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산천초목이 연초록 신록을 토해내고 있다.
엄마는 이 시기가 계절 중에서 제일 좋다며 산에 자주 간다.
지금은 설악산 봉정암에 가 있겠지?
너를 위해 부처님께 불공드리고 오겠다며 직장 사람들과 어제 갔다.
밤을 지새우며 부처님께 기도드렸겠지.
비록 몸은 떨어져있어도
너를 위한 식구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인내하자.

 

소포와 편지 잘 받았다.
늦어져 걱정했다.
논산과 인천이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보고 싶은 마음이 떨어져있는 거리보다 훨씬 더 간절했었나 싶다.

아빠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남아있던 유일한 형제이자 말벗이었는데.......
많이 슬프구나.
할머니도 많이 허전하시겠지.
잘 이겨내셔야 할 텐데,
걱정이다.
맘으로 많이 위로해드리자.

 

큰 아빠,큰 엄마도 이 일로 인천에 올라오셨다.
큰아빠와 아빠는 영안실에서 고인이 가시는 길을 위로하기위해 자릴 지켰고 엄마와 큰엄마가 잠깐 집에 들려 너의 편지를 읽으셨다.
지금은 재대한 민호형은 첫 번째 편지를 세줄밖에 안 써
서운했었다며 한 장 가득 채운 니 편지를 보고  큰엄마의 칭찬이 자자하다.

 

답장이 늦었구나.
적응하고 있다니, 내 아들 대견하다.
자기 일도 힘들 텐데,
자신을 숨기고 부모형제를 위로하는 너의 모습이 이쁘다.
군대 좋아졌다고 해도,
그 생활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속박당하는 그 자체가 힘든 거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니까.
견뎌라.

 

고맙다.
전화 받고 깜짝 놀랐다.
카톡으로 엄마에게도 알려주니 감격한다.
누나는 야구장 알바 땜시 동생 전화 못 받았다고 아쉬워하고.
하늘에서 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포상전화를 받았다니!
역쉬! 내 아들이다.
 
이 편지가 전해졌을 쯤엔 2주째 훈련이 시작되었겠구나.
사격하고 수류탄 까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걸쳐간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러야 했었는지?
실감 나겠구나.
탄피 잃어버리면 뺑뺑이 친다.
긴장 풀지 말고.

 

나라사랑카드는 재발급 받았니?
다음 편지엔 카드번호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너를 논산에 떨쳐놓고 돌아설 때 벚꽃이 지천이었지.
지금은 진달래가 가득하다.
지고 나니 다시 핀다.
세상 인연에 감사하자.
함께 훈련받는 전우들과의 인연도 감사해라.
먼저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 소홀 하지마라.
오늘은 당진에 안 가고 집에 있다.
사랑하다.
아들아.

 

2014.4.28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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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채비로 바빴던 하루

 

 

살이 찐 까치는 둥지로 날아가고
앙상한 나뭇가지엔 먹다만 홍시만 애처롭게 걸렸습니다.
가을걷이가 마무리된  들녘엔 적막감만 감돌고 늦가을 바람은 스산합니다.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의 모습이 간간히 목격됩니다.

 

 

늦가을 날씨가 별나게 포근합니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세상,
그냥 편하게 생각하니 따뜻해서 좋습니다.
난방비를 아낄 수 있어 좋고 밖에서 맘대로 활동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추운 겨울동안 땅속에 뿌리만 내리고 움이 트지 말아야 할 육족마늘이 따뜻한 날씨 때문에 새싹이 푸릇푸릇 움이 텄습니다.

지난겨울에 강추위로 양파모종이 죄다 얼어 죽었습니다.

올해도 겨울추위로 양파와 마늘이 얼어 죽을까 걱정입니다.

 

 

 

 

 

양파밭과 마늘밭을 보온하기위해
추수를 마친 논에서 볏짚을 져 나릅니다.
기계로 나락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마치 작두로 썬 여물처럼 잘게 잘린 지푸라기를 긁어모아 마늘과 양파밭에 푹신하게 깔아줍니다.

 

 


혼자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는데 마실 오신 이웃집할머니가 손을 보탭니다.
한포기에 500원씩 받고 배추를 처분했다는 이야기며
농한기동안 몸이 불편한 아들집에 머무르며 돌봐주어야 될 것 같다며
집을 장시간 비울 때 보일러실 동파방지용 열선은 어떻게 감아두어야 하는지?
양파 밭에 지푸라기를 깔아 줄 때는 볏짚을 가지런히 추려 잎사귀가 덮이지 않게 하고,
두둑에  멀칭 했던 비닐은 가을걷이가 끝나 직후 벗겨내야 겨우내 땅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땅이 부드러워져 다음해 농사가 잘 된다는 등
농작물 시세며
농사비법,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덜은 대충 볏짚으로 덮어주고 말았는디,
아저씨네 마늘은 호강하네유!"
추위에 강한 품종을 심은 양파 밭은 빼고 마늘밭엔 보온용 흰 투명비닐을 한 겹 더 씌웁니다.
거친 바람에도 벗겨지지 않도록 틈새 없이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다락골에선 월동이 힘든 달리아 알뿌리를 캐내 따로 보관하고
상사화, 석산 등 가을철에 심는 화초들을 쉼터주변에 내다 심습니다.

 

 

 

 

 

 

매실나무와 살구나무도 심습니다.
매실나무는 꽃가루받이용 수분수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다락골에 터를 마련한 이듬해 가을 밭뙈기를 반으로 나눠 무턱대고 매실나무를 심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미천했던 때라 나무장사 이야기만 믿고 따랐습니다만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남고"라는 품종 한 가지만 심어져있었습니다.
올 봄엔 팝콘을 뿌려 놓은 듯 매화가 만개했습니다만 기대했던 만큼 매실이 덜 달렸습니다.
길어진 꽃샘추위 때문에 벌들이 날아들지 못해 생긴
부실한 꽃가루받이가 원인을 거라 추축했습니다만 가장 큰 원인은 한 가지 품목만 심은 탓에 발생한 수분수 부족에 있었습니다.

 

 

 

 

 

 

 

포근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흰색수성페인트로 밑동을 칠하고, 흥건하게 석회유황합제도 살포합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마음만 바쁩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세월은 바삐 흐르는데 몸은 갈수록 느려집니다.
걱정입니다.
겨울 한 철 몸과 마을을 추슬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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