만 넣고 비료한번 농약한번 주질 않았는데 세력이 왕성하게 
자라 보기가 좋았던지 밭뙈기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저게 무엇이냐며 묻곤 했다.
작년 가을 수확한 당귀 몇 뿌리를 아랫집에 갖다 드렸더니 그것을 시집간 큰 딸이
복용하고 효험을 보았다며 지난번 어머님 산수를 맞아 시골 가는 길에 잠깐 다락골에
들렸을 때 당귀육묘를 구해주길 청해왔었다.
구입한 당귀육묘를 챙겨들고 아랫집 문을 두들기니 누가 꼭두새벽부터 문을 두들이냐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반갑게 맞아준다.
꾸밈없는 삶을 엿볼 수 있어 너무 좋다.
끼니때도 되지 않았는데도 밥은 먹었는지 염려해주며 온갖 채소모종들이 즐비한 하우스
육묘장에서 손수 길러낸 호박모종과 강낭콩모종을 들고 나와 갖고 가 심으란다.
산 끝자락이라 아직 서리가 내린다며 심고 나서 투명비닐로 보온해주라는 당부의 말씀도
빼놓지 않는다.

 

 


마늘, 양파, 쪽파, 부추가 심어진 양념채소밭을 살펴보니 작황이 기대 밖이다.
쪽파에서는 하나, 둘 꽃들이 피어나고, 부추에서는 이식한지3년째가 되어서인지 부추 잎이
현저하게 좁아졌다.
내년 봄에는 뿌리째 들어내고 새로 이식해야 될 것 같다.
양파와 마늘밭도 수분부족인지 생기가 넘쳐나길 않는다.
서둘러 밭두렁의 잡초들을 제거하고 물주기를 시작하는데
칙! 칙! 칙! 칙!
옆집 마늘밭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선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작은 물방울에 햇볕이 반사되어 예쁘고 작은 무지개가 만들어 진다.
마냥 부러워 넋 놓고 쳐다만 보다 해 놓은 일도 없이 시간만 많이 낭비했다.
봄볕이상으로 햇볕이 따사롭다.
퇴비를 펼쳐놓고 쇠스랑으로 땅을 파 퇴비와 잘 섞이게 뒤집으며 큼지막한
이랑을 만들다.
호미로 북북 고랑을 파고 대충 30cm 간격을 유지하며 당귀종구를 이식했다.
2인 1조로 이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심고 지나가면 일의 진척이 높을 것인데
혼자 이쪽 갔다, 저쪽 갔다, 하다 보니 일은 더디게 진행된다.
함께 하지 못한 사람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준비해간 씨앗들의 파종이 마무리되니 해는 벌써 중천을 훨씬 벗어나 있다.
도시락으로 허기진 배만 채우고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져
호미자루를 챙겨들고 더덕, 도라지 밭과 마주한다.
도라지는 새싹들이 삐죽삐죽 올라오는 중이고, 성미 급한 더덕들은 벌써 덩굴을
뻗치기 시작했다.
향내 짙은 더덕향이 코끝을 후벼 판다.
파종 2년차가 된 밭에는 이름 모를 들풀들로 가득하다.
위장 솜씨를 뽐내며 묘목과 묘목사이에서 자기들만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혹시 상하지나 않을까.
조심조심하며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간다.
소금기를 머금은 땀방울이 눈 속으로 스며들어 눈이 따갑다.
점점 무릎 팍도 저려온다.

"새벽부터 오느라 먹을 것 제대로 챙겨 오기나 했겠어?"

"어서와 이것들 좀 먹고 쉬었다 하지."

딸기, 오렌지, 드링크를 쟁반에 담아 챙겨 들고 아랫집 할머니가 건너오셨다.
코끝이 찡해 할 말들이 입안에서만 맴돈다.
깊게 패인 주름살 하나하나에 삶의 흔적들이 짙게 배어 있다.
어른과 마주앉아 나누는 담소에서 마음이 훈훈해지며 살아가는 재미를 깨닫는다.
건넛마을로 시집와 논 두 마직이 달랑 물려받아 40여 년 전 처음으로 이곳 다락골 쉼터에 정착해서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며, 몇 년 사이 갑자기 올라버린 땅값으로 이웃 간에 쩍쩍 갈라지는 인정들로 옛날의 시골모습들이 보이질 않아 안타깝다하시며 마을 돌아가는 사정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사내 녀석이 밭에 쭈그리고 앉아 호미질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칼을 들고 따라나서 보기 좋게 자란 참취 수확을 대신해준다.
지난해 수확을 마치고 미루고 방치해둔 밭뙈기에도 잡초들이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기세 등등 진을 치고 있다.
하나하나 호미로 들추어내 밭 한편에 쌓아놓다.
지루하고 힘든 싸움에서 이긴 전리품들이 풀 무덤을 이룬다.
잘 관리하면 가을철 김장채소 밑거름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흙에서 자랐으니 흙으로 다시 돌려보내야 되지 않겠나.......

 

 

   

 
지루한 틈 없이 달려 온 하루가 벌써 저문다.
겨울 내내 근질근질했던 손으로 원 없이 호미질을 했다.
쉼터 뒤편 산자락에 하얗게 핀 조팝나무꽃 앞에서 지친 심신을 위안 받고 활력을 보충한다.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좋고 자연에서 풍기는 맑은 공기 한 줌만으로도 이곳까지 달려온 기름 값이 아깝지 않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
여동생에게서 가져온 울금뇌두 싹 틔우기와 옥수수종자 포트 파종 작업을 실시했다.
지지난주 일요일 가식한 야콘모종이 보기 좋게 자라고 있다.
 5월초 노지 이식을 계획 중인 울금은 마치 생강과 외모가 비슷하다.
울금농사는 잡초제거만 제때해주면
무농약 무비료농사가 가능하다고 해 이번에 시험재배를 해 볼 예정이다.
스치로폼 상자 안에 상토를 깔고 그 위에 울금뇌두를 올려놓고 상토를 덮어 마무리했다.
올해는 대학찰옥수수 종자를 구입하기가 힘들어 지인을 통해 나눔 받은 것과 작년 파종하고
남은 종자를 이용하기로 했다.
작년에 쓰다 남은 종자라서 발아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포트 한 구멍에 3알씩 파종했다.
발아가 잘 되면 하나를 뽑아 없애고 한구멍에 2그루씩 정식할 것이다.
시장에 판매가 목적이 아닌 옥수수재배는 한꺼번에 파종하면 수확시기가 집중되어 맛있는 옥수수를
오랜 기간 즐길 수 없다.
농장에 들릴 때마다 2주 간격으로 30-50주씩 몇 번을 계속 파종하면 초여름에서 가을까지 계속해서 맛있는 옥수수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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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모르고 살아온 삶.(어머님의 산수를 기념하며...)

 

 봄기운이 완연했다.
 파릇파릇한 봄향기가 코끝으로 스쳐갔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어머님 산수(80세 생일)가 음력 3월5일이여서 고향에 다녀왔다.
 깊게 패인 주름살이 가슴을 저민다.
 수년째 몸 쓸 퇴행성관절염에 고생하시면서도 환한 억지웃음이라도 잃지 않으시려 애
쓰는 모습이 안타깝다.
 까칠한 모습을 애써 감추시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신다.
 같은 하늘 밑에 존재하면서도 떨어져 있으니 관심도 멀어지는 것 같다.
 걸음걸이마저 힘들어 하셨다.
 자기네 삭신 아프지 않다고 외면하며 지나쳐버린 행실에 부끄럽고 참담하여 고개를 떨어뜨렸다.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유독 심하게 심술을 부리는 병마 때문에 행여 자식새끼 걱정할까 목청마져 가다듬고 활기차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연기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다.
 오직 자식들 서로 우애 있게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만을 소망하며 잘 펴지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고 어제도 밭에 나가 새끼들 푸성귀하나 더 챙겨 주시고픈 바램에 호미질 하셨단다.
자식들 욕심으로 더 좋은 자릴 마련해 드리고 싶었지만 해가 지날 수로 심해지는 지병으로
거동하기도 불편하시다 한사코 만류하시여 조촐한 가족모임으로 대신했다.


 내 고향 "산월"은 섬마을 속에서도 오지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마을 앞쪽으로 널따란 갯벌을 낀 바다가 근접해 있었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비탈 끝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비탈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조붓한 산길을 따라 산 고개를 넘어 한참을 더 내려가야 외부로 통하는 신작로와 이어지는 길이 유일한 길이였기에 외지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일컫는 땐 "산월"보다는 "산넘어",  "산넘에" 이렇게 불러댔다.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밭뙈기와 마을 앞 갯벌을 조금씩 막아 일군 얼마 안 되는 논들이  마을의 주요 소득원 이였다.
 농한기 겨울철엔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었던 마을의 아낙네들은 산에서 땔감을 구해와 6km가 족히 넘는 산길을 걸어서 읍내에 내다 팔곤 했다.
 등굣길 산길에서 마주친 어머니의 모습은 힘든 모습 그대로였다.
 틈틈이 산에 올라 갈퀴로 긁어모은 소나무 마른 잎을 커다랗게 단을 지여 처마 밑에 보관하다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녘에 머리에 이고 나가 1970년 초 그때의 돈으로 200원 정도를 받고 팔고 오시는 모습이 찬바람 속에서도 땀범벅이었다.
 철없는 새끼 "어제는 공책 샀다","오늘은 노트 산다."
 거짓말인줄 뻔히 알면서도 땀이 찌든 몸빼 바지 속주머니에서 눈 한번 흘기지 않고 달라는 대로 손에 쥐어 주었다.


 읍내에서 꽤 부잣집막내딸로 태어나 아무 걱정 없이 성장하셨단다.
 일제침략기 여자애들은 교문구경도 하기 어려웠던 때 반듯한 학교까지 졸업한 신세대 여성이셨다 한다.
 학창시절에는 뜀박질을 잘해 고을에서 알아주는 달리기 선수였다 한다.
 사촌이모할머니의 감언이설에 속아 산골오지 아버지 얼굴한번 보지 못하고 시집오셨다했다.
 변변한 밭뙈기 하나 불려 받지 못하고 힘든 보릿고개를 두 번이나 겪으며 어느 땐 산속에서 칡뿌릴 캐먹고 물오른 소나무 하얀 속껍질 벗겨 씹으며 고단하고 팍팍한 생활을 지탱했다한다.
 부모먼저 떠나버린  푸른 호박, 빨간 호박 어린 두 영혼을 가슴에 묻는 슬픔을 겪으며 하늘을 원망하며 몇 번을 도망쳐 버릴까, 궁리하다가 뒤로 태어난 3남1여 새끼들이 커가는 재미에 몸땡이 성할 날 없이 살아오셨다.
 고된 농사일 와중에도 시장에서 엿과 사과를 가져와 팔기도 하고, 어떤 땐 시장에서 야채도 팔며 간척사업 노동일에 취로사업막일까지 가리지 않고 일을 하셨다.
 "농사만은 너희 세대에서는 짖지 말라." 틈 있을 때마다 세뇌하시며 3남1여 자식새끼들 차별 없이 대학까지 마쳐주셨다.
 "멥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동내사람들의 비아냥거림도 인내하며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다시 고쳐 입으며 하나라도 더 배워서 자기처럼 살지 말라도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호강한번 받지 못하고 20년 전 다른 세상으로 야속하게 먼저 가신 서방을 대신해서 무거운 가장의 멍에를 짊어지고도 어느 한 순간도 기품과 위용, 당당함을 잃지 않은 채 자신만을 희생하며 새끼사랑에 헌신하며 살아왔다.


 어쩌다 찾은 고향땅에서 자신이 일하는 모습에 행여 자식새끼들이 마음 아파할까봐 논, 밭에서 해야 할 일 모두 마쳤다 거짓으로 둘러대며 새끼들 쳐다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새끼들 떠나기 무섭게 호미자루 챙겨들고 밭고랑에 쭈그리고 앉아 앞산에 해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오직 자식새끼 바르고  잘 되길 기원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
 밥술깨나 뜨며 호구호식하며 살아온 이 삶이 나잘라 이루어진 결과물인양 착각하며 세상모르고 살아왔다.
 어미라는 이유하나로 지극한 사랑을 베풀어 주신다.
 자기 새끼 낳고 키워봐야 그 은혜 헤아릴 수 있다하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가는데 새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살아 온 이곳에 구속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
 둘러대는 이 한마디로 마치 면죄부라도 받아든 양 자기합리화에 집착하며 시골집 빈방에 우둑 커니 홀로 남겨두고 훌쩍 떠나온 이 결정이 옳은 것인지…….
 곁에 있으면 얼마 더 곁에 있을 거라고
 잘 해드려야 되는데, 잘 해드려야 되는데.
 오늘도 마음속에서만 메아리 져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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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좋아?


~~ 짠짜라 짠짠 짠짜라 ~~
~~ 무조건 무조건이야  ~~
~~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
~~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


라디오에서 세어 나오는 트로트 가락에 볼륨을 높이고
박자에 맞춰 죄 없는 운전대만 두들겨 댄다.
"그렇게도 좋아" 옆 좌석에 동승한 옆지기가 핀잔을 주면서도 자기도 흥에 겨워한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출발한 고속도로는 얼마가지 못하고 멈춰서고 만다.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연결지점부터 차들로 넘쳐난다.
아마! 한식날을 맞아 조상 묘에 성묘가려는 후손들의 행렬인 듯 싶다.
차창 틈으로 밀려들어오는 바람결이 한결 부드럽다.
도로가에 핀 샛노란 개나리꽃만큼이나 봄이 밀려와 있다.
다락골이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항상 머릿속에서 서성거렸던 다락골이다.
2주 연속 주말에 내리는 비를 핑계로 하늘높이 치솟는 기름 값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고
말았었다.
모친의 산수(80세)를 맞아 고향 가는 길에 일요일 또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에 차를 돌려 설래 이는 마음을 다독이며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는 날이 당진읍 오일장날, 모든 분들이 장에 갔는지 인적 드문 시골마을이 왠지 더 고즈넉하다.
나뭇잎 떨어져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엔 돋아난 꽃망울이 부풀어 올라 금세 툭 터지려 한다
화사함보다도 소박한 멋이 도드라져 보인다.
집안에서 농사준비를 하시던 마을어르신이 일행을 발견하고 겨우내 조금 부드러워진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아준다.

 

                                         <2008년 농사준비-구입해온 석회질 비료와 유기질 비료들>

                                          <야콘, 울금을 심을 예정지에 석회비료와 유박비료를 시비>
다락골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농자재마트에서 구입한 입상석회비료, 퇴비. 유박비료를
실은 차가 밭둑에 비료들을 내려놓다.
봄날의 향연을 느낄 여유도 없이 양복 상의만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석회질비료 시비부터 일을 시작한다.
바람결에 나붓키여 석회가루가 얼굴을 따갑게 자극한다.
역한 회 냄새가 코끝으로 밀려든다.
그래도 이번에 구입한 것이 입상석회여서 그런지 작년에 구입했던 분말석회보다 작업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머물 시간은 정해져 있고 보이는 것마다 해야 될 일인데 옆지기와 딸아이는 향 짙은 쑥내음에 취해 쑥과 냉이 캐는 재미에 빠져있다.
퇴비가마니를 밭에 듬성듬성 펼쳐놓자 혼자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옆지기가 칼로 비료포대를 잘라주며 일을 거든다.
올해 처음 심어보기로 계획한 야콘과 울금을 심을 곳엔 유박비료를 서리태, 옥수수, 고추 등을 심을 예정지엔 완숙퇴비를 최대한 밭에 골고루 뿌리려 애쓴다.
겨울철 모진 추위를 견뎌낸 마늘, 양파, 쪽파들의 쑥쑥 커가는 모습이 풋풋하다.
황산가리에 질소비료를 일정량을 혼합하여 웃거름으로 시비하고 북주기를 겸해서 이랑을 호미로 북북 긁어주는 작업을 병행한다.
작년 처음 심어본 마늘농사에선 잎마름병관리에 소홀하여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관찰결과 아직까진 잎마름병징후가 보이지 않아 내심 안심이다.
작년 늦가을 이식하여 겨울 내내 늘 안위가 걱정되었던 매실나무 접목 부위 비닐제거작업이 마지막 작업으로 대기 중이다.
대과매실10주와 수분수를 겸해 심은 남고매실10주에선 나무마다 물의 흐름이 느껴진다.
눈들이 제법 볼록하다.
동절기 보온목적으로 접목부위까지 수북이 덮었던 흙들을 걷어 내니 지렁이 천국이다.
통통하게 살찐 몸뚱이를 들이밀고 주인과의 만남을 즐기는 양 이리 꼬고 저리 비틀고 재롱잔치가 정겹다.
접목부위에 칭칭 감긴 비닐을 제거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름대로 연장을 준비해 갔지만 나무 속살 속에 끼여 버린 비닐들이 성질 급한 사람의 애간장만 끊게 한다.

                                           <웃거름 시비와 북주기를 마친 마늘밭>

                                           <매실나무 접목부위의 비닐을 제거하고 접목부위를 지상에 노출>
쉼터 앞집에 들려 건네주신 시원한 물 한잔에 목을 축이고 잘 길러놓은 고추모종을 구경하고 나서 트랙터로 밭갈이를 부탁했다.
하려고 들면 끝도 없는 농사일 그만하고 길 떠나자 재촉하는 동행인들의 강압에  질긴 생명력으로 차츰차츰 영역을 넓혀가는 들풀들과의 지루한 전쟁은 다음기회로 미뤄야 될 성싶다.
대충 주변을 정리하니 어께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은 양 홀가분하다.
요즈음 당진은 시 승격문제로 어수선했다.
시 승격의 결정요건인 부족한 인구를 채우려고 실시한  무리한 유인책이 문제가 되고 값이 많이 올라버린 땅 문제로 크고 작은 송사가 발생하여 바람 잘 날 없다 한다.
다락골도 조상대대로 살아온 이웃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여 보기에 안쓰럽다.
아무리 세상이 승자만의 세상이라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슬기롭게 해결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아쉽다..

                                            <5월5일 노지정식을 예정으로 미리 예약해둔 고추모>

                                                              <쉼터앞에 핀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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