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째 절기 입동이 막 지났는데 바람 끝이 쌀쌀합니다.
우물쭈물하다 보니 그새 가을 햇살이 사그라지네요.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까지 내리던 날, 처의 동기간이 다락골에 모여 김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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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용품들을 활용해 농사일을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고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농장에서 할 일이 정해지면 그 일에 필요한 도구를 찾기 위해 일주일 내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주말농사에 중독된 후 생긴 이상한 버릇이지요.
꾀만 늘었습니다.
농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생뚱맞게 등산용 지팡이를 챙겼습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단풍놀이라도 갈 거냐며
영문을 모르는 옆지기는 설레발을 칩니다.

 

 

"어머니, 보내주신 마늘통이 많이 터졌네요.
 혹시 너무 얇게 심은 것은 아니세요?"
"캐낸 마늘들이 다 그 모양이구나. 누구 한 사람, 로타리로 때려주는 이가 없어서
 힘없는 늙은이가 호미로 어깨 빠지게 흙을 북북 긁어 아무리 잘 심는다 고해도  흙이 덮인 곳이 있고 덜 덮인 곳도 있고........"

지난 유월이던가?
시골어머님께서 직접 키운 마늘을 보내주셨습니다.
택배상자를 열자
몽땅 겉껍질이 터진 마늘입니다.
먹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볼품은 없었습니다.

 

 

된서리가 내렸습니다.
아피오스 잎사귀도 노랗게 물이 드네요!

 

 

북동쪽
산자락 끝에  위치한 밭뙈기다 보니 겨울엔 몹시 춥습니다.
등겨로 덮고 볏짚으로 싸매도 대부분의 양파는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얼어 죽습니다.
이런 연유로 양파농사는 포기하다시피 했지요.
그런데 지난 3년 전부터 추위에 강한 강원1호 텐신황이라는 양파 품종 덕분에 얼어 죽이지 않고 알이 꽉 찬 양파를 재배해오고 있습니다.
맛도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
농사를 지어 나눔해 드린 사람들로부터 양파 좋다는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종을 직접 키워 내다심었는데
올해는 육묘과정에서 모잘록병이 심하게 발병해 반반한 모종 하나 건지지 못하고  인터넷을 뒤져 어렵사리 모종을 구입했습니다.
운송과정에서 모종이 마르고 시들 것이 발생해 아쉬움이 남네요.

 

재배 중에는 약제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하지만 종자와 모종 소독만큼은 철저히 합니다.
적용약제(카스텔란수화제)에 5분쯤 담갔다가 꺼내 아주심기를 합니다.

 

 

 

 

 

한 주전에 전용 비닐을 씌워 미리 꾸며둔 곳에
등산용지팡이로 구멍을 내면 옆지기가 그 구멍 속에 모종을 하나씩 집어넣습니다.
그제야 지팡이의 쓰임새를 알아차린 옆지기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마네요.
끝이 뾰족한 등산용 스틱은 땅에 박히는 부분의 직경이 1cm,
길이가 4cm 쯤 되어 양파구멍 뚫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허리도 아프지 않고 일도 한결 수월하구요.

보통 양파모종은 3cm 깊이로 얇게 아주심기 하는 것이 좋은데 서릿발피해를 줄이기 위해 약간 더 깊게 심었습니다.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양파모종은 깊이 심으면 양파모양이 길쭉해져  생김새가 예쁜 동글동글한 양파로 키우려면 얇게 심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9월초에 심었던 코끼리마늘싹이 거의 올라왔습니다.
올라오는 모습이 고르지 않고 시간도 몹시 더디네요.
일반마늘과는 맛이 달라 재배를 망설이다가 흑마늘을 만들 요량으로 한접가량 심었습니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을 때면 마음이 항상 설렙니다.
내일에 대한 기대 때문이겠지요.
다락골에선 한지형마늘을 10월말에서 11월 초에 파종합니다.
따뜻할 때 심어야 뿌리내림이 좋아져 추위를  이겨낼수있다며 이웃들도 씨마늘 파종을 서두르는 모습이네요.
올해는 네쪽마늘(캐나다마늘)위주로 6접을 씨마늘로 준비했습니다.
소독약에 한 시간쯤 담갔다가 꺼내 그늘에서 물기를 말려 파종합니다.
옆지기와 마주보고 쪼그리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씨마늘을 심고 있는데
캔에 든 맥주 서너 개를 검은 비닐봉지 속에 담아 들고 이웃집 총각이 건너오네요.
힘든 일도 자기 일처럼 마다하지 않고 거들고 사는 절친입니다.

 

 

"형님, 세참 드시고 하셔야지유.
 아침부터 마늘 땜시  엄마하고 한바탕했구먼유!"
"아니, 왜?"
"글씨, 지난번에 마늘을 너무 깊게 심어 마늘통이 작았다고 엄마가 나무라지 않겠시유.
 형님이 시키는 대로 심었는데 말이예유"
"허허, 아주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셔?
 내가 보기엔  깊게 심는 것도 아니고, 그만하면 밑도 실하게 들었던데……?"
"그러게유.
 노인네들은 자기가 직접 하지 않고서는 젊은 것들이 하는 일은 모두 미덥지 못한가 봐유.  허. 허. “

 

 

지난해 마늘을 파종할 무렵,
이웃집 아주머니는 어깨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습니다.
농사일이 서투른 총각은 저에게 물어가며 마늘을 심었습니다.
서릿발이 심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라 조금 깊게 심으라고 조언했습니다.
올 봄.

이웃집 마늘은 서릿발 피해 없이 농사가 아주 잘 되었습니다.
울 마늘밭보다 됨새가 훨씬 좋았고요.
옆지기는 마늘이 실하게 잘 됐다며 도시 이웃들에게 여러접 팔아주기까지 했습니다만 정작 주인 눈에는 성이 덜찬 모양입니다.
너무 깊이 심게 해 마늘통이 자잘했다는 핀잔을 듣고나니 조금은 씁쓸하네요.
깊게 심으면 통이 작고, 얇게 심으면 통이 터져 볼품이 없고, 신경 쓸 것도 많고, 손도 많이 가고…….
지금껏 해본 농사 중에서 마늘농사가 가장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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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행복했니다.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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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락눈이라도 흩뿌려 놓은 듯
하얀 들깨꽃잎이 땅바닥에 나뒹굽니다.
따로 거름을 주지 않았는데
밭이 걸어서 키가 2m쯤 컸고 가지 벌림도 활발했습니다만
엊그제 들이닥친 비바람으로 들깨 밭이 반쯤 절단 났습니다.
서둘러 지지대를 세우고 배추밭쪽으로 쓰러진 들깨 대를 일으켜 세워 끈으로 묶는데
지나가던 이웃사람들이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한마디씩  거드네요.
"허. 허.
이집 깨는 잘돼도 너무 잘 되었네유!"
처음엔 영문을  몰라 뚜렛뚜렛하다가 혹시 칭찬으로 하는 소리인줄로 알고 배시시 웃고 말았습니다.
일이 잘되면
도시에서는 보너스도 받고 인정도 받는데 반해,
농촌에서는 값이 떨어져 똥값 되기 일쑤고
한 순간에 웃음거리로 바뀔 수 있으니
너무 잘돼도 탈,
너무 못돼도 탈.......
이래저래 농사가 어렵네요.

 

 

명절 때 쓸 배추 너덧 포기를 솎아내고
포기와 포기사이에 구멍을 뚫고 뿌리에 닿지 않게 한 스푼씩 요소비료를 웃거름으로 시비했습니다.
보통 배추밭엔 3주 간격으로 웃거름을 줍니다.

 


한랭사를 씌운 배추밭을 빼고는 배추벌레 발생이 심합니다.
특히 청벌레가 콜라비 잎사귀를 닥치는 대로 갈아먹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잡아 처단하려니 기분이 언짢네요.

 


차광막을 벗기니,

지난주에 파종했던 양파 새싹이 돋아납니다.
머리에 까만 투구를 쓴 모습이 앙증스럽네요.

 

 

둥근마 밭에 다락골에서 제일 먼저 가을이 찾아왔네요.
아래쪽 잎사귀부터 하나 둘 노란 물이 번집니다.

 

 

챙기고 보듬고 나누는 명절입니다.
풍요롭고 인정이 넘치는 한가위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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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빼면 한 해중 이맘때 고속도로가 가장 밀립니다.
당진에서 인천까지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것을 잘못 들어서면 3-4시간을 더 길에 갇혀 개고생 해야 합니다.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지요.
고향집  벌초 다녀오는 길에 잠깐 다락골에 들렸습니다.
지친 몸뚱이를 핑계 삼아 지나쳐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습니다만 차마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아주심기한지
3주째 접어든 김장배추가 훌쩍 자랐습니다.
정오 이전,
배추밭에 물만 주고 돌아서기로 작정했었는데
막상 돌아서려니
눈에 밟히는 것들뿐이어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코끼리마늘 종구를 손질해
소독하는 틈에 지난주에 미리 일궈놓은 묘상에  양파씨를 파종하고
무밭에 쪼그리고 앉아 무 싹을 솎아냅니다.

 


지난해 11월초에 마늘 종구를 파종해 올 7월초에 수확했던
코끼리 마늘은 미쳐 마늘쪽으로 분화되지 못하고 한 개의 인편으로 비대 발육한 통마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아재배, 작은 종구, 짧은 생육기간, 저온처리 미숙 등 통마늘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원인 중 충분한 생육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는 9월 초순에 내다심습니다.
너무 일찍 심은 것은 아닌지?
결과는 내년에 수확해보면 알겠지요.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애써 마늘종구 파종까지 마치니 두 시가 가까워진 시간입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돌아서려는데 곁순이 수북이 자란 오미자덩굴이 또 발목을 붙드네요.
몸뚱이는 하나인데
마음은 여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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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의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네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릅니다.
해마다 다락골에서는 말복이 지나면 무씨를 파종하고
처서 절기 무렵에  김장용 배추모종을 내다심습니다. 

 

 

장마가 길어져
여느 해보다 모종 키우기가 힘들었습니다.
특히 파종직후 궂은 날씨가 이어져 모종이 웃자라지 않을까 애가 탔습니다.
그래도 육묘기간 중반쯤부터
내리쬔 강한 햇볕으로 모종이 튼실하게 자랐습니다.

 

 

아주심기하기 직전
배추재배 중 발생할 수 있는 병해 중 가장 치명적인 뿌리혹병과 뿌리마름병을
예방하기위해 적용약제(미리카트)를 적정량 희석한 물에 30분쯤 모판을 담갔다 꺼냈습니다.
주말농사의 특성상 기껏해야 1주일에 한번 농장에 들릴 수 있는 처지다보니
여러 예기치 못한 상황을 가정해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합니다.

 

 

지난주에 파종했던 무씨 발아율이 좋지 못합니다.
날씨가 뜨거워 싹이 돋아나는 것이 늦어진 모양입니다.
씨앗을 뿌리고 나서 남은 여분의 종자 모두를  이웃집에 주고 말았는데,
보식할 씨앗이 없어 난감합니다.
무씨와 같은 날 심었던 쪽파는 하나 둘 싹을 내밀고 있네요.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해도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아주심기한 모종의 모살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해를 피해 어스름이 내릴 무렵부터 모종을 아주심기합니다.

 

 

 

땅은 정해져있고
내친김에 한포기라도 더 심고 싶은 것은 농부의 마음입니다.
모종을 심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배게 심는 모습을 발견하곤 흠칙 놀라기도 합니다.
햇볕을 넉넉하게 쪼여주기 위해
포기와 포기사이를 40cm 간격으로 두 줄 심기 했습니다.

 

 

멀칭비닐 위에 너저분히 널려있는 흙을 말끔하게 정리합니다.
벌레들이 침범할 수 없게 두둑 위에는 한랭사를 씌우고
잡초발생을 억제하기위해 고랑에는 부직포를 깔았습니다.
제때 양분과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 말고는 농부로서 할 일을  마쳤습니다.

이제부터는 하늘의 처분만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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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차 2박3일 영월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맞는 처가식구들이 함께 어울렸습니다.
태양광발전소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넷째 동서가 방을 구해준 덕분에 모든 걸 다 즐기고 왔습니다.

 

  

 

 

장마끝자락,
짙은 안개가 드리웠던 첫 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한곳인 법흥사 관람만 마치고

주천에 들려 먹거리를 준비해 리조트 입실 시간에 맞춰 숙소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이틀 밤을 묵었던 동강시스타 리조트입니다.
서양식 건물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고
어제 찾아갔다 안개 때문에 발을 돌려야했던 한반도 지형을 먼저 찾았습니다.
어찌도 한반도 지도 모양과 똑 같던지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청렴포입니다.
조선 6대왕 단종이 숙부 세조에게 쫓겨 유배된 곳이라네요.

 

 

장릉.
단종의 묘입니다.
이처럼 영월엔 단종의 자취가 곳곳에서 숨 쉬고 있네요.

역사란 무엇일까요?

 

 

 

 

 

동강에서의 래프팅.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조카 승훈이와 쏙 빼닮은 외모와 재치 있는 말솜씨까지,
래프팅을 이끌어 준 뱃사공의 참한 배려로 많이 웃었습니다.

 

 

 

 

 

 

 

어라연.
래프팅 도중에 물에 젖을 수 있다는 만류를 뿌리치고 고집스럽게 카메라를 챙겨갔습니다.
그 대가가  충분하네요.

 

 

 

 

빗속에서 찾아갔던 별마로천문대입니다.
사전예약을 못해 별구경은 못해보고
영월시내만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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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놓친 마늘수확을 마쳤습니다.
두주 전에 마쳤으면 딱 좋았을 텐데.......
마늘 대는 시커멓게 썩고 뭉그러진 지 오랩니다.
일일이 흙을 뒤집어 보물찾기를 하네요.
몹쓸 잡초는  뿌리를 어찌나 단단히 내렸는지 가진 애를 다 써도 뽑히지 않고 손가락에 물집만 잡힙니다.
일이 두 배, 세 배  힘겹습니다.
그래도 단단하고 쪽수가 적은 케나다 마늘을 심어 상한 것은 보이질 않습니다.

 


마늘대가 성한 것은 끈으로 엮고 그렇지 못한 것은 양파망에 담아 말립니다.

 

 

코끼리마늘입니다.
양파만큼 큽니다.
맛은 토종마늘보다 못합니다.
뒷맛으로 쓴맛이 남네요.
지난해 10월말 어렵사리 종자를 구해 파종했었습니다.
생육기간이 턱없이 모자라서인지 수확한 마늘 중에는 쪽으로 분화되는 못한 통마늘이 태반입니다.
충분한 생육기간을 확보하기위해 올해는 9월 중순쯤 파종시기를 앞당겨야겠습니다.

 

 

 

 

올봄에 이식했던 오미자가 큰 것은 2m 넘게 자랐습니다.
진력을 다해 원줄기를 키우기 위해 2개의 줄기만 남기고 곁가지를 제거했습니다.

 

 

둥근마와 아피오스입니다.
생기가 넘쳐나네요.
지금쯤은 한창 알뿌리를 만들고있겠지요.

 

 

꽃이 진 삼채 모습입니다.
대궁이 엄지손가락만큼  굵디굵네요.

 

 

 

 

 

 

장마와 동행했던
능소화의 화려한 외출도 어느덧 끝물입니다.
길었던 올해 장마도 막바지네요.
심술인지, 변덕인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으로 남녘에선 뜨겁다고 아우성인데
여태껏 큰 더위 없이 보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지치고, 지겹고, 지루했습니다.
자연의 섭리라고
통 크게 양보하려해도 조금은 얄밉습니다.

부모에게 끌려 농사일을 거들어야했던 소싯적엔 은근히 휴일에는 비가 오길 기다릴 때도 있었습니다..
주말농사를 일군 뒤로

주중에는 비가 내리더라도 주말만큼은 화창한 햇살을 기다렸습니다.
뙤약볕아래서라도 밀린 일을 해치우고 싶은 주말농군의 소박한 소망이지요.
행여 장맛비라도 내릴까봐서
요 며칠 마당에 멍석을 깔고 낱알을 널어 말릴 촌부처럼 하늘 눈치만 살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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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 두두…….
쇠망치로 양철지붕을 두들기듯
빗소리는 밤새 요란했습니다.
TV 볼륨을 키워도 그때 잠시뿐 이내 빗소리에 묻혀버립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산골마을 외딴집에서 혼자 밤을 지새우는 모습은 유쾌한 풍경이 아닙니다.
장마가 침습해 눅눅해진 쉼터의 습기를 제거하기위해
복중에 켜둔 보일러에서 내뿜는 열기와 퀴퀴한 곰팡이 냄새에 압도되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새벽녘 잠시 비가 멈추는가 싶더니
아침 댓바람부터 다시 빗소리가 세차네요.

 

또 허탕입니다.

 

주말오후
한 주 동안 애를 태우다 득달같이 달려왔건만
정작 밭뙈기엔 발도 못 붙이고 비설거지만 했습니다.
아직도 수확하지 못한 마늘밭에 들어 찬 잡초 모습이 볼썽사납습니다.
행여 이웃들이 볼까?
그만 자신이 머쓱해지네요.
주말농사꾼에겐
한 해 농사 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비 피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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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괜찮습니다."
자대에 배속된 후  전화통화에서 아들 녀석은 묻는 말에 이 한 마디만 연발했습니다.
싫든 좋든 내색하지 않고 꾹꾹 참는 성격인지라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는 것은 아닌가싶어 애비마음은 짠했지요.
원래부터 말수가 적은 녀석이어서
그러느니 했다가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가장해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당했던
군 생활을 경험했던 처지다보니 군대 트라우마에 갇혀 내심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군대가 좋아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이니까요.
지난 주말
1박2일 동안 4주전에 75사단에 배속된 아들 면박을 다녀왔습니다.
면박은 부대에 배치된 후 신병적응기간이 끝나는 2주후부터 가능하다고 하네요.

 


면박 일정이 잡히자,
선임 아버님과 어머님들이 인터넷카페에 남겨주신 면박 후기를 바탕으로
남양주 진접 주변 베어스타운콘도와 오남계곡에 위치한 펜션을 검색하던 중  "미래산장"이라는 오남계곡 안쪽에 위치한 펜션을 예약했습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
여유롭게 인천을 출발했습니다.
훈련소 수료식 이후
아들을 본다는 설렘과 들뜬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에 힘이 가해져 진접으로 오는 길 내내 제한속도를 넘나들다 네비양에게 혼났습니다.
그래도 네비양의 자상한 안내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대왕가든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도중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였습니다만
“무슨 일이기에 이른 아침부터 전화일까?
혹시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면박이 취소되지 않았을까? “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 이런저런 불안감이 순식간에 밀려들었습니다.

 

 

오전 8시

위병소 문이 열리고 근무자들의 친절한 안내로 차량을 부대 안으로 이동 주차한 뒤
교회 옆에 마련된 면회신청실에서 신분증을 내보이고 면회를 신청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선임과 함께 표정 변화 없이 경직된 모습으로 아들 녀석이 뚜벅뚜벅 걸어오네요.
군기가 든 모습이 이병다웠습니다.
훨씬 더 군인다워진 아들 모습은 씩씩하고 듬직했습니다.
요령도 피울 줄 모르고  원칙만 고수하는 우직한 성격이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선임들의 따듯한 보살핌과 가르침 덕분에 부대생활에 제법 적응한 느낌입니다.

부대 분위기는 좋아보였습니다.
아들녀석이 입버릇처럼 말했던"괜찮습니다."는 빈말이 아닌듯싶습니다.
외출을 나서기위해 위병소 앞에 줄지어선 병사들의 표정엔 활기가 넘쳤습니다.

 

 

번쩍번쩍 광이 나는 군화,
구김살이 없는 군복.
첫 면박을 나서는 후임을 챙기는 선임들의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밝은 아들 표정만 봐도 부대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대충 감이 옵니다.
시내로 빠져나오는 차안에서
선임들이 잘 보살펴주고 챙겨줘 적응하기 편하다는 말에 그동안 가졌던 근심, 걱정이 일순간 달아났습니다.

 

 

때깔이 달라 보였습니다.
군 입대 후 2달 사이에 몸무게가 7kg나 줄어다네요.
훈련소 수료식 때만해도 마르고 수척해보여 맘이 울적했는데
자대에 배속된 후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이 좋아졌다고 자랑입니다.
세살버릇 여든 간다는데
집에 있을 땐 푸성귀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편식이 심했던 아이가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고 하니,
그 새 철이 들었다는 걸 세삼 깨달았습니다.

 

 

 

 

 

해 보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평소에 좋아했던 것을 먹이고 대화를 나누며 힐링할 수 있게 거추장스런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좀처럼 부모에게조차 자기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는 녀석입니다만 두 살 터울의 누나만큼은 예외입니다.
지갑 여는 것 말고는 둘이서 하는 대로 그냥 냅두었습니다.

부대로 수시로 보고를 했습니다.
허위로 보고하고 부대가 정한 위수지역을 벗어나는 속칭 점프를 하다 발각되면 군법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잤습니다.
식구가 누운 채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습니다.
애들이 성인이 된 후 식구가 함께 잔 것은 몇 번이나 될까?
과연 앞으로 몇 번을 함께 잘 수 있을까?
가족이란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하룻밤을 묵었던 '미래산장'펜션입니다.
계곡 안쪽에 위치해 번거롭지 않아 쉬어가기엔 안성맞춤이네요.
특히, 안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곱던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무를 것 같습니다.

 

 

 

 

 


광릉을 관람하고
면회 중 이용한다는 철마회관를 구경했습니다.
군용품을 판매하는 철마사에도 들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네요,
아들과 보낸 시간 내내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통신보안, 단결! 이병 김유호입니다.
면박일정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겠습니다."
18시가 가까워질 무렵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부대로 향하는 차 안에는 적막감만 흐름이다.
아들 손을 꼭 잡은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총총걸음으로 복귀하는 아들을 지켜보다,
아들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잘 적응하고 있어 보였지만 헤어짐은 늘 아쉽고 힘겹네요.
국방의무의 신성함을 되새깁니다.
비록 헤어짐은 아쉽지만
씩씩한 아들 모습을 보고나니 이제부터는 걱정은 내려놓고 힘껏 응원을 해주려합니다.
아들 녀석도 이번 면박이 힐링의 계기가 되어 건강하고 활기찬 군 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아들을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보살펴주시고 이끌어주신 여러 간부님과 선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찮은 글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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