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오면 늘 이렇습니다.
올해 내릴 비를
작년이 당겨쓴 걸까요?
그렇게 헤프게 내리던 비를 올해는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망종
까끄라기가 있는 작물을 내다심는 절기라는데.
가뭄이 심합니다.
개천이 마르고 논물도 잦아들었습니다.
밑도 들기 전에 마늘잎은 누렇게 마르고 농부의 마음도 애탑니다.
기껏해야 주말에만 찾아올 수 있어
흡족하게 물을 주고 싶지만 스프링클러를 빠져나오는 물줄기가 시원치 않습니다.
다락골 쉼터의 먹는 물은 계곡에서 새어나온 물을 모아쓰고
농사일에 사용하는 물은 이웃 밭에 있는 관정의 물을 끌어와 사용하는 처지라 물 사정이 썩 좋지 못합니다.
관정의 물도 두 집에서 나눠쓰다보니 겹치는 것을 피해 주로 밤에 물을 줍니다.
요즘처럼 날이 가물면 사용하는 물이 고인 물보다 훨씬 많아 물이 고일 때까지 기다렸다 한밤중에 물주기를 해야 합니다.
종자로 쓸 쪽파를 수확해 끈으로 엮어 갈무리하고 바질과 신선초모종을 내다심습니다.
심고 나서 물을 흠뻑 뿌렸는데 금세 말라버리네요.
마른하늘에 제 몸 하나 간수할 수 있을는지?
흙먼지가 폴폴 나는 마른땅을 일궈 들깨씨앗도 뿌립니다.
새끼를 까고 먹이사냥에 나선 들새들로부터 여린 새싹을 지키기 위해 묘상에 한랭사를 씌웁니다.
찰옥수수 곁순도 많이 자랐습니다.
거름기를 어지간히 밝히는 작물이라 보이는 죽죽 곁순을 제거합니다.
오뉴월 하루 햇볕 차이가 무섭다더니 밭고랑에 잡초가 그득합니다.
농사를 시작한 해부터
해마다 재배했던 양파농사의 작황은 늘 신통치 못했습니다.
겨울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얼어 죽기 일쑤였지요.
그동안 쌓인 재배경험을 토대로 초석을 다시 다지기위해
지난해 가을 다락골 풍토에 적합한 품종부터 선발하기로 작정했습니다.
특성이 다른 두 가지 품종,
즉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많이 재배되는 품종과 새로 육종된 추위에 강한 품종을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재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비교대상으로 삼았던 추위를 견디는 정도는 고만고만하고 생육후기 작황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매실이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매실나무 밑에는 떨어져 뒹구는 풋매실도 수두룩합니다.
개중에는 봄철 꽃가루받이가 부실해서 자연낙과되는 것도 있고,
다 키우기엔 힘에 부쳐 스스로 될 성 싶은 열매만 골라 남기고 나머지는 털어내는 나무의 생리현상이랄까?
일종의 자연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진 풋매실이 버젓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어 문제입니다.
올해는 요상하게 매화가 필 무렵까지는 춥다가 매실이 달리고 나서부터 고온현상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만큼 매실도 성장이 빨랐지요.
다락골에는 매화가 지난 4월20일 무렵에 활짝 피었습니다.
지금 나무에 달린 매실은 대략 45일쯤 자란 것들입니다.
매실은 보통 70일에서 80일쯤 자라야 여물었다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매실 씨에는 미량의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지요?
이 독성물질은 어린 풋매실에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내요.
발로 밟아도 씨가 단단해 으스러지지 않고 색깔도 흰색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것이 잘 여문 매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월이 들어서기 무섭게 봇물 터지듯 청매실이 출하되고 있습니다.
잘 익은 완숙매실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좋은 매실이 나오기 위해서는 파는 사람의 양심과 사는 사람의 바른 선택이 필요하겠지요?
집으로 가는 길,
허기를 참을 수 없어 길 가 요릿집에 들렀습니다.
벌써 네 시가 훌쩍 넘었네요.
이걸 점심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녁이라고 해야 하나요?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서 무슨 할일이 이리 많은지,
어제 저녁은 감자밭에 물을 주려다 때를 놓쳐 굶고 이른 새벽부터 풀 한포기라도 더 뽑아내려는 욕심에 아침은 건너뛰었습니다.
혼자 오면 늘 이렇습니다.
곡기가 들어오니 속이 싸하네요.
그나저나 비를 한 바탕 내려주셨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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