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오면 늘 이렇습니다.

 

 

올해 내릴 비를
작년이 당겨쓴 걸까요?
그렇게 헤프게 내리던 비를 올해는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망종
까끄라기가 있는 작물을 내다심는 절기라는데.
가뭄이 심합니다.
개천이 마르고 논물도 잦아들었습니다.
밑도 들기 전에 마늘잎은 누렇게 마르고 농부의 마음도 애탑니다.

 

 

 

 

 

기껏해야 주말에만 찾아올 수 있어
흡족하게 물을 주고 싶지만 스프링클러를 빠져나오는 물줄기가 시원치 않습니다.
다락골 쉼터의 먹는 물은 계곡에서 새어나온 물을 모아쓰고
농사일에 사용하는 물은 이웃 밭에 있는 관정의 물을 끌어와 사용하는 처지라 물 사정이 썩 좋지 못합니다.
관정의 물도 두 집에서 나눠쓰다보니 겹치는 것을 피해 주로 밤에 물을 줍니다.
요즘처럼 날이 가물면 사용하는 물이 고인 물보다 훨씬 많아 물이 고일 때까지 기다렸다 한밤중에 물주기를 해야 합니다.

 

 

 

 

 

종자로 쓸 쪽파를 수확해 끈으로 엮어 갈무리하고 바질과 신선초모종을 내다심습니다.
심고 나서 물을 흠뻑 뿌렸는데 금세 말라버리네요.
마른하늘에 제 몸 하나 간수할 수 있을는지?
흙먼지가 폴폴 나는 마른땅을 일궈 들깨씨앗도 뿌립니다.
새끼를 까고 먹이사냥에 나선 들새들로부터 여린 새싹을 지키기 위해 묘상에 한랭사를 씌웁니다.
찰옥수수 곁순도 많이 자랐습니다.
거름기를 어지간히 밝히는 작물이라 보이는 죽죽 곁순을 제거합니다.

 

 

 

오뉴월 하루 햇볕 차이가 무섭다더니 밭고랑에 잡초가 그득합니다.

 

 


농사를 시작한 해부터
해마다 재배했던 양파농사의 작황은 늘 신통치 못했습니다.
겨울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얼어 죽기 일쑤였지요.
그동안 쌓인 재배경험을 토대로 초석을 다시 다지기위해
지난해 가을 다락골 풍토에 적합한 품종부터 선발하기로 작정했습니다.
특성이 다른 두 가지 품종,
즉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많이 재배되는 품종과 새로 육종된 추위에 강한 품종을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재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비교대상으로 삼았던 추위를 견디는 정도는 고만고만하고 생육후기 작황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매실이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매실나무 밑에는 떨어져 뒹구는 풋매실도 수두룩합니다.
개중에는 봄철 꽃가루받이가 부실해서 자연낙과되는 것도 있고,
다 키우기엔 힘에 부쳐 스스로 될 성 싶은 열매만 골라 남기고 나머지는 털어내는 나무의 생리현상이랄까?
일종의 자연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진 풋매실이 버젓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어 문제입니다.
올해는 요상하게 매화가 필 무렵까지는 춥다가 매실이 달리고 나서부터 고온현상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만큼 매실도 성장이 빨랐지요.
다락골에는 매화가 지난 4월20일 무렵에 활짝 피었습니다.
지금 나무에 달린 매실은  대략 45일쯤 자란 것들입니다.
매실은 보통 70일에서 80일쯤 자라야 여물었다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매실 씨에는 미량의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지요?
이 독성물질은 어린 풋매실에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내요.
발로 밟아도 씨가 단단해 으스러지지 않고 색깔도 흰색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것이 잘 여문 매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월이 들어서기 무섭게 봇물 터지듯 청매실이 출하되고 있습니다.
잘 익은 완숙매실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좋은 매실이 나오기 위해서는 파는 사람의 양심과 사는 사람의 바른 선택이 필요하겠지요?

 


집으로 가는 길,
허기를 참을 수 없어 길 가 요릿집에 들렀습니다.
벌써 네 시가 훌쩍 넘었네요.
이걸 점심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녁이라고 해야 하나요?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서 무슨 할일이 이리 많은지,
어제 저녁은 감자밭에 물을 주려다 때를 놓쳐 굶고 이른 새벽부터 풀 한포기라도 더 뽑아내려는 욕심에 아침은 건너뛰었습니다.
혼자 오면 늘 이렇습니다.
곡기가 들어오니 속이 싸하네요.
그나저나 비를 한 바탕 내려주셨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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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2등입니다.

 

 

 

 

"산넘에"
산을 넘어야 갈 수 있는 마을.
'산월'이라는 좋은 이름을 제쳐두고 요즘도 읍내사람들은 고향마을을 이렇게 부르곤 합니다.
지금은 반듯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길 위로 버스도 다니지만
소싯적
중학교에 다닐 적엔 오직 산 길 하나가 읍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였습니다.
두 시간 남짓을 달리고 걸어야 겨우 등교할 수 있을 만큼 읍내에 있던 중학교는 멀었습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집에 돌아오면 발도 씻지 않은 채 고릿한 발 냄새를 풍기며 곯아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3남1여의 형제 중에서 저는 둘째고  위로 형이 한 분이 계십니다.
같은 중학교를 졸업했는데
기억엔 형이 공부를 잘 한다고 부모님 칭찬이 자자했었습니다.
그런데 늘 1등은 못하고 2등 아니면 3등을 하셨습니다.
항상 1등은 학교가 코앞인 읍내에서 다니던 학생 차지였고요.

새벽공기를 가르며
서해안고속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한적한 시골마을엔
이른 아침부터 텃밭에 나와 고구마 순을 심던 이웃집 노부부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쉼터에 머무를 때면 1등은 독차지하다시피 했었는데
오늘은 2등입니다.
주어진 환경 때문에 늘 2등밖에 할 수 없었다는 형의 이야기를 실감합니다.

 

 

섣부르게 찾아온 한여름 날씨
올해 5월의 날씨는 뒤죽박죽입니다.
봄꽃의 여운이 가기 전에 여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감자, 양파, 마늘 등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들이 여물기도 전에 늙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듬성듬성 감자 꽃이 보입니다.
감자 밑이 드는데 필요한 양분을 가로채 꽃을 피었습니다.
쓸모없는 꽃입니다.
될 성싶은 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키우는 기술이 농사입니다.

 

 

 

 

 

 

같은 의미로 마늘종도 제거합니다.

 

 

 

 

 

새로 돋아난 대추나무 새순도 잘라줍니다.
순치기를 하는 이유는 몸뚱이를 키우는데 쓸 양분 차단해 그 양분으로
꽃을 더 많이 피게 해  결실률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장아찌를 담는 옆지기 실력이 제법 늘었습니다.
맛있다고 칭찬하니 신났습니다.
이번과제는 곰취잎과 가세뽕잎으로 장아찌를 담는 것입니다.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부터 진지합니다.

 

 

농사일은
자신을 탓하기에 앞서 하늘을 탓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빤히 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말입니다.
괜히 기분을 우쭐할 때가 있습니다.
무심결에 행운이 찾아왔을때,

생각했던 일에 도전해 결과까지 좋아 느꼈던 기분,아마 자기만족에서 생기는 기분이겠지요.
그물망을 타고 오르는 완두콩모습이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매실이 한 주가 다르게 살이 찝니다.
변화를 실감합니다.
홍매와는 다르게 올해도 청매의 작황은 좋지 못합니다.
예전처럼 결실률에서 현저하게 차이가 나타납니다.
꽃가루받이 수분수로 쓸 3그루만 빼고, 수종 갱신을 위해 지난해 가을에 이식했던 매실나무 묘목이 새로 난 가지로 무성합니다.
불필요한 가지는 잘라내고 가지의 품을 벌려주며 나무의 모양새를 추스릅니다.
E-클립을 이용하니 일이 훨씬 수월합니다.

 

 

 

태양초고추 말리는 일이 힘겨워 올해도 고추는 많이 심지 않았습니다.
대신 파프리카에 피망까지 여러 종류를 어울려 심었습니다.
고추재배 도중 해를 끼치는 가장 고약한 벌레는 담배나방 애벌레입니다.
흔히 고추벌레라고도 합니다.
나방이 고추 꽃 속에 알을 낳고 풋고추가 커질 즈음 알에서 깬 애벌레가 고추에 구멍을 뚫어 나중에 고추를 썩게 만드는 해충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나방을 유인해서 잡기위해 페트병을 고추말뚝에 매달았습니다만
페트병 안에 든 내용물이 한여름 뙤약볕에 쉽게 말라버려 수시로 내용물을 보충해야하는 불편이 뒤를 따랐습니다.
효소찌꺼기, 막걸리, 설탕, 목초액을 물에 섞어 큼지막한 생수병에 1/3쯤 채워 고랑에 놓아두었더니
금세 말벌 한마리가 빠져 죽네요.

 

 


거친 숨소리는 흘러나와도
땀은 흐리지 않는 일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키 작은 흰 찰수수를
마지막으로 올봄에 계획했던 작물들의 아주심기를 얼추 마쳤습니다.
키우는 일은 자연의 뜻에 맡기고 만지고 달래가며 돌보는 일이 남았습니다.

 

 

 

 

어제는 카페 충청지역사랑 번개모임이 있던 날입니다.
참석하는 것으로 맘먹었는데 먹고사는 일에 코가 꾀어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종일 심란했습니다.
위안 받고 싶었습니다.
아카시향기에 취합니다.
단지 숨 쉬는 것만으로 쌓인 고민들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자연치유라 할까요?
위안입니다.

 "농사도 과학입니다."

 

 

은행나무 아래 논빼미,
둑새풀이 싱그럽다.
논두렁을 넘나드는 작은 바람
계절의 경계를 허문다.
연분홍 꽃보라 날리고
하얀 꽃 향연이다.
활짝 핀 민들레
가로다지 길섶에 늘어서고
칠삭둥이 봄날이 쏜살같이 떠나간다.

 

 

 

 

성급하게 다가온 여름
내복을 벗어 던진 지 엊그제 같은데 민소매차림이 어울립니다.
지온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심어놓았던 작물들이 내남없이 싹을 내밉니다.
생기가 넘쳐납니다.
 

 


"웬 곰보배추를 이렇게 많이 심었어요?"
"곰보배추?
 자기가 심어놓고 그것도 몰라?
 골뱅이처럼 생긴 종근을 심으면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또 물었잖아?"
"아!
 골뱅이처럼 생겼던 것......,
 초석잠인가? 뭔가? 했던 것이 이것이에요?"

싹이 튼 초석잠 잎 모양이 곰보배추 잎 모양을 고스란히 빼닮았습니다.
올해 처음 심어본 초석잠과 아피오스 작황이 아직까지는 순조롭습니다.
싹을 틔우는 일이 관건이라는 아피오스는 90%이상 싹이 터 유인줄을 타고 오릅니다.
싹을 틔워 아주심기 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꽃이 진 자리엔 소담스레 매실이 달렸습니다.
도담도담 커가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올봄 길게 이어진 늦추위 탓에 매화가 피는 시기가 늦어졌고,그 만큼 매실이 달리는 시기도 늦춰졌습니다.
올해 매실 값은 비싸질 것 같습니다.

 

 

 

 

 

 

남새와 푸새로 차려진
시골밥상이 푸짐합니다.
쌉싸래한 맛이 한결 진해졌습니다.

 

 

찬 기운이 남아있던
이른 봄에 씨앗을 뿌렸던 완두콩이 훌쩍 자랐습니다.
줄기가 기어오르게 네모모양으로 쇠말뚝을 박고 오이망을 펼쳐 말뚝에 단단히 붙잡아맵니다.
줄기를 그물망에 유인하고 모양새를 살펴보니 영락없이 침대 모양입니다.
"침대도 과학이다."
언뜻 들었던 어느 침대회사 광고문구가 떠오릅니다.
"농사도 과학입니다."

 

 

밭에 돋아나는 잡초들은 대부분 빛이 들어야 싹이 틉니다.
생강을 아주심기한 후 두둑을 볏짚이나 낙엽으로 덮어주는 것은 빛을 차단시켜 잡초발생을 억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재배 중에 생강의 생장점인 노두는 지표면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에
가뭄에 쉽게 피해가 발생하고, 특히 수확철인 가을철 서리피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볏짚으로 두둑을 덮어주면 이런 피해를 피해갈 수 있겠지요.

 

 

때론 간섭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씨앗채취가 까다로워 한 톨의 씨앗도 받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컸던 곤드레가 씨도 뿌리지 않았는데 지 혼자 싹이 텄습니다.

 

 

지루하고 힘겨운
잡초와 영역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도라지 밭에서 기선제압에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 맘에 걸렸는지
객지에서 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집을 찾았습니다.
깜냥에
선물은 하고 싶은데 모아 둔 것은 없고…….
노동으로 대신하겠다며 따라나선 녀석이 기특해보였습니다.
고추모종도 심어야하고, 도라지 밭 잡초도 제거해야하고,농사일에도 물때썰때가 있기 마련인데
다락골에 도착해서는
농사일은 거들떠보지 않고  쑥만 뜯는 지어미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사내 녀석이 얄밉기도 하고.......,
하긴 집안 살림은 옆지기 차지라, 객지생활에서  용돈이 궁했나봅니다.

 

 

쑥이 제철입니다.
줄기에 심이 박히지 않아 부드럽습니다.
일 년 중 이맘때가
시골 떡 방앗간이 제일 바쁜 철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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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습니다.


 

낮은 기온에 거센 바람까지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날이지만
벌써 와 있는 봄이 느껴집니다.
화사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곰취, 삼나물이 다소곳이 고개를 내밉니다.

 

 

 

 

 


4월입니다.
마른가지에 물이 오르고, 매화꽃망울도 터졌습니다.

 

 


3주간 베란다에서 싹을 틔운 아피오스입니다.

아피오스와 초석잠은 올해 공부할 작물입니다.
성질 급한 녀석 서넛과 아직까지 늦잠을 자는 녀석 몇 개만 빼고는 고만고만하게 싹이 텄습니다.
이른 봄엔 땅속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더뎌 알뿌리를 파종한 후 싹이 움트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나 저제나
싹이 언제 올라올까?
행여 잘못되진 않았을까?
조급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하물며 땅속을 헤집어 살펴보고 확인하려듭니다.
이것을 해결하기위해 싹을 틔워 이식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늦서리 피해를 감안해
마지막 서리가 내리는 날이 지날 즈음에 싹이 움트게 시기를 맞춰 내다심습니다.
보통 싹을 틔워 이식하면 2주쯤 지나면 싹이 올라옵니다.

 


아침 해가 붉더니만 바람이 장난 아니게 세찹니다.

 


혼자서 비닐로 두둑을 피복하는 일은 꽤나 힘겹습니다.
검정색비닐로 멀칭한 두둑에 15cm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외발수레에 실어  뒷산에서 가져온 촉촉한 황토로 구멍을 도로 메웁니다.
밭뙈기의 토질은 물 빠짐이 좋은 사질양토입니다.
보습력을 키우기 위해 황토를 섞어주는 토질개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멀칭비닐 높이에 씨눈(생장점)을 일치시켜 한 구멍에 두개씩 아주심기 합니다.
싹이 트는 씨눈이 반듯이 위를 보게 심고, 깊이 묻히지 않게 파종합니다.
깊이 파종하면 비닐 구멍 밖으로 싹이 나오지 못하고
옆으로 뻗어나가 비닐 속으로 들어 가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줄기를 찾아서 구멍 밖으로 꺼내주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알뿌리를 살짝 땅에 묻고 흙을 듬뿍 올려줍니다.
애써 키운 촉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파종합니다.

 

 


지난해엔 둥근마 작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불순한 일기도 한 원인이지만 이어짓기(연작)를 했던 것이 한 몫 했습니다.
종이상자에 담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관했던 둥근마 종근이 많이 썩었습니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데 종자 관리를 게을리 한 대가를 톡톡히 치룹니다. 

 

 

마늘밭에 두 번째 웃거름을 줍니다.
지난해 웃거름을 잘못해 마늘농사를 송두리째 망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혹시 또 다시 잘못되진 않을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여럿이 얼어 죽고
겨우 목숨을 부지했던 것들도 앙상한 뼈대만 남아 차마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양파 밭은 이제 겨우 자릴 잡았습니다.
4월동안 몸짓을 불리는 것이 관건인데 뜻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겨울가뭄에 샘물이 마르고
먹는 물까지 끓겼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강풍이 거칠었습니다.
시작부터 왠지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김 서린 창문처럼 뿌옇기만 했습니다.
작은 끄나풀이라도 붙잡고 싶었습니다.
밭뙈기 사방에 막걸리를 뿌리며 바라는 일을 하나 둘 꺼내봅니다.
작은 끄나풀이 튼튼한 밧줄이 되어주시길…….
믿고 싶습니다.

시작합니다.

 

 

누런 진 잎사이로 초록빛이 번집니다.
춘분이 코앞인데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은 유별나게 지루했습니다.
잠시도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고 눈앞에서 아른거렸던 다락골
마음속에 갈피를 꽂아두긴 했습니다만
눈앞에 닥친 일상을 핑계로 하루 이틀 한 달을 넘기고 석 달 가까이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그악스럽던 겨울이 물러가고 다락골에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부풀어 오른 매화꽃몽우리가 상큼합니다.
주인의 무심함에도 한 눈 팔지 않고 꿋꿋이 겨울을 버텨냈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밝음이 빛나듯
찬란한 봄은 겨울을 견뎌낸  수고가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시작합니다.
바람에 날아와 쌓은 낙엽들을 긁어모아 퇴비장으로 옮기고,거름을 뿌리고,땅을 파고 돌멩이를 추립니다.
흙을 고르고 씨앗도 뿌립니다.
자연의 품에 맡기기 전까지 힘닿는 데까지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농부가 할 일입니다.
어르고 달래 흙을 겨울잠에서 깨웁니다.

 

 

 

 

다락골에선
월동이 어려워 지난가을 캐내 스티로폼상자에 보관했던 달리아 알뿌리를 제자리에 옮겨 심고 완두콩도 한 이랑 파종합니다.
완두콩은 대지에 찬 기운이 남아 있을 때 파종해야 좋다고 합니다.
상추모종도 한 두둑 아주심기하고 보온비닐로 터널을 지어 작은 정성을 보탭니다.

 


아직도 산골마을엔 된서리가 하얗게 내립니다.

 

 

얼지 않도록
어린나무를 감싸주었던 지푸라기를 벗겨내고
쉼터 뒤란에 밤나무묘목도 세 그루 이식합니다.
대명왕밤나무 묘목인데 달리는 알밤이 실하고 맛도 좋다고 해서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케나다산 마늘작황은 순조롭습니다.
한 주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암팡집니다.
반면 양파모종은  추레합니다.
추위에 강한 품종을 엄선해 직접모종을 키워 아주심기하고 볏짚으로 보온해 주었는데
한계를 뛰어넘는 혹한 앞에서 몸뚱이를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자연을 탓하기에 앞서 주인 된 자의 정성 부족이겠지요?

 

 

 

거름을 푸짐하게 넣고
감자 심을 밭을 꾸밉니다.

 

 

콜라비가 비닐 한 겹을 방패삼아 겨울이 이겨냈습니다.
질긴 생명력에 혀가 내둘립니다.

 

 

겨울을 무사히 넘겼다 싶었더니
봄 가뭄이 심합니다.
쉼터로 들어오는 상수도가 끊겼습니다.
흙탕물이 조금 나오는가 싶더니 물이 끊겼습니다.
혹시 동파된 곳은 없나 수도관이 묻힌 곳을 따라 살펴봐도 별다른 이상 징후는 보이질 않습니다.
다락골에 터를 잡은 후 처음 당하는 일이라 황당합니다.
따로 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뒷산계곡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샘물을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눈다운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은 것이 물이 떨어진 이유인 것 같습니다.
봄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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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을 짜러 수인곡물시장에 들렸습니다.
수확한 대유들깨 9kg으로 들기름을 짜니 1.8L병으로 두 병 가득 나왔습니다.
가계주인 말로는 들깨가 실해 기름이 많이 나온 편이랍니다.
보통 들깨 5KG(한말)로  기름을 짜면 1.8L정도가  나오는 것이 정상이랍니다.

 

 

지름 짜는 삯으로 2만원을 치뤘습니다.

지난해 다락골 근처 방앗간에선 한말에 6000원을 지불했는데 도시라서 그런지 삯이 더 비쌉니다.

기름냄새가 고소합니다.

흐뭇합니다.

 

 

제가 처음 인천에  올 때만 해도 인천과 수원을 오가는 협궤열차가 다녔습니다.
60년만 해도 이곳을 지나던 수인선 기차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수인시장은 제법 번잡한 곡물시장이었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붐볐다는 이곳은 인천과 수원을 잇는 협궤철도 수인선이 폐쇄되면서 그 규모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시장 안 골목길 주변으로 곡물가계와 옹기가계, 고춧가루를 빻는 방앗간이 즐비합니다만 여느 시골 상설시장처럼 한가했습니다.

 한 해 동안 포근했습니다.

 

 

해마다 한 해 농사는
떨어진 은행열매를 주어모아 겉껍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쏟는 노력에 비해 대가가 하찮은 일입니다.
또한 손도 많이 가는 굳은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핸가?
겉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다락골에서 포대자루에 그냥 주워 담아온 은행열매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껍질을 제거하려다 주민들의 신고로 혼 줄이 난 적도 있습니다.
구린 냄새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른 아침
다락골로 오는 길에서
비닐비료포대로 한가마니씩만 채워 겉껍질을 벗겨오자고 옆지기와 약속했습니다만
논도랑에 떨어져 뒹구는 은행열매가 눈에 밟혀  주워 담는 일에서 미련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대학 가는 일을 1년 동안 미루고 재수했던 아들 녀석과 이웃집총각이 힘을 합칩니다.
두해 전에 겉껍질을 벗겨내는 은행탈피기를 장만해 한결 일은 수월합니다.

 

 

추위가 코앞까지 닥쳤는데

이웃들의 밭뙈기엔 팔리지못한 배추들이 수두룩합니다.

 

 

 

 

파종시기가 늦어 여태껏 수확을 미뤘던 콜라비중에서
실한 것만 골라 수확하고 나머지는 볏짚으로 감싸 보온용 비닐을 덮어줍니다.
겨울추위를 이겨내고 씨앗을 채취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씨마늘로 쓸 주아를 아주심기하고

 

 

 


얼어 썩기 쉬운 종근들은 손질하여 땅에 파묻고 씨앗으로 쓸 것들은 따로 갈무리합니다.

 

 

매화꽃봉우리가 봉긋합니다.
겨울동안 충분하게 양분을 축적하여 이듬해 꽃이 충실하고 열매가 많이 달리게 하기 위해 거름을 주고 햇볕이 품속까지 스며드는데 방해되는 가지들은 잘라냅니다.

 


다락골 쉼터를 겨우내 비워야하는 염려 때문에  챙기고  더 보살핍니다.
보일러실배관과 수도배관에 동파방지용열선을 둘둘 감싸고 양변기에 고인 물을 빼냅니다.
스며드는 외풍을 차단하기위해 유리 창틀마다 특수비닐도 붙입니다.
집안으로 연결된 수도관의 밸브를 잠그는 것으로 월동준비를 마칩니다.

 


아프지 말고
잘 이겨내서 봄에 다시 봅시다.
한 해 동안 포근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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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채비로 바빴던 하루

 

 

살이 찐 까치는 둥지로 날아가고
앙상한 나뭇가지엔 먹다만 홍시만 애처롭게 걸렸습니다.
가을걷이가 마무리된  들녘엔 적막감만 감돌고 늦가을 바람은 스산합니다.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의 모습이 간간히 목격됩니다.

 

 

늦가을 날씨가 별나게 포근합니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세상,
그냥 편하게 생각하니 따뜻해서 좋습니다.
난방비를 아낄 수 있어 좋고 밖에서 맘대로 활동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추운 겨울동안 땅속에 뿌리만 내리고 움이 트지 말아야 할 육족마늘이 따뜻한 날씨 때문에 새싹이 푸릇푸릇 움이 텄습니다.

지난겨울에 강추위로 양파모종이 죄다 얼어 죽었습니다.

올해도 겨울추위로 양파와 마늘이 얼어 죽을까 걱정입니다.

 

 

 

 

 

양파밭과 마늘밭을 보온하기위해
추수를 마친 논에서 볏짚을 져 나릅니다.
기계로 나락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마치 작두로 썬 여물처럼 잘게 잘린 지푸라기를 긁어모아 마늘과 양파밭에 푹신하게 깔아줍니다.

 

 


혼자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는데 마실 오신 이웃집할머니가 손을 보탭니다.
한포기에 500원씩 받고 배추를 처분했다는 이야기며
농한기동안 몸이 불편한 아들집에 머무르며 돌봐주어야 될 것 같다며
집을 장시간 비울 때 보일러실 동파방지용 열선은 어떻게 감아두어야 하는지?
양파 밭에 지푸라기를 깔아 줄 때는 볏짚을 가지런히 추려 잎사귀가 덮이지 않게 하고,
두둑에  멀칭 했던 비닐은 가을걷이가 끝나 직후 벗겨내야 겨우내 땅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땅이 부드러워져 다음해 농사가 잘 된다는 등
농작물 시세며
농사비법,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덜은 대충 볏짚으로 덮어주고 말았는디,
아저씨네 마늘은 호강하네유!"
추위에 강한 품종을 심은 양파 밭은 빼고 마늘밭엔 보온용 흰 투명비닐을 한 겹 더 씌웁니다.
거친 바람에도 벗겨지지 않도록 틈새 없이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다락골에선 월동이 힘든 달리아 알뿌리를 캐내 따로 보관하고
상사화, 석산 등 가을철에 심는 화초들을 쉼터주변에 내다 심습니다.

 

 

 

 

 

 

매실나무와 살구나무도 심습니다.
매실나무는 꽃가루받이용 수분수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다락골에 터를 마련한 이듬해 가을 밭뙈기를 반으로 나눠 무턱대고 매실나무를 심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미천했던 때라 나무장사 이야기만 믿고 따랐습니다만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남고"라는 품종 한 가지만 심어져있었습니다.
올 봄엔 팝콘을 뿌려 놓은 듯 매화가 만개했습니다만 기대했던 만큼 매실이 덜 달렸습니다.
길어진 꽃샘추위 때문에 벌들이 날아들지 못해 생긴
부실한 꽃가루받이가 원인을 거라 추축했습니다만 가장 큰 원인은 한 가지 품목만 심은 탓에 발생한 수분수 부족에 있었습니다.

 

 

 

 

 

 

 

포근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흰색수성페인트로 밑동을 칠하고, 흥건하게 석회유황합제도 살포합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마음만 바쁩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세월은 바삐 흐르는데 몸은 갈수록 느려집니다.
걱정입니다.
겨울 한 철 몸과 마을을 추슬러야겠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10월의 끝자락
감기몸살로 허둥지둥하는 사이 10월이 훌쩍 달아납니다.
노란은행잎이 수북이 쌓은 다락골엔 가을이 발밑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두주 전에 석회비료를 시비했던 곳에
생육과정에서 은근히 거름기를 밝히는 마늘의 특성을 감안해 잘 썩은 퇴비에 유황가루를 섞어 뿌리고 관리기로 마늘밭을 일굽니다.

 

 

 

 

씨 마늘로 추위에 강하다는  케나다 마늘 3접과 주아를 키운 통마늘300여개 그리고 토종육족마늘 두 접을 준비했습니다.
재배과정에선 약제사용을 철저하게 금하고 있는 터라 종자소독은 세심하게 다룹니다.

 

 

 

꾸민 두둑위에
투명비닐을 씌워야 될지?
아니면 검정비닐을 씌워야 될지?
헷갈릴 때가 종종 생깁니다.
학창시절 고교시절까진 교복을 착용했었습니다.
하절기엔 흰색계통을 동절기에 검정색계통을 주로 입었습니다.
흰색 옷은 빛을 반사시켜 시원하고 검은색 옷은 빛을 흡수시켜 따뜻할 거라는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 때문에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부턴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빛을 흡수해 지온이 높아질 거라 섣불리 생각하고 이른 봄에 검정비닐로 멀칭하고 옮겨 심었던 작두콩은 지온이 오르지 않아 성장은 더디기만 했고,

늦은 봄 흰색비닐로 멀칭하고 옮겨 심었던 야콘은  뜨거운 비닐 속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여름철 내내 비실비실 기력을 상실했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나무 그늘 밑은 시원합니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나뭇잎이 흡수해 밑이 선선한 것처럼
검정비닐은 빛을 흡수만하고 투과하지 못해 검정비닐로 두둑을 멀칭하면 비닐 속 땅의 온도는 쉽게 상승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봄철에 활발하게 성장하는 작물들은 빛이 투과되어 지온상승을 유발하는 투명비닐로 멀칭하는 것이 좋습니다.

 

 

 


욕심을 부려 양파 밭을 키웠습니다.
추위에 약한 양파는 다락골에선 많이 재배되지 않는 작물입니다.
그 동안  양파농사도 신통치 못했습니다.
올해는 포기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 나눔 받은 '강원1호 텐신황'이란 양파품종이 내한성이 강하다고 해 기대가 큽니다.
모종채취과정에서 손실된 뿌리와 줄기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정부분 줄기를 잘라내고 아주심기 합니다.
생육과정을 비교하기위해 서대산애플님이 키운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라는 양파모종도 함께 옮겨 심습니다.

 

 

 

 

 

아주심기를 끝낸 양파와 마늘밭에 물을 흠뻑 뿌립니다.
이식과정에서 생긴 작은 틈새를 메워 뿌리를 잘 내리게 하기 위함입니다.

 

 

 

파종 적기를 놓친 콜라비만 빼고
김장채소의 작황은 어느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좋습니다.
당장 김장해도 될 만큼 속고갱이가 꽉 들어찼습니다.
약제사용 없이 키운 것들이라 더욱 대견스럽습니다.

 

 

배추대란이 또 다시 터질 것 같습니다.
물량부족으로 값이 치솟았던 지난해 배추대란과는 딴판으로 올해는 가격폭락이 우려됩니다.
다락골를 찾은 밭떼기 장사치들은
한 포기에 500원에도 속이 꽉 찬 배추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이웃들은 속상해합니다.
암울한 현실입니다.
땀 흘려 키운 품삯은 고사하고 모종 값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생강을 수확할 때는 허리를 꾸부리고 뽑아야돼유!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뽑으면 생강이 조각나 값어치가 떨어져유!
아줌마처럼 그렇게 일하면 품삯 한 푼 안쳐주니 그리 알아유!"
쪼그리고 앉아 토종생강을 수확하는 옆지기의 모습이 성미가 거슬렀는지
마실 오신 이웃할머니가 직접 밭에 들어와 생강을 수확하는 시범을 보입니다.
허리 굽힌 자세로 생강대를 잡고 잡아당기니 신기할 만큼 상처 하나 없이 쑥쑥 뽑힙니다.
지난해 심었던 중국산생강에 비해 향이 훨씬 진합니다.

 

 

된서리를 맞아 잎이 누렇게 퇴색된 울금만 밭뙈기에 우둑 커니 남았습니다.
그루터기에 남은 양분까지 알뿌리에 차곡차곡 채우기 위해 스러져 가는 가을햇살이 비춥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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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가을입니다.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한층 얇아진 가을날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샛노랗게 물든 둥근마밭에도 가을햇살이 다사롭습니다.

 

 

고구마를 수확합니다.
길을 떠나기 전부터 고구마 수확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사방에 자랑해 놓고 밑이 들지 않았으면 어떠하지?
불안감도 많았습니다.
남보다 일찍 황금고구마와 호박고구마를 한 골씩 내다심었습니다.
고라니가 나타나기 전만해도 작황은 좋았습니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부터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며 고라니는 고구마순과 줄기를 송두리째 집어삼켰고 심지어 땅 속 줄기까지 파 해쳤습니다.
참다못해 밭뙈기주변을 빙 둘러 오잇그물망을 치고 나서야 약탈행위는 수그러졌습니다.
수확시기를 가름하기위해 지난 2주전, 실험 삼아 서너포기를 수확했었습니다.
그 때만해도  잔챙이가 많이 섞어 나와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습니다.
줄기를 걷어 내고 멀칭비닐을 벗깁니다.
황금 고구마 씨를 나눠달라며 마실 오신 이웃집할머니가 고구마 밑은 잘 들었나?
궁금하시다며 호미를 챙겨 일을 거듭니다.

 

 

"실하게 잘 들었시유!
일찍 심어서 그런가봐유!
늦게 심은 우덜은 순만 무성했지 몇 개 달리지 않았구먼유!"


고만고만하게 밑이 잘 들었습니다.
호박고구마보다 황금고구마가 훨씬 더 실합니다.
고구마는 모종을 일찍 내다 심고 서리가 내릴 때쯤 기다렸다 수확하는 것이 다수확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크기에 따라  선별한 고구마는 종이상자에 담아 숙성시킵니다.

 


밤 기온이 서늘합니다.
10월말쯤 아주심기 할 마늘 종구를 손질합니다.
꽤나 비싼 가격으로 구입한 케나다산 씨마늘입니다.
재래종마늘에 비해 껍질이 희고 알이 훨씬 굵습니다.
한 통이 보통 4쪽에서 6쪽으로 나뉩니다.
만져보고, 벗겨보고, 눌러보고......,
세심하게 살펴 상처가 나지 않고 단단하게 여문 것만 골라 씨마늘을 준비합니다.

 

 

마늘을 심을 들깨를 베어낸 자리에 미리 석회비료를 뿌립니다.

 

 

박무가 얇게 드리웠습니다.
이슬이 마르기 전에 들깨를 타작하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두릅니다.
땅바닥에 포장을 펼치고 깻단을 옮겨와 몽둥이로 두들겨 우격다짐하듯 털어냅니다.
들깨 타작은 이슬이 마르기 전에 해야 깻단에서 꼬투리가 떨어지지 않아 뒤걷이가 편합니다.
티끌을 골라내는 마지막 뒤걷이는 이웃할머니의 손을 빌립니다.
체로 쳐 티를 골라낸 후 키로 까불어 쭉정이를 날려 보냅니다.

 


"깨알이 실하게 잘 여물었시유!
알도 크고 때깔도 좋고…….
들깨는 설익으면 붉은 빛이 돌아유!
이것처럼 거무스름해야 잘 여문 것이구먼유!"

 

 

정을 나눕니다.
수확한 알곡 대신 이웃들이 수확한 물건들로 승용차를 채웁니다.
이 작은 노력을 여러 사람들이 고마워합니다.
도시 주변의 이웃들은 질 좋은 농산물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 흐뭇해하고 다락골 이웃들은 생산과 동시에 제 값 받고 물건을 판매할 수 있어 기뻐합니다.

 

 

풍성한 가을입니다.
한 때는 일이 힘겨워 내평개칠까 생각도 했습니다.
소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흥분했습니다.
작은 손해나 피해도 그냥 참고 지나치질 못했습니다.
잘못된 생각으로 인한 옹졸하고 편협한 편견 때문에 저는 도무지 저 자신을 설득시킬 수 없을때도 있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사랑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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