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 두두…….
쇠망치로 양철지붕을 두들기듯
빗소리는 밤새 요란했습니다.
TV 볼륨을 키워도 그때 잠시뿐 이내 빗소리에 묻혀버립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산골마을 외딴집에서 혼자 밤을 지새우는 모습은 유쾌한 풍경이 아닙니다.
장마가 침습해 눅눅해진 쉼터의 습기를 제거하기위해
복중에 켜둔 보일러에서 내뿜는 열기와 퀴퀴한 곰팡이 냄새에 압도되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새벽녘 잠시 비가 멈추는가 싶더니
아침 댓바람부터 다시 빗소리가 세차네요.

 

또 허탕입니다.

 

주말오후
한 주 동안 애를 태우다 득달같이 달려왔건만
정작 밭뙈기엔 발도 못 붙이고 비설거지만 했습니다.
아직도 수확하지 못한 마늘밭에 들어 찬 잡초 모습이 볼썽사납습니다.
행여 이웃들이 볼까?
그만 자신이 머쓱해지네요.
주말농사꾼에겐
한 해 농사 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비 피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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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따라 길 나서기 좋은 계절이다.
봄은 수체화라 할까?
시나브로 연둣빛 신록이 손사래를 치는듯 싶더니 금새 채도가 높아진다.
자연의 변화를 실감하기 좋은 계절이다마는
너는 오늘도 훈련에 매진했겠구나.
첫 경험인 가스실에서의 고통은 참을만 했니?

 

 

 

 

 

 

 

 

 

 

엄마와 함께 지난 주말엔 다락골에 다녀왔다.
늦게까지 길이 많이 막혀 고생했다.
아빠는 모종을 심고 엄마는 나물을 뜯었다.
올 봄에 심어야 할 작물들이 대부분 자릴 잡았다.
오늘 마지막으로 고추모종의 자릴 정해주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농사도 해야할 시기가 정해져있다.
이웃사람들은 하루하루 짜여진 시간표대로 일정을 소화해 한결 여유가 있어보이는데
주말농사라  아등바등 일을 해야 가까스로 보조를 맞출수 있다.
그래서 다락골에 도착해서는 한 눈 팔 사이없이 일 구덕에 빠진다.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일에 정신이 팔리면 일상의 잡념들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이것이 아빠가 이 일에  몰두하는 이유는 것 같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착의 틀에 갇혀
이 일이 또 다른 하나의 일상으로 변질되지않을까?
두렵울 때도 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일들을 희생시켰다.
누나와 너에게도 소흘했다.
미안하구나.
비록 돈도 안되고,힘만 들고,남이 알아주는 일도 아니지만 힘이 닿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

 

 

 

 

표고버섯이 제법 올라왔다.
먹어줄 사람도 없는데 뜯어 모은 봄나물로 트렁크를 가득 채웠다.
뜯은 쑥으로 방앗간에 들려 엄마가 좋아하는 쑥개떡까지 만들다보니 많이 늦어졌다.
어린이 날이 겹쳐 길이 많이 막히더구나.

 

 

 

훈련 3주째다.
견딜만하니?
각고의 노력끝에 얻은 포상전화 기회였는데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지못해 가슴이 먹먹하다.
엄마가 근무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시간에 그만 네가 전화를 했었나보다.
전화번호가 찍힌 전화기를 보면서 엄마도 많이 서운해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을 기약하자.
사랑한다.
아들아.

 

2013.5.6. 저녁에
아빠가.

한 주전에 심었던 감자가 벌써 싹이 올라오네요.
저는 감자를 이렇게 심습니다.
해마다 이 방법으로 20kg 씨감자를 심어 200kg 넘게 우량감자를 수확합니다.
품종은 "두백감자"로 "수미감자"에 비해 소출은 떨어지나 분이 많아 쪄먹기 좋은 감자입니다.

 

 

1. 강원도 고랭지에서 해마다 씨감자를 구입합니다.
   씨감자는 자기가 재배할 곳보다 추운지방에서 생산된 감자를 써야 알도 많이 달리고  병충해에도 강합니다.

 


2. 3월 19일에 씨감자 손질을 했습니다.
   상한 것을 골라내고 크기에 맞춰 절단하는 작업입니다.

 


3. 양파망에 담아 소독을 마친 씨감자는 산광(반그늘)상태에서 싹을 틔웠습니다.(산광최아)

 


4. 4주 동안 아파트 발코니에서 싹을 틔운 씨감자입니다.
   야무지고 튼실하게 싹이 텄습니다.

 

 


5. 옮기기 편하게 스티로폼상자에 담아 싹을 키웠습니다.
   5cm 크기로 싹을 키워 아주심기 하기위해 상토를 5cm쯤 덮고 물을 흠뻑 뿌려줍니다.

 

 

 

 


6. 2주 동안 싹을 키운 씨감자입니다.
   싹을 키워 본밭에 아주심기하면 검정비닐로 멀칭할 수 있어
   잡초발생을 억제하고, 북주기를 할 필요가 없으며 따로 싹을 꺼내줄 필요가 없어    일손이 절약되고, 햇볕을 차단해 푸른 감자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7. 씨감자 싹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 잘 썩은 퇴비를 넉넉히 뿌리고 밭 꾸미기에 대비했습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기를 기다렸다, 비가 그치고 난 뒤 이틀 후에 적정량의 복합비료를  넣고 밭갈이를 끝낸 후 

   두둑을 짓고 수분이 달아나지 않게 멀칭비닐을 씌웠습니다.
   감자는 토양에 수분이 많은  듯해야 밑이 잘 듭니다.

 

 


8. 골과 골 사이는 70cm, 포기와 포기사이는 25cm 간격을 두고 두 줄 심기 했습니다.
   깊이는 5cm 이상으로 조금 깊게 심었고, 냉해와 서리피해를 예방하기위해 두둑 위로 흙을 수북이 올려주었습니다.

 


9. 아주심기한 후 한 주가 지났는데 벌써 싹이 올라오네요.
  싹을 키워 이식하면 빈 구멍이 하나도 없이 싹이 고르게 올라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해마다 30kg가량 오미자 효소를 담금이다.
오미자를 구입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배송과정에서 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다락골은 북향이라 겨울에는 무척 춥습니다.
산자락이라서 여름엔 시원한 편이지요.
담그는 효소 재료 만큼은 직접 재배해 보고픈 욕심에 오미자를 심었습니다.

오미자는 다년생으로 한 번 심으면 10년 이상 수확이 가능함으로 처음부터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작업해야 관리하기가 편합니다.

 


1. 중성에 가깝게 석회비료를 뿌리고 로터리작업을 합니다.

 

 

2. 오미자는 습한 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뿌리가 물속에 잠기면 산소부족으로 쉽게 고사합니다.
   물 빠짐이 좋게 배수로 정비를 철저히합니다.

3. 골과 골 사이는 2.5m-3m로 넉넉하게 띄웁니다.
   간격이 좁으면 통풍이 안 되고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나무가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4. 묘목의 초기 활착을 돕고 잡초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두둑은 검정비닐로 멀칭합니다.

 


5. 줄기가 타고 오르게 유인틀을 설치해야하는데 밭 경사도에 따라 경사가 심하면 울타리식으로  유인틀을 설치하고 완만하면 하우스 식으로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격은 1m, 높이는 2m-2.5m가 적당한데 너무 높으면 수확하기 힘들고 너무 낮으면 수확량이 감소합니다.

 


6. 오미자는 봄에 심을 때는 싹이 돋기 전에 가을에는 잎이 진 후 이식합니다.
  따듯한 남쪽지방에서는 가을철에 추운 북부지방에서는 봄철에 이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아주심기하기 전 묘목을 1-2시간쯤 미리 물에 담가놓습니다.

 

 


8. 묘목을 심을 때는 구멍을 뚫고 뿌리를 잘 펴 그 속에 넣은 후 물을 충분히 줍니다.

 


9. 묘목을 심는 깊이는  묘목의 맨 아래 큰 순까지 흙으로 덮어줍니다.

 

 

10.  묘목과 묘목 사이의 간격은 35cm-40cm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

 

 

11. 묘목은 유인틀에서  20cm 안쪽으로 심는 것이 관리하기 편합니다.

 

 


12. 아주심기가 끝나면 1cm정도만 남기고 과감히 전지합니다.

 


13. 만약을 위해 5%정도의 포트 묘를 준비했다가 결주가 발생하면 즉시 보식합니다

 

아파트 발코니를 삼채와 두메부추,상추등 채소모종들이 차지했습니다.
싹을 키우기 위해 스티로폼상자에 담은 씨감자까지 펼쳐놓으니 발 딛기조차 불편하네요.
바닥은 흙투성이고 빨래 말릴 곳도 없다며 아침부터 옆지기가 울화통을 터뜨립니다.
이맘때쯤엔 해마다 겪는 일이라 관심 꺼 주길 애걸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핀잔 뿐 트집만 잡히기 일쑵이다.

 

 

 

 

볕이 따듯한 봄날입니다.
발코니에 핀 샛노란 콜라비 꽃이 소담스럽습니다.
고속도로 주변 마른 풀밭에도 푸른빛이 번집니다.

 

 

"우리 마늘은 다 죽었는데
아자씨네 마늘은 멀쩡하네유!"

 

"현수막때문인지, 하나도 죽지 않고 싹이 잘 올라왔네요!"


다락골에 내려와
마늘밭을 둘러보고 있는데
비닐봉투에 찐 고구마를 서너 개 담아들고 이웃집 할머니가 마실 오셨네요.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바람의 길목에 있는 밭뙈기라서 겨울철엔 쉴 새 없이 삭풍이 불어댑니다.

지난해 가을 마늘을 심고,
간판가게를 하는 이웃집 총각이 모아놓은 폐현수막을 가져와 바람막이로 마늘밭 주변을 빙 둘렀습니다.
밭뙈기 한복판에 현수막이 펄럭거리자 그 쓰임새가 궁금했던지 관심을 가지는 이웃들이 많아졌습니다.
'바람에 찢겨지고 쓰러지진 않을까?'
늘 불안했고
맘 한 구석에선
'바라는 대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불어댄 바람으로 두둑 위에 덮었던 보온비닐은  벗겨져 고랑 한편 구석에 처박혔지만, 역할을 다한 현수막 때문에 마늘은 하나도 죽지 않고 고스란히 싹을 틔웠습니다.
상서로운 조짐이네요.

 

 

 

봄맞이 웃거름을 주기 위해 두둑 위에 덮었던 지푸라기를 걷어냅니다.
겨울을 이겨낸 마늘 모습이  대견스럽네요.
애써 빈자리를 찾으려 해도 보이질 않습니다.
비료를 잘못 줘 마늘을 죽게 했던 쓰라린 지난 경험 때문에 비료의 농도를 맞추는 일이 조심스럽습니다.
찬물에도 쉽게 녹고 저온에서도 비효(肥效)를 발휘하여

저온조건이 지속되는 이른 봄에 사용하여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치요다 비료를 거금을 들여 구입했네요.

 

 

꼬끼리마늘입니다.

재배경험이 없어 모든 것이 낯섭니다.

섣부른 판단일지 몰라도 지금까지 생육과정은 순조로워 보입니다.

 

 

추위에 강해 중부이북 지방에서 노지월동재배가 가능한 양파입니다.
강원1호 텐신황이라는 양파품종이지요.
동내 양파는 겨울 추위로 대부분 얼어 죽었는데 기특하게도 이것들은  살아남았네요.

 

 

 

나눔 받은 배롱나무를 쉼터 뒷동산에 심고, 완두콩 씨앗도 파종합니다,
아직까지 해빙이 덜 된 곳이 많네요.
완두콩은 땅속에 찬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씨앗을 파종해야 좋다고 하네요.
얼지 않게 매실나무를 감싸주었던 애완견패드도 벗겨줍니다.
매화꽃망울이 봉긋하게 부풀었네요.

 

 


삼나물(눈개승마)새싹도 제법 움텄습니다.
마늘밭에서 지푸라기를 가져와 수북이 덮어줍니다.
햇볕을 차단해 길고 연한 줄기를 수확하기 위한 바램입니다.

 


올해 쓸 퇴비도 받았습니다.
이웃집에서 거들어 농협 퇴비를 싼값에 구입했네요.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켭니다.
밭고랑에 쌓인 낙엽을 긁어모아 태우고, 석회비료와 퇴비를 뿌려 다음 주말에 있을 밭갈이를 준비합니다.
차츰 바빠지겠지요.
계사년 농사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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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찾아오는 봄이지만
봄은 언제나 새롭고 설렙니다.
봄은 시작이고 기대를 갖게 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겠지요.
봄기운에 놀라 겨울이 꼬리를 감출 즈음 다락골을 찾았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여서 더 불안했습니다.
이른 아침,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오던 내내
기대와 설렘으로 들떠있던 여느 해와는 다르게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다시 봄이 찾아왔지만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를 맞아도 몰아서 맞자.
한번쯤 내려와 둘러볼 수도 있었건만,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둘러대며 별 탈 없이 잘 견뎌내기만을 소망했습니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질 않았습니다.
무사하기를 바랐는데.......
씁쓸하네요.
기름보일러 전원스위치를 켜자,
윙하고 돌아가는가 싶더니,  멈추고 보일러 안에서 물이 세어 나옵니다.

옆지기가 몸이 무겁다 고해서
어제 오후에 내려올 것을 아침에 내려왔는데
하며트면 보일러가 고장 나 온기가 끊긴 시골 움막에서 하룻밤을 덜덜 떨며 보낼 뻔했습니다.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져있다
또 다른 후회는 만들지 말아야겠지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난 가을  겨울채비를 천천히 복기해보았습니다.
자연 앞에 당당히 맞서 야무지게 겨울채비를 했다고 자랑했는데, 또 빈틈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봄심(春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매섭습니다.
살갗을 후벼 파는 칼바람이 볼기를 때리네요.
일찍 시작된 겨울 때문에 땅이 얼어 미처 거두지 못했던 초석잠을 수확합니다.
강바닥에서 금을 채취하듯,
한 겹 한 겹 흙을 헤치고 그 속에서 골뱅이처럼 생긴 초삼잠을 추려내는 일은 손과 정성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몸살이 나서
자기 한 몸도 간수하기 힘겨울 텐데,
따라와 일을 거드는 옆지기가 안쓰럽습니다.
병이 도지진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됩니다.
동토에 겨울을 이겨내고 초석잠이 싹을 틔웁니다.
봄의 태동을 느낄 수 있네요.

 

 

지난 가을 담아둔 동치미와 단무지를 처음 맛봅니다.
영락없이 예전에 어머님이 담가주셨던 그 맛입니다.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노란 색감은 덜하지만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은 일품입니다.
잃어버렸던 식감을 되찾은 것 같아 흐뭇하네요.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바라는 일들이 이뤄지길 소망하며 두 손을 모음이다.
천지신명이시여!
비옵건대,
다락골과 인연을 맺은 모든 영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해주시고,
더도 덜도 말고  햇볕과 비, 바람을 적절하게 하사하시여 항상 키우는 즐거움과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 기쁨에 충만 되게 하옵소서.
고하노니,
하찮은 생명이라도 소홀히 다루지 않게 해 주시고
발길이 닿는 길과 들판에서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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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농사.
6년 동안 주말농사를 일구면서도
농사의 결과에 성이 차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사람의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늘 허덕거렸습니다.
거르지 않고 무탈하게  끌고 온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랄까!
어제 떴던 해가 오늘 뜬 해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설레고 가슴 벅차네요.
해도 바뀌었으니 새로운 기대를 갖고 한해농사의 각오를 다집니다.
생각은 앞서가지만…….
자꾸 뒤쳐지는 몸뚱이가 걱정이 되네요.

산모가 출산할 때 겪는 고통처럼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그 만큼의 고통을 필요로 한다지요?
한 해의 끝자락 12월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바쁜 시기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보다 묵은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훨씬 더 크게 와 닿네요.
나이 탓도 있겠지요!
웃고, 울고,
이제 지난 모든 일을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희망의 시간표를 짜 보려합니다.

 


겨울문턱을 넘어오길 기다렸다는 듯
강추위가 들이닥쳤습니다.
덩달아 폭설도 내렸고요.
겨울채비도 끝내지 못했는데.......
발이 묶여 두 주 동안 꼼짝 못하고 집구석에 처박혀있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까봐,
늘 마음만은 다락골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잠시 동장군이 물러난 사이,
주말을 맞아 다락골에 다녀왔습니다.

 


북향에 산골마을이라서 그런지 꽤 추웠습니다.
내려올 때 언뜻 보니
인천당진구간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은 풀린 날씨로 이번에 내린 눈이 모두 녹았었는데 다락골은 녹지 않고 쌓여있었습니다.
쉼터로 통하는 외딴길은 제설작업이 안 돼, 도중에 차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인적이 끊긴 길 위로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발자국만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까치밥으로 남겨놓았던
홍시 두개가 미쳐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그대로 꽁꽁 얼어있습니다.

 

 

해마다
은행 수확을 마치는 것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올해는 땅에 떨어진 은행을 미쳐 다 줍기도 전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은행나무 밑에는 아직까지 줍지 못한 은행들이 수두룩합니다.
더 이상 줍지 않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지난 몇 주 동안 틈틈이 주워 모아 비료포대에 담아둔 것이 꽤 많습니다.
먹고, 이웃들에게 나눔 하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린다고해도
150kg이 넘는 은행의 겉껍질을 벗겨내는 일은 힘겨운 일입니다.
모자라는 일손을 채우기 위해 취직공부에 매진중인 대학졸업반 딸아이 품도 빌렸습니다.
영하의 날씨속에
늦은 밤까지 일이 계속됩니다.
기계에서 껍질이 벗겨진 은행을 물에 헹궈 비닐하우스에 펼쳐 말립니다.
지하수가 따듯하게 느껴지네요.
“은행 몇 알 먹겠다고…….”
자기 욕심 때문에
귀한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하고, 애틋한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어 보람도 있습니다.

 

 

하루온종일 겨울안개가 자욱합니다.
마치 요즘 대선정국을 보는 것 같습니다.
누가되든 농삿꾼이 환하게 웃는 그런 세상을 그려봅니다.

 


자색무로 담근 동치미가 벌써 익었네요!
보는재미와 먹는재미를 동시에 즐깁니다.

 

 

 

 

 

 

한 달가량  처마 끝에 메달아  말렸던 무가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아침부터 옆지기는 딸아이와 함께 단무지를 담았습니다.
시골어머님이 가르쳐준 전통방식대로
소금, 다시마, 치자 우려낸 물을 쌀겨와 섞어
무 한 켜 쌀겨 한 켜
교대로 켜켜이 쌓고 꼭꼭 눌러 다진 후 그 위에 시래기를 수북이 올려줍니다.
두 달쯤 발효시켰다가 꺼내먹을 식감이 살아있는 쫀득쫀득한 단무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눈 덮인 매실나무 밭에서 가지치기와 겨울채비를 마칩니다.
눈 위에서 하는 작업이라 동동걸음을 쳐봐도 발이 몹시 시리네요.
물이 얼까봐,
나무밑동에 흰색페인트를 칠하는 대신 애완견기저귀(패드)로 단단히 싸매줍니다.
언제부터일까?
매실나무에 송골송골 매화꽃망울이 맺혔습니다.

 


쉼터로 통하는 상수도관밸브를 틀어막고 보일러배관에 동파방지열선을 두릅니다.
수도꼭지를 열어 담긴 물을 빼내고 양변기에 고인 물도 제거합니다.
창틀마다 보온비닐을 붙여 틈으로 새는 외풍을 차단하고 문을 걸어 잠급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춥겠다는데
주인이 비운 3개월 동안
잘 버텨줄지 걱정이 앞섭니다.
안녕!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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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꽃잎도 떨구지 못한 채 마른 장미꽃 위에도 된서리가 내렸습니다.
박제된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거적을 엮어 외양간 바람구멍을 막고,
김장김치도 담고,
이웃들이 겨울채비도 막바지입니다.
올가을도 종착역에 다다랐네요.

 

 

 


다락골로 오는 길에 시골방앗간에 잠깐 들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수없이  두들겨도 방앗간 문이 열리지 않네요.
등겨와 쌀겨를 구입해 마늘밭에 덮어주고 싶었는데…….
아쉬움에 한참동안 방앗간을 서성대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마늘 싹이 제법 올라왔습니다.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네요.

 

 

 

올해는 가을비가 잦아 추수를 끝낸 논배미마다 물이 고였습니다.
겨울채비를 위해 마늘밭에 덮어줄 지푸라기를 긁어모아 지게로 져 나르는 일이 수월치가않네요.
작두로 소여물 썰어 놓은 듯,
벼 수확할 때 콤바인으로 잘게 잘린 지푸라기를 가져다 두둑 위에 수북이 올려줍니다.
그 위로 투명보온비닐을 씌우고, 거세게 휘몰아칠 북풍에 벗겨지지 않게 단단히 채비합니다.

 

 

 

보온비닐에도 서리꽃이 피었습니다.
비닐 속 세상은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간판가게를 하는 아랫집 총각에게 부탁해 모은 폐현수막으로 마늘밭을 빙 둘렀습니다.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찬 공기를 얼마만큼 막아낼 수 있을지?
역할이 기대됩니다.

 

 

양파 밭도 단단히 싸맵니다.

 

 

"우덜은 지푸라기만 덮어주고 마는 디, 이 집 마늘은 호강하네유!"
"저렇게 해놓으면 고라니는 얼씬도 못하겠네."
아랫집에 김장 품앗이 온 마을 할머니들이 구경거리 보듯 관심을 가집니다.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거란 예보입니다.
가을비가 자주 내리는 것으로 보아 눈도 많이 내릴 것 같고요.
잘 지켜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자연을 예리합니다.
그리고 공평합니다.
사정을 봐주질 않습니다.
틈이 보이면 어김없이 파고듭니다.
작은 틈새를 방치했다 어처구니없게 당한 숫한 경험을 바탕으로 골 먹는 골키퍼가 되지 않기 위해 꼼꼼하고 세밀하게 겨울채비를 합니다.
일이 많이 더디네요.

 

샛노란 은행잎이 흩어져 나뒹굽니다.
쌀쌀하네요.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겨울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 무렵,
옆지기 형제들이  가족과 함께 모여 겨울채비를 합니다.
주말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 것이 벌써 여섯 번째가 되었네요.
형제들이 기반을 닦은 곳에서부터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중간 지점에 다락골이 위치해  가능한 일입니다.

 


새끼줄로 동여맨 날고기를 처마 밑에 내걸었습니다.
김장은 한 해 농사의 결실입니다.
한 해 동안 돌봐주신 하늘과 땅에게 감사드리고 사람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눔니다.

 

 

 

처서 무렵에 내다 심어 70일 넘게 키운 김장채소입니다.
약 한 번 비료 한 번 주지 않고 키웠습니다.
고갱이가 옹골차게 들어차지 않아  묵직함이 덜하네요.
그래도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 하나는 끝내줍니다.

 

 


주말 저녁에 식구들이 모여 절인배추에 김칫소를 넣고 버무리기로 미리 말을 마쳤습니다.
하루 전부터 직장에 휴가를 낸 옆지기와 처재내외가 장모님과 함께 궂은일을 맡아 끌고 가네요.
배추통을 나르고, 쪼개고, 절이고, 뒤집고, 행구는 과정은 보기보다 엄청 힘든 일입니다.
허리가 아파 병원신세까지 졌던 손아랫동서가 병이 도지진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처갓집은 딸만 다섯입니다.
약속이나 하듯 출가해서 딸 아들 하나씩 낳고 가정을 꾸리고 있지요.
한 집에 50포기씩 250포기 넘게 배추를 심었는데 속이 덜 차 소금이 많이 남았네요.

 

 

지난해에는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서두르다가 절인배추의 물기를 제대로 제거 못한 채 김치를 담갔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보관 중에 김치에서 국물이 많이 생겼습니다.
물러져서 맛이 덜하기도 했고요.
쌓고, 뒤집고, 추리고…….
할일도 많은데 온통 관심이 이쪽으로 쏠립니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절인배추에 물기를 재대로 제거했습니다.

 

 

설탕과 인공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만 사용해 맛을 냅니다.
올해도 김칫소를 만드는 일은 장모님 차례입니다.
여러 액적들을 사용해 간을 맞추며 절인배추에 넣고 버무릴 김칫소를 만듭니다.
몹쓸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는 노친네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척척해내시네요.
삼삼하게 간을 맞추라는 새끼들이 요구에 굴복당해
정작 본인 김치를 버무려 김칫독에 담고   맨 위에 소금을 슬슬 뿌리는 모습이 짠합니다.

 

 

 

 
어둠이 내릴 무렵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내립니다.
준비는 다 끝내고 버무릴 일만 남았는데 여태껏 도착 못한 형제들이 있네요.
조바심치던 장모님이 함지에 절인배추를 담아와 김치소를 넣고 버무립니다.
이윽고
쉼터 거실바닥에 자리가 깔리고 둘러앉아 겨울채비를 합니다.
늘 하던 대로
자기가 가져온 김칫독만 채워가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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