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농사.
6년 동안 주말농사를 일구면서도
농사의 결과에 성이 차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사람의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늘 허덕거렸습니다.
거르지 않고 무탈하게  끌고 온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랄까!
어제 떴던 해가 오늘 뜬 해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설레고 가슴 벅차네요.
해도 바뀌었으니 새로운 기대를 갖고 한해농사의 각오를 다집니다.
생각은 앞서가지만…….
자꾸 뒤쳐지는 몸뚱이가 걱정이 되네요.

산모가 출산할 때 겪는 고통처럼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그 만큼의 고통을 필요로 한다지요?
한 해의 끝자락 12월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바쁜 시기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보다 묵은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훨씬 더 크게 와 닿네요.
나이 탓도 있겠지요!
웃고, 울고,
이제 지난 모든 일을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희망의 시간표를 짜 보려합니다.

 


겨울문턱을 넘어오길 기다렸다는 듯
강추위가 들이닥쳤습니다.
덩달아 폭설도 내렸고요.
겨울채비도 끝내지 못했는데.......
발이 묶여 두 주 동안 꼼짝 못하고 집구석에 처박혀있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까봐,
늘 마음만은 다락골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잠시 동장군이 물러난 사이,
주말을 맞아 다락골에 다녀왔습니다.

 


북향에 산골마을이라서 그런지 꽤 추웠습니다.
내려올 때 언뜻 보니
인천당진구간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은 풀린 날씨로 이번에 내린 눈이 모두 녹았었는데 다락골은 녹지 않고 쌓여있었습니다.
쉼터로 통하는 외딴길은 제설작업이 안 돼, 도중에 차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인적이 끊긴 길 위로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발자국만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까치밥으로 남겨놓았던
홍시 두개가 미쳐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그대로 꽁꽁 얼어있습니다.

 

 

해마다
은행 수확을 마치는 것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올해는 땅에 떨어진 은행을 미쳐 다 줍기도 전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은행나무 밑에는 아직까지 줍지 못한 은행들이 수두룩합니다.
더 이상 줍지 않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지난 몇 주 동안 틈틈이 주워 모아 비료포대에 담아둔 것이 꽤 많습니다.
먹고, 이웃들에게 나눔 하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린다고해도
150kg이 넘는 은행의 겉껍질을 벗겨내는 일은 힘겨운 일입니다.
모자라는 일손을 채우기 위해 취직공부에 매진중인 대학졸업반 딸아이 품도 빌렸습니다.
영하의 날씨속에
늦은 밤까지 일이 계속됩니다.
기계에서 껍질이 벗겨진 은행을 물에 헹궈 비닐하우스에 펼쳐 말립니다.
지하수가 따듯하게 느껴지네요.
“은행 몇 알 먹겠다고…….”
자기 욕심 때문에
귀한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하고, 애틋한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어 보람도 있습니다.

 

 

하루온종일 겨울안개가 자욱합니다.
마치 요즘 대선정국을 보는 것 같습니다.
누가되든 농삿꾼이 환하게 웃는 그런 세상을 그려봅니다.

 


자색무로 담근 동치미가 벌써 익었네요!
보는재미와 먹는재미를 동시에 즐깁니다.

 

 

 

 

 

 

한 달가량  처마 끝에 메달아  말렸던 무가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아침부터 옆지기는 딸아이와 함께 단무지를 담았습니다.
시골어머님이 가르쳐준 전통방식대로
소금, 다시마, 치자 우려낸 물을 쌀겨와 섞어
무 한 켜 쌀겨 한 켜
교대로 켜켜이 쌓고 꼭꼭 눌러 다진 후 그 위에 시래기를 수북이 올려줍니다.
두 달쯤 발효시켰다가 꺼내먹을 식감이 살아있는 쫀득쫀득한 단무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눈 덮인 매실나무 밭에서 가지치기와 겨울채비를 마칩니다.
눈 위에서 하는 작업이라 동동걸음을 쳐봐도 발이 몹시 시리네요.
물이 얼까봐,
나무밑동에 흰색페인트를 칠하는 대신 애완견기저귀(패드)로 단단히 싸매줍니다.
언제부터일까?
매실나무에 송골송골 매화꽃망울이 맺혔습니다.

 


쉼터로 통하는 상수도관밸브를 틀어막고 보일러배관에 동파방지열선을 두릅니다.
수도꼭지를 열어 담긴 물을 빼내고 양변기에 고인 물도 제거합니다.
창틀마다 보온비닐을 붙여 틈으로 새는 외풍을 차단하고 문을 걸어 잠급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춥겠다는데
주인이 비운 3개월 동안
잘 버텨줄지 걱정이 앞섭니다.
안녕!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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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꽃잎도 떨구지 못한 채 마른 장미꽃 위에도 된서리가 내렸습니다.
박제된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거적을 엮어 외양간 바람구멍을 막고,
김장김치도 담고,
이웃들이 겨울채비도 막바지입니다.
올가을도 종착역에 다다랐네요.

 

 

 


다락골로 오는 길에 시골방앗간에 잠깐 들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수없이  두들겨도 방앗간 문이 열리지 않네요.
등겨와 쌀겨를 구입해 마늘밭에 덮어주고 싶었는데…….
아쉬움에 한참동안 방앗간을 서성대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마늘 싹이 제법 올라왔습니다.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네요.

 

 

 

올해는 가을비가 잦아 추수를 끝낸 논배미마다 물이 고였습니다.
겨울채비를 위해 마늘밭에 덮어줄 지푸라기를 긁어모아 지게로 져 나르는 일이 수월치가않네요.
작두로 소여물 썰어 놓은 듯,
벼 수확할 때 콤바인으로 잘게 잘린 지푸라기를 가져다 두둑 위에 수북이 올려줍니다.
그 위로 투명보온비닐을 씌우고, 거세게 휘몰아칠 북풍에 벗겨지지 않게 단단히 채비합니다.

 

 

 

보온비닐에도 서리꽃이 피었습니다.
비닐 속 세상은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간판가게를 하는 아랫집 총각에게 부탁해 모은 폐현수막으로 마늘밭을 빙 둘렀습니다.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찬 공기를 얼마만큼 막아낼 수 있을지?
역할이 기대됩니다.

 

 

양파 밭도 단단히 싸맵니다.

 

 

"우덜은 지푸라기만 덮어주고 마는 디, 이 집 마늘은 호강하네유!"
"저렇게 해놓으면 고라니는 얼씬도 못하겠네."
아랫집에 김장 품앗이 온 마을 할머니들이 구경거리 보듯 관심을 가집니다.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거란 예보입니다.
가을비가 자주 내리는 것으로 보아 눈도 많이 내릴 것 같고요.
잘 지켜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자연을 예리합니다.
그리고 공평합니다.
사정을 봐주질 않습니다.
틈이 보이면 어김없이 파고듭니다.
작은 틈새를 방치했다 어처구니없게 당한 숫한 경험을 바탕으로 골 먹는 골키퍼가 되지 않기 위해 꼼꼼하고 세밀하게 겨울채비를 합니다.
일이 많이 더디네요.

 

샛노란 은행잎이 흩어져 나뒹굽니다.
쌀쌀하네요.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겨울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 무렵,
옆지기 형제들이  가족과 함께 모여 겨울채비를 합니다.
주말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 것이 벌써 여섯 번째가 되었네요.
형제들이 기반을 닦은 곳에서부터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중간 지점에 다락골이 위치해  가능한 일입니다.

 


새끼줄로 동여맨 날고기를 처마 밑에 내걸었습니다.
김장은 한 해 농사의 결실입니다.
한 해 동안 돌봐주신 하늘과 땅에게 감사드리고 사람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눔니다.

 

 

 

처서 무렵에 내다 심어 70일 넘게 키운 김장채소입니다.
약 한 번 비료 한 번 주지 않고 키웠습니다.
고갱이가 옹골차게 들어차지 않아  묵직함이 덜하네요.
그래도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 하나는 끝내줍니다.

 

 


주말 저녁에 식구들이 모여 절인배추에 김칫소를 넣고 버무리기로 미리 말을 마쳤습니다.
하루 전부터 직장에 휴가를 낸 옆지기와 처재내외가 장모님과 함께 궂은일을 맡아 끌고 가네요.
배추통을 나르고, 쪼개고, 절이고, 뒤집고, 행구는 과정은 보기보다 엄청 힘든 일입니다.
허리가 아파 병원신세까지 졌던 손아랫동서가 병이 도지진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처갓집은 딸만 다섯입니다.
약속이나 하듯 출가해서 딸 아들 하나씩 낳고 가정을 꾸리고 있지요.
한 집에 50포기씩 250포기 넘게 배추를 심었는데 속이 덜 차 소금이 많이 남았네요.

 

 

지난해에는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서두르다가 절인배추의 물기를 제대로 제거 못한 채 김치를 담갔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보관 중에 김치에서 국물이 많이 생겼습니다.
물러져서 맛이 덜하기도 했고요.
쌓고, 뒤집고, 추리고…….
할일도 많은데 온통 관심이 이쪽으로 쏠립니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절인배추에 물기를 재대로 제거했습니다.

 

 

설탕과 인공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만 사용해 맛을 냅니다.
올해도 김칫소를 만드는 일은 장모님 차례입니다.
여러 액적들을 사용해 간을 맞추며 절인배추에 넣고 버무릴 김칫소를 만듭니다.
몹쓸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는 노친네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척척해내시네요.
삼삼하게 간을 맞추라는 새끼들이 요구에 굴복당해
정작 본인 김치를 버무려 김칫독에 담고   맨 위에 소금을 슬슬 뿌리는 모습이 짠합니다.

 

 

 

 
어둠이 내릴 무렵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내립니다.
준비는 다 끝내고 버무릴 일만 남았는데 여태껏 도착 못한 형제들이 있네요.
조바심치던 장모님이 함지에 절인배추를 담아와 김치소를 넣고 버무립니다.
이윽고
쉼터 거실바닥에 자리가 깔리고 둘러앉아 겨울채비를 합니다.
늘 하던 대로
자기가 가져온 김칫독만 채워가는 방식입니다.

 

농익은 가을 냄새가 그윽합니다.
내남없이 발그레 달아오르는가 싶었더니 금세 낙엽지네요.

 

 


먹고사는 일에다 고속도로까지 막혀
다락골에 도착하기도전에 벌써 어스름이 짙게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가을비가 내려 질퍽한 땅에 마늘을 심었는데…….
밭을 꾸며 양파모종을 아주심기 해야 하는데, 또 가을비가 내릴 거란 예보네요.
농사꾼에게 짓궂은 가을비입니다.
비가 내리기전에 양파 심을 밭을 꾸며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밤새 뒤척이다 새벽닭이 울기 무섭게 연장을 챙겨들었습니다.
거름을 뿌리고,
쇠스랑으로 땅을 파서 뒤집고,
마음은 급한데 몸은 따라오지 않고,
뒤죽박죽
낑낑대며 애써 만든 두둑 위에 비닐을 씌우고 나니 환하게 가을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새 가을빛이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네요.

 

 

 

 

모종 값이 많이 올라서인지
양파 모종에 눈독을 드리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내한성이 강해 중부이북지방에서 재배가 가능한 강원1호탠신황이란 품종의 양파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모종을 얻으러온 이웃 아주머니들이 일을 거드네요.
낯간지럽지만 양파모종 심는 일이 수월합니다.

 

 

 


지난 초가을엔 비가 잦았습니다.
땅이 습했던  까닭에 생강수확은 초라하고 토란수확은 푸짐합니다.

 

 

 

 

 

불과 엊그제만 같은데,
요즘 농촌에서 낫으로 벼를 베는 모습을 구경조차하기 힘듭니다.
마당에 널따란 멍석을 깔고 나락을 말리는 모습도 그렇고요.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
집집마다 밭에 심어 놓았던 무를 뽑아와 시렁에 매달아 말리던 그런 풍경도 자취를 감췄네요.
소싯적 갈바람에 무를 말려 만든 다꽝은 달착지근하고 쫀득쫀득해 반찬으로 으뜸이었습니다.
그 식감을 잊지 못해 올해는 단무지용무를 따로 심었습니다.
늘씬하고 미끈하게 생긴 외모부터 눈길을 붙잡네요.
말리는 도중에 바람이 드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생장점을 제거하고 4개씩 묶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 말립니다.
문득 떠오르면 슬며시 웃음이 번지는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이네요.

 

 

다락골에서 제일 큰 밭뙈기입니다.
외지사람이 빌려 5천 평이나 되는 밭에 배추 만 삼천포기를 심었습니다.
한동안 배추 값이 비싸다고 좋아하더니만
빨리 온 추위 때문에 배추 속이 차질 않는다며 울상을 짓네요.

 


돌아오는 주말에 김장을 하기로 계획했는데 배추가 속이 덜 차 걱정입니다.

 

 

늦은 가을밤.
고속도로에는 남녘으로 단풍놀이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불빛이 길게 이어집니다.
울긋불긋
단풍놀이가 따로 없습니다.

내일,

살아갈 힘을 비축하기위해 잠시 미뤄두었던 단풍놀이를 이렇게 즐깁니다.

생각을 바꾸니 여유가 넘침니다.
화려함이 쓰러지고 그 곳엔 조락의 스산함이 드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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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는 해야 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를 맞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정한 것이 약속입니다.
씨를 뿌려할 때가 있고,
꽃이 피는 때가 있습니다.
사람과 작물이 때를 맞추겠다고 한 약속이 농사였습니다.

여섯 해 넘게,
주말농사를 일구면서 이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져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현상이 좋은 핑계거리였고
자기 멋대로 정한 일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일 때도 많았습니다.


"한밤중부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지난 주말 이른 아침.
서해안고속도로 당진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치르던 중
매표소아가씨가 전해준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비가 내릴 거란 예보도 있었는데 망설이지않고 길을 재촉했지요.
가을비라서…….

 

마늘 심기로 한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가을비치곤 빗방울이 굵었습니다.
밭고랑에 빗물이 고일수록
가슴속 근심도 고입니다.
때를 지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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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풍경.

 

 

 

아파트 거실 창 쪽에 설치미술작품 한 점을 내걸었습니다.
이틀 동안 저녁시간에 짬을 내 만든 작품입니다.
집 안 분위기가 확 살아났습니다.
식구들 모두가 좋아합니다.
맛은 둘째 치고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은은하게 감 향기가 퍼집니다.
곶감이 익어가는 동안 가을 정취를 만끽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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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골에도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소싯적엔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한기를 이용해서 관의 주도로 객토작업이 벌어지고 했습니다.
객토작업은 쓰던 흙에 다른 흙을 보태 토양성분을 개선시켜 땅심을 북돋우는 작업이지요.
관에서 덤프트럭으로 신작로 가에 수북하게 쌓아 둔
황토를 부모님은 머리에 이고, 지게에 지고,
마치 평균대 연기하듯 비좁은 논둑길을 가로질러 자기 땅뙈기로 퍼 날랐습니다.
뼛골 빠지게 힘든 일이였습니다.

 

 

"이 밭뙈기는 마늘만 빼고는 다 잘 되는 땅이여유."
옛 땅주인이 전해준 말처럼 여섯 해 농사를 짓는 동안 마늘농사만 성에 차지 않았을 뿐 다른 밭작물은 그런 대로 잘 꾸려왔습니다.
올해 마늘을 심을려고 예정해둔 곳도 모래가 섞여 마늘농사에 썩 좋지 못한 토질입니다.
궁리 끝에 뒷산에서 누렇고 찰진 황토를 퍼와 토질을 바꾸기로 작심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서른 수레를 담아오기로 계획하고 패기 있게 시작했지요.
다른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루 종일 스무 대여섯 수레를 옮기고 나서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비좁은 산길이라 기계나 장비의 도움을 빌릴 수 없어 외발수레에 황토를 삽으로 퍼 담아 옮기는 일은 고행이 따로 없었습니다.

 


퍼온 흙을 고르게 펼치고 붕사와 석회를 뿌렸습니다.

 


마늘은 크면서 엄청 거름을 많이 먹는 작물인지라 잘 썩은 닭똥거름을 듬뿍 넣고 관리기로 1차 로터리작업까지 마쳤습니다.
혼자 갔다 하마터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떨 거냐고 집에 돌아와서 옆지기에게 된통 혼났습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팔다리가 얼얼하네요,
그래도 배우고 실천하는 일은 늘 신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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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아드는 가마솥밥물마냥 여유롭지 못했습니다.
가을을 타서?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심약해져서?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고  속이 상했습니다.
갇힌 틀 속에서 빠져나와 훌쩍 떠나고 싶었습니다.
지리산둘레길로 산행 떠나는  옆지기 일행 속에 슬쩍 끼여 따라가 볼까 망설이다가
들깨를 베어말리는 일이 발목을 붙잡아 다락골을 찾았습니다.
일탈을 꿈꾸며 시작했던 다락골에서 주말농사가 또 다른 틀이 되어 그 속에 갇혀버린 꼴이네요.

 

 

 

이름도 잊히지 않은 볼라벤, 덴빈.
두개의 태풍이 강탈해간 들깨 밭에서 칠칠맞게 흘려놓고 들깨이삭을 거둡니다.
몹쓸 놈,
자기가 키운 자식새끼의 잘못은 탓을 해도,
몹쓸 것,
작물 탓을 하지 않는 것이 농사꾼의 마음입니다.
거둔 결실이 성이  덜 차든, 안 차든, 잘못을 작물에게 뒤집어씌우는 농사꾼은 없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먹고  배부르게 먹을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

 

 

 

배추밭을 둘러보는 이웃들이 늘었습니다.
다들 잘 키웠다고 칭찬 일색이네요.
으쓱해져 헤벌레 웃고 말았습니다.
지난 주말 배추밭에서  한랭사를 걷어내 배추벌레들이 모여들지는 않았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지금까지는 작은 구멍 하나 보이지 않고 무탈하게 잘 큽니다.
물주는 일을 빼고는  손을 볼 곳이 별로 없네요.

 

 


잘 여문 상수리가 툭툭 떨어지네요.
떨어지는 도토리에 머리를 맞아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예쁜 가을입니다.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이라네요.
이웃집에 감 따는 바지랑대를 빌리려 들렸다가 비닐하우스 안에 펼쳐 말리고 있는 도토리를 보고 쉼터로 돌아오자마자 바구니를 들고 뒷산에 올랐습니다.
세 시간쯤 주워 모았더니 두어 되박은 너끈히  되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주는 행복입니다.

 

 

 

감말랭이를 만들 때 쓸 감을 얻어오고.
팔아드릴 고구마도 가져오고,
이것저것 참견하다보니 하루해가 짧습니다.
그중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일은 효소 담는 일입니다.
탱글탱글한 석류알맹이를 발라내 석류효소를 담고, 기침에 좋다는 도라지를 10kg 넘게 효소를 담그니 허리가 뻐근합니다.

 

 

떨어지는 낙엽이 보입니다.
저 낙엽들 하나하나에도 자신만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겠지요?
뜨거웠던 한여름,
찬란했던 그런 시절은 다시 올 수 있을까?
가을이 깊어갈수록 아쉬움도 큽니다.
사람 사는 일이  이런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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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하늘 쳐다보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냥 실실 웃고 말았습니다.

 

태풍 볼라벤이 남긴 상흔은 참담했습니다.

허망했습니다.

사진기에 옮겨 담기조차 민망했습니다.

 

병치레 한 번 하지 않고

옹골차게 잘 컸었는데.......

쌓인 이력으로 꼼꼼하게 채비했었는데…….

사방에서 휘몰아친 강풍으로 떠나보낸 심정이 어찌나 서글프던지.

챙기지 못한 주인 탓이겠지요!

무사히 버텨주기만 안달했을 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착각이 빈틈이었습니다.

 

떠난 빈자리도 애처롭지만 남아있는 사람도 힘겹습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유행가 한 구절이 귓가에서 맴돕니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상처의 아픔은 가슴에 세기고 혼신을 추슬러야겠지요.

뿌려야할 씨앗이 남아있으니까요.

 

 

지난 주말까지는 멀쩡했는데, 

 

 

쓰러지고

 

 

뽑히고,

 

 

텅 빈 가슴처럼 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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