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과실은 저장이 어려운 대표적인 과실로 생과용보다 가공용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이러한 불리한 점이 오히려 생과용으로는 경쟁력이 있는 과실로 부상하면서 수확후 취급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그림 1과 같이 시장가격을 좌우하는 요소로 식미(食味)가 44%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수확적기 판정과 선도유지가 고품질 상품화에 주력하게 되었다.
1. 수확 시기 결정 및 방법
복숭아 과실의 수확적기는 매우 짧다. 그래서 수확시기 결정은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용도에 따른 적숙 판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관행적인 수확 시기는 출하 가격에 치중하는 경향이 높고 그로 인해 품질이 저하되고 식미의 부족으로 소비도 둔화된다. 또 저장력 및 선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된다. 예냉 및 저온유통이 가능하다면 완숙기에 수확을 해야 고품질 과실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1) 적기판정
가. 개화후 일수
과실의 성숙일수(만개일∼수확최성일)는 그림 2와 같이 과실 생육기 평균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평균적으로 조생종은 100일 이하, 중생종은 101∼120일, 만생종은 121일 이상이 필요하다.
나. 과실의 크기
복숭아 과실은 그림 3과 같이 3단계로 비대가 이루어진다. 수확이 가까워지면 급속히 비대 하다가 품종 고유의 크기에 도달하면 성숙기에 접어든다. 수관 내에서도 주지의 선단부나 아주지의 선단부의 광량이 많은 곳이 성숙이 빠르다.
다. 과피의 착색
중생종인 백봉과 같은 용질형(溶質)은 과실의 어깨부위가 녹색에서 녹백색이 될 때가 수확적기다. 반용질이나 불용질형 등 착색이 선행하는 품종은 엽록소의 소실이 빨라서 바탕색이 백색으로 변했을 때가 수확적기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 수확적기와 착색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으므로 과피의 착색만으로 수확 적기판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라. 당산비(糖酸比)
복숭아의 당함량은 생육중기 까지는 급속한 증가를 나타내고 그후는 서서히 상승해서 완숙기에 도달한다. 산(酸)은 생육초기부터 증가하지만 에틸렌(ethylene, 과실의 성숙을 촉진시키는 생장 조절물질) 생성이 시작되면 급속하게 감소되고 완숙 직전에는 더 많은 양이 감소되어 적당한 산미가 된다. 전당(全糖)이 8.5%, 유기산이 0.35%, Brix 11% 정도가 되면 식미에 적합한 당산비를 나타낸다.
상기 항목을 종합해서 과중(果重)과 착색 및 당도의 연관성을 보면 표 1처럼 과실이 크고 착색이 좋을수록 당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경도, 육질, 호흡량 등도 수확 적기판정에 이용이 되나 과실을 파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 종합 판단
과실의 성숙은 품종, 수세(樹勢), 착과부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큰 과실을 주목해서 착색이나 바탕색의 변화 정도 등을 경험적으로 관찰해서 수확적기를 판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관의 평가는 개인적인 차이와 객관성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다. 대표적인 과실을 선택하여 당도계, 산도계, 경도계, 비색표 등을 이용해서 과실의 숙도를 인지하면 도움이 된다. 21세기에는 비파괴 검사에 의한 휴대용 숙기 판정기 상용이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수확 방법
복숭아를 수확할 때는 부드러운 목장갑을 착용하고 껍질이 얇은 계란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과실정부가 손바닥 중앙에 오도록 하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 과면이 함몰되어 유연해지지 않도록 과병부 부위를 가볍게 쥐고 가지 끝을 향하여 비틀면 떨어진다. 수확상자는 8∼10kg 용량 크기의 밑이 평편한 상자를 이용하도록 하고, 과실표면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신문지 등으로 과실 하나하나를 격리하면서 2단 이상이 되지 않게 담는다. 또 여러번 손이 가지 않게 난자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3) 수확 시각 (예냉시설이 없을 때)
과실의 품온(品溫)이 낮을 때 수확하는 것이 선도 유지에 유리하다. 수관 외부의 광선이 쪼이는 곳은 오전 6시까지, 수관 내부 그늘진 곳은 오전 8시까지 수확을 완료해야 한다. 그림 5는 기온에 따른 과실 품온의 변화를 나타내며 높은 품온은 많은 호흡과 호흡열을 발생해서 선도를 저하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의치 못할 경우는 수확후 그늘진 곳에 보관 해야하며, 이때 품온을 나추거나 신선하게 보일 목적으로 물을 뿌리는 것은 과습(過濕)을 초래해서 유통중 부폐병을 유발시키므로 절대 금해야 한다.
2. 수확후 처리
1) 예냉(豫冷, Pre-cooling)
예냉은 저장 및 유통전 청과물의 품온을 신속하게 저장온도 까지 낮추는 수확후 처리 방법으로 선도유지에 탁월하다. 예냉기술의 연구는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실시되어 유통거리가 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다. 일본의 경우 전국 예냉시설이 1995년에 3500개소인 반면 우리나라는 차압예냉 20개소(경북 3개소), 강제통풍식 121개소, 냉수예냉 12개소 진공예냉 1개소(실험용) 등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단거리 수송과 저온기 수확 청과물이 많은 관계로 예냉처리가 생략되어 왔다. 그러나 고온기 수확 및 시설재배의 청과물 생산이 증가하면서 예냉처리가 선도 및 고품질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예냉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예냉 시설의 설치와 방법은 막연한 상태에 있다. 예냉시설은 농업의 간접시설 투자 차원에서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생산지에 가까운 위치에 소형 다동식으로 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품질 과실의 경쟁시대에서는 가공시설보다 선과장이나 예냉시설 등이 고품질 상품화에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과 경제적인 여건상 단기간에 고가의 예냉시설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복숭아 예냉에는 기존의 저온저장고를 이용해서 차압통풍식이나 강제통풍식 으로 개조해서 예냉처리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예냉 처리별 냉각효과를 보면 그림 6과 같다.
가. 강제통풍식 예냉
강제통풍식은 찬 공기를 풍속 2∼3㎧로 과실 상자에 불어넣어 냉각시키는 방법이다. 품온이 25℃인 복숭아 과실을 10시간 이내에 5℃ 까지 낮출 수 있는 냉각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저온저장고를 이용할 수 있고 예냉후 바로 저온저장이 되는 편리한 점이 있다.
나. 차압통풍식 예냉
차압통풍식은 그림 7과 같이 냉기류의 기압 차이를 이용해서 골판지 상자 내의 과실 전체에 냉기가 통과하는 방식이다. 강제통풍식 보다 2배의 냉각 속도가 빠르다. 냉기가 과실의 저온측으로부터 고온측으로 이동하여 과실 표면에 결로(結露)가 생기지 않아 과습에 약한 복숭아 과실에 적합하다. 시설로는 고성능 차압 팬(fan)과 차폐 시트(sheet)가 필요하며 기존의 저온고를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시설할 수 있다.
다. 냉수(冷水) 예냉
과실을 냉수에 침적하거나 살수를 하는 방법으로 미국에서는 양앵두나 복숭아 예냉에 이용하고 있다. 부착한 수분이 유통 및 저장중 과습을 초래해서 병해의 발생 우려가 있다. 과실 상자는 방수 용기나 플라스틱 망 등이 이용된다.
라. 진공식 예냉
진공예냉의 원리는 청과물을 진공탱크에 넣고 감압(4.5mmHg)을 하면 청과물에 함유한 수분이 증산(蒸散)되면서 기화열에 의해 냉각되는 원리다. 청과물중 결구상추 같은 표면적이 넓은 엽채류에 적합한 방법으로 품온이 17℃정도의 결구상추를 0.1℃로 낮추는데 불과 9분밖에 걸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과실의 감량(減量)과 거액의 설치비용이 드는 것이며 증산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과실류에는 부적합하다.
2) 예냉용 골판지 상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골판지 상자는 차압예냉이나 강제통풍식 예냉처리에는 부적합하며 상자의 개공률(開孔率) 확보와 결로현상에 의한 내습성과 수직강도 등이 보완 되어야한다. 크기도 팔레트 적재와 저온유통에 적합한 크기의 상자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소 고가 이기는 하나 속이 훤히 보이는 1단용 나무상자의 도입도 예냉처리 및 상품화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예냉후 처리
일단 예냉처리된 과실은 되도록 상온에 노출되지 않게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저온유통(Cold Chain System, 생산에서 소비까지 저온유통)기구의 구축과 팔레트(pallet) 출하가 바람직하다. 복숭아 저장은 온도 1∼3℃, 습도 85-90%로 7일간 선도가 유지되며 이 기간동안 출하조절도 가능하다.
상기 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과학적인 공동출하를 하게되면 여유시간에 선과 및 상품화에 충실할 수 있다. 또 출하 조절과 고품질로 복숭아 高價 판매가 가능해서 신바람 나는 복숭아 수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