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
달갑지 않는 소식입니다.
가뭄, 폭염, 폭우, 그리고 가을장마.
이변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요즘 날씨입니다.
마치 각본 없는 괴물영화를 보는 것처럼 혼란스럽습니다.
인간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하니 딱히 어디에 하소연을 할 수도 없고…….
두려움을 떠나 무서움으로 다가옵니다. 

 

 

여름은 무더웠습니다.
다 귀찮았습니다.
기력마저 고갈되어 몽롱했습니다.
손가락도 까딱하기조차 싫었습니다.
"쉬는 것도 생산이다."
붙들고 있던 다락골도 살며시 내려놓았습니다.

 


더위를 피해 다락골을 달아난 사이,

밭뙈기는 수년 동안 돌보지 않은 묵정밭처럼 폐허로 변해있었습니다.
사람 키만큼 큰 잡초들이 밭뙈기를 지배합니다.
수확하고 방치해둔 매실나무 밭이 더 심합니다.
새벽부터 근 한나절을  뽑고. 뜯고. 베고.......
잡초들과 질펀하게 한판을 벌리고 나서야 겨우 모양새가 잡힙니다.

 

 

수일 전에 퍼부은 폭우로 다유들깨가 땅바닥에 벌러덩 자빠졌습니다.
빳빳하게 고개만 쳐들고 생체기를 겪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줄에 맞춰 군데군데 쇠말뚝을 박고 끈을 엮어 일일이 일으켜 세우니 금세 스스로 몸뚱이를 추스릅니다.
명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갸륵한 손길이 명약입니다.

 

 

 

도둑 못 들어오게 쳐놓은 그물망에 스스로 갇힌 꼴이 되었습니다.
처음 재배하는 키 작은 흰 찰수수 때문에 맘 한구석이 꺼림칙합니다.
껍질이 없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키가 작아 쓰러질 염려가 없다는 말에 어렵사리 종자를 구해

밭뙈기 한편에 심어놓은 키 작은 흰 찰수수가 이삭이 여물기에 두주 전에 이삭에 양파망을 씌웠습니다.
밭뙈기가 산자락 끝에 위치한 한적한 터인지라 산비둘기, 까치 등 야생조류에겐 낙원이나 다름없는 곳이지요.
이삭에 양파망을 씌우고 낱알 한 톨도 빼앗기지 않을 거라며 나름 안심했습니다.
여물어가는 이삭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려와 이삭들을 확인해보니 양파망을 씌워둔 이삭마다  낱알에 거무스름하게 곰팡이가 슬어버렸습니다.
계속 내리는 비로 습도가 높아져 탈이 생겼습니다.
허겁지겁 씌운 양파망을 벗겨내고 곰팡이를 털어 내보지만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대추는 풍년입니다. 

 

 


끝물더위로 후텁지근합니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하네요.
영영 식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의 기세가 한결 누그려졌습니다.
풍성한 가을을 마중하기위해 땀샘을 비웁니다.

 

 

 

김장할 때 쓸 무씨를 뿌립니다.
다락골에선 처서 절기 무렵에 김장배추모종을 내다심는데 무씨는 그 보다 일주일가량 앞서 파종합니다.
햇볕으로만 키우기 위해 거름도 넣지 않고 밭을 꾸몄습니다.
너무 크지 않고 달지 단 무를 키우는 게 바램입니다.
자색무에 여태껏 잊히지 않은 소싯적 즐겨먹었던 쫀득쫀득한 단무지 식감이 그리워 직접 단무지를 담가볼 요량으로 길쭉하게 생긴 단무지무도 함께 파종합니다.

 

 

끝난 올림픽열기에 열대야까지 겹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지든 이기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늠름했습니다.
메달을 거머쥐고 환호하는 장면도 멋졌고요.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흘렸던 땀방울의 의미가 전해질 때마다 가슴 찡했습니다.
가을이 오네요.
땀방울이 결실을 맺는 가을입니다.

 

"힘겹다.
 집구석은 온통 곰팡이가 슬고 밭뙈기엔 풀만 가득하다."

 

"풀 뽑고, 벌레 잡고…….
 그걸 즐거움으로 사는 사람이잖아요. 당신은?
 자기가 자초한 일이니까,
 남까지 끌어들이지 마세요."

 

산행 도중에 옆지기가 보내온 카톡 메시지 답신은 씁쓸했습니다.
일행에 끼여 가평 연인산으로 산행가자는 옆지기의 권유를 뿌리치고 다락골을 찾았습니다.
늘 그렇지만 제가 다락골을 찾는 이유는
나와 떨어진 또 다른 나를 다락골에 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웠던 분신들과 재회하는 순간.
기쁨 같기도 하고, 서글픔 같기도 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듭니다.

 


환기가 안 돼
쉼터 구석마다 곰팡이가 슬었습니다.
퀴퀴한 냄새, 끈적끈적하고 눅눅한 기운이 숨통을 조입니다.
닦고, 말리고…….
밭뙈기를 들여다 볼 틈도 없이 장마철 비설거지로 비지땀을 쏟았습니다.

 

 

지난 가뭄 탓일까요?
대학찰옥수수통이 생각했던 것보다 굵지 않네요.

 

 

일 년 중 날씨가 제일 무덥다는 대서절기입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립니다.

김장채소를 심을 터를 준비합니다.
다락골을 찾은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마늘을 뽑고 잠깐 방심한 사이 바랭이며 쇠비름 등 온갖 잡초들이 들어찼습니다.
농부의 부지런함을 가름하는 기준을 김매기로 삼았던 집안에서 자란 탓에 잡초만보면 손부터 나가는 것이 습성처럼 굳어져있습니다만, 
땡볕 아래서 쪼그리고 앉아 김매기는 정말 힘겹습니다.

 

 

주말농사 7년,

이력이 붙을수록 일에는소흘해지고 꾀만 늘었습니다.
"김매기 싫은 놈 밭고랑만 센다!"라고
잡초를 뽑아내고, 멀칭해둔 비닐을 걷어낸 후, 석회비료를 뿌리는 것까지
마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일하는 시간보다는 은행나무그늘에 주저앉아 쉬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휴가나 가시지, 이런 땡볕 아래서 고생을 그렇게 사서한데유!"
농담으로 흘린 이웃집할머니의 말 한마디가 귓가를 떠나질 않습니다.
오기로 버텨보지만 끈기는 바닥난 지 오랩니다.
연장을 내동댕이치고 도망가고픈 생각이 간절합니다.

 


다행스레
2주전에 씨를 뿌렸던 당근이 골고루 싹 텄습니다.
살랑살랑 불어댄 바람과 적당하게 내려준 비 덕분이지요.
변죽만 울리고 흠집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스쳐 지나간 태풍이 고마울 뿐이네요.

 

 

농사용 거름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인근 농자재마트에서 구입해왔습니다.
가끔은 덜 썩은 퇴비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피해를 보기도 했고요.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입해 1-2년을 직접 더 발효시켰다가 사용해봤으면 하는 바램을 늘 가졌었는데 이번에 큰 맘 먹고 일을 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닭똥을 발효시킨 퇴비를 구입했습니다.
평택에서 이곳까지 운임 한 푼 안 받고 가져다주시네요.
일복이 터진 하루,
비를 맞아 무개가 상당한 100포대나 되는 거름을 퇴비장으로 옮겨 쌓으니 맥없이 두 다리가 후들댑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첫물고추 수확이 끝나고 두물고추 수확이 한창이었겠네요.
지난해와는 다르게 고추밭에 탄저병 발생이 줄었지만 다락골은 고추가 붉어지지 않아 야단입니다.
올핸 여름 초입부터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요상할 만큼 밤공기는 선선했습니다.
삼복더위 중에 어젯밤에도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을 잤습니다.
이런 찬 공기와 작물의 성장과는 상관관계가 존재하겠지요?
김장채소를 파종할 시기가 가까워졌습니다.
파종시기를 고민하는 이웃들이 더러 보이네요.
세상사는 일이 그렇고 그렇다지만 내다볼수록 앞날이 컴컴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무덥습니다.
입 맛 잃지 마세요.

 

지금 다락골은 매실이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시나브로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은은하고 향긋한 향기가 콧속으로 파고듭니다.
계속된 가뭄으로 매실이 자잘한 것을 빼고는  흔한 주근깨도 보이질 않고 튼실하게 여물었습니다.
다 햇살 덕분입니다.
다음 주말에 황매실을 수확하기에 앞서 매실장아찌용으로 쓸 완숙매실을 수확했습니다.
구연산 함량이 높아 청매실보다 황매실이 좋다는 사실,
다들 잘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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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여기까지 내달렸는데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시련이 닥쳤습니다.
감자가 밑이 들고, 매실은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찌는 철인데
목말라합니다.
이 가뭄은 주말농사를 시작하고 처음 겪는 시련입니다.
하늘이 하는 일이니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는 일 이외에는 해답이 없어 답답합니다.
잠깐 물주는 흉내를 내는 일 이외는 딱히 할 일도 없습니다.
곳간에 인심난다고
좋지 않은 물 사정 때문에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 간에 다투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전인수란 말뜻을 세삼 실감합니다.

 

천년초꽃이 만개했습니다.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꽃을 피웠습니다.

수수하면서도 곱습니다.

끓어오른 심기를 가라앉히며 내일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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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오면 늘 이렇습니다.

 

 

올해 내릴 비를
작년이 당겨쓴 걸까요?
그렇게 헤프게 내리던 비를 올해는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망종
까끄라기가 있는 작물을 내다심는 절기라는데.
가뭄이 심합니다.
개천이 마르고 논물도 잦아들었습니다.
밑도 들기 전에 마늘잎은 누렇게 마르고 농부의 마음도 애탑니다.

 

 

 

 

 

기껏해야 주말에만 찾아올 수 있어
흡족하게 물을 주고 싶지만 스프링클러를 빠져나오는 물줄기가 시원치 않습니다.
다락골 쉼터의 먹는 물은 계곡에서 새어나온 물을 모아쓰고
농사일에 사용하는 물은 이웃 밭에 있는 관정의 물을 끌어와 사용하는 처지라 물 사정이 썩 좋지 못합니다.
관정의 물도 두 집에서 나눠쓰다보니 겹치는 것을 피해 주로 밤에 물을 줍니다.
요즘처럼 날이 가물면 사용하는 물이 고인 물보다 훨씬 많아 물이 고일 때까지 기다렸다 한밤중에 물주기를 해야 합니다.

 

 

 

 

 

종자로 쓸 쪽파를 수확해 끈으로 엮어 갈무리하고 바질과 신선초모종을 내다심습니다.
심고 나서 물을 흠뻑 뿌렸는데 금세 말라버리네요.
마른하늘에 제 몸 하나 간수할 수 있을는지?
흙먼지가 폴폴 나는 마른땅을 일궈 들깨씨앗도 뿌립니다.
새끼를 까고 먹이사냥에 나선 들새들로부터 여린 새싹을 지키기 위해 묘상에 한랭사를 씌웁니다.
찰옥수수 곁순도 많이 자랐습니다.
거름기를 어지간히 밝히는 작물이라 보이는 죽죽 곁순을 제거합니다.

 

 

 

오뉴월 하루 햇볕 차이가 무섭다더니 밭고랑에 잡초가 그득합니다.

 

 


농사를 시작한 해부터
해마다 재배했던 양파농사의 작황은 늘 신통치 못했습니다.
겨울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얼어 죽기 일쑤였지요.
그동안 쌓인 재배경험을 토대로 초석을 다시 다지기위해
지난해 가을 다락골 풍토에 적합한 품종부터 선발하기로 작정했습니다.
특성이 다른 두 가지 품종,
즉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많이 재배되는 품종과 새로 육종된 추위에 강한 품종을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재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비교대상으로 삼았던 추위를 견디는 정도는 고만고만하고 생육후기 작황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매실이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매실나무 밑에는 떨어져 뒹구는 풋매실도 수두룩합니다.
개중에는 봄철 꽃가루받이가 부실해서 자연낙과되는 것도 있고,
다 키우기엔 힘에 부쳐 스스로 될 성 싶은 열매만 골라 남기고 나머지는 털어내는 나무의 생리현상이랄까?
일종의 자연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진 풋매실이 버젓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어 문제입니다.
올해는 요상하게 매화가 필 무렵까지는 춥다가 매실이 달리고 나서부터 고온현상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만큼 매실도 성장이 빨랐지요.
다락골에는 매화가 지난 4월20일 무렵에 활짝 피었습니다.
지금 나무에 달린 매실은  대략 45일쯤 자란 것들입니다.
매실은 보통 70일에서 80일쯤 자라야 여물었다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매실 씨에는 미량의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지요?
이 독성물질은 어린 풋매실에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내요.
발로 밟아도 씨가 단단해 으스러지지 않고 색깔도 흰색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것이 잘 여문 매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월이 들어서기 무섭게 봇물 터지듯 청매실이 출하되고 있습니다.
잘 익은 완숙매실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좋은 매실이 나오기 위해서는 파는 사람의 양심과 사는 사람의 바른 선택이 필요하겠지요?

 


집으로 가는 길,
허기를 참을 수 없어 길 가 요릿집에 들렀습니다.
벌써 네 시가 훌쩍 넘었네요.
이걸 점심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녁이라고 해야 하나요?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서 무슨 할일이 이리 많은지,
어제 저녁은 감자밭에 물을 주려다 때를 놓쳐 굶고 이른 새벽부터 풀 한포기라도 더 뽑아내려는 욕심에 아침은 건너뛰었습니다.
혼자 오면 늘 이렇습니다.
곡기가 들어오니 속이 싸하네요.
그나저나 비를 한 바탕 내려주셨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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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도 과학입니다."

 

 

은행나무 아래 논빼미,
둑새풀이 싱그럽다.
논두렁을 넘나드는 작은 바람
계절의 경계를 허문다.
연분홍 꽃보라 날리고
하얀 꽃 향연이다.
활짝 핀 민들레
가로다지 길섶에 늘어서고
칠삭둥이 봄날이 쏜살같이 떠나간다.

 

 

 

 

성급하게 다가온 여름
내복을 벗어 던진 지 엊그제 같은데 민소매차림이 어울립니다.
지온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심어놓았던 작물들이 내남없이 싹을 내밉니다.
생기가 넘쳐납니다.
 

 


"웬 곰보배추를 이렇게 많이 심었어요?"
"곰보배추?
 자기가 심어놓고 그것도 몰라?
 골뱅이처럼 생긴 종근을 심으면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또 물었잖아?"
"아!
 골뱅이처럼 생겼던 것......,
 초석잠인가? 뭔가? 했던 것이 이것이에요?"

싹이 튼 초석잠 잎 모양이 곰보배추 잎 모양을 고스란히 빼닮았습니다.
올해 처음 심어본 초석잠과 아피오스 작황이 아직까지는 순조롭습니다.
싹을 틔우는 일이 관건이라는 아피오스는 90%이상 싹이 터 유인줄을 타고 오릅니다.
싹을 틔워 아주심기 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꽃이 진 자리엔 소담스레 매실이 달렸습니다.
도담도담 커가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올봄 길게 이어진 늦추위 탓에 매화가 피는 시기가 늦어졌고,그 만큼 매실이 달리는 시기도 늦춰졌습니다.
올해 매실 값은 비싸질 것 같습니다.

 

 

 

 

 

 

남새와 푸새로 차려진
시골밥상이 푸짐합니다.
쌉싸래한 맛이 한결 진해졌습니다.

 

 

찬 기운이 남아있던
이른 봄에 씨앗을 뿌렸던 완두콩이 훌쩍 자랐습니다.
줄기가 기어오르게 네모모양으로 쇠말뚝을 박고 오이망을 펼쳐 말뚝에 단단히 붙잡아맵니다.
줄기를 그물망에 유인하고 모양새를 살펴보니 영락없이 침대 모양입니다.
"침대도 과학이다."
언뜻 들었던 어느 침대회사 광고문구가 떠오릅니다.
"농사도 과학입니다."

 

 

밭에 돋아나는 잡초들은 대부분 빛이 들어야 싹이 틉니다.
생강을 아주심기한 후 두둑을 볏짚이나 낙엽으로 덮어주는 것은 빛을 차단시켜 잡초발생을 억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재배 중에 생강의 생장점인 노두는 지표면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에
가뭄에 쉽게 피해가 발생하고, 특히 수확철인 가을철 서리피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볏짚으로 두둑을 덮어주면 이런 피해를 피해갈 수 있겠지요.

 

 

때론 간섭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씨앗채취가 까다로워 한 톨의 씨앗도 받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컸던 곤드레가 씨도 뿌리지 않았는데 지 혼자 싹이 텄습니다.

 

 

지루하고 힘겨운
잡초와 영역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도라지 밭에서 기선제압에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 맘에 걸렸는지
객지에서 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집을 찾았습니다.
깜냥에
선물은 하고 싶은데 모아 둔 것은 없고…….
노동으로 대신하겠다며 따라나선 녀석이 기특해보였습니다.
고추모종도 심어야하고, 도라지 밭 잡초도 제거해야하고,농사일에도 물때썰때가 있기 마련인데
다락골에 도착해서는
농사일은 거들떠보지 않고  쑥만 뜯는 지어미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사내 녀석이 얄밉기도 하고.......,
하긴 집안 살림은 옆지기 차지라, 객지생활에서  용돈이 궁했나봅니다.

 

 

쑥이 제철입니다.
줄기에 심이 박히지 않아 부드럽습니다.
일 년 중 이맘때가
시골 떡 방앗간이 제일 바쁜 철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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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다랭이마을에서

 

사량도를 가보고 싶어 옆지기를 따라나섰습니다.
동이 트기 전에 충무항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세차고 억수같이 비가 퍼붓네요.
사량도에 가는 배가 끊겨
아직은 덜 다듬어지고 가꿔지지 않은
남해 바래길을 추적추적 쉼 없이 내리는 빗 속에서 다섯 시간 남짓 걸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 무지 좋았습니다.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악천후 속에서
마지막 마주했던 가천 다랭이마을의 풍경은 압권이었습니다.
평생 맞아도 남을 비도 맞아보고,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못 건져 아쉬웠지만
밀어주고
끌어주고
배려하는 모습 한장 한장 마음속 사진첩에 갈무리합니다.
어느 조건, 어떤 환경 속에서도
하나 되어 최선을 다해 이루고자하는 일을 이뤄내는 인하인의 모습도 챙겨갑니다.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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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습니다.


 

낮은 기온에 거센 바람까지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날이지만
벌써 와 있는 봄이 느껴집니다.
화사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곰취, 삼나물이 다소곳이 고개를 내밉니다.

 

 

 

 

 


4월입니다.
마른가지에 물이 오르고, 매화꽃망울도 터졌습니다.

 

 


3주간 베란다에서 싹을 틔운 아피오스입니다.

아피오스와 초석잠은 올해 공부할 작물입니다.
성질 급한 녀석 서넛과 아직까지 늦잠을 자는 녀석 몇 개만 빼고는 고만고만하게 싹이 텄습니다.
이른 봄엔 땅속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더뎌 알뿌리를 파종한 후 싹이 움트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나 저제나
싹이 언제 올라올까?
행여 잘못되진 않았을까?
조급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하물며 땅속을 헤집어 살펴보고 확인하려듭니다.
이것을 해결하기위해 싹을 틔워 이식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늦서리 피해를 감안해
마지막 서리가 내리는 날이 지날 즈음에 싹이 움트게 시기를 맞춰 내다심습니다.
보통 싹을 틔워 이식하면 2주쯤 지나면 싹이 올라옵니다.

 


아침 해가 붉더니만 바람이 장난 아니게 세찹니다.

 


혼자서 비닐로 두둑을 피복하는 일은 꽤나 힘겹습니다.
검정색비닐로 멀칭한 두둑에 15cm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외발수레에 실어  뒷산에서 가져온 촉촉한 황토로 구멍을 도로 메웁니다.
밭뙈기의 토질은 물 빠짐이 좋은 사질양토입니다.
보습력을 키우기 위해 황토를 섞어주는 토질개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멀칭비닐 높이에 씨눈(생장점)을 일치시켜 한 구멍에 두개씩 아주심기 합니다.
싹이 트는 씨눈이 반듯이 위를 보게 심고, 깊이 묻히지 않게 파종합니다.
깊이 파종하면 비닐 구멍 밖으로 싹이 나오지 못하고
옆으로 뻗어나가 비닐 속으로 들어 가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줄기를 찾아서 구멍 밖으로 꺼내주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알뿌리를 살짝 땅에 묻고 흙을 듬뿍 올려줍니다.
애써 키운 촉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파종합니다.

 

 


지난해엔 둥근마 작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불순한 일기도 한 원인이지만 이어짓기(연작)를 했던 것이 한 몫 했습니다.
종이상자에 담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관했던 둥근마 종근이 많이 썩었습니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데 종자 관리를 게을리 한 대가를 톡톡히 치룹니다. 

 

 

마늘밭에 두 번째 웃거름을 줍니다.
지난해 웃거름을 잘못해 마늘농사를 송두리째 망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혹시 또 다시 잘못되진 않을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여럿이 얼어 죽고
겨우 목숨을 부지했던 것들도 앙상한 뼈대만 남아 차마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양파 밭은 이제 겨우 자릴 잡았습니다.
4월동안 몸짓을 불리는 것이 관건인데 뜻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겨울가뭄에 샘물이 마르고
먹는 물까지 끓겼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강풍이 거칠었습니다.
시작부터 왠지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김 서린 창문처럼 뿌옇기만 했습니다.
작은 끄나풀이라도 붙잡고 싶었습니다.
밭뙈기 사방에 막걸리를 뿌리며 바라는 일을 하나 둘 꺼내봅니다.
작은 끄나풀이 튼튼한 밧줄이 되어주시길…….
믿고 싶습니다.

걱정입니다.

 

감자를 심는 이웃들이 눈에띄게 많습니다.
지난해에 감자가격이 좋았다고,
올해도 감자 값이 좋을 줄 알고 내남없이 감자를 심고 있습니다.
적당히 심으면 좋을 것을 분수 넘치게 많이 심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주 잘 되어도 탈이고, 너무 많이 심어도 걱정되는 일이 농사인 것 같습니다.

 

시작합니다.

 

 

누런 진 잎사이로 초록빛이 번집니다.
춘분이 코앞인데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은 유별나게 지루했습니다.
잠시도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고 눈앞에서 아른거렸던 다락골
마음속에 갈피를 꽂아두긴 했습니다만
눈앞에 닥친 일상을 핑계로 하루 이틀 한 달을 넘기고 석 달 가까이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그악스럽던 겨울이 물러가고 다락골에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부풀어 오른 매화꽃몽우리가 상큼합니다.
주인의 무심함에도 한 눈 팔지 않고 꿋꿋이 겨울을 버텨냈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밝음이 빛나듯
찬란한 봄은 겨울을 견뎌낸  수고가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시작합니다.
바람에 날아와 쌓은 낙엽들을 긁어모아 퇴비장으로 옮기고,거름을 뿌리고,땅을 파고 돌멩이를 추립니다.
흙을 고르고 씨앗도 뿌립니다.
자연의 품에 맡기기 전까지 힘닿는 데까지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농부가 할 일입니다.
어르고 달래 흙을 겨울잠에서 깨웁니다.

 

 

 

 

다락골에선
월동이 어려워 지난가을 캐내 스티로폼상자에 보관했던 달리아 알뿌리를 제자리에 옮겨 심고 완두콩도 한 이랑 파종합니다.
완두콩은 대지에 찬 기운이 남아 있을 때 파종해야 좋다고 합니다.
상추모종도 한 두둑 아주심기하고 보온비닐로 터널을 지어 작은 정성을 보탭니다.

 


아직도 산골마을엔 된서리가 하얗게 내립니다.

 

 

얼지 않도록
어린나무를 감싸주었던 지푸라기를 벗겨내고
쉼터 뒤란에 밤나무묘목도 세 그루 이식합니다.
대명왕밤나무 묘목인데 달리는 알밤이 실하고 맛도 좋다고 해서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케나다산 마늘작황은 순조롭습니다.
한 주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암팡집니다.
반면 양파모종은  추레합니다.
추위에 강한 품종을 엄선해 직접모종을 키워 아주심기하고 볏짚으로 보온해 주었는데
한계를 뛰어넘는 혹한 앞에서 몸뚱이를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자연을 탓하기에 앞서 주인 된 자의 정성 부족이겠지요?

 

 

 

거름을 푸짐하게 넣고
감자 심을 밭을 꾸밉니다.

 

 

콜라비가 비닐 한 겹을 방패삼아 겨울이 이겨냈습니다.
질긴 생명력에 혀가 내둘립니다.

 

 

겨울을 무사히 넘겼다 싶었더니
봄 가뭄이 심합니다.
쉼터로 들어오는 상수도가 끊겼습니다.
흙탕물이 조금 나오는가 싶더니 물이 끊겼습니다.
혹시 동파된 곳은 없나 수도관이 묻힌 곳을 따라 살펴봐도 별다른 이상 징후는 보이질 않습니다.
다락골에 터를 잡은 후 처음 당하는 일이라 황당합니다.
따로 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뒷산계곡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샘물을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눈다운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은 것이 물이 떨어진 이유인 것 같습니다.
봄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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